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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허태준과 심유진은 얌전히 차 안에 앉아있었다.

정적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흔히 있는 상황이었다.

허태준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온한 반면 몸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는 심유진과 얘기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머릿속으로 온갖 대화 주제들을 생각해 봤지만 하나같이 부정당했다.

잘 지냈어? 너무 멍청해 보였다.

저녁 먹었어? 할 말 없는데 일부러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오늘 잘했어. 그녀는 그의 부하가 아니었다.

너 어렸을 때...그건 아마 그녀가 평생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일 것이다.

‘됐어.’

그는 포기했다.

아마 그는 정말 여형민이 얘기한 것처럼 플러팅 재주가 아예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심유진은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고 당분간 다시 켤 생각이 없었다.

휴대폰이 없으니 그녀는 차 안 분위기가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조금 전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을 또다시 던졌다.

“허 대표님과 여 변호사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허태준은 깊게 심호흡한 뒤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여형민이 트위터에서 이소연이 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기사를 봤거든. 게다가 너한테 연락해도 받지 않으니까 이곳에 있나 해서 찾아왔어.”

그는 대답에 줄곧 여형민을 앞세웠다. 마치 이 모든 게 여형민의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처럼 얘기했다.

“여 변호사님께 고마워해야겠네요.”

심유진은 고마워하는 말투로 말했다.

허태준은 다리에 올려둔 손을 꽉 움켜잡았다. 가슴에 뭔가 턱 막힌 것처럼 숨이 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말에 시간 돼? 나랑 함께 성운 별장으로 가.”

성운 별장은 YT 그룹 소속 산업으로 대구 교외 팔공산에 위치해있다. 소문에 의하면 팔공산에서 별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최적화된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성운 별장의 가격이 하도 높은 탓에 심유진은 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부근에 있는 다른 호텔을 선택했다.

“거긴 무슨 일로 가는 거예요?”

심유진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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