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중간에 멈추지 않은 탓에 올라가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1층에서 45층까지 올라가는 데 2분도 걸리지 않았다.심유진은 제로에게 직접 올라간다고 얘기한 탓에 제로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참 돌아가 그녀를 찾았다.제로는 허태준과 여형민을 알지 못했기에 그들 일행이 다 함께 걸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심유진에게 물었다.“언니, 두 사람만 더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심유진은 피식 웃더니 허태준과 여형민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두 분은 CY 그룹에서 일하는 친구들이야. 조금 전 회사 앞에서 마주쳐서 우릴 여기까지 바래다줬어.”친구라는 두 글자에 허태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아아!”제로도 의심하지 않고 고개 숙여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다급히 말했다.“7시 넘었어, 빨리 작업실로 가자, 라이브 이미 지각이야!”바로 그때 여형민이 물었다.“우리도 가서 봐도 돼요? 현장에서 라이브 본 적은 없거든요!”그가 잔뜩 기대하는 말투로 묻자 제로는 그가 심유진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단번에 동의했다.“당연하죠!”CY 빌딩의 45층은 아리 라이브 소속이었는데 A동은 내부 직원들의 사무 존이였고 B동은 BJ 작업실로 개조되었다.매 작업실마다 두 칸으로 나뉘어졌는데 안은 온갖 설비들을 갖춘 라이브룸이었고 밖은 BJ들과 매니저들이 미팅하고 휴식할 때 사용될 미팅룸이 구비되어 있었다.제로의 작업실 안에는 그녀의 조수밖에 없었다.“빨리요! 빨리요!”조수는 서둘러 제로를 라이브룸으로 밀어 넣으며 재촉했다.“5분이나 지각했어요! 팬들 모두 난리가 났다고요!”제로는 고개를 돌려 심유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언니, 나랑 같이 들어가자.”“응?”심유진은 흠칫 놀랐다.“내가 뭣 하러 이토록 일찍 들어가?”그녀들이 약속한 시간은 제로가 라이브를 마친 다음이었다. 그다음 그녀의 계정을 빌려 얘기하려던 것이었다.제로는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랑 같이해야지! 어쩌다가 한 번 왔는데 당연히 내 옆에 앉
심유진은 고개를 들어 약간 긴장한 듯한 눈빛으로 제로를 바라보았다.제로는 안심하라는 눈빛을 지어 보이더니 한 손으로 테이블을 잡더니 허리 숙여 라이브 속 팬들에게 말했다.“오늘 게임 안 해요.”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잠깐 우리 팬들 시간 좀 빌릴게요. 우리 팬들 힘으로 내 여신을 한 번 도와줬으면 해요.”제로는 매번 시합 전마다 여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어젯밤 우리 여신이랑 통화했어, 오늘 시합 반드시 이길 거야!”“내 여신은 우리가 1등이라고 했어, 그럼 반드시 우리가 1등이야!”...제로와 함께 한 팬들중 그녀에게 팀원보다 중요한 행운의 여신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제로가 처음 라이브 방송했었을 때 심유진이 크게 선물을 보낸 것도 아주 인상 깊었었다.스크린에 댓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와! 오늘 드디어 여신님 실물 영접이네!][여신은 역시 여신이야!][제로형의 여신은 곧 나의 여신이야!][여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할 거야!]...불만과 원망을 담은 댓글은 단 하나도 없었다.제로는 이미 욕먹을 준비를 했지만 팬들이 이렇게 반대로 행동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러분들이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그녀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그럼 라이브를 우리 여신에게 넘겨드릴게요.”심유진은 재빨리 상황 파악을 마친 뒤 제로가 얘기하고 있던 시간 동안 마음을 가다듬었다.“안녕하세요.”그녀는 당당하게 카메라를 마주 보며 말했다.“저는 심유진이라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들 중 저번 주 목요일에 방영된 >을 시청한 분이 계시다면 아마 제 또 다른 신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맞아요, 제가 바로 이소연 씨가 말한 배은망덕하고 이기적인 며느리입니다.”스크린에 순간 험한 욕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제가 그 프로그램 출연을 거절한 이유는 찔려서가 아니라 그냥 우스갯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소연 씨께서 제작팀과 함께 저한테 같잖은
제로의 비서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소리 없이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허태준은 컴퓨터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 그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이윽고 심유진은 법률신청서를 조심스럽게 거뒀다.“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이소연 씨는 저를 딩크족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프라이버시와 관계되므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그저 전 절대 이소연 씨와 그녀의 아들 조건웅 씨가 얘기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조건웅 씨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 점을 신경 쓰지 않는 전제하에 결혼했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본인이 직접 부모님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고요.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설날을 맞이하여 집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똑같이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소연 씨는 저한테 병을 확인하러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사실상 마을의 무당인 돌팔이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병자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명절이 끝난 뒤 저희는 대구로 돌아왔고 그 뒤로 이소연 씨는 단 한 번도 제게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더 쉽겠네요. 조건웅 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소연 씨는 단 한 번도 저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생기면 늘 조건웅 씨에게 직접 연락했고 조건웅 씨는 통화내용을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조건웅 씨가 지난달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소연 씨는 교통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습니다.”심유진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조건웅 씨는 지난해부터 이미 소속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심지어는 임신까지 시켰습니다. 그들은 이미 반년 동안 만남을 가졌지만 저는 마지막이 돼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오늘 특별히 조건웅 씨의 또 다른 소속 직원을 모셔 왔습니다.”그녀는 라이브룸과 미팅룸 사이에 낀 유리를 통해 조건웅과 우
