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윤엽은 별이를 빨리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하교 시간이 한 시간 넘짓 남았지만 육윤엽은 심유진을 재촉해서 문을 나섰다.예외 없이 그들이 도착했을 때 유치원 문어구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심유진은 이마를 짚으며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육윤엽은 경비 아저씨와 한참을 얘기하다가 풀이 죽어 돌아왔다.“이 학교 경비는 왜 이렇게 인정이 없어? 학부모가 들어가서 애들이 수업하는 것도 못 보게 해!”육윤엽은 차문을 넘어 심유진한테 푸념했다.“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잖아요.”심유진은 위로했다.“이제 반 시간만 더 기다리면 돼요. 빨리 지나갈 거예요.”육윤엽은 여기서 기다리기만 싫었다. 그래서 김욱더러 근처의 쇼핑몰로 가게 했다. 반 시간도 안 돼 각종 장난감이 트렁크를 가득 메웠다.심유진은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육윤엽은 당당했다.“처음으로 외손주를 보는 건데 좋은 인상을 남겨야 나를 좋아하지.”심유진은 어쩔 수 없었다.“이러다가 별이의 버릇을 잘못 들일 거에요.”“그때 가서 보지.”육윤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심유진의 태양혈은 아파 났다.그들이 다시 유치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하교 시간을 넘었다. 문어구에는 오가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있었다.심유진은 사람들이 육윤엽을 밀치게 될까 봐 육윤엽더러 차에 앉아 있으라 하고 자신이 별이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육윤엽은 한사코 거절하면서 기어이 같이 가겠다고 했다.육윤엽은 걸어가는 내내 긴장하였다. 그래서 심유진한테 끊임없이 질문했다.“별이가 날 좋아할까?”“장난감을 좋아할까?”“날 무서워하지 않겠지?”...심유진은 한번 또 한 번 반복했다.“별이는 아버지를 좋아할 거예요.”**심유진이 별이를 데리러 온 횟수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하은설이 데리러 왔다. 그래서 심유진은 별이를 찾는 데 시간을 좀 들였다.심유진이 올 때마다 별이의 반 아이들은 대부분 떠나고 없었다. 별이는 여전히 얌전하게 의자에 앉아서 블록을 놀고 있었다.별이의 반의 선생님은 심유진을 알고 있었다. 별이가 유치원
차에 탄 후 심유진은 별이의 등을 다독이면서 말했다.“자, 고개 들어.”별이는 그제야 토끼같이 빨간 눈을 드러냈다. 그리고 차 안을 호기심에 차서 바라보았다. 옆에 수상한 할아버지도 바라보았다.“엄마...”별이는 심유진의 팔을 찌르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할아버지는 누구야?”갑자기 자기 얘기가 나오자 육윤엽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나, 나는...”육윤엽은 혀가 마비된 것 같았다. 한참 동안 완전한 말을 구사하지 못했다.심유진은 육윤엽의 말을 이어 했다.“이 사람은 엄마의 아버지야. 별이의 외할아버지지.”별이는 재빨리 이 소식을 소화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달콤하게 육윤엽을 불렀다.“외할아버지~”육윤엽의 몸은 흠칫하였다. 눈에는 물기가 가득 찼다. 그는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목이 멘 채로 대답했다.“그래!”자신과 상봉하던 때를 빼고 심유진은 육윤엽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다. 마음이 저릿하더니 심유진은 고개를 숙여 별이와 의논했다.“할아버지는 별이를 좋아하는데, 할아버지가 별이를 안아도 될까?”별이는 낯을 가리지 않았다. 별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육윤엽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육윤엽의 몸은 또 한 번 흠칫했다.육윤엽은 눈을 깜빡이더니 눈가의 눈물은 속눈썹에 붙었다.별이는 놀라서 말했다.“엄마! 외할아버지가 울어요!”별이는 안간힘을 들여 심유진의 품을 떠나 육윤엽의 무릎에 앉았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육윤엽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외할아버지, 울지 마요! 제가 맛있는 것을 사줄게요! 저 용돈 많아요! 절반 나눠줄게요, 네?”별이는 육윤엽을 아기 달래듯이 달래줬다. 육윤엽의 눈물은 더 많아졌다.그는 억지로 웃어 보였으나 예쁜 미소는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려왔다.“외할아버지는 별이의 용돈을 갖고 싶지 않아. 그냥 우리 별이를 보니까 너무 기뻐서 그래.”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기쁜데 왜 울어요?”누구도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육윤엽은 재빨리 기운을 차리고 별이를 안고 이야기를
