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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허태준의 말투는 여느 때와 다름없다.

심유진의 마음은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었지만 심유진은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했다.

“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시니 상속할 사람이 필요해요.”

심유진은 둘러댔다.

“김욱 씨가 너보다 더 적합해.”

허태준은 냉정하게 말했다.

“육 대표와 블루항공을 위해서라면 회사의 미래를 김욱 형한테 맡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일걸.”

심유진이 이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기에 허태준은 심유진이 킹 호텔의 일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렸다.

허태준은 김욱한테 물었었다. 하지만 김욱도 아는 사실이 없었다.

“무거운 짐을 오빠한테 전부 짊어지게 할 수는 없어요.”

심유진은 핸드폰을 더 꽉 잡았다. 긴장한 탓인지 심유진의 손바닥은 땀방울이 맺혔다.

허태준은 한참을 침묵했다.

“그래.”

심유진이 솔직하지 못하다면 더 추궁해봤자 의미가 없다.

두 사람은 또 한 번 침묵하였다.

전화가 울려왔다. 심유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Allen이었다.

심유진은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Allen은 금방 전화를 또 걸어왔다. 심유진이 받지 않으면 온밤 전화를 할 기세다.

심유진은 복잡한 마음에 눈을 감았다.

허태준은 여전히 조용했다. 심유진은 물었다.

“더 볼일이 있나요?”

전화를 끊으려는 의도가 명확했다.

허태준은 말했다.

“있어.”

“나는 피곤해.”

허태준은 말했다.

“경찰서에 온밤동안 있다가 눈을 붙이지도 못했어.”

심유진은 급했다.

“그럼 얼른 자야죠!”

“잠이 안 와.”

허태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유진아, 보고 싶어.”

무언가가 명중한 것처럼 심유진의 가슴은 저릿해 났다. 심유진은 처음으로 허태준의 직설적인 감정표현을 들었다. 심유진은 어쩔줄 몰랐지만 다른한편으로는 기뻤다.

“아니... ”

심유진의 얼굴은 빨갰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잠을 잘 자야죠.”

심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별이를 대할 때처럼 부드러웠다.

“곁에 없으니 잠을 잘 잘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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