“저는 줄곧 병원에서 이소연 씨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의식을 되찾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이 바로 저를 조건웅 씨 병실로 끌고 가 그를 돌보라고 명령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제야 조건웅 씨가 교통사고로 반신불수인 상태가 되었고 평생 누워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소연 씨는 그 짐을 저에게 떠넘기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달리 조건웅 씨는 그나마 양심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더러 그만 가보라며 앞으로 부모님이 저를 찾아오는 일은 없게 할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에게서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조건웅 씨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이소연 씨가 남긴 제 번호로 연락하여 그들 대신 병원비 200만 원를 지급하라고 하더군요.”전에 심유진에게 연락했던 간호사도 라이브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마지막으로 이소연 씨와 조건웅 씨가 병원비를 저한테 요구하는 이유를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혼 요구가 충족하지 않은 탓에 저와 조건웅 씨는 아직 이혼하지 못했습니다. 왜 조건이 충족하지 않았냐고요? 왜냐하면 조건웅 씨는 몇 개월 전 제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틈을 타 >에 몰래 제 이름을 사인했고 불법적인 방식을 통해 제 명의로 된 집 한 채를 그에게 돌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통장을 털어 그의 부모님 본가에 집 한 채를 더 구매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조건웅 씨에겐 아무런 적금이 없고 그의 부모님은 집을 팔아 병원비에 보태는 걸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조건웅 씨를 기소할 겁니다. 이혼서류도 제출할 것이고 제 명의로 된 집도 돌려받을 겁니다. 조건웅 씨 부모님 집은 조건웅 씨가 저와 상의도 없이 결혼 중 재산으로 구매했습니다. 이는 재산을 빼돌리려는 혐의가 있는 것 같아 그에게 집을 팔아 그 절반 금액을 받아내는 것도 합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집을 판 돈으로 조건웅
마침 오전에 허태준이 아리 라이브 책임자와 미팅했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제로의 신청을 심사 통과한 것이었다.허태준과 여형민은 7시 전에 다급히 업무를 마치고 시간 맞춰 빌딩 앞에서 심유진과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것이었다.그러니 지금 허태준에게 남은 업무는 없는 게 정상이었다.“사람 찾아서 영상 편집하고 타이틀이랑 실시간 검색어 장악해.”허태준이 말했다.**제로의 라이브가 끝난 지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영상은 온라인에 그대로 퍼졌다.수많은 언론사에서 영상을 게시했다. 의 충격적인 실체!>>, 는 사과하라>>, 의 또 다른 진실?>>, 가 지은 죄>>, >, >트위터 실시간 검색창은 온통 “제로 라이브”, “>의 실체”, “며느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시부모” 등 검색어들로 가득 찼다.심유진이 논리정연하게 얘기한 데다 두 사람이 증인으로 그녀의 말을 인증해 준 덕에 그녀의 편을 드는 사람이 배로 늘어났다.인터넷 여론 형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고 심유진을 욕하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제로의 트위터 댓글 창에 미안하다는 댓글을 게시했다.반면 트위터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제작팀이 시청률을 위해 비겁한 짓을 벌였다는 둥, 제작팀에게 실망했다는 둥, 그중 가장 많은 댓글은 제작팀이 심유진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제작팀은 그날 밤 곧바로 사과글을 올려 심유진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작팀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날 녹화영상을 그대로 게시했다고 발표했다.[저희 제작팀은 빠른 시일 내에 이소연 씨를 찾아 방송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것입니다. 만약 거짓된 내용이 포함된다면 이소연 씨의 책임을
제로의 데이트 요청을 거절한 뒤 심유진은 혼자 자리를 떴다.저녁 식사 타임이 지났기에 CY 빌딩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비어있었고 그녀는 곧바로 1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당직 경호원이 그녀를 알아보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심유진 씨!”그는 활짝 웃으며 심유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게다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문까지 열어주었다.심유진은 다급히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경호원은 곧바로 허리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심유진 씨,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또 봐요!”심유진은 순간 레스토랑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CY 빌딩을 나서자마자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은 여전히 빛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때는 이미 저녁 10시였다.거리를 달리는 차는 그녀가 왔을 때보다 훨씬 적어졌고 한두 대만 오가고 있었다.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빈 택시 하나를 잡았다. 기사에게 주소를 얘기하려는 순간 제로에게서 연락이 왔다.