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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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제로의 비서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소리 없이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허태준은 컴퓨터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 그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이윽고 심유진은 법률신청서를 조심스럽게 거뒀다.“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이소연 씨는 저를 딩크족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프라이버시와 관계되므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그저 전 절대 이소연 씨와 그녀의 아들 조건웅 씨가 얘기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조건웅 씨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 점을 신경 쓰지 않는 전제하에 결혼했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본인이 직접 부모님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고요.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설날을 맞이하여 집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똑같이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소연 씨는 저한테 병을 확인하러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사실상 마을의 무당인 돌팔이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병자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명절이 끝난 뒤 저희는 대구로 돌아왔고 그 뒤로 이소연 씨는 단 한 번도 제게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더 쉽겠네요. 조건웅 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소연 씨는 단 한 번도 저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생기면 늘 조건웅 씨에게 직접 연락했고 조건웅 씨는 통화내용을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조건웅 씨가 지난달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소연 씨는 교통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습니다.”심유진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조건웅 씨는 지난해부터 이미 소속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심지어는 임신까지 시켰습니다. 그들은 이미 반년 동안 만남을 가졌지만 저는 마지막이 돼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오늘 특별히 조건웅 씨의 또 다른 소속 직원을 모셔 왔습니다.”그녀는 라이브룸과 미팅룸 사이에 낀 유리를 통해 조건웅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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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저는 줄곧 병원에서 이소연 씨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의식을 되찾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이 바로 저를 조건웅 씨 병실로 끌고 가 그를 돌보라고 명령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제야 조건웅 씨가 교통사고로 반신불수인 상태가 되었고 평생 누워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소연 씨는 그 짐을 저에게 떠넘기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달리 조건웅 씨는 그나마 양심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더러 그만 가보라며 앞으로 부모님이 저를 찾아오는 일은 없게 할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에게서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조건웅 씨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이소연 씨가 남긴 제 번호로 연락하여 그들 대신 병원비 200만 원를 지급하라고 하더군요.”전에 심유진에게 연락했던 간호사도 라이브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마지막으로 이소연 씨와 조건웅 씨가 병원비를 저한테 요구하는 이유를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혼 요구가 충족하지 않은 탓에 저와 조건웅 씨는 아직 이혼하지 못했습니다. 왜 조건이 충족하지 않았냐고요? 왜냐하면 조건웅 씨는 몇 개월 전 제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틈을 타 >에 몰래 제 이름을 사인했고 불법적인 방식을 통해 제 명의로 된 집 한 채를 그에게 돌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통장을 털어 그의 부모님 본가에 집 한 채를 더 구매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조건웅 씨에겐 아무런 적금이 없고 그의 부모님은 집을 팔아 병원비에 보태는 걸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조건웅 씨를 기소할 겁니다. 이혼서류도 제출할 것이고 제 명의로 된 집도 돌려받을 겁니다. 조건웅 씨 부모님 집은 조건웅 씨가 저와 상의도 없이 결혼 중 재산으로 구매했습니다. 이는 재산을 빼돌리려는 혐의가 있는 것 같아 그에게 집을 팔아 그 절반 금액을 받아내는 것도 합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집을 판 돈으로 조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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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마침 오전에 허태준이 아리 라이브 책임자와 미팅했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제로의 신청을 심사 통과한 것이었다.허태준과 여형민은 7시 전에 다급히 업무를 마치고 시간 맞춰 빌딩 앞에서 심유진과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것이었다.그러니 지금 허태준에게 남은 업무는 없는 게 정상이었다.“사람 찾아서 영상 편집하고 타이틀이랑 실시간 검색어 장악해.”허태준이 말했다.**제로의 라이브가 끝난 지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영상은 온라인에 그대로 퍼졌다.수많은 언론사에서 영상을 게시했다. 의 충격적인 실체!>>, 는 사과하라>>, 의 또 다른 진실?