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04화

작가: 차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블루 항공을 물려받기로 결심했으니 킹 호텔의 업무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 했다. 김욱은 심유진을 혼자 내 보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붙이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음에도 직접 심유진을 킹 호텔에까지 데려다줬다.

몇 년을 일한 곳이었지만 1년 동안 오지 않으니 조금 낯설게 느껴져 심유진은 회사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들어가.”

김욱이 심유진을 살짝 밀었다. 킹 호텔 본사는 심유진이 경주에 가기 전과 똑같았다. 심지어 상사 Allen의 사무실까지 아직도 원래 위치 그대로였다. 심유진은 김욱에게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미리 비서의 통지를 받았던 Allen이 직접 문을 열어줬다.

“유진 씨!”

그가 열정적으로 허그를 하며 물었다.

“이제 돌아온 거예요?”

심유진은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호텔의 업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본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퇴사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퇴사 신청을 Allen이 접수하지 않았고 대신 시간 제약이 없는 휴가로 바꿔버렸다. Allen은 여러 번 병원의 주소를 물어보며 동기들과 병문안을 가겠다고 했지만 육윤엽은 사람이 많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 봐 김욱에게 심유진을 대신해 거절하라고 했었다.

“아니요.”

심유진이 대답했다. Allen은 심유진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난 가장 다정하고 직원들을 걱정할 줄 아는 상사였다. 심유진은 그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Allen은 붕대를 감은 심유진의 손을 보더니 물었다.

“아직도 다 낫지 않은 거예요?”

실망한 게 표정에서 드러났다.

“유진 씨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

심유진은 미안한 마음이 더 깊어졌다.

“사실은...”

심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퇴사하러 왔어요.”

Allen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만약에 건강 때문이라면 기다릴 수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요.”

그가 이렇게 다정하게 대할수록 심유진은 더 마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05화

    Allen이 물었다. “별이인가요?” 심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네? 그럼 누구예요?”Allen은 김욱을 보더니 표정이 확 바뀌었다.“남자친구?”심유진은 그의 말투가 달라진 걸 느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제 오빠예요. 이름은 김욱이고요.”심유진이 김욱을 소개했다. Allen은 다시 표정이 환해졌다. 그는 웃으면서 김욱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김욱은 예전부터 심유진에게서 자신을 굉장히 잘 챙겨 주는 상사가 있다는 얘기를들었었다.“안녕하세요.”둘이 인사를 마친 후 심유진은 김욱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동기들이랑 밥 먹으러 갈 건데 오빠도 같이 갈래?”김욱도 거절하지 않았다. 회사에 다른 동기들 역시 심유진과 몇 년 동안 함께한 사이이니 심유진이 간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하며 그녀와 포옹했다.“Allen이 슬프겠네.”한 동기가 Allen을 놀리려다가 Allen의 눈빛을 보고 급히 말을 보탰다.“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한 부하 직원이 떠나니까 말이야.”Allen이 이어서 말했다.“그러니까요. 그동안 했던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갔어요. 어떻게 갚으실 거예요?”Allen은 장난으로 한 말이지만 심유진은 마음이 복잡했다.“어떻게 갚을까요?”심유진이 분위기에 맞춰 웃으면서 농담 식으로 말했다.“생각해보고 알려 줄게요.”Allen이 신비롭게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재촉했다.“됐어요, 어느 식당으로 갈지 빨리 정합시다.”최종적으로는 꽤나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Allen은 여기 단골이라 미리 예약을 해서 웨이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람들이 Allen을 칭찬했다.“역시 Allen이야. Allen 아니었으면 오늘 스테이크 못 먹을 뻔했네.”심유진은 외국인들의 이런 장난 섞인 아부를 맞춰서 자신도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심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오늘 유진 씨 덕분에 이런 것도 맛 보네.”“고마워 유진 씨!”“이직한다니까 정말 아쉽다. 언제 또 이런 식사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06화

