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1009 챕터

제691화

심유진이 따라갈 리가 없었다. 비록 차는 망가졌지만 김욱이 오기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유진이 한참 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자 그 검은 옷의 사내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가 곤봉으로 차창을 내리쳤다. 유리 파편이 차 내부로 튀였다. 심유진은 그 사내의 험악한 웃음이 더 잘 보였다. “이래도 안 내려와?” 그가 위협하자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침착함을 찾으려고 애썼다. “여기 사방이 cctv예요.” 심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경찰이 못 찾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내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웃기까지 했다. “내가 그렇게 멍청한 줄 알아?” 그가 우쭐거리며 심유진을 쳐다봤다. “지금 이 주차장의 모든 cctv는 다 꺼졌어. 내가 여기서 널 죽여도 경찰은 못 찾는다는 뜻이야.” 심유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거짓말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당당한데다가 차도 함부로 부수는 걸 보면... “너 호텔 직원이지.” 심유진이 물었다. 자유롭게 호텔 주차장에 들어오고 cctv도 끌 수 있는 사람은 호텔 직원 빼고는 없었다. 사내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자 심유진은 더 확신이 생겼다. 그녀는 이때다 싶어 머리를 굴렸다.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거야.” 사실 심유진은 호텔에서 일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대부분의 고위급 간부들과 접촉하다 보니 직원들과는 만날 기회가 적었다. 지금 이 사내와도 뭔가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심유진은 그 어떤 직원과도 낯을 붉힌 적이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아니면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건가?” 아파서 오랫동안 일을 쉬었지만 본사에서는 아직도 자신의 자리를 채울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니 경주 킹 호텔의 총지배인은 여전히 심유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그 속사정을 모른 채 호텔에 대한 불만을 자신에게 풀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사내가 다시 차창을 두드렸다.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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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차를 쾅쾅 두드리자 지하주차장에 메아리가 울렸다. 심유진은 조수석의 틈 사이에 몸을 웅크리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몸이 차와 같이 흔들렸다. “이래도 안 나와?” 차창은 모두 박살이 났고 차 안에 유리파편이 가득했다. 그냥 심유진이 숨어있는 곳만 간신히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죽고 싶어?” 그가 또 몽둥이를 마구 휘둘렀다. 심유진은 무기도 없는 상황에서 그와 대항할 수 없었기에 그냥 최대한 피하며 누군가가 구하러 오기까지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오면 안 건드린다고 약속할게.” 심유진이 물러서지 않자 그가 살짝 태도를 바꿨다. “어차피 널 다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그냥 나랑 같이 가주기만 하면 돼.” 심유진은 귀를 틀어막으며 애초에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김욱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사내도 이제는 심유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직도 누가 구해주러 올 거라고 생각해?” 사내의 웃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심유진은 귀를 막고 있던 손을 살짝 풀었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이미 고장 났어. 계단 쪽 문도 이미 잠갔고.” 사내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네 오빠가 먼저 도착할지 아니면 내가 먼저 널 잡아갈지 맞춰봐.” 심유진이 멈칫했다. 킹 호텔은 엘리베이터가 두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지하주차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그게 고장 나고 계단으로 통하는 문도 잠겼다면 호텔 정문과 2,300 메터정도 떨어진 입구로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 주차한 위치는 그 입구와 가장 먼 곳이었다. 사내가 심유진 쪽으로 손을 뻗었다. 곧 잡힐 것만 같았다. 추위에 얼어서 파래진 사내의 손끝을 보면서 심유진은 그 손을 덥석 잡고는 꽉 물었다. 그가 비명을 질렀다. “이 년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심유진은 손을 문채 놓지 않았다. 사내도 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김욱이 가면서 차 키를 가져갔기에 문이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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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사내는 얼른 몸을 피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심유진의 손도 놓아버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기에 파편에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심유진은 손바닥에 상처가 가득했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반항에 사내는 더욱 분노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예리한 칼날에 빛이 반사되어 번쩍번쩍거렸다. “그래, 죽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어줄게.” 그가 이성을 잃고 칼을 휘둘렀다. 심유진은 필사적으로 피했다. 이미 체력이 동난 상태였지만 살고 싶다는 의지로 최후의 저항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급박한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심유진은 그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허태준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심유진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오지 마요, 이 사람 칼 있어요!” 