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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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웨이터가 명부를 뒤적이더니 그녀를 보았다.“이쪽으로 따라오세요.”심유진은 들어서자마자 연회장을 가득 채운 분홍색 장미를 보고 놀랐다.샹들리에는 물론이고 벽과 천장 그리고 식탁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어있는 것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따듯한 불빛이 더해져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그녀는 방금 아래층에서 연회장을 장식하는 장미들은 해외에서 항공으로 공수해 온 것이며 열 몇 사람이 꼬박 하루 걸려서 장식했다는 말을 들었다. 심유진은 정재하의 미적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녀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아름다운 홀에 들어오게 됐다. 홀에는 3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세심하게도 자리마다 이름이 붙어있어 헷갈리지 않았다.심유진의 좌석은 가운데 테이블의 맨 앞자리였으며 그의 앞자리에는 빈 좌석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허태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이름표에 있는 세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날 밤 이후로 심유진은 다시 그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여형민의 허태준이 이튿날 본사 인수합병을 위해 부산으로 갔고, 적어도 한 두달은 족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사실 심유진은 여형민의 말을 듣고 내심 기뻤다. 두 달이면 반년의 3분의 1이다.그녀가 그와 계약한 기간이 보름이나 지났으니 앞으로 실제 계약 기간은 딱 3개월이 남은 셈이었다. 하지만 기쁨의 뒤에는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따라왔다.그녀는 허태준이 이 곳에 올지 오지 않을 지 궁금했다.만약 허태준이 온다면…… 그녀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 몰라 복잡했다.심유진이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정재하가 나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자친구도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회장에는 젊은 사람들만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싱그러웠으며 다들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그들은 이곳에 초대된 것이 기쁜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으며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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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저거 심연희잖아!”심유진은 손을 덜덜 떨며 오늘이 무슨 날인지 확인했다.“10월 23일……”가만 생각해보니 오늘은 심연희의 생일이었다.심유진은 손을 덜덜 떨면서 핸드백을 꽉 쥐었다.심연희를 본 그녀는 마치 어릴적에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그녀가 집을 떠나기 전 10월 23일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던 날 중 하나였다.이날이 되면 밖에서는 생일 파티를 하느라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왁자지껄했지만, 그녀는 방에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늘 자신이 이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살았다.아득했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솟아오르니 그녀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아아-”사회자가 내미는 마이크를 받은 정재하가 목소리를 가다듬었고, 그 소리에 무대 아래는 조용해졌다.분위기가 바뀌자 정신을 차린 심유진은 허리를 굽히고 일어나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그러나 두 걸음을 떼기도 전에 그녀는 누군가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히고 말았다.은은하고 익숙한 향수, 분홍색 장미의 상큼한 향기가 그녀의 콧속을 파고들었다.몸이 굳어버린 심유진은 깜짝 놀라 몸을 조금씩 곧게 폈다.“어디 가는 거야?”어둠 속에서도 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눈부시게 빛났다.그는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심유진은 그의 등장에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어 갑자기 그를 와락 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충동을 이긴 심유진은 고개를 쳐들고 억지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아, 일이 좀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해서요.”“아직 파티 시작 전인데? 좀 즐기다가 가지?”그는 심유진이 왜 이러는지 사실 알고 있었다.그는 억지로 그녀의 손을 잡아 끌더니 심유진은 원래 자리에 앉혔다. “여기가 내 자리인가?”“아, 네……”“저기 봐. 이제 케이크 자른다.”허태준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자, 그녀는 순식간에 온몸이 달아올랐다.그 순간 심연희의 존재, 그녀의 생일,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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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무대 위의 두사람은 무대 아래의 사람들을 의식이라도 한 듯 더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2년 전 우리 공주 생일, 나와 공주의 가족들은 부산에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작년에는 공주도 나도 너무 바빠서 서로 떨어져 있는 바람에 공주의 생일을 함께 할 수 없어 너무 슬펐어요. 하지만 올해는 공주와 함께 이 대구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정재하는 심연희의 허리를 감싸고는 뜨거운 눈빛으로 심연희를 바라보았다.“공주야, 내가 준비한 이 모든게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연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너무 마음에 들어!”그 순간 관중들은 격하게 외쳤다.“키스해! 키스해!”정재하는 얼굴을 붉히며 심연희를 바라보았지만 끝끝내 입을 맞추지는 않았다.한참 뒤 그는 손사래를 치며 관중들에게 말했다.“부끄러우니 그만하시지요~”그의 말에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네가 그러고도 무슨 남자야!”사람들은 연신 웃어댔고, 정재하도 머쓱하게 웃었다.“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애정 행각은 좋지 않죠~?”정재하는 말을 마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마이크를 심연희에게 주었다.