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이 막아서기도 전에 별이는 영상통화가 연결된 폰을 들고 나왔다.“아빠, 아빠!”별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좋은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었다.“엄마가 내일 저를 데리고 디즈니로 간대요!”“그래.”신호가 안 좋았지만 허태준의 저음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다. 나른한 말투에는 담담한 웃음이 묻어있었다.“그런데 왜 아직 안 자? 열 시가 넘었겠는데.”“곧 자요!”별이는 심유진의 곁으로 달아와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쇼파 위에 기어 올라왔다. 별이는 익숙한 듯 심유진의 품을 파고 들어가 핸드폰의 카메라를 심유진의 얼굴에 맞췄다.“아빠, 엄마랑 얘기할래요?”심유진은 당황했다. 핸드폰 속 허태준의 시선을 마주치자 어쩔 바를 몰랐다. 한참 지나서야 겨우 한마디 했다.“하이~”“하이.”허태준은 답장했다.허태준도 놀란 듯 했다. 얼굴의 미소는 이 초 동안 경직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돌아왔다.“당신도 왜 아직 안 잤어요?”심유진의 머리는 멍한 상태다. 할 말이 없어 어색하지 않으려고 제일 일상적인 화제를 꺼냈지만 입에 내뱉자마자 갑자기 그쪽은 아직 낮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앗! 미안해요! 시차가 있다는 걸 까먹었어요!”심유진의 사과를 듣자 허태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아득한 눈동자에는 부드러운 기운이 묻어있었다.“졸리긴 해. 손안에 업무를 마무리하면 잠깐 쉬려고.”허태준은 심유진의 말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다.“네.”심유진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일보세요. 별이 데리고 잘게요.”맞은켠에 서 있던 하은설은 눈을 흘겼다. 그리고 높은 소리로 말했다.“잠깐, 허 대표님! 끊지 말아봐요!”허태준은 멈칫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하은설 씨?”허태준은 하은설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심유진은 하은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괴상한 웃음을 보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하은설은 물었다.“허 대표님, 모레 저녁에 연회가 있는데 오실 건가요?”허태준은 눈을
표정이 너무 평온해서 아무런 사적인 감정 없이 하는 질문 같았다. “너무 멀어요.” 심유진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일부러 올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육윤엽이 초대한 사람들은 다 그가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었고 허태준과 친하지 않았기에 허태준은 어색하기만 할 것이다. 게다가 그도 자신의 사업이 있었다. “알겠어요.” 허태준은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일찍 자요. 내일 디즈니 간다면서요. 피곤하면 재밌게 놀 기력도 없어요.” “네.”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움을 감췄다. 그리고는 별이에게 귀띔했다. “아...” 심유진은 잠시 멈칫하고 허태준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인사해.” “아빠 안녕!” 디즈니에 간다는 사실에 신나서 별이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얼른 인사했다. 허태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응.” 허태준은 입이 귀에 걸릴 것처럼 환히 웃었다. “잘 자.” 통화를 마치고도 하은설은 심유진을 놓아주지 않았다. “왜 연회에 초대 안 해?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데 보러 오라고 해야지!””태준씨가 너처럼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심유진이 눈을 흘겼다. “그리고 그냥 작은 연회일 뿐인데 뭐가 중요해.” “그래그래.” 하은설이 못 말린다는 듯 손을 저었다. “마음대로 해라. 난 이만 잘게. 내일도 야근이야.” 심유진도 별이를 안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자야겠다.” 심유진은 Freddy와 약속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 그의 집으로 데리러 가기로 했다. 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이미 회사에 출근했어야 하는 Allen이었다. 심유진은 순간 당황했는데 별이는 기뻐하며 그를 불렀다. “삼촌!” Allen은 별이와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 “오랜만이야 별아.” 심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조금 복잡한 심경으로 Allen에게 물
“당연히 보고 싶었지!”심유진이 볼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그리고 Allen에게 물었다.“지금 출발할까요?”“잠시만요!”Allen이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서 짙은 갈색의 종이 가방을 들고 나왔다.“제가 방금 만든 샌드위치예요.”그가 종이 가방을 심유진에게 건넸다.“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못 드셨을 것 같아서요.”심유진은 오늘 급하게 집을 나서느라 확실히 아침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녀는 종이 가방을 별이에게 전해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한테 고맙다고 해야지.”별이는 어째서인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어젯밤에 그 신난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별이는 종이 가방을 받았지만 샌드위치를 꺼내서 먹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삼촌.”별이가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별이는 Allen을 잠깐 쳐다 보고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심유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별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Allen과 Freddy 앞에서 왜 그러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네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Freddy와 별이는 각각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Freddy는 기분이 좋은지 내내 재잘재잘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롤러코스터는 꼭 타야겠다! 같이 타줄 거죠?”“아, 그리고 오리랑 사진도 찍을 거예요.”“그 유명한 닭다리도 먹고 싶어요. 제 얼굴보다 크대요.”심유진은 리액션을 해주며 별이의 반응도 살폈다. Freddy와 다르게 별이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Freddy가 별이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맨 이야기를 꺼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심유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속의 불안함이 더욱 커졌다. 1층에 도착해서 Allen과 Freddy가 차를 가지러 가는 틈을 타 심유진은 얼른 별이에게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 혹시 몸이 안 좋은 거면 오늘 굳이 안 가도 돼.”만약 그러면 Freddy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별이의 건강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런 거 아니야.”별이가 고개를 들