사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허태준일지도 모르니 지금은 자신보다 허태준이 훨씬 위험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심유진의 경고에도 멈추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사내도 더 이상 심유진과 실랑이하지 않고 허태준을 바라봤다. “허 대표님.” 그가 손에 든 칼을 흔들며 말했다. “이렇게 찾아오셨으니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실까요?” 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허태준이 분노하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이 아끼는 여인이 다치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 허태준이 그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 여자 건드리면 넌 오늘 여기서 죽어.”그의 싸늘함에 사내의 기세도 많이 죽었다. “헛소리하지 마.” 그가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 “살인은 불법이야.”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하는 짓은 합법적이고?” “우린 다르지!”사내는 당당했다. “내가 무슨 회사 대표도 아니고 기껏해야 감옥에서 몇 년 살다가 나오겠지. 난 잃을 게 없어.”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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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허태준은 심유진의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듯 여전히 가만히 서있었다. 심지어는 심유진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사내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그가 팔을 뻗을 때 정확이 상대의 손목을 낚아챘다. “악!”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칼을 떨어트렸다. 허태준은 얼른 칼을 발로 차서 멀리 보냈다. 칼이 사라지자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당황스러움과 절망이 가득했다. “너...” 사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그의 두 발이 지면을 벗어났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가 바닥에 엎어졌다. 바닥과 부딪히면서 전해진 거대한 충격에 그는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허태준은 그 옆에 서서 발로 그를 밟은 채 내려다봤다. “누가 보냈어.” 허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사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허태준이 발에 힘을 줬다.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말할 수 없어! 우리 집안사람들을 다 죽일 거야!” 허태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먼저 너네 집안사람들을 다 죽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사내가 멈칫했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살인을 청부하는 것쯤이야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허태준은 위협적인 말투가 아니라 정말 평온하게 이런 살벌한 말을 건넸다. 사내는 두려워하면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허태준은 다시 미끼를 던졌다. “약속할게. 사실대로 얘기하면 너네 집안은 지켜주는 걸로.” “진짜?” 사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걱정 마, 내가 그 사람들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울 거니까.” 사내는 고민하다가 끝내 결정을 내렸다. “믿을게요.” “전 정철이라고 합니다. 킹 호텔의 보디가드고요. 심 지배인님을 납치해 오라고 시킨 사람은 부 지배인 유경원이에요.” 허태준은 많은 가능성을 예상해 봤지만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차 안의 심유진을 쳐다봤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사실인지는 이제 조사해 볼게.” 허태준이 말했다.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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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김욱은 이미 차문을 열고 심유진을 빼냈다. “괜찮아?” 김욱은 심유진의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얼굴이나 목 쪽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손의 상처가 깊었다. “얼른 병원부터 가자.” 병원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허태준은 심장이 철렁해서 얼른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김욱이 심유진의 손바닥을 보여줬다. 유리에 긁힌 상처가 가득했다.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닌데요.” 심유진이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김욱은 놓아주지 않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서 시선을 못 뗐다. 심유진이 말한 것처럼 사실 보기가 좀 그럴 뿐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허태준은 두려움과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안해요.” 허태준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사과하는 거예요?” 아까 정철과 나누는 대화를 심유진도 들었었다. 지시한 사람은 부 지배인이고 부 지배인이 자신에게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허태준과는 관계가 없었다. “더 빨리 구하러 오지 못해서.” 허태준이 고개를 숙였다. 슬픔에 젖은 그가 유달리 약해 보였다. 축 처진 어깨 때문에 큰 덩치도 왠지 작아진 것 같았다. 심유진은 그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태준 씨가 사과할 일이 아니에요.” 심유진이 김욱은 째려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김욱이 코를 긁적이며 심유진의 시선을 피했다. “로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 좀 나누느라...”김욱이 해석했다. “좀 늦을 것 같다고 문자 보냈는데 못 받았어?” “여기에서 신호가 잘 잡히겠냐고!” 심유진이 화를 냈다.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여자한테 빠져서 동생은 뒷전이라고.” 이 말은 당연히 장난이었다. 