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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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심유진은 장발의 여자 PD의 끊임없는 공격적인 발언에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도 자신이 조건웅과 조건웅의 가족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저는 더 듣고싶지도, 대답해드릴 말도 없습니다.”“심유진 씨! 조금이라도 상황 설명을 해주시죠!”장발의 여자PD의 계속되는 질문에 심유진은 사무실 문을 거세게 닫았다.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두 신입은 사무실에서 나오는 심유진을 보고 방정을 떨며 다가왔다.“심 매니저님! 방송국에서 찾아왔다는데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거예요? 혹시! 소개팅 프로그램?”“아니. 그런 거 아냐.”“왜요~ 말 좀 해주세요! 심 매니저님 방송 출연 하시는 거예요?”“난 그런거 관심 없어서 안 나간다고 했어.”심유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왜요! 심 매니저님은 예뻐서 방송만 타면 엄청 유명해질텐데! 그럼 저도 어디가서 심 매니저님하고 아는 사이라고 하고 다닐 수 있잖아요!”심유진은 철없는 두 신입을 보고 실소를 터뜨렸다.“그래 다음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꼭 나가볼게. 그때 마음껏 아는 척하고 다녀~”**그후에도 계속해서 방송국 PD들이 심유진을 섭외하기 위해 전화가 왔다. 심유진은 어떤 방송국에 어떤 프로그램이든 예외없이 거절했다.‘지겨운 방송국 놈들…… 밤낮 할 것 없이 계속해서 전화질이야!’심유진은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전화에 시달렸고, 참다 못한 그녀는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 번만 더 전화하거나 직장에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할거니까 알아서하세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게 먹혔는지 방송국 사람들에게서 오던 전화가 한동안 잠잠해졌다.**토요일 이른 아침, 심유진은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림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수백통에 달하는 카톡과 전화에 깜짝 놀라 자세를 고쳐앉았다.“이게 뭐람?”개인 톡뿐 아니라 로열 호텔 직원 단톡방에도 그녀를 찾는 사람이 열댓명이 넘었다.심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톡방 맨 위부터 천천히 내려왔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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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심유진은 단톡방의 내용을 보고 졸음이 싹 달아났다.그녀는 더이상 채팅내용을 볼 자신이 없어 침대 옆 서랍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어제 저녁에 방영된 ≪ 궁금한 스토리 Y ≫을 재생했다.조건웅의 부모는 ‘사연자’ 신분으로 스투디오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은 고상한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초췌해 보였다.조 씨 어머니의 두 눈은 눈물로 벌겋게 부어있었으며 눈에는 실핏줄이 서있었다.사회자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두 분께서는 왜 이 방송을 신청하신거죠?”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 씨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소리 없이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그냥…… 우리 며느리에게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조씨 아버지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서글픈 표정이 역력했다.사회자는 티슈를 두 장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그만 진정하시고, 어떤 일로 사과를 하고 싶으신지 상황 설명이 필요한 것 같네요.”조씨 어머니는 얼굴의 눈물을 닦고는 몇 분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다.“사실 이 일은 모두 제 탓입니다.”“어머님 탓이라고요?”“잘나가는 증권회사의 기술부 팀장인 우리 아들이 호텔 매니저인 지금의 며느리를 만났고, 두 사람은 빠르게 서로에게 빠졌다고 들었어요. 며느리가 예쁘거든요.”“아, 예.”“아들이 누굴 만나는지 저희는 전혀 몰랐거든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지금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는 결혼을 하겠다고, 두 사람은 이미 결혼을 마음 먹었다고 하더라고요.”“그렇군요.”“사실 제가 아들을 애지중지 키웠어요. 좋은 것 먹이고 좋은 것 입히고…… 제 눈에는 아직도 아기같은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니까, 솔직히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이건 아들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공감하실겁니다.”“음……”“그래서 제가 며느리에게 살갑지 못했어요. 그게 며느리와 제가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됐죠. 