심유진의 눈꺼풀은 뛰었다. 심장이 두근댔다.“그... ”당황해 나자 심유진의 머리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켜졌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자마자 머뭇거렸다.별이도 심유진의 난처함을 알아차렸는지 대신 육윤엽한테 대답했다.“제 진짜 아빠가 아니에요!”별이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흥분했던 기운은 사라졌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허삼촌이에요. 저한테 아빠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제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해 주셨어요.”“허삼촌?”육윤엽은 금방 알아차렸다.“허태준 씨?”“네, 허태준 삼촌이에요.”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태준을 닮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눈에는 외로움이 가득 찼다.심유진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 마음속의 저울은 슬그머니 허태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육윤엽의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했다. 최대한 별이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허태준 씨가 아빠였으면 좋겠어?”별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심스레 심유진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였다.육윤엽은 거의 즉시 별이의 마음을 알아챘다.“괜찮아, 먼저 놀고 있어!”육윤엽은 억지로 그렇게 어둡지 않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허삼촌이 언제 올지도 모르니까!”육윤엽은 거의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김욱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나서서 이 화제를 중지시켰다.“별아, 이 아이언맨 아머를 써볼래? 가슴에 불도 켜진다?”별이의 주의력은 금방 빼앗겼다.“좋아요! 너무 멋져요!”김욱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슬그머니 닦으면서 시름을 놓았다.**김욱은 별이를 데리고 방으로 가서 옷을 바꿔입혔다. 육윤엽은 심유진과 거실에 앉아서 얘기하였다.육윤엽은 심유진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별이가 허태준 씨를 아빠라고 부르는데 반대하지 않아?”“반대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내버려뒀어요.”심유진은 소심해져서 손안에 든 머그컵을 꼭 잡았다. 눈꺼풀을 드리운 채 자신의 시선을 가렸다.“이런 일을
”그때 가서 나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육윤엽은 연회를 여는 일에 있어서는 이골이 났다.“천천히 하면 돼. 언젠가는 습관이 되어야 할 거야.”심유진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재벌 집 딸의 생활에 공포감이 들었다.“지금 후회하면 늦을까요?”심유진은 물었다.육윤엽은 차가운 눈으로 심유진을 노려보았다.“후회? 꿈도 꾸지 마라!”어렵사리 찾은 딸인데 하도 심유진이 그동안 거절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심유진이 겨우 한발 물러서자 육윤엽은 파죽지세로 행동했다.**심유진은 집에서 휴양하는 날에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매일 아침 하은설과 별이보다 일찍 일어나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였다. 그들이 문을 나서면 김욱이 보내온 자료를 보면서 앞으로 맡게 될 업무 내용을 숙지하였다.오후 세 시, 네 시쯤 되었을 때 심유진은 차를 타고 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간다. 심유진의 다리는 아직 다 낫지 않았기에 운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너무 오래 못 본 터라 별이는 예전보다 훨씬 심유진을 따랐다. 심유진이 집에만 있으면 시종 심유진과 붙어있으려고 했다. 그녀한테 매달리고 안으면서 손을 심유진의 몸에서 떼려 하지 않았다.하은설은 못 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이 질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고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도 했지만 결국엔 세 사람이서 한데 엉켜져 웃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끝나곤 했다.목요일 저녁.심유진은 곧 회사에 출근하러 간다는 일을 선포했다. 별이의 기운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심유진은 별이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파 났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별이가 방에 돌아가서 자자 하은설은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내면서 심유진한테 물었다.“한잔할래?”심유진도 가슴이 복잡하여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좋지.”두 여인은 나란히 바닥에 앉아 쇼파에 등을 기댔다.하은설은 맥주캔을 들어 심유진과 건배했다. 그리고 절반을 마셔버렸다.“이렇게 빨리 출근해?”하은설의 시선은