    화제는 점점 산으로 간다.동료들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심유진은 몸 아래의 의자가 유난히 살을 찌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킹 호텔에 입사를 해서부터 줄곧 Allen과 함께했다. 그 사람은 심유진보다 조금 더 나이 많았다. 그 사람도 홀로 아들을 데리고 산다. 그래서 일 얘기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동료들보다도 할 얘기가 더 많았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얘기일 뿐이다.심유진은 Allen을 높이 보고 그의 업무 능력을 인정했으며 Allen한테 감격스러운 마음이 더 많았다. 그 어떠한 애매모호한 마음도 없었다.심유진은 Allen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심유진은 Allen한테 눈길조차 줄 수 없었다. 그냥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추측을 제지할 뿐이다.“저랑 Allen은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저희 사이에 대해 잘 아시면서. 저희는 결백해요.”다른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유진의 말을 믿지 않는듯한 눈치였다.심유진은 숨이 막혔다.Allen은 심유진의 빨개진 얼굴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더워서 얼굴이 빨개졌는지 아니면 당황해서 빨개졌는지 모른다.“주문하죠.”Allen은 메뉴판을 펼쳤다.참석한 인원은 Allen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그의 말투를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찍소리하지 않고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간이 지나갔다. 이번 송별회는 유쾌한 분위기를 띤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고 가끔 조용히 몇 마디씩 했을 뿐이다. 대화 내용도 커틀러리나 소스를 건네달라는 말이었다.심유진은 겨우 끝날 때까지 앉아있었다.다들 남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없었다. 인사도 겉치레 인사였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결국 심유진, 김욱 그리고 Allen 세 사람이 남았다.Allen은 심유진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아마도 김욱 때문이었는지 Allen은 한마디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07화

    심유진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Allen은 직접 그녀한테 고백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거절할 수도 없었다.“화나지 않았어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어서 바쁠 거예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요.”문자에서도 그녀의 차가움이 보인다.Allen은 한참 있다가 문자를 보냈다.“집에 도착하면 문자 줘요.”심유진은 핸드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김욱은 가슴 아파서 물었다.“해결해 줄까?”심유진은 깜짝 놀라서 손을 저었다.“아니에요!”이런 일로 김욱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김욱은 심유진을 흘끔 보고는 말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날 찾아.”**병원에 도착할 때는 이미 꽤 늦었다.심유진의 주치의는 진작에 퇴근했다. 심유진을 익히 아는 간호사는 심유진을 보자마자 뜨겁게 반겨주었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닥터 존은 매일 당신 걱정을 했어요. 다음 치료 과정에 참석하지 못할까 봐 얼마나 걱정 했는데요!”“그런데 걷는 자세를 보니 다리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네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퇴원해도 되겠어요.”“퇴원하다니 아쉬워요. 더 이상 키가 크고 마른 아시아 미남을 볼 수 없게 되네요!”키가 크고 마른 아시아 미남은 필시 김욱이 아닐 것이다. 간호사들은 김욱의 이름을 알았으니 말이다.심유진의 병실에 나타난 아시아 미남이란 김욱을 제외하면 허태준밖에 없었다.“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간 것도 그 사람을 만나러 간 건가요?”“우와! 애인을 보기 위해 그 먼 길을 떠나다니.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요?”“둘이 혹시... 응?”“테크닉이 어때요?”“다리가 다 낫지 않았으니 너무 격렬하게 하면 안 돼요!”미국 사람들은 유난히 개방적이었다. 이런 일을 얘기할 때도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심유진은 낯이 부끄러워 핑계를 대고 도망갔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유진의 폰은 울렸다.마침 간호사가 말한 키가 크고 마른 아시아 미남이었다.심유진은 흠칫했다. 방금 간호사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08화

    허태준의 말투는 여느 때와 다름없다.심유진의 마음은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었지만 심유진은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했다.“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시니 상속할 사람이 필요해요.”심유진은 둘러댔다.“김욱 씨가 너보다 더 적합해.”허태준은 냉정하게 말했다.“육 대표와 블루항공을 위해서라면 회사의 미래를 김욱 형한테 맡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일걸.”심유진이 이것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기에 허태준은 심유진이 킹 호텔의 일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렸다.허태준은 김욱한테 물었었다. 하지만 김욱도 아는 사실이 없었다.“무거운 짐을 오빠한테 전부 짊어지게 할 수는 없어요.”심유진은 핸드폰을 더 꽉 잡았다. 긴장한 탓인지 심유진의 손바닥은 땀방울이 맺혔다.허태준은 한참을 침묵했다.“그래.”심유진이 솔직하지 못하다면 더 추궁해봤자 의미가 없다.두 사람은 또 한 번 침묵하였다.전화가 울려왔다. 심유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Allen이었다.심유진은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Allen은 금방 전화를 또 걸어왔다. 심유진이 받지 않으면 온밤 전화를 할 기세다.심유진은 복잡한 마음에 눈을 감았다.허태준은 여전히 조용했다. 심유진은 물었다.“더 볼일이 있나요?”전화를 끊으려는 의도가 명확했다.허태준은 말했다.“있어.”“나는 피곤해.”허태준은 말했다.“경찰서에 온밤동안 있다가 눈을 붙이지도 못했어.”심유진은 급했다.“그럼 얼른 자야죠!”“잠이 안 와.”허태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유진아, 보고 싶어.”무언가가 명중한 것처럼 심유진의 가슴은 저릿해 났다. 심유진은 처음으로 허태준의 직설적인 감정표현을 들었다. 심유진은 어쩔줄 몰랐지만 다른한편으로는 기뻤다.“아니... ”심유진의 얼굴은 빨갰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아무리 보고 싶어도 잠을 잘 자야죠.”심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별이를 대할 때처럼 부드러웠다.“곁에 없으니 잠을 잘 잘 수가 없어.”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09화