사실 저와 제 남편이 둘 다 무뚝뚝한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아들이 좋다는데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혼하겠다고 하는데 시켜야죠.”“그래서 반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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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아들은 매일 며느리 눈치보기에 바빴던 것 같아요. 아마 고부갈등을 중재하느라 힘들었을 겁니다…… 며느리가 좀 까다로운 편이라, 매번 이게 별로다, 저게 별로다 불평불만을 해도 전 다 참았어요. 왜냐고요? 제 아들이 좋아하니까요. 아들이 좋다는데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아드님이 힘드셨겠네요.”“어느날 아들이 전화가 와서는 저 때문에 자기 와이프가 자신을 차갑게 대한다며 저한테 뭐라고 하더라고요.”심유진은 기가막혀서 태블릿 pc에 대고 큰소리로 욕했다.“저게 말이야 방귀야!”심유진은 조씨의 어머니가 눈하나 깜빡 않고 거짓말을 하자 피가 거꾸로 솓는 기분이 들었다.사실 그의 어머니의 말에 얼추 사실이 섞여있었는데 원인은 조씨의 어머니가 한 말과는 전혀 달랐다. 설을 보내고 와서 그에게 차갑게 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나 그에 부모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라 맡은 호텔 프로젝트에 진척이 없으니 신경 쓸 일이 많아 그런 것 뿐이었다. 조건웅은 착한 아들 코스프레를 하려고 그녀를 판 것이 분명했다.“그후로는 며느리가 무서워서 저도 마음에 안드는 것은 흐린눈하며 별 말 안하고 큰 갈등 없이 지냈어요. 근데…… 아이고 내 아들 불쌍해…… 아이고 내 팔자야!”“울지 마 여보…… 울면 녹화가 안되잖아. 녹화 다 되면 울어!”사회자는 어딘가 이상한 조씨 아버지의 행동에 미간이 찌푸려졌다.조씨 어머니는 또 한바탕 울부짖고 나서야 멈추었다.“우리 아들이 지난달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차에 허리를 부딪혀 척추 뼈가 크게 손상이 됐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침대에 누워 살 거라고……”“저런…… 안타깝게 됐네요.”“교통사고 이후 수술부터 중환자실, 일반병실로 옮겨질 때까지 며느리는 병원 한 번 찾아온 적이 없어요. 우리가 전화를 걸어도 매번 통화가 안돼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며느리 일하는 호텔에 일주일 내내 찾아갔죠. 매일 장대비가 쏟아지던 장마 기간에도 전 며느리에게 사정하러 호텔에 찾아갔어요. 제가 매일 같이 가는 걸 본 거기 직원이 제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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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조씨 어머니는 또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울었고 조씨 아버지는 시종 일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다독였다.카메라 렌즈는 사회자를 향했고, 사회자는 렌즈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러분, 방금 신청자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진위여부를 파헤치기 위해 저희 궁금한 스토리Y에서는 신청자의 며느리를 찾아가봤는데요. 다음 영상에서 그녀의 태도를 보시죠.”화면이 전환되고, 익숙한 배경이 보이자 심유진은 입을 틀어막았다.“세상에 저긴 내 사무실이잖아! 몰래 촬영을 했던 거야?”녹화 시간을 보니 세 사람이 사무실로 찾아왔던 그때 찍은 영상이 분명했다. 방송에는 ‘증거 확보를 위해 특수 촬영이 되었습니다.’ 라는 자막이 불법 촬영을 합리화하고 있었고, 게다가 동영상은 미묘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그들이 무작정 쳐들어온 장면은 삭제되어 있었고, 심유진이 그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장면만 방송에 노출되었다. “이런 악마 편집같으니라고!” 심유진은 하마터면 태블릿을 던져버릴 뻔했다.게다가 동영상에는 호텔 로고가 모자이크 되어있지 않았으며, 심유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그녀라는 것을 알 법했다.“저희 궁금한 스토리Y에서는 앞으로 신청자와 며느리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상세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만약 며느리 분께서 이 방송을 보신다면 속히 남편이나 남편의 가족에게 연락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회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심유진은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조씨 집안과 얽히는 게 아니었어……”심유진은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눈물이 났다.그녀는 용기를 내어 핸드폰에 톡 내용을 하나하나 살폈다.[심 매니저가 방송에서 비춰지는 것처럼 못된 사람이 아니야!][매니저님, 전에 저 할머니가 호텔 로비에서 행패부린 사람 아닌가요?][심 매니저님은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우리 호텔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요!]심유진은 의외의 응원 톡들을 보고 폭풍같던 마음이 조금 진정됨을 느꼈다.**심유진은 가만히 있는 것.