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101 - Chapter 110

1009 Chapters

제101화

천장이 열리고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허태준이 기침을 했다.기침소리에 정신이 든 심유진은 그에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주더니 리모콘으로 천장을 닫으려고 했다.“추우니까 빨리 이불 덮어요!”“괜찮아. 닫지마.”“뭐가 괜찮아요! 이러다가 또 열나면 의사 선생님한테 혼나는 건 나라고요!”“그래도 잠깐이니 괜찮아. 예쁘잖아. 그치?”허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정말 예뻐. 그치?”“아……”그의 손길에 깜짝 놀란 심유진은 침대 위에서 그를 올려다보았다.심유진은 허태준과 누워있는 순간 만큼은 조건웅이 죽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수 있었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찍었다.눈으로 보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사진에도 별들이 아름답게 찍혔다.“이전에 팔공산에 한두번정도 와봤지만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은 없었어요.”“맞아. 나도 몇 번 와봤는데, 이런 적은 없었어. 그래서 더 특별해.”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허태준이 연신 기침을 해댔다.심유진은 그의 오른쪽 탁자에 놓여진 리모콘을 가져가기 위해 그의 몸 위로 살짝 올라왔고, 그녀의 가슴이 허태준의 얼굴에 살짝 닿았다.허태준이 아무리 기운이 없다고 해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녀 위로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끝내 참았다.‘앞으로 천천히 알아가자……’그는 무의식적으로 불끈 솟아오르는 또 다른 자신을 억눌렀다.**심유진은 의사의 말대로 시간마다 그의 체온을 쟀다.“38도……”그녀는 그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핸드폰으로 알람을 여러 개 맞췄다.심유진은 자신도 편하게 눈 좀 붙여야겠다고 생각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잠시 후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유진아! 유진아!”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허태준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허태준은 또 열이 나는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더웠는지 덮고있던 이불을 걷어찼다.“유진아...유진아!”그의 표정이 몹시 고통스러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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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심유진은 허태준을 꼭 안아 재웠다.그의 험상궂던 표정이 그녀의 품안에서 사랑스럽게 변했다.밤중에 비가 포슬포슬 내렸다. 허태준의 체온이 어느정도 떨어지자 답답했던 심유진은 천장 덮개를 열었다.가느다란 빗줄기가 지붕에 부딪치면서 후드득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별들은 비 때문에 노랗게 번져보였다.기온이 떨어진 탓에 비는 점차 눈으로 변했다.눈이 천장을 덮자 방안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그 속에서 심유진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허태준이 정신을 차린 것은 오전 9시 무렵이었다.그가 눈을 뜨자마자 심유진의 얼굴이 보였다. 허태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심유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심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조용히 손을 올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체온계를 집어들었다.“체온 좀 잴게요.”밤새도록 땀을 흘린 허태준은 체내의 수분이 심하게 빠져 피부가 푸석했다.그는 잠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밤새 여기에 있던 거야?”“네. 어젯밤에 악몽을 꾸신 것 같더라고요. 유진이인지 유정이인지 아무튼 제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부르며 힘들어하시길래 옆에 있어드렸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또 그 꿈을 꿨군. 아…… 심유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겠네.’허태준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배고프지 않아요? 뭐 먹고 싶은 건 없어요?심유진이 그에게 물었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그였기에 배가고파 죽을 것 같았다.“배가 고프네.”심유진은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여기 허 대표님 방인데요. 죽 두 그릇 부탁해요.”“두 그릇?”“그럼 혼자 먹게요? 내 입은 입도 아닌가?”“너 죽 싫어하잖아?”허태준의 입에서 불쑥 저 말이 튀어나왔다.심유진은 조금 의아했다.“제가 죽을 싫어한다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안 거죠?”그녀는 담백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극적이고 매콤한 음식을 선호하는 그녀는 허태준의 말에 놀랐다.‘내가 죽을 싫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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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허태준이 샤워를 하러 간 틈을 타서 심유진은 자기 방으로 갔다.