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701 - Chapter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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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이번에는 정말로 망했다. 한쪽에서는 계획이 망했다는 소식을 들고 오고 다른 쪽에서는 늙은이들이 압력을 주면서 자신이 회사 직무를 내려놓기를 바라고 있다.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허태준... 다 너 때문이야.” 허태서가 이를 갈며 허태준을 원망했다. 증오심이 하늘로 치솟았다. 허태서는 테이블을 발로 찼다. 의자가 뒤로 밀려 책장에 부딪혔다. 허태서는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하고는 혼자 또 열이 받아 의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사무실은 난장판이 돼버렸고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허태서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택양아, 형 한 번만 도와줘라.” 굽신거리는 모습이 회사 대표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잡혀간 후 이제 의지할 구석은 동생밖에 없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회사를 관리하는 면에서 허택양은 자신보다 훨씬 실력이 있었다. 로열은 YT그룹 산하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딱 마지막으로 5천만.”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없어요.” “형, 로열은 은행이 아니에요. 전 도울 수 있는 정도에서 최선을 다해 도왔어요. 저번에 공금도 아직 메꾸지 못했는데 이러다가 들키면 저희 둘 다 회사에서 쫓겨나요.” “택양아, 형 그냥 이렇게 무너지게 내버려 둘 거니?” 허태서가 물었다. “그래도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널 많이 도와줬었는데 이제 내가 힘드니까 그냥 모른 척할 거야?” “형님, 전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만 찾으세요. 저도 이젠 형님 도울 능력 없습니다.” 허택양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택양아! 택양아! 택양? 여보세요?” 끊긴 전화를 붙잡고 허태서는 또 분노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전화를 던지려는 찰나 허태서는 뭔가 번뜩 떠오르는 게 있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직접 허태준을 노리는 거야.” 비행기가 착륙하고 온밤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한 심유진은 하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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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김욱이 철저히 숨겼기 때문에 육윤엽은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도 알지 못했고 바로 회사로 올 거라는 것도 몰랐다. 비서가 실장님이 여성분을 데리고 만나 뵙기를 원합니다라고 했을 때 육윤엽은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그는 김욱이 귀국하면서 애인을 데리고 온 줄 알았다. 하지만 김욱 옆의 심유진을 봤을 때 그건 며느리에 대한 기대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왜 오기 전에 미리 연락하지 않았어. 데리러 갔을 텐데.”그가 김욱을 질책했다. 심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요.”육윤엽은 심유진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살짝 눈을 흘길 뿐이었다. 육윤엽이 걱정하면서 물었다.“몸은 좀 괜찮아?”“괜찮아요.”심유진은 소파에 앉으면서 붕대를 감은 손을 뒤로 감췄다. 육윤엽은 심유진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살이 더 빠졌어. 얼굴이 홀쭉하네.”심유진이 머쓱해하면서 웃었다. “사영은 일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사영은이라는 이름을 듣자 육윤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심유진은 알아보지 못할 복잡한 감정이었다.“일은 다 처리했어?”그가 물었다.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곳에서 쉴 수 있도록 했어요. 비싼 곳이 아니라서 안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넌 할 만큼 했어.”육윤엽이 옆에 앉아서 심유진의 손을 토닥였다. 그러다가 결국 일부러 소매에 감춘 그 손목에 시선이 갔다. 육윤엽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소매를 걷어올렸다.“어쩌다 다쳤어!”김욱은 순간 긴장 했다. 그의 비하면 심유진은 상당히 침착했다.“절 납치 하려고 한 사람이 있었어요.” 심유진이 말했다. 육윤엽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누구?”“이미 체포 돼서 경찰에 넘겼어요.”김욱이 대답했다.“근데 그 배후의 진정한 범인은 아직 못 잡았어요.”“그쪽에 사람을 붙여 조사하게 했어?”육윤엽이 물었다.“허 대표님이 조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안 붙였어요.”김욱은 육윤엽이 화를 내기라고 할까 봐 조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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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오빠가 체크아웃을 하던 사이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에요.” 심유진이 다급히 김욱을 감쌌다. “아빠, 오빠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육윤엽은 김욱에게 화가 났지만 심유진이 이렇게 감싸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화를 억누르며 심유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걸 보면 내가 뭘 해주면 되는 거니?” 육윤엽은 심유진과 알게 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심유진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심유진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니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걸 좋아하 지 않았다. 그래서 납치될 뻔했다는 말을 들었 을때도 분노와 걱정 외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사실을 먼저 말하지도 않을 사람이니 말이다. 