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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경찰들은 GS 건물 출입을 막지 않았기에 여형민은 손쉽게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옥상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은 여형민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를 막아섰다.

“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여형민은 자신의 명찰을 꺼내 느긋하게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 전담 변호사입니다. 이소연 씨와 협상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이소연이 울며불며 심유진을 찾는다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경찰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물어보고 올게요.”

그는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돌아와 여형민에게 말했다.

“올라가세요.”

“고맙습니다.”

여형민은 그대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GS 건물 옥상은 아주 넓었다. 평소 의사, 간호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기에 테이블도 여러 개 세팅되어 있었다.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옥상 문은 항시 열린 상태였고 이로 인해 이소연이 자살을 시도할 기회를 준 것이다.

여형민은 어구를 지나자마자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과 난간 너머 GS 건물의 “건” 자에 붙어 서 있는 이소연을 발견했다.

경찰은 여전히 이소연을 말리고 있었다.

“며느리분 전담 변호사가 곧 오실 겁니다. 먼저 얘기라도 나누실래요?”

이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변호사 안 만나! 심유진을 직접 만날 거야! 심유진이 안 오면 나도 안가!”

여형민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한 뒤 빈 가방을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를 전담하고 있는 여 변호사입니다.”

두 경찰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소연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심유진은요? 심유진은 어디에 있어요?”

“심유진 씨는 얼굴 비추기 어려워 제가 대신 왔습니다.”

여형민은 미소를 유지한 채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심유진 씨를 대신해 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요구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

이소연은 그가 한 마지막 한마디에 잠시 머뭇거렸다.

“정말 다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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