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은 GS 건물 출입을 막지 않았기에 여형민은 손쉽게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옥상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은 여형민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를 막아섰다.“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여형민은 자신의 명찰을 꺼내 느긋하게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 전담 변호사입니다. 이소연 씨와 협상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이소연이 울며불며 심유진을 찾는다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경찰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물어보고 올게요.”그는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돌아와 여형민에게 말했다.“올라가세요.”“고맙습니다.”여형민은 그대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올라갔다.GS 건물 옥상은 아주 넓었다. 평소 의사, 간호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기에 테이블도 여러 개 세팅되어 있었다.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옥상 문은 항시 열린 상태였고 이로 인해 이소연이 자살을 시도할 기회를 준 것이다.여형민은 어구를 지나자마자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과 난간 너머 GS 건물의 “건” 자에 붙어 서 있는 이소연을 발견했다.경찰은 여전히 이소연을 말리고 있었다.“며느리분 전담 변호사가 곧 오실 겁니다. 먼저 얘기라도 나누실래요?”이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호사 안 만나! 심유진을 직접 만날 거야! 심유진이 안 오면 나도 안가!”여형민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한 뒤 빈 가방을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유진 씨를 전담하고 있는 여 변호사입니다.”두 경찰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소연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심유진은요? 심유진은 어디에 있어요?”“심유진 씨는 얼굴 비추기 어려워 제가 대신 왔습니다.”여형민은 미소를 유지한 채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 씨를 대신해 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요구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이소연은 그가 한 마지막 한마디에 잠시 머뭇거렸다.“정말 다 들어줘요?”
이소연은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지금 바로 심유진한테 연락해요! 그리고 전 국민한테 오늘 밤 그녀가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얘기하라고 해요!”“그쪽이 하신 말이 사실인가요?”여형민이 그녀에게 물었다.이소연은 순간 사레가 걸렸다.“당연히 사실이죠!”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빨리 심유진한테 연락해요!”“심유진 씨한테 연락할 수도 있고 오늘 밤 했던 말들을 도로 취소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여형민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그녀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당신한테 속았던 사람들이 다시 당신을 믿으려고 할까요?”이소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골똘히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상하고 있는지 두 눈을 뱅글뱅글 굴렸다.“사실 이번 일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유진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이 탓해야 할 사람은 마땅히 당신을 속여 프로그램에 오르게 만든 > 제작팀이에요.”여형민은 애써 타이르는 말투로 물었다.“생각해 보세요. 만약 당신이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제작팀 의도대로 그런 거짓된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이소연은 그의 논리에 넘어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여형민은 또다시 앞으로 몇 걸음 내딛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냥 저한테 누구의 사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지만 알려주시면 돼요. 제가 대신 고소해 드릴게요. 때가 되면 모든 책임은 그 사람이 지고 이소연 씨는 무죄로 석방될 거예요.”이소연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의 호 편집장이에요! 그 사람이 저한테 방송 출연을 제안했어요! 그 여자가 저 대신 해결해 주겠다고 했어요! 내가 프로그램에서 한 말도 몽땅 그 여자가 시켜서 한 거예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그녀는 재빨리 책임을 밀어 넘겼다.“네, 알겠습니다.”여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
허태준과 심유진은 얌전히 차 안에 앉아있었다.정적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흔히 있는 상황이었다.허태준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표정은 평온한 반면 몸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그는 심유진과 얘기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머릿속으로 온갖 대화 주제들을 생각해 봤지만 하나같이 부정당했다.잘 지냈어? 너무 멍청해 보였다.저녁 먹었어? 할 말 없는데 일부러 말을 거는 것 같았다.오늘 잘했어. 그녀는 그의 부하가 아니었다.너 어렸을 때...그건 아마 그녀가 평생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일 것이다.‘됐어.’그는 포기했다.아마 그는 정말 여형민이 얘기한 것처럼 플러팅 재주가 아예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심유진은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고 당분간 다시 켤 생각이 없었다.휴대폰이 없으니 그녀는 차 안 분위기가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조금 전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을 또다시 던졌다.