>>, 가 지은 죄>>, >, >트위터 실시간 검색창은 온통 “제로 라이브”, “>의 실체”, “며느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시부모” 등 검색어들로 가득 찼다.심유진이 논리정연하게 얘기한 데다 두 사람이 증인으로 그녀의 말을 인증해 준 덕에 그녀의 편을 드는 사람이 배로 늘어났다.인터넷 여론 형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고 심유진을 욕하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제로의 트위터 댓글 창에 미안하다는 댓글을 게시했다.반면 트위터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제작팀이 시청률을 위해 비겁한 짓을 벌였다는 둥, 제작팀에게 실망했다는 둥, 그중 가장 많은 댓글은 제작팀이 심유진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제작팀은 그날 밤 곧바로 사과글을 올려 심유진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작팀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날 녹화영상을 그대로 게시했다고 발표했다.[저희 제작팀은 빠른 시일 내에 이소연 씨를 찾아 방송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것입니다. 만약 거짓된 내용이 포함된다면 이소연 씨의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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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제로의 데이트 요청을 거절한 뒤 심유진은 혼자 자리를 떴다.저녁 식사 타임이 지났기에 CY 빌딩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비어있었고 그녀는 곧바로 1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당직 경호원이 그녀를 알아보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심유진 씨!”그는 활짝 웃으며 심유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게다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문까지 열어주었다.심유진은 다급히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경호원은 곧바로 허리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심유진 씨,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또 봐요!”심유진은 순간 레스토랑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CY 빌딩을 나서자마자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은 여전히 빛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때는 이미 저녁 10시였다.거리를 달리는 차는 그녀가 왔을 때보다 훨씬 적어졌고 한두 대만 오가고 있었다.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빈 택시 하나를 잡았다. 기사에게 주소를 얘기하려는 순간 제로에게서 연락이 왔다.심유진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무슨 일이야?”그녀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제로가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언니 시어머니인 것 같아!”시간을 계산해 보면 > 제작팀도 이미 이소연을 찾아갔을 것이다.심유진은 원래 개싸움을 지켜보노라면 더 큰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이소연이 이런 방식을 선택할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다.그녀는 이소연이 오직 뛰어내릴 것처럼 연기할 뿐 진짜 뛰어내릴 생각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경찰과 소방관 모두 출동했고 몇몇 기자들도 현장에 도착한 것 같아, 보러 갈래?”제로가 물었다.“그래.”심유진은 기사더러 핸들을 꺾어달라고 요구했다.지금 상태로 CY 빌딩에서 S 대학병원까지 가는 데 10분도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GS 건물 아래에는 이미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경찰차, 소방차들이 길옆에 주차되어 있었다.몇몇 경찰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통제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소방관들은 서둘러 안전 매트를 세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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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저 사람 며느리예요! 아무래도 이런 방식으로 말을 바꾸게 하려는 것 같은데, 정말 역겹네요!”“맞아요! 내가 저 여자 며느리였다면 딱 버티고 오지 않았을 거예요,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잖아요!”“이만 흩어지죠! 이것만은 확신하는데 저 사람 절대 못 뛰어내려요!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난리를 피울 거예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으면 민망해서 알아서 내려올 거라고요!”익숙한 목소리에 심유진이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누군가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그녀는 낮게 신음을 뱉은 뒤 코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다--“허 대표님?”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리고 허태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여형민을 제외하고 또 누가 있겠는가?“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가자.”그는 차갑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그의 발걸음 보폭은 아주 컸고 심유진은 그에게 잡힌 채 잔걸음으로 달려야만 그의 뒤를 따를 수 있었다.허태준은 GS 건물 부근에 차를 주차했다. 그는 심유진을 뒷좌석에 앉힌 뒤 그녀의 옆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형민도 차에 올라탔다.“직접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 아니면 경찰들이 불러서 온 거예요?”여형민이 심유진에게 물었다.“이소연 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고 있다고 제로가 알려줬거든요.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온 거예요.”심유진이 대답했다.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다 봤으면서 왜 안가? 멍하니 거기에 서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또 당하고 싶어서 그래?”그는 마치 아이를 혼내는 부모처럼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의 말속에 담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대답했다.