핸드폰을 집어 든 그녀는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에 놀랐다.병원에서 온 전화 한 통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소한 전화번호였다.‘왠지 예감이 불길해.’그녀는 부재중 전화 역시 조건웅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녀는 핸드폰을 밖에 두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허태준이 있는 욕실과 심유진이 있는 욕실은 벽을 하나만 두고 있었기에 그가 씻는 소리가 그녀에게 다 들렸다. 심유진 역시 피곤한 몸을 녹이기 위해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허태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땀으로 흠뻑 젖었던 옷을 다시 입기 싫었는지 아랫도리에 목욕 수건만 둘른 채 밖으로 나왔다.그 사이에 심유진은 준비 된 죽을 꺼내 먹고 있었다.그가 나온 것을 보고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머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이 그녀의 눈에 거슬렸다.물방울은 그의 머리카락 끝에서 미끄러져 그의 가슴과 등,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평소라면 모르겠지만, 어제까지만해도 열이 많이 났잖아요. 머리 안 말리면 안돼요.”심유진은 헤어드라이어를 찾아 플러그를 꽂고 허태준을 소파에 앉혔다.그녀는 그의 몸 옆에 반쯤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드라이어를 들고, 한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금방 마를 거니까 걱정마요.”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두피를 쓰다듬고, 따뜻한 바람이 그의 귀로 불어오자 그의 귓가가 붉게 달아올랐다.허태준은 금방이라도 심유진을 소파 위로 넘어뜨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속으로 원주율을 외웠다.심유진은 그런 그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머리 말리기에 집중했다.“다 됐다!”그녀가 드라이기를 두고 그를 보았다.“얼굴이 빨개요. 또 열 나는 건가?”그녀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짚자 허태준은 부끄러운 듯 몸을 뒤로 뺐다.그 순간 심유진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전화 좀 받고 올게요.”심유진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을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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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심유진은 극구 그와의 동행을 거절했지만 그의 태도는 완강했다.하산하는 케이블카를 탄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팔공산 케이블카에서 보는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괜찮겠어요?”“그래도 이거 입어. 산에 오르는데 그렇게 얇은 옷을 입고오면 어떻게 해.”허태준은 자신의 옷을 심유진에게 건넸다.“아직 열도 있고 기운도 없으면서 이따가 어떻게 운전을 하겠어요?”“그러니까. 그냥 나랑 가만히 별장에 있으면 될 것이지. 왜 간다는 거야.”“그야……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지만……”“됐어. 내 걱정이라면 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이런 거로 안 죽어.”허태준은 짜증섞인 말투로 그녀의 말을 싹둑 잘랐다.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케이블카의 구석에 머리를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그 모습을 본 심유진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별장에서 냉수욕을 한 것이 문제가 됐는지 허태준의 머리는 다시 무거워졌고 몸속에는 한기가 맴도는 듯했다.케이블카는 비록 페쇄된 공간이지만 창문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허태준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산바람에 그가 입은 얇은 셔츠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두 팔로 자신을 꼭 끌어안았지만 달달 떨리는 치아가 그의 상태를 말해줬다.심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옷을 벗어주고는 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춥죠? 거봐요. 내가 뭐라고 했어요.”추위에 장사 없었다.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앞으로30분은 더 가야 하니 조금만 참아요.”심유진은 덜덜 떠는 그를 이렇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몸으로 사방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았다.그 모습을 본 허태준이 그녀에게 물었다.“춥지 않아?”“괜찮아요.”허태준은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산에 데리고 오지 말걸. 나도 심유진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에취!”심유진이 기침을 크게 하자 허태준은 귀엽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이래도 안 춥다고?”