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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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재하야...”그녀는 입을 뻥긋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정재하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다. 흘러나온 피처럼 힘도 유실되었다.“지희야.”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는 더없이 허약해 보였다.나지희는 눈동자를 굴리다가 그의 몸을 바라보았다.“다행이다.”정재하는 그녀를 향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네가 아니라서 다행이야.”칼에 찔린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병에 걸리게 될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죽게 될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정재하 이 바보야!”나지희는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나은희는 다가가 나지희를 안았다. 차가운 시선은 정재하를 마주하자 동정과 고마움으로 변했다.텅 빈 주차장에는 발걸음 소리가 전해졌다.전신 무장한 경찰들이 사면팔방에서 나타나 정재하와 심연희를 중간에 에워쌌다.경찰들을 보자 심연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정재하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설명했다.“경찰 아저씨. 이 칼은 저절로 찌른 거예요.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저를 잡아가면 안 돼요!”경찰은 그녀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그들을 점점 더 에워쌌을 뿐이다.정재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힘껏 얘기했다.“조심하세요! 이 사람은 에이즈 환자예요!”경찰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그들은 장비들로 겹겹이 무장되어 있어 얼굴 외에 밖에 드러난 피부가 없었다.한 경찰이 심연희의 뒤쪽에서부터 접근했다. 그녀가 발견하기 전 그녀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아!”심연희의 비명소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팔은 이미 뒤쪽으로 비틀려졌다.정재하는 잡고 있던 팔을 경찰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손을 놓았다. 그의 몸은 휘청이더니 다른 경찰이 다가가 그를 부축하였다.옆에 서 있던 경찰은 마법을 부리듯 의약 함을 꺼내면서 정재하한테 얘기했다.“상처를 처리해 주고 병원에 데려갈게요. 출혈이 너무 심하네요.”정재하는 그 사람을 말렸다.“아니요! 제 피는 이미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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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경주의 상류층 인사들은 심연희와 정재하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나씨 부모는 나지희와 정재하를 헤어지게 하기 위해 풀 버전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정재하가 심연희를 위해서 했던 황당했던 일들을 나지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남몰래 질투까지 했었다.그녀는 정재하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정재하는 그녀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안다.그래서 나지희가 심연희를 훈계하는 얘기를 듣자 정재하는 허리의 상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 일어나려 했다.“지희야...”경찰 몇몇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움직이지 마세요! 상처가 찢어집니다!”나지희는 소리를 듣자 고개를 돌려 차가운 얼굴로 심한 말을 했다.“정재하. 죽기 싫으면 가만히 누워있어! 더 움직이면 당장 네 목숨을 취할 거야!”그녀는 말했다.“...응.”정재하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목을 움찔하더니 경찰들의 도움하에 다시 누워 구급차가 오기를 가만히 기다렸다.심연희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다.나지희한테 연속 뺨 세 대를 맞았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눈물이 흐르려 한다.정재하의 마음은 진짜로 변했구나.한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고 전 세계를 그녀에게 바치겠다던 남자가 이제 더는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마지막 희망마저 져버렸다. 그녀의 세계는 다시 암흑 속에 갇혔다.절망감은 그녀더러 목 놓아 울게 하였다.그녀는 몇 년간 묵혀왔던 아픔을 이 기회에 날려버리려 했다.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허튼수작 하지 마세요! 울다가 기절한다 해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그녀를 잡고 있던 경찰은 차갑게 협박했다.나지희는 그녀와 마주 서 있었다.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녀의 후회와 미움을 빠짐없이 훑어볼 수 있었다.“다 네가 자처한 일이야!”