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는 괜찮았지만 눈치 빠른 아버지가 알아챌까 봐 무서웠다. “아니면 여기에 며칠 더 있다가 갈까?” “안돼!” “안돼!” 동시에 외치는 두 사람 때문에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위험에 노출될 바에야 육윤엽에게 들키는 게 훨씬 나았다. “오늘 꼭 떠나야 돼.” 김욱이 말했다. 허태준도 운전속도를 빨리며 계속 공항으로 향했다. 김욱은 원래 샀던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그 바로 뒤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샀다. 다행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늦지 않았다. 심유진은 허태준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얼른 비행기를 타러 갔다. 허태준은 눈으로 그들을 배웅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휴대폰을 꺼내 여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 있어? 나랑 경찰서 좀 가자.” 경찰서에 도착한 정철은 조사실에 갇힌 채 허태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형민은 경찰들과 인사를 나누고 허태준과 같이 조사실로 들어갔다. 안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모두 자리를 피했고 cctv전원도 꺼버렸다. 정철은 수갑을 찬 상태로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마스크를 벗으니 날렵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허태준을 보자 흥분해서 말했다. “약속 지켜요. 저희 가족한테 아무 일도 있어서는 안 돼요. 아니면 전 아무 말도 안할 거예요.” “됐어.” 여형민이 귀찮아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 “네가 잡혀서 다들 자기 목숨 부지하느라 바쁠 텐데 언제 너네 가족을 신경 써.” 정철은 그제야 진정했다. “유경원이 심유진을 왜 납치하라고 한 건지 말해.” 여형민이 맞은쪽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정철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몰라요. 그 얘기는 안 했어요.” 시선을 피하지 않는 걸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돈을 주면서 부탁할 게 있다고 했어요. 아들 학비를 마련해야 하니까 전 수락했고요.” “그럼 납치하고 심유진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얘기는 안 했어?” 여형민이 또 물었다. “주소를 보
40분 후 형사가 4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부인과 함께 들어왔다. 여성은 옷차림이 검소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빨갰다. 정철을 보자마자 그녀는 또 눈물을 흘렸다. “다른 사람 차는 왜 부숴!”형사는 밖에서 이미 여성에게 사건의 경과를 다 설명해 줬다. 당연히 정철이 차를 부수고 절도를 저질렀다고만 얘기했다.“우리 둘 다 다 일자리가 있고 월급도 낮지 않은데 왜 도둑질해!”아내의 질문에 정철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정철은 뭔가를 얘기하려다가 결국 한숨만 쉬었다.“가져오라던 물건은 가져왔어?”정철이 화제를 돌렸다. 여성은 눈물을 닦아 내고는 패딩 주머니에서 USB를 하나 꺼냈다.“이게 뭔데 그 멀리서부터 가져오라고 하는 거야?”아내는 여전히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것 같았다.“그건 신경 쓰지 마.”정철이 귀찮아하며 대답했다. “이 와중에 당당하지?”여성의 표정이 확 변했다. 당장이라도 정철과 싸움이 날 것만 같았다.여형민이 얼른 그녀를 말리며 USB를 받아서 컴퓨터에 꼽았다. 녹음 파일이 하나 있었다.“먼저 나가서 기다려 주세요.”여형민이 정철의 아내에게 말했다. 정철의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형민과 정철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고문할 건 아니죠?”여형민이 웃음을 터트렸다.“고문 같은 건 없어요. 그거 걸리면 다 처벌받아요.”정철의 아내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그럼 언제 나갈 수 있어요?”그녀가 다시 물었다.“그건...”여형민이 정철을 한번 쳐다 보고는 말했다.“모르죠. 조사에 협조하는지 봐야 돼요.”아내가 얼른 정철을 타일렀다.“꼭 조사에 잘 협조해. 잘못은 인정하고 벌을 받아. 나랑 당신 아들이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정철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대답했다.“알겠어.” USB 안에 담겨 있는 녹음 파일에는 정철이 말한 것처럼 그와 유경원이 거래를 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유경원은 심유진이 호텔을 떠나는 시간을 알려줬고 그전에 임무를 완성하라고 당부했다.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허태준은 나가자마자 다른 USB를 조형사에게 넘겼다. 킹 호텔의 cctv는 꺼졌지만 정철이 한 행동은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다 찍혀버렸다. 허태준은 그 자료들을 모아 USB에 정리해 뒀다. “보니까 정철 씨가 단순 절도가 아니더라고요.” 그가 형사에게 말했다. 형사는 정중하게 그 USB를 받아 들며 말했다. “잘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세요.” 허태준이 미소를 지었다. “괜히 더 들쑤시는 거 아니야?” 차에 탄 후 여형민이 허태준에게 물었다. 허태준도 정철 배후의 사람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아니면 처음에 정철이 단순 절도라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사건이 폭로되여서 그 사람들이 경계심을 높이게 되면 배후의 범인을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래도 일단 정철을 그냥 풀어줄 수는 없으니까.” 허태준의 표정이 차가웠다. 그가 형사에게 넘긴 영상들을 여형민도 이미 봤다. 그러니 허태준이 왜 이렇게 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영상에서 정철은 미친 사람처럼 배트로 차창을 부쉈고 칼로 막 찔러대기까지 했다. 심유진이 무사한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영상을 보는 내내 식은땀이 났다. 근데 허태준은 오죽할까. “그래.” 여형민은 허태준을 진정시킬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유경원이라는 사람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왜 널 노리는 거지?” “만난 적 없어.” 정철과 유경원 사이의 거래를 알고 난 후 허태준은 계속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럴 리가. 기억 못 하는 거 아니야?” 여형민이 허태준을 질책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좀 잘하라니까. 맨날 무슨 염라대왕처럼 무섭게 굴지 말고. 넌 별생각 없이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잊어버렸는데 상대방은 아직도 널 증오하고 있나 보지.” 허태준은 확신에 찬 말투로 부정했다. “아니, 한 번도 만난 적 없어.” 허태준은 기억력이 좋았다. 길 가다가 마주친 사람
