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009 챕터

제51화

허태준은 그녀에게 해명하지 않았다.“지금 바로 내려보내면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할게요. 그렇지 않으면,”그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목소리 톤을 확 낮추어 말했다.“계약서대로 처리하죠.”비비안은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우연 씨, 먼저 내려가요!”그녀는 서우연에게 미친 듯이 눈치 줬지만 서우연은 그녀를 봐주지도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허태준에게 향해있었다.“허 대표님!”서우연의 눈가에는 어느샌가 이미 눈물이 고여있었다.그녀는 심유진을 밀어낸 채 빠른 걸음으로 허태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러고는 두 팔로 힘 있게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저번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모두 회사의 뜻이었지 제 뜻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제발 살려주세요!”그녀는 허태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그의 흰 셔츠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말했다.허태준의 표정은 파랗게 질렸고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의 옆에서 코를 어루만지고 있던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비비안도 두려운 마음에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하필 서우연만 눈치 없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주절거리고 있었다.“뭐든 할게요! 영화제작사만 막아놓지 않으면 뭐든 할게요!”저번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그녀는 로열 호텔에서 쫓겨났다.이윽고 그녀는 두 달 동안 신작 촬영에서 끊임없이 배역에서 밀려났다. 그러자 감독이 그녀에게 은밀히 소식을 전했다.“우연 씨가 아무래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요.”이윽고 반년 전부터 계약했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하고 한 달 동안 아무런 대본도 손에 넣지 못했다. 원래 그녀에게 대본을 건넸던 회사에서도 그녀의 등장에 하나같이 배우선정이 완료되었다고 전했다.물러설 길이 없게 된 그녀는 비굴하게 촬영팀 네다섯 개를 오가면서 오디션을 봤지만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하게 되었다.그녀의 매니저도 그녀에게 한두 번 물어본 게 아니었다.“대체 누구한테 잘못을 저지른 거예요?”그녀가 누구한테 잘못을 저지른단 말인가?그건 아마 허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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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그때 당시 그녀는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살면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실패였기에 아주 큰 타격감을 입었다고 해도 말이다.하지만 그 일이 있은 뒤 벌어진 일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고 그녀의 컨트롤도 벗어났다.회사 대표를 찾아가 구해달라고 했는데도 돌아오는 건 오직 전보다 많은 수익뿐이었다.수익의 대가는 회사의 다른 여자 연예인들의 더 많은 스폰이었다.그녀는 회사 대표에게 구걸했지만 그는 매우 단호하게 얘기했다.“넌 이미 허 대표의 지시로 모든 스폰이 끊겼어. 그자를 손에 넣지 못하는 한 아무도 너를 배우로 쓰려고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회사를 위한 너의 마음은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을게. 계약기간 동안 지금처럼 우월한 생활은 유지할 수 있을 거야.”현재 그녀의 우월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아직 이루고 싶은 꿈과 포부가 있었다. 그녀는 잠자리만 동반하는 아가씨로 몰락하고 싶지 않았다.때문에 그녀는 허태준을 만나 살려달라고 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여 오늘 밤 파티 요청장을 겨우 손에 넣은 것이었다. 최대한 단번에 그를 쓰러 눕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이었다.아무래도 하느님이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했는지 파티가 시작되기 전 그와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준게 아닌가 싶었다.그녀는 이 기회를 반드시 꽉 잡아야 했다.“회사 대표님 협박을 받아서 그런 거예요! 모든 일은 다 대표님께서 사주한 거예요! 만약 그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영원히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거든요! 그래서 별다른 방법 없이...”서우연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허태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어떻게 울어야 가장 예쁘고 불쌍한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순간은 허태준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그는 누군가가 우는 게 싫었고 그를 안은 채 우는 건 더더욱 싫었다. 왜냐하면 그의 옷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그 시각 그는 오로지 눈앞의 여자가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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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허태준을 제외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그의 심장은 돌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나한테 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다고?”허태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하긴. 전에 당신과 함께 잠자리를 가진 남자만 봐도 알 수 있어. 당신 사람 보는 눈 별로야.”사정없이 까인 서우연은 맨 숨을 들이키다가 침이 기관지로 들어가는 바람에 정신없이 기침했다.허태준은 더욱 꺼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가만히 서서 뭐 하고 있어요?”그는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안 끌어내요?”사람들은 그제야 정신 차리고 재빨리 달려가 서우연을 끌어냈다.서우연은 힘 있게 발버둥 치며 기침하는 동시에 큰 소리로 외쳤다.“내려줘!”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그녀의 부름 소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계속 이어졌고 한참 지나서야 완전히 사라졌다.3층에는 드디어 허태준, 심유진과 비비안 단 세 사람만이 남겨져있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놓아준 뒤 고개 숙여 자신의 겉옷 단추를 풀었다.“남자 예복은 있어요?”그가 비비안에게 물었다.“있어요!”