Freddy는 심유진이 결정을 무르기라도 할까 봐 얼른 문을 열어서 별이를 앉히고는 별이가 타자마자 문을 닫았다. 심유진은 그런 Freddy가 귀엽고 웃겼다. 심유진은 조수석에 앉아서 Freddy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게임할 거야?”Freddy는 언제 챙겨 왔는지 모를 아이패드를 꺼내면서 이런저런 게임을 눌렀다. Freddy는 별이와 나이가 비슷했기에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고 별이도 어느새 게임에 푹 빠졌다. 아이들이 재밌게 같이 노는 모습을 보니 심유진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Allen은 심유진이 다리 위에 올려 둔 종이가방을 보면서 물었다.“샌드위치 안 좋아해요?”“아!”심유진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아니요.”심유진은 가방 안에서 속이 꽉 찬 샌드위치를 꺼내면서 말했다.“아까는 먹기가 좀 불편해서요.”심유진은 먼저 별이에게 물었다.“샌드위치 먹을래? 계란이랑 베이컨 샌드위치야.”별이는 게임에 푹 빠져서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안 먹을래.”심유진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는 말했다.“맛있네요.”Allen은 그제야 만족스러워했다.“요리는 잘 못하고 이런 간단한 음식밖에 할 줄 몰라요.”Allen이 말했다.“그래도 좋아해서 다행이네요.”Freddy가 끼어들었다.“우리 아빠 오늘 처음 아침 만드는 거예요. 대단하죠?”Freddy가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대단하네.”별이는 갑자기 뭔가에 자극을 받은 듯 패드를 내팽개치며 말했다.“우리 아빠가 더 대단해. 우리 아빠는 요리도 엄청 잘해.”별이가 이 말을 꺼내자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심유진은 하마터면 샌드위치가 목에 걸릴뻔하여 기침을 해댔다. Allen이 얼른 물을 건넸다.“조심해요.”심유진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됐다. 그때 Freddy가 별이에게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아빠도 없으면서.”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Allen이 엄격하게 호통쳤다.“Freddy, 별이한테 사과해.”Freddy는 갑
Allen은 차를 멈추지도, 디즈니로 가지도 않았다. 그는 차를 돌려서 심유진의 집으로 향했다. “데려다 줄게요. 아니면 걱정될 것 같으니까.” 그는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지만 그 단호한 말투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Freddy는 한참을 울었지만 누구도 달래주는 사람이 없었다. 평소에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던 심유진마저 가만히 있으니 Freddy는 정말 무서웠다. 가는 내내 Freddy는 혼자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별이와 심유진의 눈치를 봤다. 별이는 화를 내고 나서는 혼자 조용히 창밖만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심유진도 가만히 앉아서 멍을 때렸다. Allen의 시선을 느낄 새도 없었다. 반시간정도 지나서 심유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마자 심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유진 씨...” Allen이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심유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심유진이 차에서 내렸을 때 별이는 이미 내려서 심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별이는 아무 말 없이 심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 심유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집에 가자.” 심유진은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를 감추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하은설이 쉬는 날이었다. 아침에 심유진이 별이를 데리고 나갈 때까지도 그녀는 자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올 때쯤에는 마침 배가 고파서 주방에서 시리얼이라도 먹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출입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하은설은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쳐다봤다. 별이와 심유진이 서있는 걸 보고 하은설은 깜짝 놀랐다. “왜 다시 왔어?” 별이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하은설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걱정돼서 심유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저래?” 심유진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뜻밖의 일이 생겨버려서.” 심유진이 토스트빵을 자르면서 얘기하자 하은설이 깜짝 놀라서 물었