YT그룹 대표 사무실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와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쓰레기들! 다 쓰레기야!” 비서들이 눈빛을 교류하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들은 아무것도 못 들은 척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실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고 비서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진 회장님.” “허 대표님은 회사에 안 계십니다.” “대표님 개인 스케줄이라 여쭤보기가 힘들어서요.” “네, 대표님 돌아오시면 전달하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 사무실에 직원들이 바로 채팅방에서 물었다. “회장님이 또 이사회 소집하실 거래요?” “제발 그만.” “이 상황에서 뭔가 일이 터지기라도 하면 우린 다 끝장이dp요.” “언제면 이런 생활이 끝날까요.” “진짜 퇴사하고 싶어요. YT그룹 월급은 높은데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상사들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온하루 조마조마하고.” “너네가 나보다 힘들겠냐.” 비서실장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허리를 쭉폈다. 표정은 결연하면서도 절망스러워 보였다. “갈게.” 실장이 말하자 모두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대표님 사무실 입구에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사무실 안의 소리가 멈췄다. 이 기회에 실장이 한숨에 하려던 말을 뱉어냈다. “대표님, 좀 전에 회장님이 이사회 소집하실 거라고 언제 시간 되시는지 여쭤보셨습니다.” 실장은 불안한 심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숨 막히는 침묵만 돌아올 뿐이었다. “대표님?” 실장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시죠?” 그제야 안에서 쾅하고 뭔가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실장이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꺼져!” 허태서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실장은 바로 자기 자리로 도망갔다. 여전히 심장이 뛰었다. “너무 무서워.” 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 “다들 조심해. 오늘은 별다른 일 없
이번에는 정말로 망했다. 한쪽에서는 계획이 망했다는 소식을 들고 오고 다른 쪽에서는 늙은이들이 압력을 주면서 자신이 회사 직무를 내려놓기를 바라고 있다.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허태준... 다 너 때문이야.” 허태서가 이를 갈며 허태준을 원망했다. 증오심이 하늘로 치솟았다. 허태서는 테이블을 발로 찼다. 의자가 뒤로 밀려 책장에 부딪혔다. 허태서는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하고는 혼자 또 열이 받아 의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사무실은 난장판이 돼버렸고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허태서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택양아, 형 한 번만 도와줘라.” 굽신거리는 모습이 회사 대표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잡혀간 후 이제 의지할 구석은 동생밖에 없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회사를 관리하는 면에서 허택양은 자신보다 훨씬 실력이 있었다. 로열은 YT그룹 산하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딱 마지막으로 5천만.”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없어요.” “형, 로열은 은행이 아니에요. 전 도울 수 있는 정도에서 최선을 다해 도왔어요. 저번에 공금도 아직 메꾸지 못했는데 이러다가 들키면 저희 둘 다 회사에서 쫓겨나요.” “택양아, 형 그냥 이렇게 무너지게 내버려 둘 거니?” 허태서가 물었다. “그래도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널 많이 도와줬었는데 이제 내가 힘드니까 그냥 모른 척할 거야?” “형님, 전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만 찾으세요. 저도 이젠 형님 도울 능력 없습니다.” 허택양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택양아! 택양아! 택양? 여보세요?” 끊긴 전화를 붙잡고 허태서는 또 분노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전화를 던지려는 찰나 허태서는 뭔가 번뜩 떠오르는 게 있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직접 허태준을 노리는 거야.” 비행기가 착륙하고 온밤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한 심유진은 하마터
김욱이 철저히 숨겼기 때문에 육윤엽은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도 알지 못했고 바로 회사로 올 거라는 것도 몰랐다. 비서가 실장님이 여성분을 데리고 만나 뵙기를 원합니다라고 했을 때 육윤엽은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그는 김욱이 귀국하면서 애인을 데리고 온 줄 알았다. 하지만 김욱 옆의 심유진을 봤을 때 그건 며느리에 대한 기대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왜 오기 전에 미리 연락하지 않았어. 데리러 갔을 텐데.”그가 김욱을 질책했다. 심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요.”육윤엽은 심유진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살짝 눈을 흘길 뿐이었다. 육윤엽이 걱정하면서 물었다.“몸은 좀 괜찮아?”“괜찮아요.”심유진은 소파에 앉으면서 붕대를 감은 손을 뒤로 감췄다. 육윤엽은 심유진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살이 더 빠졌어. 얼굴이 홀쭉하네.”