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2화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차를 쾅쾅 두드리자 지하주차장에 메아리가 울렸다. 심유진은 조수석의 틈 사이에 몸을 웅크리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몸이 차와 같이 흔들렸다.

“이래도 안 나와?”

차창은 모두 박살이 났고 차 안에 유리파편이 가득했다. 그냥 심유진이 숨어있는 곳만 간신히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죽고 싶어?”

그가 또 몽둥이를 마구 휘둘렀다. 심유진은 무기도 없는 상황에서 그와 대항할 수 없었기에 그냥 최대한 피하며 누군가가 구하러 오기까지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오면 안 건드린다고 약속할게.”

심유진이 물러서지 않자 그가 살짝 태도를 바꿨다.

“어차피 널 다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그냥 나랑 같이 가주기만 하면 돼.”

심유진은 귀를 틀어막으며 애초에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김욱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사내도 이제는 심유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직도 누가 구해주러 올 거라고 생각해?”

사내의 웃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심유진은 귀를 막고 있던 손을 살짝 풀었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이미 고장 났어. 계단 쪽 문도 이미 잠갔고.”

사내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네 오빠가 먼저 도착할지 아니면 내가 먼저 널 잡아갈지 맞춰봐.”

심유진이 멈칫했다. 킹 호텔은 엘리베이터가 두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지하주차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그게 고장 나고 계단으로 통하는 문도 잠겼다면 호텔 정문과 2,300 메터정도 떨어진 입구로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 주차한 위치는 그 입구와 가장 먼 곳이었다. 사내가 심유진 쪽으로 손을 뻗었다. 곧 잡힐 것만 같았다. 추위에 얼어서 파래진 사내의 손끝을 보면서 심유진은 그 손을 덥석 잡고는 꽉 물었다. 그가 비명을 질렀다.

“이 년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심유진은 손을 문채 놓지 않았다. 사내도 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김욱이 가면서 차 키를 가져갔기에 문이 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