만약 오늘의 이 일을 아버지한테 얘기한다면 앞으로 심유진에게 어떤 자유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해, 잘못했어.” 김욱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근데 대표님이 여기 계셔서 다행이다.” 허태준을 바라보는 김욱의 눈빛에 고마움이 가득했다. 허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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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김욱의 차는 철저히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운전 할 수가 없었다. 허태준은 김욱의 요구에 따라 그들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줬다. 심유진은 가는 길 내내 저항했다.“이제 피도 안나.”“아프지도 않고.”“며칠 지나면 괜찮아져.”“이러다 비행기 놓치겠어.”하지만 차 안의 누구도 심유진의 말에 대꾸를 해 주지 않았다. 병원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매우 많았다. 허태준은 아는 사람을 통해 심유진이 먼저 진료를 받게 하려고 했지만 심유진은 그를 말렸다.“어차피 비행기는 이미 놓쳤는데요.”심유진의 눈빛에 원망이 가득했다. 허태준은 불만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허태준은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따뜻하게 말했다.“화내지 마요.”허태준이 심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진료받고 나면 공항으로 데려다 줄게요. 오늘 꼭 갈 수 있을 거예요.”심유진은 불쾌했던 감정이 허태준 덕분에 말끔하게 사라졌다. 심유진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에서 기다리는 1시간 동안 허태준은 전화를 몇 통이나 쳤다. 허태준이 자꾸 멀리 떨어져서 전화를 받는 데다가 병원에 사람이 많았기에 심유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허태준의 표정이 자신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확연히 어두워졌다는 것만 볼 수 있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일이 바쁜 줄 알고 몇 번이나 먼저 돌아가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번번이 거절했다.“중요한 일 아니에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꼭 제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요.”드디어 심유진이 진료를 받을 차례가 왔다. 심유진은 진료실로 들어가서 다친 손을 의사에게 보여줬다. 의사는 나이가 좀 있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말투나 행동이 매우 부드러웠다.“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요?”심하게 라는 말이 나오자 두 남성이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많이 심각한가요?”허태준이 물었다.“혹시 입원해야 하는 건가요?”김욱도 말했다.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 때문에 의사가 웃음을 터뜨렸다.“입원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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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별이는 괜찮았지만 눈치 빠른 아버지가 알아챌까 봐 무서웠다. “아니면 여기에 며칠 더 있다가 갈까?” “안돼!” “안돼!” 동시에 외치는 두 사람 때문에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위험에 노출될 바에야 육윤엽에게 들키는 게 훨씬 나았다. “오늘 꼭 떠나야 돼.” 김욱이 말했다. 허태준도 운전속도를 빨리며 계속 공항으로 향했다. 김욱은 원래 샀던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그 바로 뒤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샀다. 다행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늦지 않았다. 심유진은 허태준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얼른 비행기를 타러 갔다. 허태준은 눈으로 그들을 배웅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휴대폰을 꺼내 여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 있어? 나랑 경찰서 좀 가자.” 경찰서에 도착한 정철은 조사실에 갇힌 채 허태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형민은 경찰들과 인사를 나누고 허태준과 같이 조사실로 들어갔다. 안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모두 자리를 피했고 cctv전원도 꺼버렸다. 정철은 수갑을 찬 상태로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마스크를 벗으니 날렵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허태준을 보자 흥분해서 말했다. “약속 지켜요. 저희 가족한테 아무 일도 있어서는 안 돼요. 아니면 전 아무 말도 안할 거예요.” “됐어.” 여형민이 귀찮아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 “네가 잡혀서 다들 자기 목숨 부지하느라 바쁠 텐데 언제 너네 가족을 신경 써.” 정철은 그제야 진정했다. “유경원이 심유진을 왜 납치하라고 한 건지 말해.” 여형민이 맞은쪽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정철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몰라요. 그 얘기는 안 했어요.” 시선을 피하지 않는 걸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돈을 주면서 부탁할 게 있다고 했어요. 아들 학비를 마련해야 하니까 전 수락했고요.” “그럼 납치하고 심유진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얘기는 안 했어?” 여형민이 또 물었다. “주소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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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40분 후 형사가 4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부인과 함께 들어왔다. 여성은 옷차림이 검소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빨갰다. 정철을 보자마자 그녀는 또 눈물을 흘렸다. “다른 사람 차는 왜 부숴!”형사는 밖에서 이미 여성에게 사건의 경과를 다 설명해 줬다. 당연히 정철이 차를 부수고 절도를 저질렀다고만 얘기했다.“우리 둘 다 다 일자리가 있고 월급도 낮지 않은데 왜 도둑질해!”아내의 질문에 정철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정철은 뭔가를 얘기하려다가 결국 한숨만 쉬었다.“가져오라던 물건은 가져왔어?”정철이 화제를 돌렸다. 여성은 눈물을 닦아 내고는 패딩 주머니에서 USB를 하나 꺼냈다.