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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작가: 차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06 18:00:00
마침 오전에 허태준이 아리 라이브 책임자와 미팅했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제로의 신청을 심사 통과한 것이었다.

허태준과 여형민은 7시 전에 다급히 업무를 마치고 시간 맞춰 빌딩 앞에서 심유진과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허태준에게 남은 업무는 없는 게 정상이었다.

“사람 찾아서 영상 편집하고 타이틀이랑 실시간 검색어 장악해.”

허태준이 말했다.

**

제로의 라이브가 끝난 지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영상은 온라인에 그대로 퍼졌다.

수많은 언론사에서 영상을 게시했다. <<당사자 라이브 발언! <궁금한 스토리 Y>의 충격적인 실체!>>, <<<궁금한 스토리 Y>는 사과하라>>, <<<궁금한 스토리 Y>의 또 다른 진실?>>, <<누구의 사주인가? <궁금한 스토리 Y>가 지은 죄>>, <<누가 네티즌들의 선심을 팔아먹었는가?>>, <<기부하지 마라! 그들은 당신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 실시간 검색창은 온통 “제로 라이브”, “<<궁금한 스토리 Y>>의 실체”, “며느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시부모” 등 검색어들로 가득 찼다.

심유진이 논리정연하게 얘기한 데다 두 사람이 증인으로 그녀의 말을 인증해 준 덕에 그녀의 편을 드는 사람이 배로 늘어났다.

인터넷 여론 형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고 심유진을 욕하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제로의 트위터 댓글 창에 미안하다는 댓글을 게시했다.

반면 <궁금한 스토리 Y> 트위터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제작팀이 시청률을 위해 비겁한 짓을 벌였다는 둥, 제작팀에게 실망했다는 둥, 그중 가장 많은 댓글은 제작팀이 심유진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제작팀은 그날 밤 곧바로 사과글을 올려 심유진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작팀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날 녹화영상을 그대로 게시했다고 발표했다.