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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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심유진은 총지배인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다.“지배인님, 제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더이상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호텔에게도 지배인님께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CY 그룹 펜트하우스 총재 사무실 내.여형민는 휴대폰으로 ≪ 궁금한 스토리Y ≫ 방송 후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은 읽고 있었다.“이거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네. 심 매니저한테 들은 내용하고는 완전 달라! 완전 사기네 사기!”허태준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여형민을 싸늘하게 흘겨보았다.“심유진한테 관심이 많네?”“나은희 환심 사려고 내 번호 판 것보단 내가 낫지. 그나저나 네티즌들이 로열 호텔하고 YT 그룹에 심유진을 해고하라고 난리라는데, 유진 씨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허태준은 방금 올려받은 문서를 힐끗 보았다.“아니, 그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 허태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방송 한 번으로 이런 파장을 일으킬 수는 없는데, 분명 배후가 언론은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게 밝혀진다면……”**심유진은 방송이 나간 후로 되도록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로열 호텔 본사에서는 총지배인에게 호텔 이미지를 위해서 심유진을 해고하라고 압박했지만, 총지배인은 온 힘을 다하여 압박을 막아냈고, 심유진에게 한 달 무급휴직 처분만 주었다.조씨 부모는 여러 방송사에 심유진을 비난하는 인터뷰를 했고, 이는 네티즌들을 선동했다.“제 아들의 돈은 며느리가 다 가져갔어요.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 돈을 벌겠어요? 아들의 병원비조차 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병원에서 비용 납부 독촉장을 한 뭉치 보냈어요. 간호사가 말했어요. ‘더 이상 돈을 내지 않으면 내 아들 약을 중단하고, 내 아들을 병원에서 쫓아내겠다.’ 고 말입니다……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흑흑……”인터넷에서는 조씨 부모의 눈물 섞인 인터뷰를 보며 조건웅 병원비 기부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심지어 심유진은 지인이 인스타 스토리에 조건웅 병원비 기부 링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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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죄송해요, 심유진 씨.”상대방은 비록 사과했지만 말투에서는 짙은 오기가 느껴졌다.“심유진 씨 시부모님께서 참여하셨던 프로그램이 핫해지면서 저희 제작팀에게 오는 연락이 하루에 수십 개는 넘어요. 현재 우리 프로그램 녹화 일정은 이미 연말까지 잡힌 상태에요. 방송 시간이 늦어도 괜찮다면 먼저 등기할 수는 있어요. 때가 되면 제작진이 심유진 씨에게 구체적인 녹화 시간을 알려드릴 거예요.”심유진은 저번에 자신의 언행이 제작팀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이 일부러 그녀의 트집을 잡는 것도 예상 그대로였다.“괜찮아요.”그녀가 말했다.편집자에게 연락한 것도 시도해 보려는 마음이었다. 성사되면 좋긴 하겠지만 성사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았다. 그녀에겐 또 다른 대책도 있었기 때문이다.호텔업에 종사하면 무척 힘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가장 좋은 점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로열 호텔 손님은 대부분 7급 재벌들이었다.심유진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했다.“내일 혹시 라이브 방송해? 방송 끝나고 한 시간 정도 시간 빌릴 수 있을까?”**제로는 한때 국내 유명한 e스포츠팀 쿠아즈의 멤버 중 한 명이자 e스포츠 업계에 가장 빨리 입문한 여 프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전성기 시절 쿠아즈를 이끌고 많은 국제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게 되면서 많은 현역 선수들의 롤모델로 등극하였다.1년 전 e스포츠 업계에서 퇴역한 뒤 아리 라이브와 계약을 체결하여 현재 BJ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뛰어난 토크 능력과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많은 팬들을 얻어 현재 모든 랭킹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BJ 플랫폼의 맏언니로 자리매김했다.심유진과 제로가 처음 만나게 된 건 3년 전이었다. 쿠아즈가 대구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주최 측에서 안배한 호텔이 바로 로열 호텔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친해지게 된 건 뜻밖의 상황 때문이었다.제로가 호신용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던 행운의 귀걸이를 방에서 잃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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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회사에서 제공해 준 작업실이거든, 아리 라이브가 바로 CY 그룹 소속이야.”