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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심유진은 색색 숨소리를 내며 깊게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본 허태준은 고개를 돌리고 실소를 터뜨렸다.

‘안 졸리다고 하더니. 결국 이렇게 잠이 들었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다가 멈췄다.

‘됐다. 그냥 자게 두자.’

**

“띠리링- 띠리링-”

갑작스러운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심유진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자기가 맞춘 알람인줄 알고 데스크 전화 쪽으로 걸어갔지만, 핸드폰 벨소리는 알람이 아니라 조건웅의 담당 간호사에게 온 전화였다.

“음…… 여보세요?”

조건웅의 담당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 씨. 혹시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줄 수 있어요?”

“아뇨. 제가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급한 일인데!”

“제가 지금 외부라 갈 수가 없어요.”

“음…… 오늘 조건웅 씨 사망하셨어요!”

간호사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심유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에서 뭔가 터진 것 같았다.

심유진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언제요?”

“조건웅 씨 사망하셨어요. 30분 전에.”

“왜요?”

“자살이요. 뛰어내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간호사가 조건웅은 반신불수일뿐 생명의 위험이 없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예사롭지 않았다.

“죽기 전까지 당신만 찾다가…… 갑자기 병원 창밖으로 뛰어내렸어요.”

“자살이라고요? 게다가 어떻게 병원 밖으로 뛰어내려요? 다리를 못 움직이잖아요!”

“두 팔로 난간을 짚고 올라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병원이 발칵 뒤집혔어요. 지금 당장 와줄 수 있어요?”

심유진의 호흡은 점차 불안정해졌고 눈앞도 흐릿해졌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을 힘들게 한 그를 죽도록 미워했다. 하지만 반신불수가 됐다는 그의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한 미움은 점점 사그러들었다.

그와 우정아는 각자의 자리에서 벌을 받았기에 이제 심유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조건웅이 죽길 바란 적도 있었는데…… 막상 죽었다고 하니…… 이 감정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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