“이게 뭔데 그 멀리서부터 가져오라고 하는 거야?”아내는 여전히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것 같았다.“그건 신경 쓰지 마.”정철이 귀찮아하며 대답했다. “이 와중에 당당하지?”여성의 표정이 확 변했다. 당장이라도 정철과 싸움이 날 것만 같았다.여형민이 얼른 그녀를 말리며 USB를 받아서 컴퓨터에 꼽았다. 녹음 파일이 하나 있었다.“먼저 나가서 기다려 주세요.”여형민이 정철의 아내에게 말했다. 정철의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형민과 정철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고문할 건 아니죠?”여형민이 웃음을 터트렸다.“고문 같은 건 없어요. 그거 걸리면 다 처벌받아요.”정철의 아내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그럼 언제 나갈 수 있어요?”그녀가 다시 물었다.“그건...”여형민이 정철을 한번 쳐다 보고는 말했다.“모르죠. 조사에 협조하는지 봐야 돼요.”아내가 얼른 정철을 타일렀다.“꼭 조사에 잘 협조해. 잘못은 인정하고 벌을 받아. 나랑 당신 아들이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정철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대답했다.“알겠어.” USB 안에 담겨 있는 녹음 파일에는 정철이 말한 것처럼 그와 유경원이 거래를 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유경원은 심유진이 호텔을 떠나는 시간을 알려줬고 그전에 임무를 완성하라고 당부했다.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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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허태준은 나가자마자 다른 USB를 조형사에게 넘겼다. 킹 호텔의 cctv는 꺼졌지만 정철이 한 행동은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다 찍혀버렸다. 허태준은 그 자료들을 모아 USB에 정리해 뒀다. “보니까 정철 씨가 단순 절도가 아니더라고요.” 그가 형사에게 말했다. 형사는 정중하게 그 USB를 받아 들며 말했다. “잘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세요.” 허태준이 미소를 지었다. “괜히 더 들쑤시는 거 아니야?” 차에 탄 후 여형민이 허태준에게 물었다. 허태준도 정철 배후의 사람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아니면 처음에 정철이 단순 절도라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사건이 폭로되여서 그 사람들이 경계심을 높이게 되면 배후의 범인을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래도 일단 정철을 그냥 풀어줄 수는 없으니까.” 허태준의 표정이 차가웠다. 그가 형사에게 넘긴 영상들을 여형민도 이미 봤다. 그러니 허태준이 왜 이렇게 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영상에서 정철은 미친 사람처럼 배트로 차창을 부쉈고 칼로 막 찔러대기까지 했다. 심유진이 무사한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영상을 보는 내내 식은땀이 났다. 근데 허태준은 오죽할까. “그래.” 여형민은 허태준을 진정시킬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유경원이라는 사람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왜 널 노리는 거지?” “만난 적 없어.” 정철과 유경원 사이의 거래를 알고 난 후 허태준은 계속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럴 리가. 기억 못 하는 거 아니야?” 여형민이 허태준을 질책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좀 잘하라니까. 맨날 무슨 염라대왕처럼 무섭게 굴지 말고. 넌 별생각 없이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잊어버렸는데 상대방은 아직도 널 증오하고 있나 보지.” 허태준은 확신에 찬 말투로 부정했다. “아니, 한 번도 만난 적 없어.” 허태준은 기억력이 좋았다. 길 가다가 마주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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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YT그룹 대표 사무실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와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쓰레기들! 다 쓰레기야!” 비서들이 눈빛을 교류하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들은 아무것도 못 들은 척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실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고 비서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진 회장님.” “허 대표님은 회사에 안 계십니다.” “대표님 개인 스케줄이라 여쭤보기가 힘들어서요.” “네, 대표님 돌아오시면 전달하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 사무실에 직원들이 바로 채팅방에서 물었다. “회장님이 또 이사회 소집하실 거래요?” “제발 그만.” “이 상황에서 뭔가 일이 터지기라도 하면 우린 다 끝장이dp요.” “언제면 이런 생활이 끝날까요.” “진짜 퇴사하고 싶어요. YT그룹 월급은 높은데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상사들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온하루 조마조마하고.” “너네가 나보다 힘들겠냐.” 비서실장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허리를 쭉폈다. 표정은 결연하면서도 절망스러워 보였다. “갈게.” 실장이 말하자 모두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대표님 사무실 입구에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사무실 안의 소리가 멈췄다. 이 기회에 실장이 한숨에 하려던 말을 뱉어냈다. “대표님, 좀 전에 회장님이 이사회 소집하실 거라고 언제 시간 되시는지 여쭤보셨습니다.” 실장은 불안한 심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숨 막히는 침묵만 돌아올 뿐이었다. “대표님?” 실장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시죠?” 그제야 안에서 쾅하고 뭔가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실장이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꺼져!” 허태서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실장은 바로 자기 자리로 도망갔다. 여전히 심장이 뛰었다. “너무 무서워.” 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 “다들 조심해. 오늘은 별다른 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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