심연희는 마이크를 받고는 우아하게 무대 아래를 향해 인사를 하였다.“여러분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그녀의 귀엽고 다정한 목소리는 그녀의 외모와 잘 맞아 떨어졌다.정재하는 그런 심연희를 귀엽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심연희는 갑자기 정재하를 바라보더니 그의 두 볼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연회장 안의 분위기는 심연희의 대담한 행동으로 인해 후끈해졌다.모두들 두 사람을 축하하는 분위기였지만, 심유진은 그녀의 행동에 적지않게 놀랐다.그녀의 머릿속에 심연희는 아직도 중학생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이었다.‘어떻게 저런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지?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은 저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교육했을 텐데……’심연희는 심유진과 같은 엄격한 가정교육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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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심유진은 두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홀을 돌아다니는 관리인이 음식을 테이블마다 배치했고 사람들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모두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정재하와 심연희의 자리는 허태준과 심유진의 맞은편에 위치했다.정재하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허태준에게 달려왔다.“허 대표님!”그의 얼굴은 조금 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허태준을 보고 너무 기뻐서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에 의해 뒤에서 심연희는 그런 정재하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쓴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정재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기뻐 허태준에게 연신 인사를 했다.정재하가 오는 것을 본 허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재하와 심연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온화하게 인사했다.“심연희 씨 오늘 생일 축하해요.”심연희는 허태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이 되자 의례적인 미소를 지었다.사실 심연희 역시도 허태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라 그의 조각 같은 외모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정재하는 그제서야 심연희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았다.“연희야! 연희야! 이리와! 여기 내가 가장 존경하는 허 대표 님이라고 잘 알지?”“응. 잘 알지.”“대표님 이렇게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정재하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허태준에게 악수를 청했고,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스타를 만난 소녀 팬 같았다.심유진은 그런 정재하의 모습이 살짝 의심스러웠다.“저는 대표님이 오늘 못 오시는 줄 알았어요! 부산에 길게 출장을 가셨다고 전해 들어서…… 사실 기대 안하고 자리를 준비한 건데,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기 이를 데 없네요!”“저도 하마터면 못 올 뻔했네요. 파티만 참석하고 다시 부산으로 가봐야 합니다.”“어이쿠, 그러셨군요.”정재하는 허태준이 바쁜 와중에도 파티에 와줬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그의 뒤에 서있던 심연희가 허태준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허 대표님은 정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시네요.”허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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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심 매니저?”정재하는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심 매니저가 허 대표님을 여기에 모시고 온 장본인이라고요?”심유진은 정재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에이,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대표님을 모시고 왔겠어요. 호호.”“무슨 소리예요! 심 매니저 보통이 아닌 건 알았지만, 허 대표님을 움직이게 할 줄 이야!”“……”“아 내 정신 좀 봐! 연희야 여기는 로열 호텔에 매니저 겸, 허 대표님과 만나고 계신 심유진 씨야…… 어 그러고보니 너랑 같은 심 씨?”정재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연희가 말을 꺼냈다.“설마 유진 언니?”심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떨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심유진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연희는 그녀의 친어머니 사영은이 재혼한 남자의 친딸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이다.사실 심연희는 심유진에게 별 감정이 없을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한집에 살았지만 다섯 살 차이가 나서 같은 학교에 다닌 적도 없었고, 집에서도 같은 층에서 생활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밥도 따로 먹었기 때문이다.어쩌면 심연희는 심유진이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유년기를 보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심유진에게 심연희는 늘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그녀의 어머니는 항상 심유진을 보며 “연희 반만 닮아라.” 라고 했으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심유진은 심연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점점 커가면서 심연희의 존재가 방해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영은과 새아버지인 심훈 모두 심유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사영은에게 심유진은 마치 잊고 싶은 과거에 혹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심유진은 심연희를 향했던 질투심과 분노가 모두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안 이후 심연희를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 연락하지 않고 지냈으니 만나도 별로 반갑지는 않았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심유진도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심연희를 보았다.