이것은 나지희가 심연희에 대한 유일한 평가였다.심연희가 진정될 무렵 나은희가 부른 구급차도 도착했다.정재하는 구급차에 실려졌다. 차에 실려 들어가기 전 그는 열심히 목을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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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가시죠!”구급차가 떠난 후 경찰은 그녀를 압송하여 경찰차에 올라탔다.주차장은 다시 평정함을 되찾았다.홀로 남은 나은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연기가 끝났으니 이만 나오시죠?”큰 차량 뒤에 숨은 여형민과 허태준은 깜짝 놀라면서 서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걸어나왔다.“당신들이 꾸민 일인가요?”나은희는 각종 부정적인 정서를 억누른 채 평정심을 찾으려 애를 쓰면서 물었다.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형민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친구를 배신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은희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에서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까 봐.하지만 그의 드리워진 고개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시선은 나은희의 눈에 솔직하지 못한 표현이었다.그녀의 마음은 가라앉았다. 코끝이 시큼해 나더니 그녀의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그렇게도 내가 싫어요?”여형민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뭐?”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문제 사이에 어떤 논리적인 관계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나은희는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여형민의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나를 싫어하고 복수하고 싶어 하고 하는 것을 다 이해할수 있어요. 받아들일수도 있구요. 그런데 제 가족을 건드리면 안 되죠!”그녀의 눈가는 빨개졌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목소리였다.“가족은 제 보틈 라인이예요. 그들이 저로 인해 상처받는 게 싫어요. 오랜 시간 동안 저도 많이 참았어요. 이혼해요. 자유롭게 해줄게요.”여형민은 완전히 벙쪘다.한참 후 그는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뭐...라고?”“이혼해 준다구요.”나은희는 눈물을 참으면서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이제 자유예요. 만족해요?”여형민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진심으로 자신과 이혼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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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여형민은 간다고 했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허태준은 상황 파악이 되었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여형민은 나은희와 같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만 했다—연기일 뿐이라도.연회장은 상상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았다.손님들은 제자리에 앉아있었고 웨이터들은 일사불란하게 음식을 배달하고 있었다. 다만 모든 사람은 약간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여형민과 허태준은 홀을 지나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정씨 부모의 자리는 이미 비어있었다. 나아주머니도 자리에 없었다. 여형민은 그들의 행방에 대해서 물었다.“재하를 돌보러 병원에 갔습니다.”그는 나은희가 손님들과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손님들이 떠나지 않은것을 보니 아마 곧이곧대로 전부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는 나은희가 나아주버님과 이혼에 관한 얘기를 했는지도 모른다—아직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상황 파악을 더 잘했다.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여형민도 마찬가지였다.둘은 누구도 아는체하지 않았고 각자 음식을 먹고 있었다.아마도 아까 그 사건 때문인지 주위 사람들은 그들의 표정에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이 서로 맞지 않아 표정이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아주버님은 분부했다.“은희야, 조금 이따가 형민이와 함께 테이블마다 술을 따라주거라. 험한 꼴을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네.”나은희는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여형민은 그녀를 흘끔 쳐다보고서 똑같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네.”**나아주버님은 여형민과 나은희를 위해 생수를 준비했다. 술병에 생수를 담아놓으니 술인지 물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오늘 온 손님들은 많았다. 