    이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좋아요.”심유진은 흔쾌히 수락했다.“먼저 침대 위에 누워요.”전화기 너머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한참 지나서 허태준은 말했다.“됐어.”“이야기 해줄게요.”심유진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에 별이를 재울 때도 이야기를 들려주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허태준한테 해줄 수 있었다.허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심유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제일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삼림 속에 토끼 한 마리와 곰 한 마리가... ”허태준은 호기심이 왕성한 별이보다 다루기 쉬웠다. 허태준은 중간에 그녀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토끼가 어떻게 말을 하고 곰이 왜 토끼를 잡아먹지 않는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허태준의 경청에 흡족했다.이야기를 순리롭게 마치고 나서 심유진은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허태준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심유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레 물었다.“자요?”대답 소리가 없다.잠들었나 보다.심유진은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질투 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옆에 없으니 잠이 안 온다 해놓고 누구보다 빨리 잠들면 어쩌자는 건지.심유진은 흥하더니 이를 악물면서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은 금세 울렸다. 그녀한테 계속 전화 걸었던 Allen이었다.몇 년 동안 Allen이 자신을 돌봐준 데에 대해 감격스러웠고 계속 친구를 할 마음이었지만 이번 전화 사건은 심유진한테 반감만 안겨주었다. 심유진은 Allen을 차단하고 싶어졌고 다시는 Allen과 얽히고 싶지 않아졌다.하지만 이 전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했다.심유진은 기분을 바로 잡고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Allen, 미안해요. 아까 친구랑 통화하느라... ”심유진은 설명을 끝마치지도 못했는데 누군가가 심유진의 말을 잘랐다.“Shen! 잘 있어요? 보고 싶어요!”이 목소리는 Allen이 아니라 별이와 비슷한 또래인 Allen의 아들 F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10화

    Freddy는 목적에 달성하였기에 그제야 시름을 놓고 아빠에게 핸드폰을 넘겨주었다.“아빠가 얘기한대요~”심유진이 반응도 하기 전에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이미 변했다.“Shen.”심유진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름없는 말투로 Allen에게 말했다.“Allen.”“미안.”Allen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Freddy가 당신이 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꼭 전화해야겠다고 해서. 쉬는 데 방해했지?”“아니요.”심유진은 어린아이한테는 늘 친절했다. 더욱이 심유진은 Freddy를 예뻐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병원에 금방 도착했어요.”“병원?”Allen은 긴장되었다.“무슨 일이 있는 거야? 어느 병원인데? 지금 갈게.”Freddy도 옆에서 말했다.“Shen이 아프대요? 많이 아프대요? 저도 갈래요!”심유진은 급히 설명했다.“아픈 건 아니예요. 예전에 상처가 아직 덜 나아서 병원에서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할 뿐이에요.”Allen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그럼 디즈니는... ”“갈 수 있어요.”심유진은 Freddy와 약속을 하였으니 약속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오해하지 마. 억지로 가라고 하는 게 아니야.”Allen은 심유진이 오해할까 봐 급히 말했다.“컨디션이 안 좋으면 내가 Freddy한테 잘 말할게.”“괜찮아요. 이번 주면 출원할 수 있을 거예요.”심유진은 자기 몸을 잘 알았다. 걷기가 불편하지만 일상적인 업무와 생활은 문제없었다.더욱이 이번 주만 지나면 심유진은 정식으로 블루 항공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때 가서 병원에서 억지로 심유진을 남긴다 해도 심유진은 떠날 것이다.“그럼 부탁 좀 할게.”Allen은 웃으면서 감격을 표했다.“알다시피 나도 업무가 바빠서 Freddy랑 갈 형편이 못되었거든. 지금까지 한 번도 디즈니에 간 적이 없어.”심유진은 공감할 수 있었다. 심유진이 Freddy와 디즈니에 가겠다고 약속한 것도 별이를 데려가면서 몇 년 동안 곁에 없었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였다.별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11화

