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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육윤엽은 아직 미팅 중이다. 심유진한테 교육을 당한 후 화를 삼키면서 김욱을 데리고 나갔다.

허태준은 남아서 심유진과 얘기를 하고 해빛쪼임하러 데려가곤 했다.

병원의 작은 공원은 N시티에 몇 없는 생활 리듬이 늦은 곳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이 막혀있지 않아 포근한 해빛이 내리쬐고 있어 공원안의 묻 사람들을 금빛으로 물들게 했다.

병실을 나서기 전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크고 두꺼운 롱패딩을 입혔다. 그리고 다리에 두꺼운 담요를 깔아주었다. 해빛아래 이분도 앉아있지 않아서 심유진은 더위에 지퍼를 내렸다.

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휠체어를 돌아 그녀한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지퍼를 그녀의 턱까지 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하얗고 길어 패딩의 빨간색으로 인해 더 하얘 보였다. 피부 아래 혈관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탓했다—허태준한테 모든 것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질투도 못하게 하다니.

“바람 때문에 추워.”

허태준의 목소리가 심유진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의사가 아직 몸이 약하니 저항력도 일반인보다 못하대.”

그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가볍고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어린아이를 달래듯 얘기했다.

이 순간만큼 심유진은 별이가 허태준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순종적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바닥만 한 얼굴의 절반은 패딩 속에 감춰져 맑고 밝은 두 눈만이 허태준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순수하고 아무런 정서도 섞여 있지 않은 두눈에 허태준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시간 참 오랜만이었다. 허태준은 얼굴까지 붉혔다.

그는 일어나 고개를 피하고 화제를 돌렸다.

“별이의 눈은 당신과 똑같아.”

그는 침을 삼켰고 목소리도 굵어졌다.

심유진은 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별이의 엄마니까요!”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되어 그런지 엘리트다운 차가운 아우라는 이미 가셔져 영락없는 소녀 같았다.

허태준의 목은 바짝 타들어 갔다. 심유진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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