[저희 제작팀은 빠른 시일 내에 이소연 씨를 찾아 방송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것입니다. 만약 거짓된 내용이 포함된다면 이소연 씨의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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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의 데이트 요청을 거절한 뒤 심유진은 혼자 자리를 떴다.저녁 식사 타임이 지났기에 CY 빌딩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비어있었고 그녀는 곧바로 1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당직 경호원이 그녀를 알아보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심유진 씨!”그는 활짝 웃으며 심유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게다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문까지 열어주었다.심유진은 다급히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경호원은 곧바로 허리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심유진 씨,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또 봐요!”심유진은 순간 레스토랑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CY 빌딩을 나서자마자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은 여전히 빛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때는 이미 저녁 10시였다.거리를 달리는 차는 그녀가 왔을 때보다 훨씬 적어졌고 한두 대만 오가고 있었다.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빈 택시 하나를 잡았다. 기사에게 주소를 얘기하려는 순간 제로에게서 연락이 왔다.심유진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무슨 일이야?”그녀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제로가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언니 시어머니인 것 같아!”시간을 계산해 보면 > 제작팀도 이미 이소연을 찾아갔을 것이다.심유진은 원래 개싸움을 지켜보노라면 더 큰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이소연이 이런 방식을 선택할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다.그녀는 이소연이 오직 뛰어내릴 것처럼 연기할 뿐 진짜 뛰어내릴 생각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경찰과 소방관 모두 출동했고 몇몇 기자들도 현장에 도착한 것 같아, 보러 갈래?”제로가 물었다.“그래.”심유진은 기사더러 핸들을 꺾어달라고 요구했다.지금 상태로 CY 빌딩에서 S 대학병원까지 가는 데 10분도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GS 건물 아래에는 이미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경찰차, 소방차들이 길옆에 주차되어 있었다.몇몇 경찰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통제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소방관들은 서둘러 안전 매트를 세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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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사람 며느리예요! 아무래도 이런 방식으로 말을 바꾸게 하려는 것 같은데, 정말 역겹네요!”“맞아요! 내가 저 여자 며느리였다면 딱 버티고 오지 않았을 거예요,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잖아요!”“이만 흩어지죠! 이것만은 확신하는데 저 사람 절대 못 뛰어내려요!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난리를 피울 거예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으면 민망해서 알아서 내려올 거라고요!”익숙한 목소리에 심유진이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누군가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그녀는 낮게 신음을 뱉은 뒤 코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다--“허 대표님?”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리고 허태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여형민을 제외하고 또 누가 있겠는가?“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가자.”그는 차갑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그의 발걸음 보폭은 아주 컸고 심유진은 그에게 잡힌 채 잔걸음으로 달려야만 그의 뒤를 따를 수 있었다.허태준은 GS 건물 부근에 차를 주차했다. 그는 심유진을 뒷좌석에 앉힌 뒤 그녀의 옆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형민도 차에 올라탔다.“직접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 아니면 경찰들이 불러서 온 거예요?”여형민이 심유진에게 물었다.“이소연 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고 있다고 제로가 알려줬거든요.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온 거예요.”심유진이 대답했다.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다 봤으면서 왜 안가? 멍하니 거기에 서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또 당하고 싶어서 그래?”그는 마치 아이를 혼내는 부모처럼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의 말속에 담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대답했다.“휴대폰 전원 꺼놔서 경찰들도 저한테 연락 못 해요.”“만약 누군가 널 알아보기라도 하면? 수백만 명 시청자들이 오늘 밤 네 라이브를 봤다는 거 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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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들은 GS 건물 출입을 막지 않았기에 여형민은 손쉽게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옥상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은 여형민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를 막아섰다.“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여형민은 자신의 명찰을 꺼내 느긋하게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 전담 변호사입니다. 이소연 씨와 협상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이소연이 울며불며 심유진을 찾는다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경찰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물어보고 올게요.”그는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돌아와 여형민에게 말했다.“올라가세요.”“고맙습니다.”여형민은 그대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올라갔다.GS 건물 옥상은 아주 넓었다. 평소 의사, 간호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기에 테이블도 여러 개 세팅되어 있었다.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옥상 문은 항시 열린 상태였고 이로 인해 이소연이 자살을 시도할 기회를 준 것이다.여형민은 어구를 지나자마자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과 난간 너머 GS 건물의 “건” 자에 붙어 서 있는 이소연을 발견했다.경찰은 여전히 이소연을 말리고 있었다.“며느리분 전담 변호사가 곧 오실 겁니다. 먼저 얘기라도 나누실래요?”이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호사 안 만나! 심유진을 직접 만날 거야! 심유진이 안 오면 나도 안가!”여형민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한 뒤 빈 가방을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를 전담하고 있는 여 변호사입니다.”두 경찰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소연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심유진은요? 