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009 챕터
제131화
“그럼 어쩔 수 없지. 셋이 먹어도 좋아~”**다음 날. 심유진은 심연희와 아침 8시에 로열 호텔 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7시 50분에 도착한 심유진은 심연희에게 카톡을 보냈으나 심연희는 답장하지 않았다.그녀는 차 안에 앉아서 줄곧 8시 10분이 될 때까지 기다렸지만, 심연희는 나오지 않았다.심유진은 심연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참 통화음이 연결되다가 끊어졌다.“우웅, 여보세요?”심연희의 목소리는 아직 잠이 덜 깬 것이 분명했다.심유진은 화가 났지만 조용히 그녀에게 말했다.“지금 8시 10분이야.”“응? 정말? 10분만 더 잔다는 걸 내리 자버렸네!”“그럼 빨리 일어나. 아침 뭐 먹을래? 먼저 사둘 게.”심유진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빵이랑 커피 부탁해 언니~ 사랑해!”심유진은 심연희의 애교에 문득 자신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이런 친동생이 있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심유진은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기 때문에 그녀는 심연희를 진심으로 동생처럼 대할 수 없었다.게다가 심연희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이러는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로열 호텔은 투숙객에게 아침식사를 매일 제공한다. 한식부터 중식 일식 등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심유진은 호텔 로비를 지나쳐 레스토랑에 들어가 빵 몇 가지와 커피를 내려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았다. 심유진이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도 심연희는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심연희에게 카톡을 보냈다.[언제 나와?]한참 후 심연희에게서 답장이 왔다.[나 아직 화장하고 있어~10분 정도 걸려.][커피 식겠어 빨리 내려와.][금방 갈게 언니~ 미안 미안]심연희는 이렇게 대답했지만, 30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심유진의 참을성이 바닥 나기 직전 엘리베이터 쪽에서 심연희가 느릿느릿 걸어왔다.10월 말의 날씨는 선선하다 못해 약간 썰렁하게 느껴졌다.심연희는 분홍색 기모 맨투맨에 청바지 그리고 흰 운동화를 신었다.심유진은 걸어 나오는 심연희를 보고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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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자, 아침식사.”심유진은 몸을 돌려 뒷좌석에 있는 봉투를 가져와 먼저 손으로 만져 보았다.“히터 켜 둬서 식지는 않았을 거야.”눈웃음을 머금은 심연희는 빵과 커피가 들어있는 봉투를 받아 들고서 천천히 차 내부를 살펴보았다.“근데 언니, 왜 이렇게 싼 차를 몰고 다녀?”그녀는 아무 뜻없이 물었겠지만 심유진은 그녀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엄마가 그러는데, 언니가 집을 떠날 때 2억 정도 줬다 던데?”심연희의 말에 잊고 있던 과거가 떠올랐다.그 은행 카드는……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막 호텔에 들어가 일할 때였다.어느 날 그녀의 엄마가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유진아, 아빠랑 동생 모두 너 보고싶어 하니까, 언제 집에 한 번 오지 그러니.”심유진은 엄마의 말을 반신반의했지만 아직 연을 끊은 것은 아니기에 쉬는 날 집에 찾아 갔다.사영은은 그녀를 데리고 백화점에가 옷도 사주고, 화장품도 사주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사주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카드를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이 카드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야. 여기에 2억 들어있어.”그 순간 심유진의 눈물은 왈칵 쏟아질 뻔했다.그녀는 사영은이 자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너는 나의 친딸이야. 내가 어떻게 너의 생일을 잊을 수 있겠니?”그녀는 집에 돌아가 침대에 누워 그동안 자신이 엄마를 오해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사흘째 되는 날, 사영은은 자기한테 혼사를 주선해주었는데 남자 측이 YT 그룹의 이사라고 알려주었다.“그 남자 쪽이 조건이 너무 괜찮아서 그래. 너도 평생 호텔에서 일하며 지내는 것보다는 사모님 소리 들으며 지내야 지 않겠어? 엄마가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까. 한번 만나봐.”“……”“근데 남자가 나이가 좀 있다더라. 근데 성공한 남자 중에 젊은 남자가 어디 있겠니? 그냥 인생 핀다 생각하고 만나는 게 어때? 얘, 네 덕에 엄마도 호강 좀 해보자!”그날 심유진과 사영은은 크게 다투었다.사영은은 그녀를 때리고 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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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역시 내 생일을 모르는 게 틀림없어. 설마 고의로 속인 건가?”심유진은 사영은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녀에게 카드를 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가위로 카드를 반으로 잘랐다.**“그 카드? 없어.”“그 안에 든 돈도 안 썼어?”“……”“언니는 왜 엄마랑 아빠를 미워해?”심유진은 심연희가 몸만 컸지 정신 상태는 아직 중학생에 머문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심연희는 눈을 한번 깜빡이자, 눈물이 마치 끈 떨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러내렸다.“사실 엄마랑 아빠도 언니를 거기로 시집보내고 싶었겠어? 하지만 그 남자 돈도 많고…… 일단 결혼만 하면 언니가 일 안하고 지내도 되니까 편하게 살라고 그런거지. 엄마 아빠도 다 언니 생각해서 그런 거야.”심연희의 말은 사영은과 똑같았다.심유진은 목구멍까지 ‘그럼 네가 시집가지 그랬어.’ 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아, 그래. 근데 난 늙은 사람은 싫어.”심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심연희는 코를 한번 훌쩍거리더니 차에 있던 티슈를 한 장을 꺼내 눈물을 닦아냈다.“근데, 언니도 참 운 좋다! 그때 그렇게 시집갔으면 허 대표님을 만날 수나 있었겠어? 언니도 대단해 정말!”“그래.”심유진은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핸들을 잡았다.**하루 동안 심유진은 심연희와 함께 대구의 유명한 관광지 그리고 성심당까지 두루 둘러보았다.저녁 먹을 무렵 심연희는 정재하의 전화를 받았다.“언니 어쩌지? 재하 씨가 저녁에 일이 생겼다네?”“그래? 그럼…… 우리끼리라도 먹어야 하나?”저녁 시간이 되자 그녀는 심연희에게 물었다.