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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허태준이 샤워를 하러 간 틈을 타서 심유진은 자기 방으로 갔다.

핸드폰을 집어 든 그녀는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에 놀랐다.

병원에서 온 전화 한 통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소한 전화번호였다.

‘왠지 예감이 불길해.’

그녀는 부재중 전화 역시 조건웅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밖에 두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허태준이 있는 욕실과 심유진이 있는 욕실은 벽을 하나만 두고 있었기에 그가 씻는 소리가 그녀에게 다 들렸다.

심유진 역시 피곤한 몸을 녹이기 위해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허태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욕실에서 나왔다.

그는 땀으로 흠뻑 젖었던 옷을 다시 입기 싫었는지 아랫도리에 목욕 수건만 둘른 채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에 심유진은 준비 된 죽을 꺼내 먹고 있었다.

그가 나온 것을 보고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머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이 그녀의 눈에 거슬렸다.

물방울은 그의 머리카락 끝에서 미끄러져 그의 가슴과 등,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어제까지만해도 열이 많이 났잖아요. 머리 안 말리면 안돼요.”

심유진은 헤어드라이어를 찾아 플러그를 꽂고 허태준을 소파에 앉혔다.

그녀는 그의 몸 옆에 반쯤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드라이어를 들고, 한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금방 마를 거니까 걱정마요.”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두피를 쓰다듬고, 따뜻한 바람이 그의 귀로 불어오자 그의 귓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허태준은 금방이라도 심유진을 소파 위로 넘어뜨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속으로 원주율을 외웠다.

심유진은 그런 그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머리 말리기에 집중했다.

“다 됐다!”

그녀가 드라이기를 두고 그를 보았다.

“얼굴이 빨개요. 또 열 나는 건가?”

그녀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짚자 허태준은 부끄러운 듯 몸을 뒤로 뺐다.

그 순간 심유진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심유진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을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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