심유진은 어디에 있어요?”“심유진 씨는 얼굴 비추기 어려워 제가 대신 왔습니다.”여형민은 미소를 유지한 채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 씨를 대신해 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요구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이소연은 그가 한 마지막 한마디에 잠시 머뭇거렸다.“정말 다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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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은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지금 바로 심유진한테 연락해요! 그리고 전 국민한테 오늘 밤 그녀가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얘기하라고 해요!”“그쪽이 하신 말이 사실인가요?”여형민이 그녀에게 물었다.이소연은 순간 사레가 걸렸다.“당연히 사실이죠!”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빨리 심유진한테 연락해요!”“심유진 씨한테 연락할 수도 있고 오늘 밤 했던 말들을 도로 취소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여형민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그녀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당신한테 속았던 사람들이 다시 당신을 믿으려고 할까요?”이소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골똘히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상하고 있는지 두 눈을 뱅글뱅글 굴렸다.“사실 이번 일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유진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이 탓해야 할 사람은 마땅히 당신을 속여 프로그램에 오르게 만든 > 제작팀이에요.”여형민은 애써 타이르는 말투로 물었다.“생각해 보세요. 만약 당신이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제작팀 의도대로 그런 거짓된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이소연은 그의 논리에 넘어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여형민은 또다시 앞으로 몇 걸음 내딛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냥 저한테 누구의 사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지만 알려주시면 돼요. 제가 대신 고소해 드릴게요. 때가 되면 모든 책임은 그 사람이 지고 이소연 씨는 무죄로 석방될 거예요.”이소연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의 호 편집장이에요! 그 사람이 저한테 방송 출연을 제안했어요! 그 여자가 저 대신 해결해 주겠다고 했어요! 내가 프로그램에서 한 말도 몽땅 그 여자가 시켜서 한 거예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그녀는 재빨리 책임을 밀어 넘겼다.“네, 알겠습니다.”여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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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준과 심유진은 얌전히 차 안에 앉아있었다.정적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흔히 있는 상황이었다.허태준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표정은 평온한 반면 몸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그는 심유진과 얘기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머릿속으로 온갖 대화 주제들을 생각해 봤지만 하나같이 부정당했다.잘 지냈어? 너무 멍청해 보였다.저녁 먹었어? 할 말 없는데 일부러 말을 거는 것 같았다.오늘 잘했어. 그녀는 그의 부하가 아니었다.너 어렸을 때...그건 아마 그녀가 평생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일 것이다.‘됐어.’그는 포기했다.아마 그는 정말 여형민이 얘기한 것처럼 플러팅 재주가 아예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심유진은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고 당분간 다시 켤 생각이 없었다.휴대폰이 없으니 그녀는 차 안 분위기가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조금 전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을 또다시 던졌다.“허 대표님과 여 변호사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허태준은 깊게 심호흡한 뒤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여형민이 트위터에서 이소연이 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기사를 봤거든. 게다가 너한테 연락해도 받지 않으니까 이곳에 있나 해서 찾아왔어.”그는 대답에 줄곧 여형민을 앞세웠다. 마치 이 모든 게 여형민의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처럼 얘기했다.“여 변호사님께 고마워해야겠네요.”심유진은 고마워하는 말투로 말했다.허태준은 다리에 올려둔 손을 꽉 움켜잡았다. 가슴에 뭔가 턱 막힌 것처럼 숨이 찼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주말에 시간 돼? 나랑 함께 성운 별장으로 가.”성운 별장은 YT 그룹 소속 산업으로 대구 교외 팔공산에 위치해있다. 소문에 의하면 팔공산에서 별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최적화된 장소라고 한다.하지만 성운 별장의 가격이 하도 높은 탓에 심유진은 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부근에 있는 다른 호텔을 선택했다.“거긴 무슨 일로 가는 거예요?”심유진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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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하지 마. 옷 망가져도 갚으라고 안 할게.”심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토록 너그러운 사람이면서 저번에는 왜 꼭 배상을 요구했을까?**이소연이 경찰에게 잡히고 나서야 여형민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그가 GS 건물 아래로 내려왔을 때 원래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지고 없었고 소방관들도 안전 매트에 있던 공기를 빼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한참 기다렸는데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다니, 정말 재미없어!”차에 다시 올라탄 뒤 허태준이 그에게 물었다.“어때?”여형민은 안전벨트를 매고 난 뒤 시동을 걸며 말했다.“>의 호 편집장이 찾아갔었대.”“>의 편집장?”허태준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방송국 편집장이 그 여자에 관한 일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편집장 주변 친구가 마침 조 씨 가문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이 일이 이슈로 몰릴 것 같아서 프로그램 시청률도 높여주고자 그 편집장한테 얘기했거나, 그 프로그램 편집장이 밖에서 종일 취재하다가 마침 이소연 씨와 마주쳤고, 이소연 씨는 책임을 미루기 위해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거나. 어차피 이소연 씨가 한 말 중에 믿을만한 얘기는 단 하나도 없었어.”여형민은 온갖 추측을 정리해서 얘기했다.“게다가 우린 그걸 사주한 사람이 제작팀이라는 걸 알아냈잖아? 기부금 사건도 모두 제작팀에서 벌인 짓이야. 이러면 들어맞지 않아?”허태준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호 편집장에 대해 알아보라고 할게.”심유진은 >의 호 편집장을 알고 있었다.“전에 저를 만나러 호텔까지 찾아왔던 세 명 중 한 명이에요.”긴 머리에 싸가지없는 태도를 가진 여자 편집장이었다.그 뒤 심유진에게 연락했을 때 호 편집장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만약 이 일을 계획한 사람이 그녀라면 그때 그녀가 심유진을 대하던 태도가 왜 그토록 쌀쌀맞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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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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