금요일.심유진은 집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자고 싶어서 잔 게 아니라 숙취도 있었고 온밤을 울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알람이 울렸지만 심유진은 듣지 못했다.배고픔에 위가 저릿하면서 아파지자 그제야 심유진은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점심 열두 시가 지났다.스크린에는 몇 통의 전화가 떴다. 전부 김욱이 걸어온 것이었다.아마도 오랫동안 응답을 듣지 못한 탓인지 김욱은 카톡으로 통지했다.“두 시에 집으로 갈게.”심유진은 번개같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남아있던 피곤함은 삽시간에 사라졌다.**김욱은 제때 도착했다.심유진은 여전히 호두알만큼 부은 두 눈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김욱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을 살피면서 조심스레 물었다.“왜 이렇게 된 거야?”“아니에요.”심유진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눈가에 얹은 얼음을 더 세게 눌렀다.“어제저녁에 하은설이 치정극을 보자고 졸라서 봤더니 좀 많이 울었어요.”김욱은 그녀의 말을 믿는다는 뜻으로 대답했다.“응.”“그럼 지금 나갈 수 있겠어?”김욱은 걱정스레 물었다.“아니면 조금 있다가 떠날까?”“아니에요!”심유진은 방으로 뛰어가 서랍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자신의 초췌한 몰골을 가렸다.“가요.”심유진은 신을 갈아신고 씩씩하게 문을 나섰다.그들이 가는 곳은 N 시티에서 제일 유명한 럭셔리 매장이었다.심유진은 이 도시에서 몇 년을 일했지만 가끔 고객들과 쇼핑할 때만이 이곳에 한 번씩 들르곤 했다. 그녀는 거무튀튀한 패딩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매장 입구에 서서 생각하였다.“이러고 들어가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심유진은 육윤엽이 말한 예복을 고르는 곳이 한때 허태준이 그녀를 데리고 간 V.style처럼 상대적으로 폐쇄되고 프라이빗한 곳인 줄 알았다. 아무렇게나 입어도 김욱만 볼 수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았다.하지만...“이상할 건 뭐 있어.”김욱은 웃으면서 팔을 건넸다.“같이 들어가자.”매장 안은 사람이 별로
심유진은 끝난 줄 알았으나 매장을 나오자마자 김욱한테 끌려 옆 매장으로 갔다.아까와 똑같은 광경이 펼쳐졌다.심유진은 몇 번을 움직였는지 모른다. 김욱이 드디어 집에 가자고 말할 때 손에는 이미 각종 브랜드 로고가 찍혀있는 종이가방들로 가득 찼다.심유진은 진작에 말할 힘까지 없어졌다.아무리 자신을 힘들게 하는 고객과 함께 있더라도 오늘 경험한 쇼핑보다는 덜 힘들었다.“잘못했어요.”심유진은 말했다.“예전에는 매장직원이 너무 차갑고 사람을 무시한다고만 생각했어요.”하지만 매장직원이 열정을 보이자 심유진은 받아 당하지 못했다.“영원히 저를 무시한다 해도 이것보다는 나을 거예요.”“심유진 아가씨.”김욱은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손안에 든 쇼핑백을 흔들어 보였다.“당신은 이미 이 매장 안의 최상급 VIP야. 여기 SA들중 누구 하나 너를 무시할 사람은 없을걸.”심유진은 절망스레 한숨을 쉬었다.“아니, 이게 부자들의 고민인가?”“이게 고민이라고?”김욱은 처음에는 우스웠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가슴이 아파 났다.심씨 일가가 몰락에 서기 전에 희열엔터는 블루항공에는 비길바가 못되지만 보통 사람들 눈에는 이미 부자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 집안에서도 이렇게 어린 여자애 하나를 용납하지 못하다니.육윤엽이 사영은에 대한 감정이 너무 복잡해서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면 김욱은 사영은한테 제일 간단하고도 단순한 한밖에 남지 않았다.허영심이 많고 악독한 여인은 그의 제일 친한 두 가족한테 상처를 줬다.김욱은 심지어 그녀가 너무 쉽게 죽었다고 생각했다.“마음의 준비를 해. 앞으로 너의 고민은 더 많아질 거야.”김욱은 가까스로 한 손을 비어내 심유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그와 육윤엽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만 심유진에게 갖다 바칠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만인이 부러워하는 공주로 만들어줄 것이다.심유진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서 김욱은 더 세게 웃었다.**새로 산 예복이랑 가방과 신은 거실에 산더미를 이루었다.하은설은 진작 엊저녁 심유진