상처를 들켜도 다른 변명을 하거나 다 아물기 전까지 자신을 만나지 않을 사람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심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회사를 물려받고 싶어요.” 육윤엽과 김욱 모두 놀라서 얼어 불었다. “왜?” 육윤엽은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말은 심유진을 알게 된 후 수없이 많이 제안한 일이지만 심유진은 매번 거절했다. 자신의 사업과 꿈이 있는데 심유진에게 항공사업이란 너무 낯선 일이라 아예 발을 내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육윤엽도 이제는 아예 포기를 하고 심유진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미리 변호사에게 자신 명의하의 블루항공의 모든 재산을 심유진에게 물려줄 거라고 유언도 남겼었다. “권력을 얻고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심유진은 다친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육윤엽은 아끼는 사람이라고 한데 초점을 뒀다. “혹시 그 사람이 허태준이니?” 육윤엽이 이를 악물었다. 혹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당장 허태준의 다리라도 부러트릴 생각이었다. 심유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한 척 대답했다. “아끼는 사람이 많죠. 별이랑 은설이랑 오빠 그리고 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아빠예요.” 육윤엽도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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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블루 항공을 물려받기로 결심했으니 킹 호텔의 업무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 했다. 김욱은 심유진을 혼자 내 보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붙이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음에도 직접 심유진을 킹 호텔에까지 데려다줬다. 몇 년을 일한 곳이었지만 1년 동안 오지 않으니 조금 낯설게 느껴져 심유진은 회사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들어가.”김욱이 심유진을 살짝 밀었다. 킹 호텔 본사는 심유진이 경주에 가기 전과 똑같았다. 심지어 상사 Allen의 사무실까지 아직도 원래 위치 그대로였다. 심유진은 김욱에게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미리 비서의 통지를 받았던 Allen이 직접 문을 열어줬다.“유진 씨!”그가 열정적으로 허그를 하며 물었다.“이제 돌아온 거예요?”심유진은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호텔의 업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본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퇴사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퇴사 신청을 Allen이 접수하지 않았고 대신 시간 제약이 없는 휴가로 바꿔버렸다. Allen은 여러 번 병원의 주소를 물어보며 동기들과 병문안을 가겠다고 했지만 육윤엽은 사람이 많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 봐 김욱에게 심유진을 대신해 거절하라고 했었다.“아니요.”심유진이 대답했다. Allen은 심유진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난 가장 다정하고 직원들을 걱정할 줄 아는 상사였다. 심유진은 그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Allen은 붕대를 감은 심유진의 손을 보더니 물었다.“아직도 다 낫지 않은 거예요?”실망한 게 표정에서 드러났다.“유진 씨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심유진은 미안한 마음이 더 깊어졌다.“사실은...”심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퇴사하러 왔어요.”Allen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왜요? 만약에 건강 때문이라면 기다릴 수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요.”그가 이렇게 다정하게 대할수록 심유진은 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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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Allen이 물었다. “별이인가요?” 심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네? 그럼 누구예요?”Allen은 김욱을 보더니 표정이 확 바뀌었다.“남자친구?”심유진은 그의 말투가 달라진 걸 느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제 오빠예요. 이름은 김욱이고요.”심유진이 김욱을 소개했다. Allen은 다시 표정이 환해졌다. 그는 웃으면서 김욱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김욱은 예전부터 심유진에게서 자신을 굉장히 잘 챙겨 주는 상사가 있다는 얘기를들었었다.“안녕하세요.”둘이 인사를 마친 후 심유진은 김욱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동기들이랑 밥 먹으러 갈 건데 오빠도 같이 갈래?”김욱도 거절하지 않았다. 회사에 다른 동기들 역시 심유진과 몇 년 동안 함께한 사이이니 심유진이 간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하며 그녀와 포옹했다.“Allen이 슬프겠네.”한 동기가 Allen을 놀리려다가 Allen의 눈빛을 보고 급히 말을 보탰다.“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한 부하 직원이 떠나니까 말이야.”Allen이 이어서 말했다.“그러니까요. 그동안 했던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갔어요. 어떻게 갚으실 거예요?”Allen은 장난으로 한 말이지만 심유진은 마음이 복잡했다.“어떻게 갚을까요?”심유진이 분위기에 맞춰 웃으면서 농담 식으로 말했다.“생각해보고 알려 줄게요.”Allen이 신비롭게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재촉했다.“됐어요, 어느 식당으로 갈지 빨리 정합시다.”최종적으로는 꽤나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Allen은 여기 단골이라 미리 예약을 해서 웨이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람들이 Allen을 칭찬했다.“역시 Allen이야. Allen 아니었으면 오늘 스테이크 못 먹을 뻔했네.”심유진은 외국인들의 이런 장난 섞인 아부를 맞춰서 자신도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심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오늘 유진 씨 덕분에 이런 것도 맛 보네.”