오십 테이블이나 된다. 그들은 한 테이블 한 테이블 돌아가면서 술을 따랐다. 진짜 술을 마셨다면 아무리 주량이 좋다고 해도 취하고 말 것이다.여형민은 나아주버님의 친절이 고맙지 않았다.그는 웨이터한테 와인 한 병을 달라고 하고 사람들과 한 잔 한 잔 같이 마셨다.중도에 여형민을 조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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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여형민은 점점 짜증이 났다.“나랑 나...”그가 입을 열자 마자 허태준은 말을 짤랐다.“우리 둘도 마셔야지.”여형민은 불만스레 허태준을 노려보았다.허태준은 눈빛으로 여형민에게 실수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렸다. 술을 마시자 일부러 물었다.“취했어? 옆에 휴식실에서 쉴래?”허태준의 말로 인해 온 테이블의 시선은 여형민에게로 집중되었다.다들 걱정스레 여형민을 바라보았다.큰 아저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은희야, 형민이의 얼굴색이 빨간 것이 걱정되는구나. 아버지랑 얘기해서 먼저 집에 데려가 휴식하게 해야 하지 않겠냐?”여형민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거절했다.“아닙니다. 취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다들 큰 아저씨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 같았다.나아주버님도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형민이 괜찮다고 하자 친히 이쪽으로 와서 여형민을 타일렀다.“여기는 이제 되었으니 은희랑 먼저 가보거라.”그리고 나은희한테 분부했다.“먹을 것을 포장하게 하였으니 조금 이따가 잊지 말고 챙기거라. 그리고 형민이랑 집에 가보거라.”나은희는 대답했다.“네.”장인어른이 입을 열자 여형민도 말을 들었다. 술잔을 들고 조용히 옆에 서 있었을 뿐이다.**포장된 음식은 나은희의 손에 쥐어있었다.나아주버님은 그들을 위해 차량을 안배했다. 나은희가 찾지 못할까 봐 정차된 위치에 대해 중복으로 여러 번 알려주었다.허태준은 다가가서 그들한테 물었다.“저도 태워주면 안 되나요?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가 없어서요.”“그래!”나아주버님은 흔쾌히 대답했다.“어디로 가려거든 기사한테 얘기하면 돼. 너를 먼저 보내주라고 할게.”“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허태준은 감사를 표하며 여형민의 팔을 잡았다.“가자.”여형민은 허태준한테 끌려 연회장 밖으로 나왔다. 나은희는 포장한 음식을 들고 그들 뒤를 따라나섰다.“허대표님이 계시니 바래다 주지 않을게요.”나은희는 포장된 음식을 허태준한테 건네주면서 말했다.“아버지 차를 타고 가세요. 주차된 위치는 아버지가 여러 번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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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네?”허태준의 입에서 죄송하단 말이 나오다니, 나은희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죄송합니다.”“뭐가요?”나은희는 의혹이 앞섰다.“오늘 일어난 일은 형민이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허태준이 말했다.“다 제가 벌인 일이예요.”그는 옆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일 친한 친구가 자신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는 게 더 싫었다.나은희는 눈을 깜빡였지만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왜죠?”허태준은 결혼식을 파괴할 이유가 없었다.그는 두 신인과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두 가족에도 아무런 원한이 없을 것인데.아무리 생각해도 여형민의 죄를 뒤집어쓰는 것 같은데.“심연희가 더 괴로워하기를 바랐어요.”심연희 얘기가 나오자 허태준의 눈에는 음침함이 스쳐 지나갔다.심연희는 심유진을 다치게 하고 법정이 열리기 전에 사라져 도주범이 되어 추격당했다. 나은희는 허태준과 심유진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허태준이 심유진을 위해 심연희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하지만 이 일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애초에 심연희가 정재하를 버린 건데 그 사람이 속상할 게 뭐가 있어요?”나은희의 인상 속에 헤어지면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생활은 이미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에 상대방이 잘살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할 일도 없다.하필 심연희는 나은희와 상반되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심연희는 정재하를 차버리고 허태서한테 시집간 후 꿈에 그리던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비참하게 살았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타격이 심했다.각 매체에서 정재하와 나지희의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되니 그녀의 마음은 불공정으로 가득 찼다—나 지혜가 얻게 된 모든 것은 원래 그녀의 것이었다!필경 정재하는 한 마리의 개처럼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녀가 아니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말이다.