비비안이 다급히 대답했다.“이쪽에 있어요. 안내해 드릴게요.”“잠시만요.”허태준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이윽고 넥타이를 풀어 셔츠를 벗었다.“그전에... 샤워 좀 하고 싶은데요.”그는 윗옷을 벗어 단단한 복근을 드러냈다.비비안은 순간 넋을 잃었다가 한참 지나서야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옮겼다.“욕실은 2층에 있습니다.”“안내해 줘요.”허태준이 말했다.“네, 네.”조금 전 목격한 그림에 적잖이 충격받은 비비안은 말을 더듬었다.허태준은 또 심유진에게 당부했다.“예복 한 벌 골라줘.”“네?”심유진은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름 불려 의아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의 놀란 표정을 불쾌함으로 받아들였다.“왜, 싫어?”그는 일부러 말끝을 길게 놀려 불쾌함을 잔뜩 드러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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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샵 2층과 3층의 구조는 완전히 달랐다. 인테리어와 세팅 스타일은 고급 클로즈샵에 더욱 가까웠다.심유진은 직원의 리드하에 건물을 한참 돌아서 겨우 맨 끝에 있는 욕실을 찾아냈다.직원의 소개에 따르면 이 욕실은 샵을 운영한 지 1년이 되던 해에 급한 스케줄 때문에 찾아온 연예인들이 잠깐 샤워하는 용으로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데다 비관계자들은 찾아올 일도 없었으니 프라이빗 수준이 아주 높았다.심유진이 두어 번 노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허태준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시죠?”심유진이 대답했다.“허 대표님, 옷 가져왔습니다.”“혼자?”“저 혼자예요.”허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뜨거운 수증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심유진은 고개를 들자마자 알몸에 넓고 단단한 데다 물방울까지 흐르고 있는 가슴팍을 발견했다.수도 없이 많은 물방울들이 가슴골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물방울을 따라 아래로 옮겨졌다.심유진은 그제야 허태준이...한 쌍의 긴 다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쌍의 눈동자는 자신의 치맛자락밖에 보려고 들지 못했다.그녀와 달리 허태준은 아주 덤덤했다.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옷.”심유진은 재빨리 손에 든 옷을 그에게 건넸다.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한번 봐봐요.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비비안 씨가 바꿔준다고 했어요.”“잠시만 기다려.”허태준은 문을 닫았다.다시 문이 열렸을 때는 그가 이미 자신의 몸을 꽁꽁 싸맨 뒤였다.가장 심플한 검은색 예복에 가장 심플한 흰 셔츠를 매치하니 우아한 카리스마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온몸으로 섹시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심유진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안 올라가?”허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올라가요!”그녀가 다급히 대답했다.허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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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서우연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시간은 이미 5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그는 비비안에게 경고했다.“심유진 메이크업...”비비안은 곧바로 심유진을 자리에 앉혔다.“지금 바로 시작할게요!”비비안은 심유진에게 가벼운 메이크업을 해주었다.그러면서 그녀가 말했다.“심유진 씨는 원래 예쁘게 생기셨기에 별로 손을 댈 필요가 없어요. 가볍게 톤만 입혀주면 딱 좋아요.”허태준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심유진의 얼굴은 또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바꾸어 말하면 그가 그녀를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비비안은 심유진의 머리를 가르마로 나눈 뒤 모두 뒤로 넘겨 포니테일로 묶었다.그녀가 말했다.“이렇게 하면 목선과 어깨선이 드러나거든요. 심유진 씨는 목선과 어깨선이 예뻐서 별다른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줄 필요가 없어요. 사실상 제가 느끼기에 액세서리를 하면 더 별로일 것 같거든요.”허태준이 말했다.“그럼 그냥 이렇게 해요. 액세서리는 필요 없어요.”심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호두까기 인형에 불과했다.어차피 마지막 결과물이 허태준의 마음에 들면 그만이었다.비비안은 손에 든 도구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맞아요!”그녀는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심유진 씨한테 어울리는 하이힐도 준비해 드려야겠네요!”심유진이 입은 옷은 우아한 반면 신발은 아주 캐주얼했기에 파티에 참석할 때 신고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예쁜 드레스와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신발은 모두 2층에 있었다. 심유진이 자신의 신발사이즈를 알려주자 비비안이 달려가 그녀 대신 신발을 골라주려고 했다.“내가 갈게요.”허태준이 긴 팔을 뻗어 비비안을 붙잡았다.비비안과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비비안은 재빨리 눈치채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허 대표님 안목이 저보다 나으실 거예요.”반면 심유진은 발언할 자격도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이 자리를 뜨자 비비안과 심유진이 간단한 토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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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허 대표님 안목이 참 좋으시네요!”비비안은 진심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이 신발은 오해 JC에서 출시한 한정판 디자인이거든요. 전 세계에 이천 켤레밖에 없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리액션을 무시한 채 덤덤한 표정으로 심유진 앞으로 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어?심유진은 깜짝 놀라 허태준의 정수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비비안도 적잖이 깜짝 놀랐다.허태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발.”그가 손을 뻗었다.심유진은 한참 지나서야 자신의 발을 달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챘다.“... 제가 할게요!”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허태준은 그녀의 왼쪽 발목을 꽉 잡았다.“움직이지 마.”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은 순간 얼어붙어 얌전히 도로 자리에 앉았다.