“고마워 유진 씨!”“이직한다니까 정말 아쉽다. 언제 또 이런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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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화제는 점점 산으로 간다.동료들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심유진은 몸 아래의 의자가 유난히 살을 찌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킹 호텔에 입사를 해서부터 줄곧 Allen과 함께했다. 그 사람은 심유진보다 조금 더 나이 많았다. 그 사람도 홀로 아들을 데리고 산다. 그래서 일 얘기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동료들보다도 할 얘기가 더 많았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얘기일 뿐이다.심유진은 Allen을 높이 보고 그의 업무 능력을 인정했으며 Allen한테 감격스러운 마음이 더 많았다. 그 어떠한 애매모호한 마음도 없었다.심유진은 Allen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심유진은 Allen한테 눈길조차 줄 수 없었다. 그냥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추측을 제지할 뿐이다.“저랑 Allen은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저희 사이에 대해 잘 아시면서. 저희는 결백해요.”다른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유진의 말을 믿지 않는듯한 눈치였다.심유진은 숨이 막혔다.Allen은 심유진의 빨개진 얼굴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더워서 얼굴이 빨개졌는지 아니면 당황해서 빨개졌는지 모른다.“주문하죠.”Allen은 메뉴판을 펼쳤다.참석한 인원은 Allen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그의 말투를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찍소리하지 않고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간이 지나갔다. 이번 송별회는 유쾌한 분위기를 띤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고 가끔 조용히 몇 마디씩 했을 뿐이다. 대화 내용도 커틀러리나 소스를 건네달라는 말이었다.심유진은 겨우 끝날 때까지 앉아있었다.다들 남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없었다. 인사도 겉치레 인사였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결국 심유진, 김욱 그리고 Allen 세 사람이 남았다.Allen은 심유진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아마도 김욱 때문이었는지 Allen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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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심유진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Allen은 직접 그녀한테 고백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거절할 수도 없었다.“화나지 않았어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어서 바쁠 거예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요.”문자에서도 그녀의 차가움이 보인다.Allen은 한참 있다가 문자를 보냈다.“집에 도착하면 문자 줘요.”심유진은 핸드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김욱은 가슴 아파서 물었다.“해결해 줄까?”심유진은 깜짝 놀라서 손을 저었다.“아니에요!”이런 일로 김욱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김욱은 심유진을 흘끔 보고는 말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날 찾아.”**병원에 도착할 때는 이미 꽤 늦었다.심유진의 주치의는 진작에 퇴근했다. 심유진을 익히 아는 간호사는 심유진을 보자마자 뜨겁게 반겨주었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닥터 존은 매일 당신 걱정을 했어요. 다음 치료 과정에 참석하지 못할까 봐 얼마나 걱정 했는데요!”“그런데 걷는 자세를 보니 다리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네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퇴원해도 되겠어요.”“퇴원하다니 아쉬워요. 더 이상 키가 크고 마른 아시아 미남을 볼 수 없게 되네요!”키가 크고 마른 아시아 미남은 필시 김욱이 아닐 것이다. 간호사들은 김욱의 이름을 알았으니 말이다.심유진의 병실에 나타난 아시아 미남이란 김욱을 제외하면 허태준밖에 없었다.“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간 것도 그 사람을 만나러 간 건가요?”“우와! 애인을 보기 위해 그 먼 길을 떠나다니.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요?”“둘이 혹시... 응?”“테크닉이 어때요?”“다리가 다 낫지 않았으니 너무 격렬하게 하면 안 돼요!”미국 사람들은 유난히 개방적이었다. 이런 일을 얘기할 때도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심유진은 낯이 부끄러워 핑계를 대고 도망갔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유진의 폰은 울렸다.마침 간호사가 말한 키가 크고 마른 아시아 미남이었다.심유진은 흠칫했다. 방금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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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허태준의 말투는 여느 때와 다름없다.심유진의 마음은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었지만 심유진은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했다.“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시니 상속할 사람이 필요해요.”심유진은 둘러댔다.“김욱 씨가 너보다 더 적합해.”허태준은 냉정하게 말했다.“육 대표와 블루항공을 위해서라면 회사의 미래를 김욱 형한테 맡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일걸.”심유진이 이것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기에 허태준은 심유진이 킹 호텔의 일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렸다.허태준은 김욱한테 물었었다. 하지만 김욱도 아는 사실이 없었다.“무거운 짐을 오빠한테 전부 짊어지게 할 수는 없어요.”심유진은 핸드폰을 더 꽉 잡았다. 긴장한 탓인지 심유진의 손바닥은 땀방울이 맺혔다.