하지만 막다른 길에 선 심연희에게 정재하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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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나은희는 몸을 휘청했다. 마음 깊숙이에서부터 희열이 머리를 내밀자마자 나은희는 싹을 잘랐다.여형민이 이혼을 원치 않은 이유는 그녀와 다를 것이다. 그녀는 좋을 대로 해석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할 말은 다 했어요.”허태준은 똑바로 앉고 안전벨트를 맸다.“여형민과 같은 동네에 사니까 집 부근까지 데려다주면 됩니다.”“...네.”나은희는 머리를 흔들면서 쓸데없는 잡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고 입술을 오므린 채 엑셀을 밟았다. 화려한 슈퍼카는 빨간색 번개마냥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면서 주차장을 떠났다.**나은희는 허태준을 동네 문앞에다가 내려놓았다.허태준은 차에서 내리고 나서 주머니에서 무음모드를 해놓은 핸드폰을 꺼냈다.스크린에는 여형민한테서 온 전화뿐이었다. 삼십몇 통이나 되었다. 안 읽은 메세지도 이십여 개나 되었다. 보지 않아도 이 메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허태준은 무시한 채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와 열정적이게 인사를 나눈 경비한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심연희의 사건을 해결하니 해결해야 할 일들이 또 한 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시름을 놓기에는 일찍 하다. 남은 일들이 더 성가신 일들이기 때문이다.그중 제일 성가신것은...허태준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심유진은 도대체 언제 자신한테 연락을 줄까?** 심연희가 잡힌 뉴스는 금세 각 웹사이트 메인에 떴다.이 사건과 동시에 일어난 일은 바로 사영은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 사건은 폭탄과도 같아 그 영향은 어마어마했다.사영은은 머리를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고 의사도 식물인간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사영은은 호흡기와 영양액으로 목숨을 부지했다.하지만 어제저녁에 순찰을 돌던 간호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영은의 호흡기는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었고 그녀 침대 옆 계측기에는 아무런 기복이 없는 직선이 그려져 있었다.한차례의 구급을 진행한 후 의사는 정식으로 사영은의 사망을 선고했다.신고를 접수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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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밤이 깊었다.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허태준은 파일을 닫고 펜을 놓았다.옆에 놓인 핸드폰은 울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별이는 두 날 전 유치원에서 조직한 겨울 캠프를 떠났기에 핸드폰을 가지고 갈 수 없어 연락할 길이 없었다.오랜 습관이 바뀌게 되니 허태준은 정신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잃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업무를 했고 생기를 점점 잃어갔다.그는 피곤하여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두 손가락으로 아픈 눈썹 혈을 지그시 눌렀다.12시가 다가오자 통유리창을 통해 여전히 불빛이 환한 옆 건물 인터넷 회사를 볼수 있었다.마음속의 허전함은 조금 가셔지는 듯했다—적어도 이렇게 깊은 밤에 외로운 사람은 허태준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허태준은 여형민에게 전화했다.그날 대회장 주차장에서 여형민을 버린 채 떠난 후로 그에게서 삼십여 통의 전화가 걸려와도 허태준은 받지 않았다. 그 뒤로 여형민은 허태준을 찾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허태준은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답장이 없다.전화도 무응답이었다.허태준은 지금 남은 게 시간뿐이었다.그래서 그는 전화를 한 통 한 통 걸었고 문자도 한 통 한 통 보냈다. 심지어 심한 말까지 했다. “전화를 안 받으면 집 앞에까지 찾아갈 거야.”아마도 허태준한테서 광기를 느꼈는지 여형민은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상당히 불친절한 말투였다.“저녁인데 뭐 하는 거야? 여자나 찾지! 나를 왜 귀찮게 해!”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금방 잠에서 깬 목소리가 아니었다.허태준은 여형민의 분노를 무시한 채 물었다.“술 마실래?”“마시긴 뭘 마셔!”**허태준은 위스키 한 병을 까자마자 룸의 문이 열렸다.여형민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들어왔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미친놈! 이렇게 늦었는데 나를 왜 불러!”허태준은 술이 담긴 잔을 건네면서 말했다.“마셔봐. 비싼 술이야.”비싸다는 말은 마법과도 같아 여형민은 금세 부정적인 정서를 버렸다.