“휴대폰 전원 꺼놔서 경찰들도 저한테 연락 못 해요.”“만약 누군가 널 알아보기라도 하면? 수백만 명 시청자들이 오늘 밤 네 라이브를 봤다는 거 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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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경찰들은 GS 건물 출입을 막지 않았기에 여형민은 손쉽게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옥상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은 여형민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를 막아섰다.“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여형민은 자신의 명찰을 꺼내 느긋하게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 전담 변호사입니다. 이소연 씨와 협상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이소연이 울며불며 심유진을 찾는다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경찰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물어보고 올게요.”그는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돌아와 여형민에게 말했다.“올라가세요.”“고맙습니다.”여형민은 그대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올라갔다.GS 건물 옥상은 아주 넓었다. 평소 의사, 간호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기에 테이블도 여러 개 세팅되어 있었다.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옥상 문은 항시 열린 상태였고 이로 인해 이소연이 자살을 시도할 기회를 준 것이다.여형민은 어구를 지나자마자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과 난간 너머 GS 건물의 “건” 자에 붙어 서 있는 이소연을 발견했다.경찰은 여전히 이소연을 말리고 있었다.“며느리분 전담 변호사가 곧 오실 겁니다. 먼저 얘기라도 나누실래요?”이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호사 안 만나! 심유진을 직접 만날 거야! 심유진이 안 오면 나도 안가!”여형민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한 뒤 빈 가방을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를 전담하고 있는 여 변호사입니다.”두 경찰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소연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심유진은요? 심유진은 어디에 있어요?”“심유진 씨는 얼굴 비추기 어려워 제가 대신 왔습니다.”여형민은 미소를 유지한 채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 씨를 대신해 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요구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이소연은 그가 한 마지막 한마디에 잠시 머뭇거렸다.“정말 다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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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이소연은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지금 바로 심유진한테 연락해요! 그리고 전 국민한테 오늘 밤 그녀가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얘기하라고 해요!”“그쪽이 하신 말이 사실인가요?”여형민이 그녀에게 물었다.이소연은 순간 사레가 걸렸다.“당연히 사실이죠!”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빨리 심유진한테 연락해요!”“심유진 씨한테 연락할 수도 있고 오늘 밤 했던 말들을 도로 취소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여형민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그녀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당신한테 속았던 사람들이 다시 당신을 믿으려고 할까요?”이소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골똘히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상하고 있는지 두 눈을 뱅글뱅글 굴렸다.“사실 이번 일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유진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이 탓해야 할 사람은 마땅히 당신을 속여 프로그램에 오르게 만든 > 제작팀이에요.”여형민은 애써 타이르는 말투로 물었다.“생각해 보세요. 만약 당신이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제작팀 의도대로 그런 거짓된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이소연은 그의 논리에 넘어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여형민은 또다시 앞으로 몇 걸음 내딛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냥 저한테 누구의 사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지만 알려주시면 돼요. 제가 대신 고소해 드릴게요. 때가 되면 모든 책임은 그 사람이 지고 이소연 씨는 무죄로 석방될 거예요.”이소연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의 호 편집장이에요! 그 사람이 저한테 방송 출연을 제안했어요! 그 여자가 저 대신 해결해 주겠다고 했어요! 내가 프로그램에서 한 말도 몽땅 그 여자가 시켜서 한 거예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그녀는 재빨리 책임을 밀어 넘겼다.“네, 알겠습니다.”여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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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허태준과 심유진은 얌전히 차 안에 앉아있었다.정적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흔히 있는 상황이었다.허태준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표정은 평온한 반면 몸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그는 심유진과 얘기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머릿속으로 온갖 대화 주제들을 생각해 봤지만 하나같이 부정당했다.잘 지냈어? 너무 멍청해 보였다.저녁 먹었어? 할 말 없는데 일부러 말을 거는 것 같았다.오늘 잘했어. 그녀는 그의 부하가 아니었다.너 어렸을 때...그건 아마 그녀가 평생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일 것이다.‘됐어.’그는 포기했다.