제로가 해명했다.**CY 빌딩은 총 70층이었고 이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A급 오피스 빌딩이었다. 모던한 외형과 꼭대기의 투명한 파노라마 전망대는 대구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유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번에 심유진이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다.저녁 6시 반, 퇴근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고 주위 은행들도 문을 닫았다. 오직 CY 빌딩만이 밤하늘의 별처럼 환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아마 모든 IT 회사들에겐 흔한 광경일 것이다.조건웅이 한때 미친 듯이 야근하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심유진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빌딩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그녀의 옆에 있던 두 사람도 그녀의 반응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모두 파란만장을 겪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심유진은 제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도착했어.]제로가 곧바로 답장했다.[지금 바로 내려갈게!]CY 빌딩의 보안시스템은 아주 엄격했고 다들 워크카드와 방문 카드를 가져야만 출입이 가능했다.제로가 입구까지 나온 이유가 바로 그녀에게 방문 카드를 건네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심유진은 10분 넘게 기다렸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제로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 그녀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미안해, 언니! 지금 식당에서 저녁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엘리베이터가 좀 늦어. ㅠㅠ]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답장했다.[천천히 와.]저녁 바람은 아주 쌀쌀했다. CY 빌딩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세 사람을 길 가던 사람들과 경호원들이 위아래로 훑어보니 그들은 민망하기 그지없었다.옆 스타벅스가 아직 문이 열려있는 걸 확인한 심유진이 말했다.“따뜻한 커피 한잔할래요?”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했다.“나도 한 잔 줘요.”심유진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입구에 여형민이 서 있었다.그의 옆에는 휴대폰을 든 채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 허태준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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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하지만 여형민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친구분 아직 내려오지 않았죠?”그는 씩 웃더니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본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심유진은 그의 질문에 흠칫 놀랐다가 본능적으로 되물었다.“그건 어떻게 알았어요?”“지금 시간이면 아마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꽉 찼을 거예요. 45층이면... 아마 내려오는 층마다 다 걸릴 거예요.”그리고 조금 전 그녀가 문자메시지를 확인했을 때의 반응 곧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커피를 사러 간다는 건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친구분 그냥 내려오지 말라고 해요. 우리한테 커피 사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가 심유진 씨 데려다줄게요. 우리 회사 커피는 다른 카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아요!”여형민이 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은 마지못해 동의하며 말했다.“스타벅스에 잠깐 앉아서 기다리면 돼요. 여 변호사님과 허 대표님은 볼일 보세요!”“우린 그냥 산책하러 나온 것뿐이에요, 하나도 안 바빠요.”여형민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의 말의 진실성이 의심됐다.아무리 봐도 이곳은 산책과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가 생각에 잠기기도 전에 여형민은 몸을 돌려 다짜고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회전문 너머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빨리 들어와요!”심유진과 기타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입구의 게이트는 반드시 카드를 긁어야 문이 열렸다.허태준과 여형민은 단 한 번도 워크카드를 몸에 지니지 않았다. 그들은 줄곧 경호원이 관리하는 특수 통로로 드나들곤 했다.여형민은 심유진을 가리키며 경호원에게 말했다.