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님.” 전화를 끊고 심유진이 다시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가 막 방으로 들어오려는데 심유진이 물었다. “혹시 밖에 아직도 사람이 있나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허태준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허태준을 보고 간호사가 대답했다. “아니요, 저밖에 없어요.” 심유진은 억지로 곧게 피고 있던 몸에 힘을 풀며 침대머리에 기댔다.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 화면을 톡톡 두드리다가 허태준과 나눴던 채팅기록을 보게 되었다. 치료를 위해 출국하게 된 후 연락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그러니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음에도 허태준은 여전히 채팅기록의 위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유진은 허태준 프사에 있는 별이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채팅기록에 들어갔다. “수액을 맞기전보다 혈색이 많이 좋아하신 것 같아요.” 간호사는 밖에서 허태준과 있을 때 경직된 채 한마디도 못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심유진과 둘이 있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말이 많아졌다. 심유진은 간호사를 무시할 수가 없어 일단 휴대폰을 껐다. “그래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심유진은 짧게 대답했지만 간호사는 그녀가 매 순간 진심을 담아 대화를 나눠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다시 병원에서 해고를 당한 그 동기에 관한 말을 꺼내게 되었다. “너무 불쌍해요.” 간호사가 말했다. “집안 상황이 좋지 못하거든요. 아버지는 옛날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편찮으셔서 약값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대요. 병원에서 받는 월급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는데 이제 직장까지 잃었으니 어머니 다음 달 약값을 낼 돈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원장실에 찾아가서 무릎까지 꿇었대요. 다 큰 남자가 엉엉 울면서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일어나지 않았다지 뭐예요. 그래서 지금 다들 돈을 좀 모아서 어머님 약값이라도 대드릴 생각이에요.” “정말 안타깝네요.” 수액을 다 맞고 간호사는 뒷정리를 하고 떠나면서 굉장히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간호사가 떠나자 방안이 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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