“음…… 밥 생각 없는데.”“그럼 아무것도 안 먹는다고?”심연희는 가만히 창밖을 보더니 바깥 표지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언니 우리 술이나 마시러 갈까?”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거리를 살펴보았다. 이곳이 바로 이름난 동성로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었다.동성로는 대구에서 ‘술집 거리’로 유명하며 대구의 미남 미녀들이 모이는 곳이다.동성로에는 사람이 많아 차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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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난 술집 가본 적도 없는데~”심연희는 심유진에게 푸념했다.“언니도 알잖아, 엄마 아빠가 나를 얼마나 심하게 단속했는지. 엄마랑 아빠는 내가 스물 네 살인데도 아직 어린 애 인줄 안다니까? 난 내가 남자친구를 만나면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이제 부모님이 간섭을 안 하니까 남자친구가 간섭한다니까? 지긋지긋해!”“아……”“그래서 그런데 언니 나 한번만 딱 한번만 저기 술집 가보면 안 될까?”심연희는 심유진에게 다가가서 고양이 마냥 그녀의 팔에 얼굴을 비볐다.심유진은 사영은과 심훈의 교육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술집에 가는 것은 그닥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겼다.“근데 저기 가면 질 안 좋은 사람 많아.”특히 심유진처럼 ‘나 곱게만 자라서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여자들은 나쁜놈들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언니 제발 부탁이야 한번만 데려가줘! 언니 대구 잘 알잖아~ 제발!”“……”심연희는 심유진이 아무 말이 없자 계속해서 그녀의 팔을 흔들었다.“언니 제발 딱 한번만! 내가 언제 저런 곳을 가보겠어!”심유진은 머리가 아팠다. 만약 심유진이 심연희를 그런 곳에 데려갔다는 사실을 사영은이나 심훈 그리고 정재하가 알게 된다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심유진은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동성로를 빠져나왔다.점점 멀어져가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는 심연희는 눈물을 흘리며 심유진을 원망했다.그녀는 눈물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네가 정 술을 마시고 싶다면 로열 호텔 근처로 가자. 거기는 이상한 사람도 없고, 사람들 격이 다르니까.”“……”심연희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저녁 먹고 싶지 않으면 호텔까지 바래다줘?”그녀는 방향을 돌려 호텔로 가는 고가로 올라갔다.심연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핸드폰만 보았다. 그녀의 핸드폰도 쉴 새 없이 울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누군가와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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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심유진은 술집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한 일들이 심연희에게 일어날까 걱정했다. 하지만 심연희가 부른다고 심유진이 혼자 달려갈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만약 남자들이 있다면 심유진이 나서도 손을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혹시 이게 심연희가 판 함정일 수도 있지 않은가. 심유진은 머리를 굴려 누구에게 연락할까 고민했다.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여형민 씨한테 연락을 해봐야겠네.”**여형민의 차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유진 씨 뒤에 앉아요.”“네.”심유진은 조수석 문고리를 놓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그녀가 차에 올라타자 앞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어? 허 대표님?”심유진은 백미러로 보이는 그의 얼굴에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같이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제가 괜히 형민 씨한테 연락해서……”“괜찮아요. 둘 다 안 자고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모여 얘기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된 줄도 몰랐네요.”심유진은 허태준을 힐끔 바라보았다.“그나저나 유진 씨 언제 여동생이 생긴 거죠? 지금까지 여동생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는데 말이에요.”여형민은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아, 그게 여동생은 부산에 있었거든요. 남자친구 때문에 잠깐 대구에 온 거예요.”“남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이 밤중에 왜 유진 씨보고 데리러 오라는 거죠?”여형민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아 그 남자친구가 좀 보수적이라 술집에 못 가게 한다고 몰래 갔나 봐요.”“어쩐지…… 그래서 유진 씨가 대신 가는 거구나? 힘들겠네요.”심유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여형민은 차를 빠르게 몰아 30분도 안돼 동성로에 도착했다.그동안 심유진은 줄곧 심연희와 카톡을 통해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했다.차는 골목 입구에만 세울 수 있어서 세 사람이 함께 차에서 내려 길거리를 걸어 들어갔다.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 동성로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벽을 잡고 토하는 사람이 보였다. 더러운 것을 보자 심유진은 얼른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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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퀸 바는 총 세 층으로 구성되었는데 1층은 로비, 2층은 바, 3층은 VIP룸이었다.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에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야만 출입이 가능했다.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심유진은 귀청을 찢을 듯한 음악에 깜짝 놀라 두 귀를 틀어막았다.바 안 조명은 어두웠고 정수리 위 색조명은 야릇한 보라색을 띠고 있었으며 사람마다 얼굴색이 똑같았다.