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1009 챕터

제631화

“여형민에게서 저희 예전 이야기를 들었어요.” 허태준은 결국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여형민 핑계를 댔다. 심유진에게 이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심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억을 잃은 후의 허태준은 심 유진에게 완전 다른 사람과도 같았다. 지금의 허태준은 심유진과의 안 좋은 기억을 다 잊었기에 그녀를 전처럼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들의 관계가 조금 나아진 것도 기억을 잃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의 기억이 돌아왔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그녀는 지금의 허태준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전에 자신에게 주었던 상처는 잊을 수 없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가슴이 날카로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그냥 일부만 전해 들었어요.”허태준이 다급히 말을 돌렸으나 심유진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오늘 다 얘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기회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허태준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우리가 결혼을 했다고 말했어요.” 심유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허태준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뱉었다.“미안해요.”심유진은 허태준이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다 지난 일이에요.”심유진이 시선을 피했다.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기분 나쁘라고 한 얘기가 아니에요.” 허태준이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그냥 혹시 저희가 결혼했던 사이라면 별이가 제 아들을 가능성은 없을까 싶어서 하는 얘기예요.”심유진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등뒤의 의자에 부딪쳤다. 허태준이 잽싸게 의자를 잡았다.“그럴 리가 없어요.”심유진은 금방 진정하고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별이 아빠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아니에요.”심유진이 별이를 임신했을 때 허태준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저희가 이혼한 뒤에 별이가 생겼어요.”“이혼을 했어도 제 아들이 아니라고는 보장하지 못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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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심유진은 기억을 부분적으로 찾은 허태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비록 허태준은 신유진과 과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심유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과거는 심 유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심유진은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하는척 했다.“저 좀 졸려요.”심유진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전 좀 잘 테니까 일 보세요.”허태준은 당연히 심유진이 지금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에서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네, 그럼 쉬세요.”허태준이 N시티로 온 목적은 두 개밖에 없었다. 하나는 심유진을 보기 위해서이고 하나는 육윤엽과 협상하여 허태서와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후자는 이미 어제 해결했기에 허태준이 여기에 남아 있었던 것은 심유진 곁을 지키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봐서는 심유진은 한동안 그를 피할 것만 같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병원에서 한동안 지낼 줄 알았기에 허태준은 많은 일들을 미뤘었다. 그러기에 호텔로 돌아와서 허태준은 바로 비서에게 연락하여 미룬 일들을 다시 처리하기 시작했다. 회사 직원들도 갑작스러운 일정 변동에 앓는 소리를 냈다. 기나긴 회의가 끝나고 비서가 허태준에게 말했다.“대표님, 태하그룹에 아드님이 다음 주 토요일에 결혼을 한대요. 청첩장이 사무실로 도착을 했는데 참석하실 겁니까?”허태준은 이 이름을 들은 지도 한참 된 것 같았다. 몇 년간 회사가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올해 정재하가 나씨네 집안 딸에게 장가를 가고 나서야 조금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형민에게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나씨네 집안은 정재하를 별로 탐탁지 않아 한다고 했다. 가정배경을 제외하고 정재하 이 사람만 놓고 본다고 해도 그는 학벌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심연희와의 과거도 있으니 좋은 사윗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 씨네 집 딸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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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경비는 그 부부는 며느리를 찾으러 왔다고 했고 그들이 말하는 며느리는 이름이 신유진이었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가 매우 삼엄했기에 비록 입주민 중에 심유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어도 경비는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았다. 여기에서 며느리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며느리가 경비실에 전화를 해서 확인이 끝나면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그 부부는 그 어느 방법도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그냥 억지를 부렸다. 결국 경비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고 경찰이 그들을 데려갔다. 허태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시 조건웅네 집안사람들은 사영은이 준 배상금을 들고는 본가로 돌아갔고 그후 다시는 소식이 없었기에 허태준도 그들을 더 이상 관심 하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야 또 나타날 줄은 몰랐다.“심유진은 왜 찾는 거지?” 