아마 그는 정말 여형민이 얘기한 것처럼 플러팅 재주가 아예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심유진은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고 당분간 다시 켤 생각이 없었다.휴대폰이 없으니 그녀는 차 안 분위기가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조금 전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을 또다시 던졌다.“허 대표님과 여 변호사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허태준은 깊게 심호흡한 뒤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여형민이 트위터에서 이소연이 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기사를 봤거든. 게다가 너한테 연락해도 받지 않으니까 이곳에 있나 해서 찾아왔어.”그는 대답에 줄곧 여형민을 앞세웠다. 마치 이 모든 게 여형민의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처럼 얘기했다.“여 변호사님께 고마워해야겠네요.”심유진은 고마워하는 말투로 말했다.허태준은 다리에 올려둔 손을 꽉 움켜잡았다. 가슴에 뭔가 턱 막힌 것처럼 숨이 찼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주말에 시간 돼? 나랑 함께 성운 별장으로 가.”성운 별장은 YT 그룹 소속 산업으로 대구 교외 팔공산에 위치해있다. 소문에 의하면 팔공산에서 별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최적화된 장소라고 한다.하지만 성운 별장의 가격이 하도 높은 탓에 심유진은 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부근에 있는 다른 호텔을 선택했다.“거긴 무슨 일로 가는 거예요?”심유진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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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걱정하지 마. 옷 망가져도 갚으라고 안 할게.”심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토록 너그러운 사람이면서 저번에는 왜 꼭 배상을 요구했을까?**이소연이 경찰에게 잡히고 나서야 여형민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그가 GS 건물 아래로 내려왔을 때 원래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지고 없었고 소방관들도 안전 매트에 있던 공기를 빼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한참 기다렸는데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다니, 정말 재미없어!”차에 다시 올라탄 뒤 허태준이 그에게 물었다.“어때?”여형민은 안전벨트를 매고 난 뒤 시동을 걸며 말했다.“>의 호 편집장이 찾아갔었대.”“>의 편집장?”허태준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방송국 편집장이 그 여자에 관한 일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편집장 주변 친구가 마침 조 씨 가문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이 일이 이슈로 몰릴 것 같아서 프로그램 시청률도 높여주고자 그 편집장한테 얘기했거나, 그 프로그램 편집장이 밖에서 종일 취재하다가 마침 이소연 씨와 마주쳤고, 이소연 씨는 책임을 미루기 위해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거나. 어차피 이소연 씨가 한 말 중에 믿을만한 얘기는 단 하나도 없었어.”여형민은 온갖 추측을 정리해서 얘기했다.“게다가 우린 그걸 사주한 사람이 제작팀이라는 걸 알아냈잖아? 기부금 사건도 모두 제작팀에서 벌인 짓이야. 이러면 들어맞지 않아?”허태준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호 편집장에 대해 알아보라고 할게.”심유진은 >의 호 편집장을 알고 있었다.“전에 저를 만나러 호텔까지 찾아왔던 세 명 중 한 명이에요.”긴 머리에 싸가지없는 태도를 가진 여자 편집장이었다.그 뒤 심유진에게 연락했을 때 호 편집장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만약 이 일을 계획한 사람이 그녀라면 그때 그녀가 심유진을 대하던 태도가 왜 그토록 쌀쌀맞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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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심유진은 결백을 인증받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아안았다.총지배인이 그녀에게 직접 연락하여 복직을 신청했다. 아마 다음 주쯤이면 다시 로열 호텔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심유진은 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토요일 아침, 심유진은 허태준의 연락을 받았다.그는 이미 아파트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녀는 그가 오래 기다릴까 봐 옷만 대충 갈아입고 생얼로 문을 나섰다.차 안에는 허태준 한 명뿐이었고 심유진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여 변호사님은요?”그녀가 물었다.허태준은 핸들을 꽉 움켜잡았다.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찾은 사람이 여형민... 너무 기분 나빴다.“안가.”그가 쌀쌀맞은 말투로 대답했다.심유진은 간단하게 대답한 뒤 또다시 물었다.“아침 식사는 했어요?”허태준은 앞만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니.”“그럼 밥 먹을래요?”심유진은 주머니 안에서 텀블러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어젯밤에 끓인 계란죽이예요.”그녀는 허태준이 평소 밖에서 식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특별히 아침 식사를 준비한 것이었다.“만약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토스트와 딸기잼도 준비했어요.”허태준은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길옆에 주차했다.“계란죽이면 돼.”그가 대답했다.심유진은 곧바로 텀블러를 그의 손에 건넸다.“뚜껑 열어서 먹어요. 숟가락 줄게요.”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허리 숙여 호주머니 안에서 은 숟가락을 꺼냈다.“이 숟가락은 어제 금방 포장 뜯은 거예요. 이미 깨끗하게 씻어서 가져왔으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돼요.”그녀의 미소는 달콤했고 아주 귀여웠다.허태준은 입이 바짝 말라 드는 것 같았다.그는 텀블러를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뚜껑을 열자마자 뜨거운 열기와 죽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허태준은 은 숟가락을 건네받고 죽을 한술 떴다.죽은 딱 좋게 익은 상태였다. 계란과 쌀이 조화로운 맛을 이루었고 매 한입마다 계란의 고소함과 쌀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허태준은 입맛이 까다로웠기에 아무리 맛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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