“허 대표님과 여 변호사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허태준은 깊게 심호흡한 뒤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여형민이 트위터에서 이소연이 S 대학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기사를 봤거든. 게다가 너한테 연락해도 받지 않으니까 이곳에 있나 해서 찾아왔어.”그는 대답에 줄곧 여형민을 앞세웠다. 마치 이 모든 게 여형민의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처럼 얘기했다.“여 변호사님께 고마워해야겠네요.”심유진은 고마워하는 말투로 말했다.허태준은 다리에 올려둔 손을 꽉 움켜잡았다. 가슴에 뭔가 턱 막힌 것처럼 숨이 찼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주말에 시간 돼? 나랑 함께 성운 별장으로 가.”성운 별장은 YT 그룹 소속 산업으로 대구 교외 팔공산에 위치해있다. 소문에 의하면 팔공산에서 별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최적화된 장소라고 한다.하지만 성운 별장의 가격이 하도 높은 탓에 심유진은 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부근에 있는 다른 호텔을 선택했다.“거긴 무슨 일로 가는 거예요?”심유진이 물었다
“걱정하지 마. 옷 망가져도 갚으라고 안 할게.”심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토록 너그러운 사람이면서 저번에는 왜 꼭 배상을 요구했을까?**이소연이 경찰에게 잡히고 나서야 여형민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그가 GS 건물 아래로 내려왔을 때 원래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지고 없었고 소방관들도 안전 매트에 있던 공기를 빼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한참 기다렸는데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다니, 정말 재미없어!”차에 다시 올라탄 뒤 허태준이 그에게 물었다.“어때?”여형민은 안전벨트를 매고 난 뒤 시동을 걸며 말했다.“>의 호 편집장이 찾아갔었대.”“>의 편집장?”허태준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방송국 편집장이 그 여자에 관한 일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편집장 주변 친구가 마침 조 씨 가문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이 일이 이슈로 몰릴 것 같아서 프로그램 시청률도 높여주고자 그 편집장한테 얘기했거나, 그 프로그램 편집장이 밖에서 종일 취재하다가 마침 이소연 씨와 마주쳤고, 이소연 씨는 책임을 미루기 위해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거나. 어차피 이소연 씨가 한 말 중에 믿을만한 얘기는 단 하나도 없었어.”여형민은 온갖 추측을 정리해서 얘기했다.“게다가 우린 그걸 사주한 사람이 제작팀이라는 걸 알아냈잖아? 기부금 사건도 모두 제작팀에서 벌인 짓이야. 이러면 들어맞지 않아?”허태준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호 편집장에 대해 알아보라고 할게.”심유진은 >의 호 편집장을 알고 있었다.“전에 저를 만나러 호텔까지 찾아왔던 세 명 중 한 명이에요.”긴 머리에 싸가지없는 태도를 가진 여자 편집장이었다.그 뒤 심유진에게 연락했을 때 호 편집장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만약 이 일을 계획한 사람이 그녀라면 그때 그녀가 심유진을 대하던 태도가 왜 그토록 쌀쌀맞았
심유진은 결백을 인증받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아안았다.총지배인이 그녀에게 직접 연락하여 복직을 신청했다. 아마 다음 주쯤이면 다시 로열 호텔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심유진은 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토요일 아침, 심유진은 허태준의 연락을 받았다.그는 이미 아파트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녀는 그가 오래 기다릴까 봐 옷만 대충 갈아입고 생얼로 문을 나섰다.차 안에는 허태준 한 명뿐이었고 심유진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여 변호사님은요?”그녀가 물었다.허태준은 핸들을 꽉 움켜잡았다.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찾은 사람이 여형민... 너무 기분 나빴다.“안가.”그가 쌀쌀맞은 말투로 대답했다.심유진은 간단하게 대답한 뒤 또다시 물었다.“아침 식사는 했어요?”허태준은 앞만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니.”“그럼 밥 먹을래요?”심유진은 주머니 안에서 텀블러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어젯밤에 끓인 계란죽이예요.”그녀는 허태준이 평소 밖에서 식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특별히 아침 식사를 준비한 것이었다.“만약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토스트와 딸기잼도 준비했어요.”허태준은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길옆에 주차했다.“계란죽이면 돼.”그가 대답했다.심유진은 곧바로 텀블러를 그의 손에 건넸다.“뚜껑 열어서 먹어요. 숟가락 줄게요.”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허리 숙여 호주머니 안에서 은 숟가락을 꺼냈다.“이 숟가락은 어제 금방 포장 뜯은 거예요. 이미 깨끗하게 씻어서 가져왔으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돼요.”그녀의 미소는 달콤했고 아주 귀여웠다.허태준은 입이 바짝 말라 드는 것 같았다.그는 텀블러를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뚜껑을 열자마자 뜨거운 열기와 죽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허태준은 은 숟가락을 건네받고 죽을 한술 떴다.죽은 딱 좋게 익은 상태였다. 계란과 쌀이 조화로운 맛을 이루었고 매 한입마다 계란의 고소함과 쌀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허태준은 입맛이 까다로웠기에 아무리 맛없