허태준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여형민은 허태준이 눈앞에 있지 않아도 그의 차가운 시선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그건 나도 모르지.”아무리 여형민이라 하더라도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근데 듣기로는 아파트에 찾아오기 전에 킹 호텔에도 갔었다나 봐. 거기에서도 난리를 쳤대.”“나 내일 아침에 돌아갈게.”허태준은 귀국한다는 소식을 별이와 김욱에게만 알려줬다. 그는 잠시 일이 있다고만 했지 구체적인 사정은 설명하지 않았다. 허태준은 항상 회사일로 바쁜 사람이었기에 다들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김욱은 허태준을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허태준은 김욱에게 파일 하나를 건넸다.“이것 좀 심유진 씨에게 전달해 주세요.”파일 안에는 종이 몇 장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알겠습니다.”김욱이 말했다.“조금 있다가 가져다 드릴게요.” 허태준은 일찍 길을 떠났기에 김욱이 그를 데려다주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여덟 시도 안 됐다. 심유진은 어젯밤에 제대로 자지 못했기에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김욱이 도착했을 때는 심유진이 금방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심유진은 치약 거품을 입에 머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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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허태준이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당지 시각으로 새벽이었다. 매니저는 허태준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통지를 받고 일찌감치 차를 몰고 와 기다리고 있었다. 장장 열두 시간 비행을 끝마치고도 허태준은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회사로 갔다. 그동안 밀린 업무도 이미 대부분 처리했다. 매니저는 운전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사실 이렇게 급하게 회사로 가실 필요 없어요. 집에 가서 좀 더 쉬시지.”허태준은 손을 저으며 필요 없다고 말했다. 매니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태준은 휴대폰으로 메일함을 확인했다. 심연희의 상황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사영은은 1인 병실이 아니었기에 심현희는 의자에 앉아 있거나 간호사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사영은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다. 그녀는 경찰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수경이 협박을 했었기 때문이었다.“내 말대로 안 하면 바로 경찰에 넘겨버릴 거야. 한평생 감옥에서 살게 할 수도 있어.”병원에 도착한 후에도 시현이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리지 않은 채 간병인이라고만 했다. 간호사들 모두 그녀의 신분을 조금 의심했다. 심씨네 집 안에서 사영은의 의료비도 제대로 내지 않는데 간병인을 무슨 돈으로 구했을까? 게다가 심연희 지금 상태를 봐서는 간병인이라기보다는 환자 같았다. 병원에서 언제 의료비를 낼 거냐고 심연희에게 물을 때마다 심연희는 모른 척하며 집안사람들과는 친하지 않고 연락 방식도 없다고만 했다. 간호사들도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메일을 보낸 부하가 허태준에게 물었다.“대표님, 신고할까요?”심연희는 현재 범죄자였기에 신고를 한다면 고의살인이라는 이런 엄격한 형벌은 그녀를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하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허태준은 메일을 보며 잠깐 고민하다가 답장했다.“조금 더 기다리세요.”적어도 다음 주 토요일 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나니 더 큰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여형민과 통화를 마치고 그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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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허태준은 두려웠다. 비록 심유진과 다시 만난 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심장이 또 빨리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씨네 집안사람들이 심유진을 찾는 이유는 아마 돈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서 그런 대우를 받고 그들의 뻔뻔함을 겪은 심유진이 그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허태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만약 이미 세상을 뜬 조건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 심유진이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비록 심유진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에 대해 꽤 파악할 수 있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독한 말을 하고 차갑게 대한다 하더라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심유진이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허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조건웅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 더 이상 심유진을 괴롭혀서는 안 됐다. 두터운 자료들이 파일에서 쏟아져 나와 책상에 떨어졌다. 허태준은 가장 위에 놓인 이력서에 붙여진 사진을 주목했다. 사진 속의 남성은 예전에 부하가 조씨네 집안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줬을 때 본 적이 있었다. 허태준은 그 사람이 조건웅의 동생 조건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예전에 그 자료를 받을 때만 해도 조건이는 대학생이었다. 성적은 계속 학년 삼등을 유지했고 매년마다 고액의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생회, 동아리 등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조건이는 형보다 더 출세할 가망이 있었고 조건이의 집안도 조건이를 유일한 희망으로 여겼다. 하지만 조건이는 인성이 좋지 않았다. 대학교의 학생회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했고 조건이는 회장이라는 직책을 얻은 후에 더욱 의기양양 해졌다. 