심유진은 얼굴에 난감한 표정으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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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열 안난다니까 그러네.”허태준의 말에도 심유진은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아침보다 뜨거운 것 같아요.”그녀는 그가 별장에서 나오는 것을 말렸어야 했다고 자책했다.그녀의 표정을 읽은 허태준은 오히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매만지며 조용히 말했다.“괜찮아. 집가서 약 먹고 쉬면 나을거야.”심유진은 그의 상태를 보고 그가 쉽게 나을 것 같지 않았다.…30분 후 케이블카가 마침내 산 아래에 도착했다.한참을 벽에 기대어있던 허태준은 케이블카에서 내리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심유진이 뒤에서 그를 잡아끌었기에 바닥에 고꾸라지지 않았다.심유진은 케이블카에서 내린 이후 한시도 그의 외투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조심스레 그를 차까지 부축했다.심유진은 그의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운전석에 앉았다.‘아 나 마세라티는 처음 몰아보는데…… 사고라도 나는 거 아니겠지……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를 차에 태우고 네비게이션에 S 대학병원을 검색해 허태준을 응급실로 데려갔다.**“38도가 넘네요.”허태준의 체온을 잰 간호사가 링거와 약을 가져왔다.심유진은 오후에 경찰서로 가야하기에 여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민 씨, 혹시 S 대학병원으로 와줄 수 있어요?”“무슨 일이죠?”“허 대표님이 응급실이라……”“예?”“미안한데, 올 때 죽 좀 사와줘요. 아무것도 못먹어서 죽이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요.”여형민은 허태준이 응급실이라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유진 씨는 어디 가게요?”’“경찰서요.”“경찰서에 간다고? 조건웅 때문에요?”보아하니 여형민도 조건웅의 사망 소식을 아는 듯 했다.“네, 경찰이 전화가 왔어요.”“같이 가줄게요. 저도 경찰인 지인이 알려주던데. 이 사건 좀 까다롭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지금 경찰서에가면 그의 가족들이 유진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같이 가주시면 좋긴한데…… 그래도 여기 허 대표님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잖아요.”“간호사들한테 부탁하면 되죠. 그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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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위 경찰관은 웃음을 거두고 사건 파일을 펼쳐 보였다.“사실은--”그는 가볍게 목을 푼 뒤 입을 열었다.“저희가 지금 조건웅 씨 자살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거든요. 심유진 씨는 조건웅 씨의 아내고 두 분의 사정은 저희도 잘 알고 있으니 얘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심유진 씨께서 조건웅 씨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 여쭤보려고요. 조건웅 씨가 생전에 자살에 대해 언급한 적 있나요? 아니면 심유진 씨한테 억울함을 호소한 적 있나요? 조건웅 씨 심리에 이상한 낌새는 없었나요?”“죄송합니다.”위 경찰관의 질문에 심유진이 대답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조건웅 씨와 별거한 지 꽤 됐거든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다음 딱 한 번 만나봤지 그사이엔 아무런 연락도 없었어요.”“그렇군요.”위 경찰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노트에 기록을 남겼다.“조건웅 씨 가족분들은 심유진 씨의 라이브 때문이라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그는 고개를 들어 예리한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처음 경찰에게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었기에 긴장을 숨길 수 없었다.그녀가 바짝 마른 입술을 몇 번 핥고 나서 해명을 시작하려는데 여형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조건웅 씨는 입원한 상태이고, S 대학병원 병실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채널은 다섯 개밖에 없어요. 그러니 조건웅 씨가 심유진 씨 라이브를 시청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자살한 이유가 당연히 그 때문은 아닐 거예요. 둘째,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이건 심유진 씨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셋째, 돌고 돌아 조건웅 씨가 심유진 씨 라이브를 직접 시청했고 그 이유로 자살했다고 해도 심유진 씨 행동이 범죄에 해당하는 건 아니에요. 심유진 씨가 라이브를 한 이유는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서이지 자살을 유도한 게 아니에요. 만약 이 사건의 근원을 꼭 찾아야만 한다면 그건 조건웅 씨의 부모여야 할 거예요. 