별이는 간지럼을 많이 탔기에 허리 쪽에 손이 닿으니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심유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불을 걷고는 별이를 품에 안았다. 별이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심유진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이 쉬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심유진은 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울지 마.” 심유진도 목소리가 떨려왔다. 볼에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별이는 그제야 심유진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마음 편히 울기 시작했다. 별이는 한 번도 이렇게 마음껏 큰소리로 울면서 울분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 심유진도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별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목구멍에 막혀서 나오지 않았다. “울지 마...” 하은설은 계속 방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얼른 뛰여왔다. “왜 그래!” 하은설은 눈앞의 광경에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둘 다 왜 울고 있어?” 심유진은 별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혹시 울다가 숨이 넘어가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다. “그만 울어 별아.” 심유진은 하은설에게 대답해 줄 겨를이 없었다. 둘 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하은설이 그제야 가까이 다가갔다. 하은설은 휴지를 뽑아서 눈물을 닦아주고는 아침밥을 가리키며 말했다. “더 울다가는 다 식겠다.”별이는 이미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며칠 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은설은 별이의 볼을 감싸고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 “별아, 그만 울어. 이모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별이는 여전히 울먹였다. “대체 무슨 일인데?” 하은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상사 아들이 괴롭혀?” 하은설이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내가 당장 가서!”심유진이 하은설을 말렸다. “그런 거 아니야.” “근데 별이 왜 울어.” 하은설은 믿지 않았다. 심유진은 별이를 내려놓고는 휴대폰을 꺼냈다. “아빠 보고 싶어? 영상통화 할래?” 별이는 잠깐 멈칫하다가
허태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출장 갈 일이 생겨서.” “이렇게 늦게요?” 심유진은 다시 국내 시간을 확인했다. 확실히 새벽 한 시였다. 허태준은 비행기표 가격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저녁 비행기를 골랐을 리는 없다. 게다가 지금 vip휴게실이 아닌 일반 대기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쪽이 날씨가 안 좋아서 자꾸 이륙이 늦어지네요.” 허태준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근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 “제가 아니라요...” 심유진이 별이를 비췄다. “별이에요.” 허태준 얼굴을 보자 별이가 드디어 울음을 그쳤다. 별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 모습을 보자 허태준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허태준이 다급히 물었다. “누가 괴롭혔어?”별이가 고개를 저으면서 아직 물기가 어려있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대답했다. “괴, 괴롭힘 당한 거 아니에요.” 눈가나 코가 모두 빨개진 모습이 억울한 토끼 같았다. 허태준은 여전히 표정이 안좋았지만 목소리만은 따뜻하게 말했다. “근데 왜 울어?” “Freddy가 전 아빠가 없대요.” 별이는 허태준에게 억울함을 다 털어놓았다. 별이의 말을 들은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태준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하은설이 먼저 화를 냈다. “Freddy? 그 상사 아들 말하는 거지? 주소 불러, 당장 찾아갈 테니까.” 심유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라는 눈치를 줬다. 하지만 하은설은 그 눈짓을 잘못 이해한 것 같았다. “사직까지 한 마당에 상사가 뭐가 무서워. 별이가 이런 소리를 듣는데 가만히 있을거야?” 하은설은 한번 분노하면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심유진은 난감했다. “별아, 아빠랑 천천히 얘기해. 엄마는 이모랑 밥 먹고 올게.”심유진은 하은설을 끌고 거실로 나갔다. 심유진은 방문을 닫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Freddy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리고 이미 사과받았어. 일은 잘 처리했
“응?” 하은설의 수상한 웃음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만약 별이가 대표님과 얘기하고 나서 기분이 나아지면 좀 속상하지 않겠어? 방금 네가 한참을 달랬을 때는 아무 소용도 없었잖아.”하은설이 일부러 심유진을 자극했다. 심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은설은 심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별이가 대표님이 자기 아빠인 걸 알게 되면 이 가정에서 네 입지가 너무 곤란해 지는 걸?”심유진이 참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들을 뭘로 보고!”별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무조건 자신일 거라고 심유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시간 정도 지나서 별이가 심유진의 휴대폰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별이는 이제 울음을 완전히 그쳤다. 눈이 팅팅 부어 있는 모습이 웃겠지만 심유진은 웃음을 참았다. “통화 다 끝났어?”심유진이 별이를 품에 안았다.“응.”별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아빠가 Freddy의 말은 신경 쓰지 말래. Freddy는 바보래.”심유진이 정색하며 말했다.“비록 Freddy가 별이를 속상하게 한 것 맞지만 그래도 바보라고 뒤에서 욕하면 안 돼. 그건 예의가 없는 행동이야. 알겠어?”“하지만 아빠는 Freddy처럼 상황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는 건 바보라서 그렇다고 했어.” 별이가 당당하게 반박했다.“난 Freddy처럼 함부로 얘기하고 다니지 않을 거야.”심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도 아빠 있어.”별이는 심유진에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난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 있어. 아빠가 이제 시간 되면 Freddy랑 같이 디즈니에 가자고 했어. 별이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해 준다고.”심유진은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이대로 가다가는 별이가 제2의 허태준이 될 것만 같았다. 상상만 해도 무서웠다. 하지만 의기양양한 별이의 표정을 보니 함부로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디즈니 여행 계획이 무산되자 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