심유진이 막아서기도 전에 별이는 영상통화가 연결된 폰을 들고 나왔다.“아빠, 아빠!”별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좋은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었다.“엄마가 내일 저를 데리고 디즈니로 간대요!”“그래.”신호가 안 좋았지만 허태준의 저음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다. 나른한 말투에는 담담한 웃음이 묻어있었다.“그런데 왜 아직 안 자? 열 시가 넘었겠는데.”“곧 자요!”별이는 심유진의 곁으로 달아와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쇼파 위에 기어 올라왔다. 별이는 익숙한 듯 심유진의 품을 파고 들어가 핸드폰의 카메라를 심유진의 얼굴에 맞췄다.“아빠, 엄마랑 얘기할래요?”심유진은 당황했다. 핸드폰 속 허태준의 시선을 마주치자 어쩔 바를 몰랐다. 한참 지나서야 겨우 한마디 했다.“하이~”“하이.”허태준은 답장했다.허태준도 놀란 듯 했다. 얼굴의 미소는 이 초 동안 경직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돌아왔다.“당신도 왜 아직 안 잤어요?”심유진의 머리는 멍한 상태다. 할 말이 없어 어색하지 않으려고 제일 일상적인 화제를 꺼냈지만 입에 내뱉자마자 갑자기 그쪽은 아직 낮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앗! 미안해요! 시차가 있다는 걸 까먹었어요!”심유진의 사과를 듣자 허태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아득한 눈동자에는 부드러운 기운이 묻어있었다.“졸리긴 해. 손안에 업무를 마무리하면 잠깐 쉬려고.”허태준은 심유진의 말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다.“네.”심유진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일보세요. 별이 데리고 잘게요.”맞은켠에 서 있던 하은설은 눈을 흘겼다. 그리고 높은 소리로 말했다.“잠깐, 허 대표님! 끊지 말아봐요!”허태준은 멈칫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하은설 씨?”허태준은 하은설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심유진은 하은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괴상한 웃음을 보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하은설은 물었다.“허 대표님, 모레 저녁에 연회가 있는데 오실 건가요?”허태준은 눈을
표정이 너무 평온해서 아무런 사적인 감정 없이 하는 질문 같았다. “너무 멀어요.” 심유진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일부러 올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육윤엽이 초대한 사람들은 다 그가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었고 허태준과 친하지 않았기에 허태준은 어색하기만 할 것이다. 게다가 그도 자신의 사업이 있었다. “알겠어요.” 허태준은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일찍 자요. 내일 디즈니 간다면서요. 피곤하면 재밌게 놀 기력도 없어요.” “네.”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움을 감췄다. 그리고는 별이에게 귀띔했다. “아...” 심유진은 잠시 멈칫하고 허태준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인사해.” “아빠 안녕!” 디즈니에 간다는 사실에 신나서 별이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얼른 인사했다. 허태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응.” 허태준은 입이 귀에 걸릴 것처럼 환히 웃었다. “잘 자.” 통화를 마치고도 하은설은 심유진을 놓아주지 않았다. “왜 연회에 초대 안 해?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데 보러 오라고 해야지!””태준씨가 너처럼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심유진이 눈을 흘겼다. “그리고 그냥 작은 연회일 뿐인데 뭐가 중요해.” “그래그래.” 하은설이 못 말린다는 듯 손을 저었다. “마음대로 해라. 난 이만 잘게. 내일도 야근이야.” 심유진도 별이를 안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자야겠다.” 심유진은 Freddy와 약속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 그의 집으로 데리러 가기로 했다. 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이미 회사에 출근했어야 하는 Allen이었다. 심유진은 순간 당황했는데 별이는 기뻐하며 그를 불렀다. “삼촌!” Allen은 별이와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 “오랜만이야 별아.” 심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조금 복잡한 심경으로 Allen에게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