그들이 >에 출연하지만 않았어도 심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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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조금 전 위 경찰관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에 그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아무래도 오랫동안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생긴 후유증 같았다.반면 여형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살면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일을 해결하는 데서 원칙도 없이 분쟁을 조정하는 중재인이에요.”그는 보기 드문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전에 제가 담당했던 소송 당사자들은 대부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었거든요. 그녀들은 남편들에게 맞아 멍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실려 갔다가 용기 내어 경찰한테 신고하면 늘 흐지부지하게 끝났어요. 이는 그녀들의 집안 사정이기에 끼어들기 애매하다며 남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라고 설득했어요. 그들은 사건 해결률과 자신의 명분을 지키기 위해 법이 아닌 정으로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어요. 결국 그들은 임무를 완수했기에 기분이 홀가분하겠지만 그들 말에 따라 남편을 용서한 여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평화로운 가정이 아니라 더욱 심해진 가정폭력이었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어요. 전 늘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그들이 맡은 바 일에 책임을 다하고 법을 엄격히 준수하면 이 세상에 일어날 비극은 아주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요.”그가 한 말은 심유진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전에 그녀는 대부분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게 바로 전망 즉 돈이라고 생각했다.여형민을 포함한 변호사라는 직업도 이름을 날리게 되면 재판 승소 한 번에 일반인들의 일 년 치 월급보다 몇 배나 높은 돈을 벌 수 있다.그녀는 처음으로 여형민에게서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날 너무 숭배하진 말아요.”아무래도 그녀의 눈빛에서 존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는지 여형민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지금 상황을 바꾸고 싶은 건 태어날 때부터 착했던 이유가 아니라 사실 어릴 때...”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층 어두워진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집에 일이 좀 있었거든요.”심유진은 미안한 마음이 샘솟았다.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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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여형민은 곧바로 허태준에게 연락했다.통화음은 연결되었지만 정작 받는 사람은 없었다.여형민은 당황한 나머지 심유진을 뒤로 하고 곧바로 간호사실로 달려갔다.환자 실종 사건은 병원에게 있어 아주 큰 일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사고도 있었기에 다들 정신이 없었다. 때문에 간호사실에는 당직 간호사 한 명을 제외하고 몽땅 환자를 수색하는데 나섰다.여형민의 간곡한 부탁에 간호사는 방송을 켰다.“허태준 환자분, 지금 친구분께서 병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방송을 들으셨다면 속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심유진은 그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았다.“CCTV라도 돌려볼까요?”그녀가 여형민에게 물었다.“잠시만요.”여형민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그는 심유진에게 명령을 내렸다.“병실로 돌아왔는데 사람 없으면 어떡해요.”심유진은 이곳에 남아있어도 도움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에 그의 말대로 병실로 돌아갔다.홀 방송은 2분마다 한 번씩 재방송되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녀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온갖 잡생각들이 몰려왔다.삼십분 정도 지나자 여형민이 허태준을 부축하여 병실로 돌아왔다.심유진은 다급히 그들을 반겼다.“어디로 간 거예요?”그녀는 나무라듯 말했지만 걱정과 긴장이 더 컸다.허태준의 안색은 그들이 떠날 때보다 더 안 좋아졌고 지어는 창백하기까지 했다. 중도에 바늘을 빼고 제때 지혈하지 않은 탓에 그의 오른손 손등에는 보기 흉한 핏자국까지 어려있었다.“지인을 만나서 잠깐 얘기 나눴어.”허태준은 무표정으로 말을 꺼내며 오른손을 등 뒤로 숨겼다.“지인이 네 건강보다 중요해?”여형민은 그를 침대에 앉힌 뒤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얌전히 누워있어, 간호사 불러올 테니까 링거나 마저 맞아!”여형민이 말을 다 한 탓에 할 말이 없어진 심유진은 얌전히 옆에 서 있었다.“로열 호텔에 언제 출근해?”허태준이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다.심유진은 흠칫 놀랐다가 솔직하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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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마음대로 해.”