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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회사에서 제공해 준 작업실이거든, 아리 라이브가 바로 CY 그룹 소속이야.”

제로가 해명했다.

**

CY 빌딩은 총 70층이었고 이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A급 오피스 빌딩이었다. 모던한 외형과 꼭대기의 투명한 파노라마 전망대는 대구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유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에 심유진이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다.

저녁 6시 반, 퇴근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고 주위 은행들도 문을 닫았다. 오직 CY 빌딩만이 밤하늘의 별처럼 환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마 모든 IT 회사들에겐 흔한 광경일 것이다.

조건웅이 한때 미친 듯이 야근하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심유진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빌딩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 있던 두 사람도 그녀의 반응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모두 파란만장을 겪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심유진은 제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도착했어.]

제로가 곧바로 답장했다.

[지금 바로 내려갈게!]

CY 빌딩의 보안시스템은 아주 엄격했고 다들 워크카드와 방문 카드를 가져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제로가 입구까지 나온 이유가 바로 그녀에게 방문 카드를 건네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심유진은 10분 넘게 기다렸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제로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 그녀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미안해, 언니! 지금 식당에서 저녁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엘리베이터가 좀 늦어. ㅠㅠ]

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답장했다.

[천천히 와.]

저녁 바람은 아주 쌀쌀했다. CY 빌딩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세 사람을 길 가던 사람들과 경호원들이 위아래로 훑어보니 그들은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옆 스타벅스가 아직 문이 열려있는 걸 확인한 심유진이 말했다.

“따뜻한 커피 한잔할래요?”

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했다.

“나도 한 잔 줘요.”

심유진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입구에 여형민이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휴대폰을 든 채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 허태준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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