그는 천천히 한 모금을 음미하면서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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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좋아하는 사람이 널 좋아하니까.”허태준의 목소리는 룸 안에 퍼졌다. 은근 질투하는 것 같았다.“누가 나은희를 좋아한대!”여형민은 발칵 뒤집힌 듯했다. 술잔을 탁자에 쾅 하고 놓고 허태준한테 경고했다.“제멋대로 상상하지 마!”하지만 그의 반짝이는 눈과 피날 것 같이 빨갛게 물든 귀는 그의 마음을 폭로하였다.“나도 눈이 있어서 볼 수 있어.”허태준은 피식하더니 금세 정색했다.“나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여형민의 몸은 흠칫했다.허태준의 말은 바늘처럼 그의 몸을 찔러댔다. 그의 모든 기를 방출한 것 같았다.술을 마시자 그는 용기를 얻었다. 자존심 또한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은 게 아니라...내 마음을 아직 잘 모르겠어.”여형민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는 나은희한테 아직 증오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그녀가 하찮은 수법으로 그를 해치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게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증오했던 마음도 함께 보낸 오랜 시간 동안 점점 옅어만 갔다. 이윽고 무언가 다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여형민은 이게 무슨 감정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그는 단지 나은희가 자신을 오해할 때 화가 나고 슬퍼지고 무서워졌다는 감정을 느낄 뿐이다. 나은희가 이혼 얘기를 꺼낼 때 그의 몸속 모든 세포가 반항을 하는 것 같았다.“그게 좋아하는 거야.”허태준은 결론을 내려줬다.다만 이런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 그가 나은희에 대한 습관적인 반감에 가려져 알아차릴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여형민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허태준한테 정곡을 찔리자 그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소화해야만 했다.“좋아한다면 잘해줘.”허태준은 말렸다.“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리고. 마누라가 떠나면 후회하게 될 거야.”“너처럼?”여형민은 곁눈질로 허태준을 보면서 장난스레 웃었다.“나는 너랑 달라.”허태준은 당당했다.“심유진은 날 좋아하지 않아.”그는 그녀를 조사했다. 그녀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얼마나 차갑고 매정하게 대했는지를 잘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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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무슨 일?“무슨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다.”허태준은 자신을 비웃었다.그래야 그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심유진은 하필 입을 꾹 다물고만 있어 허태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허태준은 또 짜증이 났다.“술이나 줘.”그는 긴 팔을 내밀면서 술잔을 가지려 했다. 여형민은 뒤로 숨으면서 술잔 안의 술을 흘렸다. 두 사람의 옷은 술에 젖었다.질척한 옷감이 피부에 닿자 차가워났다. 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렸다.그는 옷을 벗어 던지고 웨이터를 불렀다.“새것으로 부탁해요.”오늘의 웨이터는 새로 온 사람이었다. 매니저의 귀띔하에 허태준을 기억했지만 여형민은 몰랐다. 이 시각 룸안에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을 한 두 사람을 보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이렇게 되니 허태준은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그는 양팔을 안고 여형민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했다.여형민은 잘못을 인지하고 더 까불지 않았다.“옷은 내가 빨아줄게.”웨이터는 나가자마자 다시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여형민의 빨아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웨이터의 머릿속에는 피 끓는 드라마가 스쳐 지나갔다.허태준은 차갑게 웨이터를 바라보았다. 웨이터는 몸을 흠칫했다.그는 미소를 띠면서 물었다.“허대표님, 옷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나요?”허태준은 사이즈를 얘기하였고 웨이터는 받아적었다. 그리고 급히 떠났다.옷이 더러워지자 허태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결산하고 웨이터가 보내온 새 옷을 들고 떠나려 했다.여형민은 금세 따라붙었다.“나도 데려다주지?”그는 예쁘게 웃었다.두 사람은 모두 술을 마셨기에 운전을 할 수 없었다. 허태준은 데리러 올 기사가 있었지만 여형민은 없었다.웨이터는 문밖에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사람은 너무 주동적인 게 아닐까?더 놀라운 것은 허태준이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경주의 상류층에는 금세 CY 허대표가 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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