허태준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턱 끝까지 올린 뒤 두 눈을 질끈 감았다.**허태준이 링거를 다 맞았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진 상태였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전은 여형민이 맡았고 허태준은 뒷좌석에 앉아있었다.조금 전 있었던 일 때문에 심유진은 조심스럽게 조수석을 선택했다.허태준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형민은 심유진에게 저녁 식사를 초대했다.“아주머니께서 이미 식사 준비를 마쳤어요.”심유진은 길게 하품하며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서 자고 싶어요.”그녀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그래요.”여형민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심유진은 먼저 차에서 내렸고 여형민과 허태준은 여전히 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어느 지인 만났어?”여형민이 고개를 돌려 허태준에게 물었다. 그의 표정에는 엄숙함 속에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그 사람들?”허태준은 공공장소가 아닌 곳에서 지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직접 병실에서 나오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들밖에 없었다.하지만 허태준은 예상 밖인 대답을 꺼냈다.“아니.”“그럼 누군데?”여형민은 의아했다.“그럼 지인을 만났다는 게 심유진 씨를 속이기 위한 거였어?”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았다.허태준은 옷을 꽉 여민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들어가서 밥 먹어, 나 배고파.”그는 아예 대답을 회피했다.**심유진은 꽤 긴 시간 동안 잠을 잤다.아침 알람 소리가 울려서야 그녀는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이는 그녀가 정직을 당하고 나서 첫 출근날이자 스캔들이 터진 뒤 처음 동료들과 만나는 날이다.호텔로 가는 길에 그녀는 마음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그녀의 예상과 반대로--아무도 그녀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다들 그녀를 동정하며 조 씨 가문을 나무라는 동시에 그녀를 위로했다.“심 매니저, 드디어 돌아오셨네요!”“그동안 수고했어요!”“저희도 심 매니저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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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우아한 옷차림의 중년 귀부인이 문을 닫는 순간 사악한 표정을 드러냈다.오래전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면서 심유진은 당황스러움에 두 눈을 크게 떴다.“짝!”청아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해에 비하면 힘은 많이 줄었지만 심유진은 여전히 볼이 따끔했다.“개망신을 전국에 퍼뜨리니까 네가 대단한 짓이라도 한 것 같아? 어쩜 아직도 내 속을 썩여! 네 동생을 좀 따라 배우란 말이야!”예상했던 욕설이 줄줄이 새어 나왔다. 심지어 내용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심유진은 조건반사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려다가 제때 입을 닫았다.그녀는 더 이상 남의 눈치만 보고 사는 소녀가 아니었다.그녀는 이제 성장했고 독립적이며 용감했다.가장 중요한 건 그녀는 이미 그들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심유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얼굴에서 전해지는 고통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더니 괴이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저번 만남 때 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기억하세요?”그때 심유진은 핍박에 의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뺨도 여러 번 맞았었다.“꺼져! 멀리 꺼질수록 좋아!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난 너 같은 딸을 낳은 적 없어!”칼처럼 잔인한 말들이 심유진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려갈긴 바람에 지금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사영은도 떠오르는 건 마찬가지였다.“네가 일을 크게 벌이지만 않았어도, 네 아빠 친척들때문에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일만 없었어도, 내가 이렇게 널 찾아왔을 것 같아?”그녀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때는 당당하게 가출한다느니, 가족들과 인연을 끊겠다느니 그러길래 혼자 얼마나 잘 사나 했더니! 하!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싶다고... 그 권리는 가졌는데 결과는? 시골 남자한테 시집간 것도 모자라 정신병자랑 엮여!”심유진은 예전의 상처가 마음속 깊이 박힌 탓에 그녀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흔들림 없었다.“잘 지내든 말든, 누구한테 시집가든 당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요.”사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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