“그래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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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정재하는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낌새를 챘다.“연희야, 혹시 유진 씨가 네 언니라는 거야? 그럼 둘이 자매사이라는 거야? 어? 이렇게 보니 분위기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정재하가 떠들든 말든 심유진과 심연희는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연희야, 이리와. 유진 씨 편하게 해드려야지. 그렇게 안고 있으면 네 옷도 망가지고 유진 씨도 난처해하시는 거 안 보여? 이리 와서 밥 먹자.”정재하는 심연희를 심유진에게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심연희는 꼼짝하지 않았다.“나 그럼 언니랑 같이 앉을래!”그녀는 심유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그럴 필요……”심유진이 말을 하기도 전에 심연희가 허태준에게 다가가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허 대표님 자리 좀 양보해 주세요~”심유진은 허태준을 보며 제발 도와달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허태준은 웃으며 심연희와 자리를 바꿔주었다.심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심연희와 허태준이 자리를 바꾸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내심 정재하가 나서서 심연희를 데리고 가주길 바랬다. 하지만 정재하는 눈치를 어디에 뒀는지 그저 허태준 옆에 앉는다는 생각에 들떠서 심연희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아……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심연희는 파티 내내 심유진 옆에 앉아 자신의 지난 얘기를 떠들었다. 심유진은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년 묵은 얘기까지 토해냈다.심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을 이 지옥 속에서 꺼내 줄 사람을 찾았지만, 아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근데 언니 방금 허 대표님이 언니보고 여자친구라고 한 거 말이야. 그거 사실이야?”심유진은 심연희의 물음에 무의식적으로 맞은편에 있는 허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우아하게 시선을 아래로 두고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고, 그 옆에는 심연희 못지않게 재잘거리는 정재하가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심연희와 정재하가 같이 지내면 오디오 끊길 일은 없겠네.’멍하니 정재하를 보고 있던 심유진은 심연희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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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심유진의 질문에 심연희는 입을 삐죽이더니 대답했다.“재하 오빠는 유학 때 만났어. 대학교에 소규모 클럽이 있었는데, 그 중에 나랑 재하 오빠 그리고 어떤 언니만 한국인이었거든 그래서 급속도로 친해졌지. 우리는 늘 함께 놀았고, 당시에는 호감만 있었지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어. 시간이 흘러 둘 다 졸업했고, 우연히 어느 술자리에서 오빠를 만나게 된 거야. 그때 운명이라고 느끼고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교제를 시작했어.” 심연희는 준비된 문장을 읽든 아무 감정없이 후루룩 정재하와의 이야기를 뱉어 냈다.‘뭐야 무표정으로 연예사를 읊다니? 설마 심연희는 정재하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말을 마친 심연희는 심유진을 뚫어져라 보았다.“언니, 이제 언니 차례 아냐?”심유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연회장에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도 꽤 컸을 뿐 아니라, 테이블도 넓었기에 허태준은 그녀와 심연희가 대화하는 내용을 듣지 못할 것이다.심유진은 열심히 식사를 하는 허태준을 보며 “아무 말이나 해도 되겠다” 하고 안심했다.“태준 씨가 우리 호텔을 시찰하러 왔을 때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옆에서 호텔 소개를 했어. 당시에 나도 결혼 생활 마치고 솔로였고…… 힘든 와중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태준 씨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 그래서 내가 막 들이댔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마음으로 대시를 했지. 그도 내 진심을 알아봤는지 만나보자고 하더라고.”심유진은 꾸며낸 이야기라도 허태준의 체면을 살려주고 싶었다.“그래?” 심연희는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다시 허태준 쪽을 한번 흘겨보았다.“허 대표님 그렇게 안 봤는데, 꽤 쉬운 사람이네?”심연희에 말에 심유진은 위기감을 느꼈다.“쉬운 사람 아니야.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얼마나 열심히 대시를 했는지 알면 아마 너도 놀랄 걸?”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웃음을 지었다.“아무튼 언니는 참 운이 좋네~”**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얼추 밥을 다 먹고 일어났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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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심유진과 허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심연희는 심유진의 팔을 껴안고 초롱초롱한 큰 눈을 깜박이며 기대에 찬 얼굴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언니~ 오늘밤 같이 있어줘~ 나 이 호텔에서 묵을 게~”심유진의 모든 감각이 허태준이 감고 있는 손에 집중되어 있어서 심연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정재하는 심유진에게 심연희의 제안을 거절하라는 눈짓을 계속해서 줬다. 그의 눈짓을 읽은 심유진은 조용히 팔을 뺐다.“아냐, 모처럼 대구에 왔는데 남자친구랑 보내야지.”“아 왜~ 오늘 내 생일이니까 내 소원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들어주면 안 돼?”그녀는 볼에 바람을 넣고 두 눈을 부라리며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나 심유진은 그녀의 뻔한 수법에 넘어가지 않았다.“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심유진이 아무런 동요가 없자 심연희는 또 눈물을 글썽이며 심유진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아 언니 제발~ 한 번만!”심연희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리려고 하자 정재하가 태도를 바꾸었다.