그러니 주변에 다른 친구들 중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취직을 하고 나서도 큰 발전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이력서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조건이는 화려한 이력서를 등에 업고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할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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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조씨네 집안사람들은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인맥도 없었다. 예전에는 아들 둘이 잘 나서 많은 진척들이 관계를 다지려고 찾아오긴 했으나 그들은 자기 자식이 대구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거나 돈을 빌려 달라고 하기도 했다. 조씨네 부부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으나 돈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에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해 달라고 한다면 그건 돈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건웅에게 부탁하여 대신 구해주곤 했다. 심지어는 심유진마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진척들을 도와 로열 호텔에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아들들이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집안이었을 것이다. 특히는 조건웅 어머니가 종종 말을 함부로 하며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기에 사실 그들 집안사람들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냥 집안 사정이 어떤지 구경을 하러 오거나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하러 올뿐이었다. 조씨네 부부는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 하자 결국 전 며느리를 찾아왔다. 그들은 그동안 사영은의 요구에 따라 심유진을 다시는 찾지 않았기에 심유진이 뭘 하고 지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전처럼 대구에 로얄호텔로 찾아갔다 두 사람은 로열 호텔을 막론하고도 대구에서 유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보안인원들은 그들을 보자마자 밖으로 내쫓았다. “심 매니저님은 여기 안 계십니다. 그만 가주세요.”하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다. 그들 모두 심유진의 지시를 받고 자신들을 내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심유진이 호텔에 드나드는 것을 마주치지 못 하자 그들은 그제야 심유진이 정말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나서야 그들은 심유진이 경주의 로열호텔로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유진이 경주에 갔다니... 그곳은 로열호텔의 모든 고위급 간부들이 다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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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허태준은 모든 자료를 다 확인했다. 그는 두터운 자료들을 내려놓고 전화를 걸었다. “회사에 조건이라는 사람이 이력서가 온 적 없는지 확인해 봐. 상대방은 재빨리 답변을 했다. 원재금융 쪽에서 이력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원재금융은 C Y 그룹 산하의 금융 서비스 회사였다. 조건이는 금융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금융 회사에 지원했을 것이다. 허태준이 책상을 톡톡 두드리면서 잠깐 생각했다.“취업시키세요.”조건이가 일자리를 얻고 싶어 하니 허태준은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그 집안사람들이 잠깐이나마 조용해질 수 있다면 말이다. 순식간에 토요일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여형민이 허태준의 집문을 두드렸다. “준비 다 됐어? 떠나도 돼?”허태준은 아직도 잠옷을 입은 채로 거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허태준은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든 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입꼬리를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형민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별이랑 얘기하고 있어?”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이는 이제 아는 단어가 점점 많아져 허태준과 문자를 할 때도 타자를 꽤 잘했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틀리게 쓴 글씨가 있거나 하면 허태준은 하나하나 시정해줬다. 여형민이 허태준을 가볍게 때렸다. “내일 이어서 얘기하면 안 돼? 이미 늦었어. 빨리 떠나야 돼.”허태준은 드디어 여형민을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빨리 갈 필요 있어?”청첩장에는 11시 반이라고 적혀 있었고 허태준의 집에서 식당 까지는 반 시간도 안 걸렸다. “난 일찍 가야 하잖아. 오늘 같이 가주겠다며.”여형민이 원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허태준을 바라봤다.“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야.”나씨네 집안 큰 사위로써 여형민은 일찍 결혼식장에 도착해야 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완벽한 부부 행세를 하자고 나은희와 이미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은희와 단둘이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했다. 그러니 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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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너 아직도 나은희 무서워하니?”허태준이 비웃었다. 여형민은 창피한지 얼굴이 빨개졌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여형민이 호통을 쳤다. 허태준은 궁금했으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좋아하면 그냥 좋아한다고 해.”허태준이 여형민의 등을 두드렸다.“어차피 결혼도 한 사이인데 예전에 일은 그냥 잊어버려.”여형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허태준은 그가 또 과거의 일들을 떠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나도 좋아하고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는 이런 관계는 찾기 쉽지 않아.”허태준은 여형민에게 이런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자신도 겪었던 일이니 간절히 원하는데 얻지 못하는 그 아픔을 알고 있었다. 비록 나은희의 예전 행동들은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은희도 벌 받을 만큼 받았어. 정말 그 사람한테 마음이 간다면 그냥 잘 지내봐. 