허태준은 한참을 침묵했다.“그래.”심유진이 솔직하지 못하다면 더 추궁해봤자 의미가 없다.두 사람은 또 한 번 침묵하였다.전화가 울려왔다. 심유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Allen이었다.심유진은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Allen은 금방 전화를 또 걸어왔다. 심유진이 받지 않으면 온밤 전화를 할 기세다.심유진은 복잡한 마음에 눈을 감았다.허태준은 여전히 조용했다. 심유진은 물었다.“더 볼일이 있나요?”전화를 끊으려는 의도가 명확했다.허태준은 말했다.“있어.”“나는 피곤해.”허태준은 말했다.“경찰서에 온밤동안 있다가 눈을 붙이지도 못했어.”심유진은 급했다.“그럼 얼른 자야죠!”“잠이 안 와.”허태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유진아, 보고 싶어.”무언가가 명중한 것처럼 심유진의 가슴은 저릿해 났다. 심유진은 처음으로 허태준의 직설적인 감정표현을 들었다. 심유진은 어쩔줄 몰랐지만 다른한편으로는 기뻤다.“아니... ”심유진의 얼굴은 빨갰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아무리 보고 싶어도 잠을 잘 자야죠.”심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별이를 대할 때처럼 부드러웠다.“곁에 없으니 잠을 잘 잘 수가 없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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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이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좋아요.”심유진은 흔쾌히 수락했다.“먼저 침대 위에 누워요.”전화기 너머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한참 지나서 허태준은 말했다.“됐어.”“이야기 해줄게요.”심유진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에 별이를 재울 때도 이야기를 들려주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허태준한테 해줄 수 있었다.허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심유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제일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삼림 속에 토끼 한 마리와 곰 한 마리가... ”허태준은 호기심이 왕성한 별이보다 다루기 쉬웠다. 허태준은 중간에 그녀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토끼가 어떻게 말을 하고 곰이 왜 토끼를 잡아먹지 않는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허태준의 경청에 흡족했다.이야기를 순리롭게 마치고 나서 심유진은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허태준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심유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레 물었다.“자요?”대답 소리가 없다.잠들었나 보다.심유진은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질투 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옆에 없으니 잠이 안 온다 해놓고 누구보다 빨리 잠들면 어쩌자는 건지.심유진은 흥하더니 이를 악물면서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은 금세 울렸다. 그녀한테 계속 전화 걸었던 Allen이었다.몇 년 동안 Allen이 자신을 돌봐준 데에 대해 감격스러웠고 계속 친구를 할 마음이었지만 이번 전화 사건은 심유진한테 반감만 안겨주었다. 심유진은 Allen을 차단하고 싶어졌고 다시는 Allen과 얽히고 싶지 않아졌다.하지만 이 전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했다.심유진은 기분을 바로 잡고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Allen, 미안해요. 아까 친구랑 통화하느라... ”심유진은 설명을 끝마치지도 못했는데 누군가가 심유진의 말을 잘랐다.“Shen! 잘 있어요? 보고 싶어요!”이 목소리는 Allen이 아니라 별이와 비슷한 또래인 Allen의 아들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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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Freddy는 목적에 달성하였기에 그제야 시름을 놓고 아빠에게 핸드폰을 넘겨주었다.“아빠가 얘기한대요~”심유진이 반응도 하기 전에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이미 변했다.“Shen.”심유진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름없는 말투로 Allen에게 말했다.“Allen.”“미안.”Allen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Freddy가 당신이 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꼭 전화해야겠다고 해서. 쉬는 데 방해했지?”“아니요.”심유진은 어린아이한테는 늘 친절했다. 더욱이 심유진은 Freddy를 예뻐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병원에 금방 도착했어요.”“병원?”Allen은 긴장되었다.“무슨 일이 있는 거야? 어느 병원인데? 지금 갈게.”Freddy도 옆에서 말했다.“Shen이 아프대요? 많이 아프대요? 저도 갈래요!”심유진은 급히 설명했다.“아픈 건 아니예요. 예전에 상처가 아직 덜 나아서 병원에서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할 뿐이에요.”Allen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그럼 디즈니는... ”“갈 수 있어요.”심유진은 Freddy와 약속을 하였으니 약속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오해하지 마. 억지로 가라고 하는 게 아니야.”Allen은 심유진이 오해할까 봐 급히 말했다.“컨디션이 안 좋으면 내가 Freddy한테 잘 말할게.”“괜찮아요. 이번 주면 출원할 수 있을 거예요.”심유진은 자기 몸을 잘 알았다. 걷기가 불편하지만 일상적인 업무와 생활은 문제없었다.더욱이 이번 주만 지나면 심유진은 정식으로 블루 항공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때 가서 병원에서 억지로 심유진을 남긴다 해도 심유진은 떠날 것이다.“그럼 부탁 좀 할게.”Allen은 웃으면서 감격을 표했다.“알다시피 나도 업무가 바빠서 Freddy랑 갈 형편이 못되었거든. 지금까지 한 번도 디즈니에 간 적이 없어.”심유진은 공감할 수 있었다. 심유진이 Freddy와 디즈니에 가겠다고 약속한 것도 별이를 데려가면서 몇 년 동안 곁에 없었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였다.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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