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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왜 돈 없다고 거짓말을 했냐고요!”

심유진은 자신이 왜 이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분노가 이성을 삼켜버려 허태준이 어떤 사람인지 잊은 채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오만 원 뿐이었어. 케이블카는 인당 삼만 원이라고.”

그의 대답에 심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끝없이 이어진 산길을 보며 물 뚜껑을 닫고 계단 옆의 줄에 의지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어휴, 갑시다.”

그러나 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올라갈거야?”

그는 그녀의 말에 의심을 표시했다.

“아무래도 배고프기 전에 올라가야겠네요.”

심유진은 한 손에 물병을 꼭 쥐고 낑낑거리며 올라갔다.

허태준은 몇 걸음을 걷더니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왜요.”

심유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허태준은 물병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꾸었다.

“지금 계속 잡고가는 줄…… 그거 더러워.”

그는 그녀가 잡고 있는 밧줄을 턱으로 가리켰다.

“이거 당겨.”

심유진은 의외로 세심한 그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을 툴툴 털더니 그를 보았다.

“괜찮아요. 어차피 이미 더러워졌으니까.”

허태준은 허리를 약간 굽히고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듯한 그의 손을 잡으니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꼭 쥐었다.

허태준은 그녀의 손을 통해 그녀의 심장소리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 언제 도착해…….”

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궁시렁거리며 산을 올랐다.

허태준은 차가운 그녀의 손을 느끼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심유진은 종이인형처럼 그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저기 그 물 안 마실거면 저 좀 줘요.”

심유진은 자신의 물을 다 마시고 그의 물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이 심해 땀은 많이 났으나 산 중턱에 오니 산아래보다 기온이 낮아 추웠다.

분명히 산 아래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는데, 중턱에 이르자 하늘에서 가랑비까지 흩날리기 시작했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자기의 외투를 벗어주고는 단추를 하나하나 채웠다.

잠시후 허태준의 등은 모두 빗물로 젖었고 반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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