    ”곧 퇴원하잖아?”하은설은 위로했다.“곧 보게 될 테니까 울지마.”“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심유진은 하은설을 노려보았다.“그 얼굴을 하고서는.”하은설은 심유진의 표정을 모방하였다.“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이야.”“풋!”심유진은 하은설의 표정 연기에 웃음이 터졌다. 슬펐던 기분은 삽시간에 사라졌다.“토요일에 별이를 데리고 디즈니로 갈 거야.”심유진은 말했다.“어머나!”하은설은 대단한 일이라도 들은 듯했다.“심 대표님이 퇴원해서 출근하지 않고 아들을 데리고 디즈니로 간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하은설은 장난이었지만 듣고 있는 심유진은 가슴이 또 찡해났다.심유진은 업무 때문에 아이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다. 심유진이 블루 항공에 출근하게 되면 예전 업무 상태가 될 것이다. 심유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심유진이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하은설은 장난을 심하게 친 줄 알고 사과했다.“가슴에 담아두지 마... ”“은설아.”심유진은 정색했다. 하은설은 깜짝 놀랐다.“왜?”하은설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었다. 심유진이 절교하자는 얘기를 할 가봐서였다.“너의 의견을 물어봐야 할 일이 있어.”심유진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가까스로 결심을 내렸다.“응?”하은설이 생각했던 반응과는 달랐다. 하은설은 이 초 동안 멈칫하더니 그제야 심유진처럼 정색해서 물었다.“뭔데?”“며칠 전에 허태준 씨가 문서를 줬어. 허태준 씨와 별이의 친자확인 결과였어.”심유진은 평소와 똑같은 말투로 얘기했지만 하은설은 조급해하면서 재촉했다.“그래서 결과는?”“별이가 허태준 씨의 친아들이 맞대.”“Oh! My! God!”하은설은 소리 질렀다.“그래서, 그래서!”하은설은 흥분해서 날뛰었다.“허태준 씨가 별이를 받아들이겠대? 너네 두 사람 재결합하는 거 아니야? 어머 어머! 얼마나 지났다고! 전개가 너무 빠르네!”“진정 좀 해.”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멍멍해진 귀를 막았다.하은설은 호흡을 몇 번이나 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12화

    병원에서의 시간은 항상 늦게 갔다.심유진은 재활 외에 김욱더러 회사의 운영체계라든지 경영 범위라든지 등에 대해 수업하게 했다. 그래야 입사 전 준비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여유로움이 사라지자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심유진은 일찍 출원하게 해달라고 했고 의사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대신 정기적으로 복진하러 와야 한다고 했고 주의 사항도 적어주었다.심유진이 출원을 하는 날에 육윤엽은 업무를 팽개치고 직접 데리러 왔다.“네 방은 이미 사람을 시켜서 꾸며놓았다. 생필품도 준비해 놓았으니 바로 입주해도 될 거야.”육윤엽은 신이 났다.“유진아, 내가 이날만을 삼십 년 넘게 기다렸단다.”육윤엽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니 심유진은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윤엽의 호의를 거절했다.“저도 제집이 있어요. 별이가 다니는 학교랑도 가깝구요. 그래서... 당분간은 그쪽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육윤엽의 심정을 고려하여 심유진은 당분간이라는 어휘를 썼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주말에는 별이도 휴식하니까 집에 돌아와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육윤엽은 실망하는 표정이었다.“어쩔 수 없지.”육윤엽은 타협했다. 그리고 조건을 달았다.“별이가 다니게 될 초등학교는 내가 고르마.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든 우리 쪽으로 건너와서 지내려무나.”심유진은 대답했다.“네.”육윤엽의 웃음은 그제야 돌아왔다.**평일 점심에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심유진은 문밖 카펫 아래서 하은설이 숨겨놓은 비상열쇠를 꺼내 아파트 문을 열었다.일 년 만에 돌아와서 익숙한 풍경을 보니 심유진은 코끝이 찡해났다.육윤엽과 김욱은 먼저 들어왔다. 그들은 신발장에서 일회용 슬리퍼를 꺼내서 갈아신고 제집 마당을 돌듯 이 작은 아파트를 돌아보았다. 이 아파트는 거실 두 개와 방 세 개로 이루어졌으며 작은 아파트였다.육윤엽은 별이의 방에 제일 오래 머물렀다.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침대 위에 놓인 인형을 만지작거리다가 책상 위에 놓여진 회화책도 펼쳐보았다.“애는 언제 하교해? 나

최신 챕터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