“유진 씨, 연희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한번만 들어줘요. 시간 잠깐 낼 수 있잖아요? 연희랑 시간 좀 보내줘요~”“누구 마음대로?”허태준의 언짢은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심연희 씨,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심유진 씨는 나와 시간을 보낼 겁니다.”허태준이 심유진의 허리를 힘주어 감쌌다.심연희는 허태준과 심유진을 쳐다보면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 그래요. 어쩔 수 없죠.”심유진은 그녀의 손에서 팔을 빼 정재하에게 팔짱을 꼈다.심연희는 떠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안녕, 언니~” 라고 마지못해 말했다.**연회장 밖의 공기가 안과 다르게 선선했다.같이 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둘러 쌓였다가 해방이 되어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고마워요.”심유진은 고개를 쳐들고 허태준에게 말했다.“고맙긴?”“나 민망하지 않게 해준 것도, 그리고 이렇게 나올 수 있게 도와준 것도……”“이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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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맞아요. 부산에서 나고 부산에서 자랐죠. 하지만 대학을 대구로 와서 여기서 일도 구하고 정착한 거예요. 그 후로는 부산에 갈 이유도 갈 필요도 없었고요.”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평소답지 않게 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허태준은 잠시 멈칫했다.“그럼 대학 입학 이후에는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고 산 거야? 아까 심연희 씨가 당신을 찾았다고 하던데.”심유진은 한참 후에 대답했다.“맞아요.”“왜?”허태준은 사실 그녀가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심유진은 입을 열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심유진은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호텔 밖으로 나왔다.“근데 허태준 씨 부산으로 출장 간 거 아니었나요? 설마 정재하 씨 파티 때문에 온 거예요?” “맞아.”그녀는 허태준이 정재하에게 그녀를 위해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 대구에 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온 거야.”심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약간의 실의에 빠졌다.**허태준은 심유진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그가 모는 차는 여전히 원래의 그 마세라티였다. 그가 그녀를 위해 산 롤스로이스는 장식품처럼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유진은 매번 그 롤스로이스를 지나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허태준도 그녀가 불편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불편해할 필요 없어. 여형민 주면 되니까.”“……”“앞으로 네가 원하지 않는 건 강요하지 않을 게.”‘그게 내 마음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야.’**다음날.객실을 확인하던 심유진은 우연히 심연희와 마주쳤다.심연희는 즉시 그녀의 팔을 껴안으며 “언니~” 라고 말했다.심유진은 심연희가 살갑게 다가올수록 마음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심연희는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대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언니 시간 있으면 대구 좀 구경 시켜줘!”심연희의 말에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녀는 심연희가 빨리 돌아가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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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오후에 심유진은 총 지배인의 호출을 받고 사무실에 들어갔다.뜻밖에도 심연희도 그곳에 있었다.이번에 심연희는 심유진을 보고도 그녀를 '언니' 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살갑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정숙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총 지배인은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자매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심 매니저, 여기는 심연희 씨라고 해요.”“아……”“심 매니저, 여기 심연희 씨가 대구에 놀러왔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내 생각엔 심 매니저가 심연희 씨를 데리고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면 좋을 것 같은데요?”심유진은 총 지배인의 말을 듣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심연희…… 보기보다 영악하구나. 그때 그 어리고 멍청하던 중학생이 아니야.’심유진은 심연희의 기묘한 미소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총 지배인이 저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심유진이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그럼 심 매니저? 저랑 같이 구경하려면 카카오톡 추가해야 겠네요?”심연희는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아, 그래야 겠네요.”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심연희의 카카오톡을 추가했다.**심유진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심연희의 앞에서 걷고 있었다.“언니 화났어?”심유진은 뒤를 돌아 심연희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앞만 보고 걸었다. “언니, 나 다른 뜻이 있었던 건 아니야! 난 그저 언니랑 시간을 좀 보내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무례했다면 미안해.”“응 맞다. 무례했지. 내 직장에서 지배인님까지 끌어드려서……”“미안 미안! 언니 용서해줘……”심유진은 심연희에 사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심연희는 그녀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언니 화 풀어라ㅠㅠ][난 언니가 좋단 말이야!][내가 잘못 했어 언니!]끊임없이 울리는 진동에 심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두드렸다.[화 안 났어.]그러자 심연희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방방 뛰었다.“언니 그럼 화 안내는 거지?”“응 그래.”“야호!”“그럼 어디 갈래? 어디 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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