트렌디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무대 중앙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었고 주위 테이블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가득 모여앉아 있었다.심연희는 자신이 2층 여자 화장실에 갇혀있다고 했다.심유진은 지나가는 직원을 잡고 소리 높여 여자 화장실 위치를 여러 번이나 물었다. 그러다가 제스처까지 더해가며 묻자 그제야 알아들은 직원이 대답했다.“여자 화장실이요? 여기서 끝까지 쭉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턴하시면 돼요.”직원도 같은 방법으로 그녀에게 길을 알려주었다.세 사람은 힘겹게 인파를 뚫고 지나갔다. 몇몇 여자들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다그쳤다.화장실 입구에는 염색에 문신까지 한 젊은이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다양한 자세로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풍겨오자 심유진은 코가 간지러워 돌아서서 힘차게 재채기했다.그들 뒤에는 민머리 사내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 거센 힘으로 여자 화장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아가씨, 반항하지 말고 나와서 오빠랑 놀아!”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심유진의 손을 잡고 화장실 옆 직원사무실 통로로 향했다. 여형민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이곳은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 데다 무대 중앙과 멀리 떨어졌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했다.적어도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허태준은 여형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차키.”여형민은 호주머니 안에서 차키를 꺼내 그에게 던져주며 물었다.“왜?”허태준은 차키를 심유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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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네.”심연희는 그의 카리스마에 깜짝 놀랐는지 조금 전과 달리 흥분을 가라앉혔다.“그쪽 상황 체크할 수 있게 연락 끊지 마.”하지만 허태준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로 쾅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심연희는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악! 들어왔어요!”심유진은 깜짝 놀라 허태준의 당부는 잊고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화장실로 뛰어가려고 했다.“우리 빨리 가서 구해요!”하지만 이윽고 허태준이 그녀를 도로 잡아당겼다.허태준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어깨를 누르더니 허리 숙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내 말 들어, 지금 바로 나가. 심연희 씨 아무 일 없게 할게.”그는 심유진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의 말에 그녀의 심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허태준과 여형민은 화장실로 돌아왔다.왼쪽 문은 이미 열렸고 입구를 지키는 사람은 두 명밖에 남지 않았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죄다 안으로 들어갔다.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들은 심연희의 울부짖는 소리와 남자들의 방자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언니! 구해줘!”“언니 불러도 소용없어! 오빠라고 부르면 내가 예뻐해 줄 수도 있는데!”“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악!”허태준과 여형민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계단을 밟았다.문밖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은 인기척을 느끼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오는 사람이 남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허태준과 여형민이 그들 앞으로 걸어가자 그제야 다시 고개를 들었다.“눈멀었어? 남자 화장실은 맞은 편에 있는 거 안 보여?”빨간 머리 깡패가 입에 담배를 문 채 짜증 난 듯 욕설을 퍼부었다.숨 막히는 전자담배 연기가 몽땅 허태준의 얼굴을 향해 뿜어졌다. 그 속에는 짙은 알코올 향도 섞여 있어 허태준은 짜증 난 듯 뒤로 물러서더니 다리를 뻗어 그를 힘 있게 걷어찼다.빨간 머리 깡패는 배를 움켜잡은 채 바닥을 굴러다니며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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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이 손 놔! 내 몸에 손대지 마!”절망에 빠진 심연희는 울부짖으며 말했다.너무 세게 운 탓에 그녀의 메이크업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핑크색 옷깃이 좌우로 찢기며 어깨가 반쯤 드러났다.대머리 깡패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부하를 보고 그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젠장, 당신들 누구야?!”그는 심연희를 내려놓더니 옆에 놓은 걸레를 잡고 힘 있게 허태준에게 내동댕이쳤다.“감히 내 일을 망쳐!”허태준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맨손으로 걸레를 잡은 다음 대머리 깡패가 반응하기도 전에 앞으로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대머리 깡패는 그대로 걸레와 함께 그의 앞으로 끌려왔다.대머리 깡패가 앞으로 넘어지려고 할 때 허태준이 잽싸게 옆으로 비켰다. 그러고는 다리를 들어 그대로 대머리 깡패의 오금을 발로 걷어찼다.철퍽 소리와 함께 대머리 깡패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심유진은 조심스럽게 취객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쓸데없는 싸움이 일어날까 봐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던 것이었다.여형민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녀는 허태준의 분부대로 모든 창문을 닫았다.그녀는 바를 나서자마자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차 안에서 경찰이 오기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잡은 채 불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허태준의 연락을 기다렸다.