“심유진 씨 기억해 두세요. 앞으로 우리 회사에 오면 곧바로 문 열어줘요.”경호원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심유진은 신세 지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여형민의 마음을 저버리는 것 같아 경호원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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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멈추지 않은 탓에 올라가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1층에서 45층까지 올라가는 데 2분도 걸리지 않았다.심유진은 제로에게 직접 올라간다고 얘기한 탓에 제로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참 돌아가 그녀를 찾았다.제로는 허태준과 여형민을 알지 못했기에 그들 일행이 다 함께 걸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심유진에게 물었다.“언니, 두 사람만 더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심유진은 피식 웃더니 허태준과 여형민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두 분은 CY 그룹에서 일하는 친구들이야. 조금 전 회사 앞에서 마주쳐서 우릴 여기까지 바래다줬어.”친구라는 두 글자에 허태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아아!”제로도 의심하지 않고 고개 숙여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다급히 말했다.“7시 넘었어, 빨리 작업실로 가자, 라이브 이미 지각이야!”바로 그때 여형민이 물었다.“우리도 가서 봐도 돼요? 현장에서 라이브 본 적은 없거든요!”그가 잔뜩 기대하는 말투로 묻자 제로는 그가 심유진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단번에 동의했다.“당연하죠!”CY 빌딩의 45층은 아리 라이브 소속이었는데 A동은 내부 직원들의 사무 존이였고 B동은 BJ 작업실로 개조되었다.매 작업실마다 두 칸으로 나뉘어졌는데 안은 온갖 설비들을 갖춘 라이브룸이었고 밖은 BJ들과 매니저들이 미팅하고 휴식할 때 사용될 미팅룸이 구비되어 있었다.제로의 작업실 안에는 그녀의 조수밖에 없었다.“빨리요! 빨리요!”조수는 서둘러 제로를 라이브룸으로 밀어 넣으며 재촉했다.“5분이나 지각했어요! 팬들 모두 난리가 났다고요!”제로는 고개를 돌려 심유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언니, 나랑 같이 들어가자.”“응?”심유진은 흠칫 놀랐다.“내가 뭣 하러 이토록 일찍 들어가?”그녀들이 약속한 시간은 제로가 라이브를 마친 다음이었다. 그다음 그녀의 계정을 빌려 얘기하려던 것이었다.제로는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랑 같이해야지! 어쩌다가 한 번 왔는데 당연히 내 옆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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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심유진은 고개를 들어 약간 긴장한 듯한 눈빛으로 제로를 바라보았다.제로는 안심하라는 눈빛을 지어 보이더니 한 손으로 테이블을 잡더니 허리 숙여 라이브 속 팬들에게 말했다.“오늘 게임 안 해요.”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잠깐 우리 팬들 시간 좀 빌릴게요. 우리 팬들 힘으로 내 여신을 한 번 도와줬으면 해요.”제로는 매번 시합 전마다 여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어젯밤 우리 여신이랑 통화했어, 오늘 시합 반드시 이길 거야!”“내 여신은 우리가 1등이라고 했어, 그럼 반드시 우리가 1등이야!”...제로와 함께 한 팬들중 그녀에게 팀원보다 중요한 행운의 여신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제로가 처음 라이브 방송했었을 때 심유진이 크게 선물을 보낸 것도 아주 인상 깊었었다.스크린에 댓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와! 오늘 드디어 여신님 실물 영접이네!][여신은 역시 여신이야!][제로형의 여신은 곧 나의 여신이야!][여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할 거야!]...불만과 원망을 담은 댓글은 단 하나도 없었다.제로는 이미 욕먹을 준비를 했지만 팬들이 이렇게 반대로 행동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러분들이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그녀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그럼 라이브를 우리 여신에게 넘겨드릴게요.”심유진은 재빨리 상황 파악을 마친 뒤 제로가 얘기하고 있던 시간 동안 마음을 가다듬었다.“안녕하세요.”그녀는 당당하게 카메라를 마주 보며 말했다.“저는 심유진이라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들 중 저번 주 목요일에 방영된 >을 시청한 분이 계시다면 아마 제 또 다른 신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맞아요, 제가 바로 이소연 씨가 말한 배은망덕하고 이기적인 며느리입니다.”스크린에 순간 험한 욕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제가 그 프로그램 출연을 거절한 이유는 찔려서가 아니라 그냥 우스갯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소연 씨께서 제작팀과 함께 저한테 같잖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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