“왜그래?” 허태준이 심유진을 보며 물었다.“당신 얼굴이……”심유진이 풉하고 웃었다.허태준은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보더니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거기가 아니라……”심유진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에 붙은 밥풀을 떼어냈다.그녀의 손끝이 얼굴에 닿자 허태준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심유진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허태준은 헛기침을 하며 휴지 두 장을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여기에 닦아. 그리고…… 고마워.”말을 마친 그는 차의 시동을 걸었다.**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차가 막히지 않아 시내에서 팔공산까지 가는 데 겨우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팔공산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관광산으로 걸어서 올라가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당연히 케이블카를 탈 줄 알고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줄을 섰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예상과는 반대로 케이블카 옆에 있는 등산로를 택했다.심유진은 용기를 내 그의 외투를 잡아당겼다. “저…… 우리 케이블카 타고 가는 거 아닌가요?”허태준은 자신의 주머니에 핸드폰을 꺼내더니 심유진에게 보여줬다.“나 핸드폰밖에 안 가져왔어.”그런데 공교롭게도 심유진도 현금이 없었다.심유진은 삼성페이는 되겠지 하고 매표소로 향했지만, 매표소 직원이 케이블카는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팔공산을 오르기 시작했다.평소 체력이 좋지 않은 심유진은 헥헥거리며 그의 뒤를 쫓았고, 허태준은 뒤를 돌아 그녀를 보았다.“잠깐 쉴까?” 그는 심유진에게 물었다.심유진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경사가 꽤 있는 산이라 등산로 양쪽에는 긴 안전끈이 있었다. 그녀는 그 끈에 온몸을 의지했다.다행히 산을 오르는 사람이 없어 심유진은 아예 계단에 주저앉았고 허태준이 그 옆에 서있었다.마침 생수 몇 상자를 메고 산에 오르는 짐꾼이 신기한 듯 그들을 몇 번 더 보았다.“아가씨, 산 초입부터
“왜 돈 없다고 거짓말을 했냐고요!”심유진은 자신이 왜 이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분노가 이성을 삼켜버려 허태준이 어떤 사람인지 잊은 채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니 오만 원 뿐이었어. 케이블카는 인당 삼만 원이라고.”그의 대답에 심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그녀는 끝없이 이어진 산길을 보며 물 뚜껑을 닫고 계단 옆의 줄에 의지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어휴, 갑시다.”그러나 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올라갈거야?”그는 그녀의 말에 의심을 표시했다.“아무래도 배고프기 전에 올라가야겠네요.”심유진은 한 손에 물병을 꼭 쥐고 낑낑거리며 올라갔다.허태준은 몇 걸음을 걷더니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왜요.”심유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허태준은 물병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꾸었다.“지금 계속 잡고가는 줄…… 그거 더러워.”그는 그녀가 잡고 있는 밧줄을 턱으로 가리켰다.“이거 당겨.”심유진은 의외로 세심한 그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을 툴툴 털더니 그를 보았다.“괜찮아요. 어차피 이미 더러워졌으니까.”허태준은 허리를 약간 굽히고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잡았다.따듯한 그의 손을 잡으니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꼭 쥐었다.허태준은 그녀의 손을 통해 그녀의 심장소리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아 언제 도착해…….”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궁시렁거리며 산을 올랐다.허태준은 차가운 그녀의 손을 느끼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다.얼마나 지났을까 심유진은 종이인형처럼 그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저기 그 물 안 마실거면 저 좀 줘요.”심유진은 자신의 물을 다 마시고 그의 물까지 탐내기 시작했다.오르막길이 심해 땀은 많이 났으나 산 중턱에 오니 산아래보다 기온이 낮아 추웠다.분명히 산 아래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는데, 중턱에 이르자 하늘에서 가랑비까지 흩날리기 시작했다.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자기의 외투를 벗어주고는 단추를 하나하나 채웠다.잠시후 허태준의 등은 모두 빗물로 젖었고 반투명
그 말을 들은 심유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의 말대로 얼마지나지 않아 정상에 도착했고, 검은 우산을 든 양복을 입은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와 그를 맞이했다.“허 대표님!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네요.”그는 두 사람을 별장 전용 차로 데려가더니 두 사람에게 담요를 건넸다.허태준은 비를 맞아도 멀쩡했지만 심유진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그녀의 입술은 파랬고, 온몸을 덜덜 떨고있었다.“가서 따듯한 물로 목욕하고 뭐 좀 먹어야겠네.”허태준은 그런 그녀가 걱정됐다.**산 정상 입구에서 성운 별장까지는 차로 십분이 걸렸다.별장 로비에는 총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허태준을 기다리고 있었고, 허태준과 심유진이 도착하자 그 사람은 직접 그를 방까지 데리고갔다.“대표님의 짐은 어제 도착해서 방에 두었습니다.”그 사람은 방 카드를 허태준에게 건네주고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허태준은 카드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 뒤에 심유진은 멀뚱멀뚱 그 자리에 서있었다.“왜 안들어와?”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심유진은 머뭇거리며 물었다.“우리 둘이 한 방에 지낸다고요?”“보통의 연인사이라면 한 방에서 자지 않나?”“하지만……!”“잊지 마. 당신은 내 연인 신분으로 여기에 와있다는 걸.”“하지만 우린 진짜 연인은 아니잖아요.”“주최 측에서 우리가 가짜 연인이라는 걸 알것 같아?”“그럼...”심유진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그에게 대답했다. “제가 따로 방을 하나 예약해야겠네요.”허태준은 코웃음을 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와봐.”“네?”“들어와보면 알아.”“……”“여기 보이지? 이 방안에는 여러개의 방이 있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지내면 돼.”“아……”“혹시 방금 내가 너를 어떻게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면 꿈 깨는 게 좋을 거야.”심유진은 이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그는 허태준에게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허태준은 이미 방으로 들어가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