심유진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무슨 일이야?”그녀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제로가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언니 시어머니인 것 같아!”시간을 계산해 보면 > 제작팀도 이미 이소연을 찾아갔을 것이다.심유진은 원래 개싸움을 지켜보노라면 더 큰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이소연이 이런 방식을 선택할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다.그녀는 이소연이 오직 뛰어내릴 것처럼 연기할 뿐 진짜 뛰어내릴 생각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경찰과 소방관 모두 출동했고 몇몇 기자들도 현장에 도착한 것 같아, 보러 갈래?”제로가 물었다.“그래.”심유진은 기사더러 핸들을 꺾어달라고 요구했다.지금 상태로 CY 빌딩에서 S 대학병원까지 가는 데 10분도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GS 건물 아래에는 이미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경찰차, 소방차들이 길옆에 주차되어 있었다.몇몇 경찰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통제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소방관들은 서둘러 안전 매트를 세팅하
“저 사람 며느리예요! 아무래도 이런 방식으로 말을 바꾸게 하려는 것 같은데, 정말 역겹네요!”“맞아요! 내가 저 여자 며느리였다면 딱 버티고 오지 않았을 거예요,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잖아요!”“이만 흩어지죠! 이것만은 확신하는데 저 사람 절대 못 뛰어내려요!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난리를 피울 거예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으면 민망해서 알아서 내려올 거라고요!”익숙한 목소리에 심유진이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누군가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그녀는 낮게 신음을 뱉은 뒤 코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다--“허 대표님?”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리고 허태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여형민을 제외하고 또 누가 있겠는가?“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가자.”그는 차갑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그의 발걸음 보폭은 아주 컸고 심유진은 그에게 잡힌 채 잔걸음으로 달려야만 그의 뒤를 따를 수 있었다.허태준은 GS 건물 부근에 차를 주차했다. 그는 심유진을 뒷좌석에 앉힌 뒤 그녀의 옆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형민도 차에 올라탔다.“직접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 아니면 경찰들이 불러서 온 거예요?”여형민이 심유진에게 물었다.“이소연 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고 있다고 제로가 알려줬거든요.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온 거예요.”심유진이 대답했다.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다 봤으면서 왜 안가? 멍하니 거기에 서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또 당하고 싶어서 그래?”그는 마치 아이를 혼내는 부모처럼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의 말속에 담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대답했다.“휴대폰 전원 꺼놔서 경찰들도 저한테 연락 못 해요.”“만약 누군가 널 알아보기라도 하면? 수백만 명 시청자들이 오늘 밤 네 라이브를 봤다는 거 잊었어?”
경찰들은 GS 건물 출입을 막지 않았기에 여형민은 손쉽게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옥상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은 여형민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를 막아섰다.“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여형민은 자신의 명찰을 꺼내 느긋하게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 전담 변호사입니다. 이소연 씨와 협상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이소연이 울며불며 심유진을 찾는다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경찰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물어보고 올게요.”그는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돌아와 여형민에게 말했다.“올라가세요.”“고맙습니다.”여형민은 그대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올라갔다.GS 건물 옥상은 아주 넓었다. 평소 의사, 간호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기에 테이블도 여러 개 세팅되어 있었다.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옥상 문은 항시 열린 상태였고 이로 인해 이소연이 자살을 시도할 기회를 준 것이다.여형민은 어구를 지나자마자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과 난간 너머 GS 건물의 “건” 자에 붙어 서 있는 이소연을 발견했다.경찰은 여전히 이소연을 말리고 있었다.“며느리분 전담 변호사가 곧 오실 겁니다. 먼저 얘기라도 나누실래요?”이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호사 안 만나! 심유진을 직접 만날 거야! 심유진이 안 오면 나도 안가!”여형민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한 뒤 빈 가방을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를 전담하고 있는 여 변호사입니다.”두 경찰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소연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심유진은요? 심유진은 어디에 있어요?”“심유진 씨는 얼굴 비추기 어려워 제가 대신 왔습니다.”여형민은 미소를 유지한 채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 씨를 대신해 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요구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이소연은 그가 한 마지막 한마디에 잠시 머뭇거렸다.“정말 다 들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