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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여형민에게서 저희 예전 이야기를 들었어요.”

허태준은 결국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여형민 핑계를 댔다. 심유진에게 이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심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억을 잃은 후의 허태준은 심 유진에게 완전 다른 사람과도 같았다. 지금의 허태준은 심유진과의 안 좋은 기억을 다 잊었기에 그녀를 전처럼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들의 관계가 조금 나아진 것도 기억을 잃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의 기억이 돌아왔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그녀는 지금의 허태준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전에 자신에게 주었던 상처는 잊을 수 없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가슴이 날카로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그냥 일부만 전해 들었어요.”

허태준이 다급히 말을 돌렸으나 심유진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오늘 다 얘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기회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허태준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결혼을 했다고 말했어요.”

심유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

허태준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뱉었다.

“미안해요.”

심유진은 허태준이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다 지난 일이에요.”

심유진이 시선을 피했다.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기분 나쁘라고 한 얘기가 아니에요.”

허태준이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그냥 혹시 저희가 결혼했던 사이라면 별이가 제 아들을 가능성은 없을까 싶어서 하는 얘기예요.”

심유진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등뒤의 의자에 부딪쳤다. 허태준이 잽싸게 의자를 잡았다.

“그럴 리가 없어요.”

심유진은 금방 진정하고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별이 아빠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아니에요.”

심유진이 별이를 임신했을 때 허태준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저희가 이혼한 뒤에 별이가 생겼어요.”

“이혼을 했어도 제 아들이 아니라고는 보장하지 못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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