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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제로의 비서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소리 없이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

허태준은 컴퓨터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 그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윽고 심유진은 법률신청서를 조심스럽게 거뒀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이소연 씨는 저를 딩크족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프라이버시와 관계되므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그저 전 절대 이소연 씨와 그녀의 아들 조건웅 씨가 얘기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조건웅 씨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 점을 신경 쓰지 않는 전제하에 결혼했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본인이 직접 부모님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고요.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설날을 맞이하여 집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똑같이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소연 씨는 저한테 병을 확인하러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사실상 마을의 무당인 돌팔이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병자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명절이 끝난 뒤 저희는 대구로 돌아왔고 그 뒤로 이소연 씨는 단 한 번도 제게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더 쉽겠네요. 조건웅 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소연 씨는 단 한 번도 저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생기면 늘 조건웅 씨에게 직접 연락했고 조건웅 씨는 통화내용을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조건웅 씨가 지난달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소연 씨는 교통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습니다.”

심유진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

“조건웅 씨는 지난해부터 이미 소속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심지어는 임신까지 시켰습니다. 그들은 이미 반년 동안 만남을 가졌지만 저는 마지막이 돼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오늘 특별히 조건웅 씨의 또 다른 소속 직원을 모셔 왔습니다.”

그녀는 라이브룸과 미팅룸 사이에 낀 유리를 통해 조건웅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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