심유진이 머쓱해하면서 웃었다. “사영은 일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사영은이라는 이름을 듣자 육윤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심유진은 알아보지 못할 복잡한 감정이었다.“일은 다 처리했어?”그가 물었다.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곳에서 쉴 수 있도록 했어요. 비싼 곳이 아니라서 안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넌 할 만큼 했어.”육윤엽이 옆에 앉아서 심유진의 손을 토닥였다. 그러다가 결국 일부러 소매에 감춘 그 손목에 시선이 갔다. 육윤엽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소매를 걷어올렸다.“어쩌다 다쳤어!”김욱은 순간 긴장 했다. 그의 비하면 심유진은 상당히 침착했다.“절 납치 하려고 한 사람이 있었어요.” 심유진이 말했다. 육윤엽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누구?”“이미 체포 돼서 경찰에 넘겼어요.”김욱이 대답했다.“근데 그 배후의 진정한 범인은 아직 못 잡았어요.”“그쪽에 사람을 붙여 조사하게 했어?”육윤엽이 물었다.“허 대표님이 조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안 붙였어요.”김욱은 육윤엽이 화를 내기라고 할까 봐 조마조
“오빠가 체크아웃을 하던 사이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에요.” 심유진이 다급히 김욱을 감쌌다. “아빠, 오빠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육윤엽은 김욱에게 화가 났지만 심유진이 이렇게 감싸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화를 억누르며 심유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걸 보면 내가 뭘 해주면 되는 거니?” 육윤엽은 심유진과 알게 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심유진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심유진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니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걸 좋아하 지 않았다. 그래서 납치될 뻔했다는 말을 들었 을때도 분노와 걱정 외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사실을 먼저 말하지도 않을 사람이니 말이다. 상처를 들켜도 다른 변명을 하거나 다 아물기 전까지 자신을 만나지 않을 사람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심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회사를 물려받고 싶어요.” 육윤엽과 김욱 모두 놀라서 얼어 불었다. “왜?” 육윤엽은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말은 심유진을 알게 된 후 수없이 많이 제안한 일이지만 심유진은 매번 거절했다. 자신의 사업과 꿈이 있는데 심유진에게 항공사업이란 너무 낯선 일이라 아예 발을 내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육윤엽도 이제는 아예 포기를 하고 심유진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미리 변호사에게 자신 명의하의 블루항공의 모든 재산을 심유진에게 물려줄 거라고 유언도 남겼었다. “권력을 얻고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심유진은 다친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육윤엽은 아끼는 사람이라고 한데 초점을 뒀다. “혹시 그 사람이 허태준이니?” 육윤엽이 이를 악물었다. 혹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당장 허태준의 다리라도 부러트릴 생각이었다. 심유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한 척 대답했다. “아끼는 사람이 많죠. 별이랑 은설이랑 오빠 그리고 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아빠예요.” 육윤엽도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블루 항공을 물려받기로 결심했으니 킹 호텔의 업무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 했다. 김욱은 심유진을 혼자 내 보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붙이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음에도 직접 심유진을 킹 호텔에까지 데려다줬다. 몇 년을 일한 곳이었지만 1년 동안 오지 않으니 조금 낯설게 느껴져 심유진은 회사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들어가.”김욱이 심유진을 살짝 밀었다. 킹 호텔 본사는 심유진이 경주에 가기 전과 똑같았다. 심지어 상사 Allen의 사무실까지 아직도 원래 위치 그대로였다. 심유진은 김욱에게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미리 비서의 통지를 받았던 Allen이 직접 문을 열어줬다.“유진 씨!”그가 열정적으로 허그를 하며 물었다.“이제 돌아온 거예요?”심유진은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호텔의 업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본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퇴사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퇴사 신청을 Allen이 접수하지 않았고 대신 시간 제약이 없는 휴가로 바꿔버렸다. Allen은 여러 번 병원의 주소를 물어보며 동기들과 병문안을 가겠다고 했지만 육윤엽은 사람이 많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 봐 김욱에게 심유진을 대신해 거절하라고 했었다.“아니요.”심유진이 대답했다. Allen은 심유진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난 가장 다정하고 직원들을 걱정할 줄 아는 상사였다. 심유진은 그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Allen은 붕대를 감은 심유진의 손을 보더니 물었다.“아직도 다 낫지 않은 거예요?”실망한 게 표정에서 드러났다.“유진 씨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심유진은 미안한 마음이 더 깊어졌다.“사실은...”심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퇴사하러 왔어요.”Allen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왜요? 만약에 건강 때문이라면 기다릴 수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요.”그가 이렇게 다정하게 대할수록 심유진은 더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