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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허태준은 심유진의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듯 여전히 가만히 서있었다. 심지어는 심유진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사내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그가 팔을 뻗을 때 정확이 상대의 손목을 낚아챘다.

“악!”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칼을 떨어트렸다. 허태준은 얼른 칼을 발로 차서 멀리 보냈다. 칼이 사라지자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당황스러움과 절망이 가득했다.

“너...”

사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그의 두 발이 지면을 벗어났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가 바닥에 엎어졌다. 바닥과 부딪히면서 전해진 거대한 충격에 그는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허태준은 그 옆에 서서 발로 그를 밟은 채 내려다봤다.

“누가 보냈어.”

허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사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허태준이 발에 힘을 줬다.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말할 수 없어! 우리 집안사람들을 다 죽일 거야!”

허태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먼저 너네 집안사람들을 다 죽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사내가 멈칫했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살인을 청부하는 것쯤이야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허태준은 위협적인 말투가 아니라 정말 평온하게 이런 살벌한 말을 건넸다. 사내는 두려워하면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허태준은 다시 미끼를 던졌다.

“약속할게. 사실대로 얘기하면 너네 집안은 지켜주는 걸로.”

“진짜?”

사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걱정 마, 내가 그 사람들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울 거니까.”

사내는 고민하다가 끝내 결정을 내렸다.

“믿을게요.”

“전 정철이라고 합니다. 킹 호텔의 보디가드고요. 심 지배인님을 납치해 오라고 시킨 사람은 부 지배인 유경원이에요.”

허태준은 많은 가능성을 예상해 봤지만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차 안의 심유진을 쳐다봤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사실인지는 이제 조사해 볼게.”

허태준이 말했다.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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