그녀의 심장은 너무 긴장한 탓에 계속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었다.10분 정도 지나자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밤에 보는 경광등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마치 사막을 오래 거닐다가 본 오아시스처럼 심유진은 흥분한 나머지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녀는 다급히 차에서 내려 경찰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여기에요! 제가 신고했어요!”심유진이 경찰들을 데리고 퀸 바로 돌아갔을 때 1층 로비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고 위아래로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경찰이 한 사람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2층 화장실에서 싸움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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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심유진을 발끌을 돌려 곧바로 심연희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심연희의 팔을 붙잡더니 옷깃을 잡고 여며주며 물었다.“어때? 다친 데는 없어?”심연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허태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허 대표님...”그녀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괜찮으세요?”“응.”허태준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심연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억울한 눈빛을 지어 보였다.“어떻게 된 일이에요?”경찰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심연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 사람...”그녀는 꿈쩍하지 않고 쓰러져있는 대머리 깡패를 가리키며 말했다.“날 강간하려고 했어요... 다행히도 허 대표님께서 제때 도착하셔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난...”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현장 상태가 그녀가 한 말과 일치했기에 경찰도 길게 묻지 않았다.“몽땅 데려가서 사건경위서 작성해.”유일하게 따라온 여경이 나서서 그녀를 위로했다.깡패들은 허태준과 여형민에게 호되게 맞은 탓에 경찰의 부축이 있어야만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바를 나서는 길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대머리 깡패는 겁 없이 허태준을 위협하기까지 했다.“너 이 자식, 딱 기다려!”심연희는 심유진에게서 자신의 팔을 빼더니 소심하게 허태준 옆으로 다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허 대표님... 이런 일에 휘말리게 만들어서 죄송해요.”허태준은 그녀와 거리를 유지하며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괜찮아.”심연희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그녀는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립스틱이 사라지자 핏기 없는 입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경찰은 깡패들을 죄다 경찰차에 태웠고 여형민은 그들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허태준은 뒷좌석 문을 열더니 심유진을 불렀다.“이리 와.”심유진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네?”“타.”허태준의 명령은 짧고 심플했지만 그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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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심연희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신세만 지네요.”여형민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인데요.”심유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의 속마음을 직접 드러내진 않았다.**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여형민은 18, 19, 20층 버튼을 순서대로 눌렀다.“...엥?”심연희는 고개를 돌려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세 층이나 누르는 거예요?”여형민은 입을 꾹 다문 채 미소를 짓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잠시 뒤면 알게 될 거예요.”엘리베이터는 곧 18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 여형민이 내리더니 입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녕히 가세요, 심연희 씨.”“엥?”심연희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하지만 여형민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도로 닫혔다.심연희는 또다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여 변호사님 18층에 살아.”심유진이 그녀에게 해명을 늘어놓았다.“난 19층에 살고 허 대표님은 20층에 사셔.”“모두 이 건물에 산단 말이야?”심연희는 적잖이 깜짝 놀랐다.“아닌데!”그녀는 심유진과 허태준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두 사람 사귀는 사이 아니야? 왜 같이 살지 않는 거야?”예상치 못한 질문에 심유진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하지만 그녀가 핑계를 생각해 내기 전에 허태준이 물었다.“그럼 심연희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아?”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마치 알아서는 안 될 일을 발견한 것처럼 얘기했다.심연희는 곧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저와 정재하는 모두 가정교육을 엄격하게 받아서...”그러자 허태준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심연희 씨 뜻은 나랑 당신 언니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거야?”“아니에요!”심연희는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했다.“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허 대표님,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띵!”엘리베이터는 마침 19층에 도착했다.심유진은 심연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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