사내는 얼른 몸을 피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심유진의 손도 놓아버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기에 파편에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심유진은 손바닥에 상처가 가득했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반항에 사내는 더욱 분노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예리한 칼날에 빛이 반사되어 번쩍번쩍거렸다. “그래, 죽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어줄게.” 그가 이성을 잃고 칼을 휘둘렀다. 심유진은 필사적으로 피했다. 이미 체력이 동난 상태였지만 살고 싶다는 의지로 최후의 저항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급박한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심유진은 그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허태준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심유진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오지 마요, 이 사람 칼 있어요!” 사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허태준일지도 모르니 지금은 자신보다 허태준이 훨씬 위험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심유진의 경고에도 멈추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사내도 더 이상 심유진과 실랑이하지 않고 허태준을 바라봤다. “허 대표님.” 그가 손에 든 칼을 흔들며 말했다. “이렇게 찾아오셨으니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실까요?” 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허태준이 분노하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이 아끼는 여인이 다치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 허태준이 그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 여자 건드리면 넌 오늘 여기서 죽어.”그의 싸늘함에 사내의 기세도 많이 죽었다. “헛소리하지 마.” 그가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 “살인은 불법이야.”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하는 짓은 합법적이고?” “우린 다르지!”사내는 당당했다. “내가 무슨 회사 대표도 아니고 기껏해야 감옥에서 몇 년 살다가 나오겠지. 난 잃을 게 없어.” “그렇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