사랑이라는 건 한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마치 그와 심유진 사이의 관계와 같았다. 만약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금 더 주동적이고 용감하게 다가갔더라면 이렇게 오래 헤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형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씨네 집안은 경주에서 알아주는 집안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여형민네 집안과 혼담이 오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은희는 여형민과 결혼할 때 여형민 의 의견에 따라 결혼식을 성대하게 올리지 않고 집안사람들끼리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냈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것은 나씨네 집안에서 계속 아쉬워하던 일이었다. 근데 이제 작은 딸이 결혼을 하니 전에 그 아쉬움을 채울 기회가 온 것이다. 그들은 큰 예식장을 빌려 한 달 전부터 설계를 시작했다. 신부의 요구로 예식장은 핑크색과 흰색을 주제로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며졌다. 경비도 일반 호텔보다 훨씬 삼엄했다. 여기저기 무장한 경찰들이 깔려 있었다.오늘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니 혹여나 결례를 범할까 봐 결혼식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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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예식장에서 나은희는 최종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깔끔한 흰색 정장을 입고 하이힐을 신었는데 마침 어깨까지 오는 긴 생머리가 자연스럽게 나풀거리며 크고 반짝이는 귀걸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나은희를 보자마자 여형민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허태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만히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나은희는 한 손에 무전기를 든 채 조금 삐뚤게 설치된 조명을 가리키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태준이 일부러 여형민에게 물었다.“저쪽으로 갈까?”여형민이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아니, 아무 데나 앉아있자.”“나은희가 세 번이나 전화했다며. 그렇게 급히 찾은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까?”“어차피 나 보고 뭔가 도와 달라고 하는 건 아닐 거야. 우리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어?”여형민과 알고 지낸 세월이 있는 만큼 허태준은 여형민의 생각을 단번에 읽어 냈다.“왜, 결혼식 올리고 싶어 졌어?”허태준이 살짝 눈을 흘겼다.“애초에 결혼식을 안 올리겠다고 한 사람은 나은희가 아니라 너잖아. 근데 이제 와서 기분 나빠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여형민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허태준을 째려볼 뿐이었다.“너 왜 나은희 편들어?”허태준이 손을 저었다.“아니, 난 그냥 맞는 말을 할 뿐이야.”여형민은 이를 악물었다.“꺼져.”훤칠한 남성 둘이 입구에 이렇게 오래 서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나 은희는 일에 집중하다가도 직원들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보자 나은희가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은 데다가 바닥은 닦은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물기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나은희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허태준은 한 사람이 신속하게 나은희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여형민은 나은희를 품에 안았다. 드라마 한 장면 같은 상황에 주위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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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도와 달라고 부른 거 아니었나?”여형민이 주위를 둘러봤다. 식장은 이미 배치가 완료되어 있었고 최종점검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여전히 바빠 보였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여형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조금 짜증이 났다.“이런 저급한 방법 좀 안 쓸 수 없어?”나은희는 예전처럼 여형민을 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여형민의 차가운 말투에 나은희는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자신의 매력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네.”나은희도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었다.“전화를 한 건 아버님이 시켜서였어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다정한 부부여야 한다는 거 잊은 거 아니죠?”여형민과 나은희 사이의 관계가 어떤지는 두 집안사람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혼인관계로 인해 안정된 합작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을 뿐 그들의 감정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집안사람들이 여형민과 나은희에 대한 요구는 단 하나였다. 둘 사이에 관계가 어떻든지 외부 사람에게는 들켜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여형민은 자유로워 보였으나 사실 자신의 아버지를 가장 두려워했다. 그러니 나은희와의 결혼도 동의했고 이 무례한 요구도 허락 했던 것이었다. 나은희가 아버지 얘기를 꺼내자 여형민의 태도도 금방 달라졌다. “확실히 도와줄 건 없어요.”나은희가 말했다.“그냥 편한 곳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하면서 시간 좀 때우고 있어요.”여형민이 비웃었다.‘당신은 이렇게 바삐 돌아 치는데 난 앉아서 휴대폰이나 보라고? 그건 안되지.”여형민이 나은희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여보.”그 다정한 목소리에 나은희의 몸이 굳어졌다.“당신은 가서 쉬어. 내가 할게.” 주변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의 그 공격적인 대화를 듣지 못하고 이 다정한 모습만 봤다. 나은희도 지지 않았다.“그래요.”나은희가 부드럽게 웃으며 무전기를 여형민에게 건넸다.“해야 할 일은 저쪽에 계신 매니저님이 알려 줄 거예요.”나은이가 방금 전까지 같이 있던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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