허태준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심유진의 살결에 닿자 마치 전율이 통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와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그녀의 신발을 벗긴 다음 앞으로 발을 당겼다.심유진은 키가 170센티미터를 넘겼기에 보통 여자들처럼 발사이즈가 아담하지 않았다. 이는 그녀의 콤플렉스 중 하나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을 움츠리려고 했지만 허태준이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움직이지 마.”그는 조금 전보다 더 사나워진 말투로 말을 번복했다.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행히도 파운데이션을 바른 덕에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허태준의 손이 아래로 향하더니 굳은살 박인 발뒤꿈치를 붙잡았다.심유진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고 체온도 따라서 급격히 상승하는 것 같았다.“허 대표님...”그녀는 모기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응?”허태준은 대답하는 동시에 그녀의 발을 자신의 무릎 위로 올렸다.심유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설마... 더럽다고 느끼시지 않는 건가?!’“더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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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구두 굽은 아주 높았는데 평소 심유진이 신던 힐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그녀는 컨트롤이 어려워 두어 걸음 내딛자마자 곧바로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다행히도 눈치 빠른 허태준이 그녀를 잡아주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힘을 빌려 자세를 바로 한 뒤 곧바로 그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또 넘어지고 싶어?”그가 싸늘한 말투로 되물었다.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동안 입을 꾹 닫고 있던 비비안이 입을 열었다.“심유진 씨 스타일링... 이 정도면 되나요?”“네.”허태준이 대답했다.“그럼 허 대표님은...”비비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다듬을 곳이 있는지 살펴보았다.“난 이 상태면 돼요.”허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단칼에 무시한 채 차갑게 거절했다.비비안은 단번에 어깨가 축 처졌다.“앉아.”허태준은 의자를 툭툭 치며 심유진에게 앉으라고 명령했다.심유진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명령대로 의자에 도로 앉았다.허태준은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구두를 벗긴 다음 도로 원래 신발을 신겨주었다.“파티장에 도착하면 다시 바꿔 신겨줄게.”심유진은 흠칫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평소보다 더욱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파티 장소는 한 개인 별장이었다.별장은 산 중턱에 있었는데 가는 길 내내 온통 무성한 나무들뿐이었다.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곳, 대구 시중심에 이처럼 자연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아마 이곳뿐일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별장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보통 재벌도 쉽사리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심유진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긴장감이 몰려왔다.그녀는 손에 땀을 쥔 채 안전벨트를 꽉 부여잡았다.허태준은 차를 한 마당에 주차했다.마당이라기보단 공원에 가까웠다.면적은 놀라울 정도로 드넓었고 각종 식물과 조각상들이 마당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넓은 큰길과 좁은 돌길도 있었다. 게다가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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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여형민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경에 가려져 있던 눈빛이 순간 교활한 미소로 이어졌다.“허 대표?”그는 손을 거둬들이더니 미간을 치켜올리며 경고를 건넸다.“내 기억대로라면... 심 매니저는 내가 요청한 파트너인 것 같은데.”“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꽉 잡은 채 어두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량 하나를 바라보았다.“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흰색 람보르기니, 아무래도 나은희 차같은데...”그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여형민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심유진은 여형민의 도망치는 속도에 깜짝 놀랐다. 거의 슝 소리와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어안이 벙벙했다.“들어가자.”허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그의 부축하에 자리에서 일어선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흰색 람보르기니를 바라보았다.거센 엔진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몇초도 안 되는 사이에 번개처럼 드넓은 주차장에 들어섰다.예쁜 유턴에 이어 급브레이크와 함께 차는 완벽하게 주차되었다.심유진은 이토록 화려한 스킬을 텔레비전으로만 봤었다.하마터면 람보르기니 운전수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낼 뻔했다.람보르기니 문이 열리자 브라운톤의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채 베이지색 옷을 입은 여자가 느긋하게 차에서 내렸다.그녀의 메이크업은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확연히 보아낼 수 있었다.짙은 눈썹, 크고 맑은 눈, 높은 콧대, 날렵한 이목구비를 자랑하고 있었다.“허 대표.”그녀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불러세웠다.심유진은 그제야 최근 들어 많은 여자연예인들이 자신에게 남편 컨셉을 세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힐끗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단번에 보통 남자들보다 몇 배는 멋진 여자한테 반해버리고 말았다.“나 대표.”허태준도 미소로 회답했다.“여형민을 찾는 거면... 조금 전에 이미 갔어.”나은희의 표정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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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허태준 씨!”한 무리의 사람들이 허태준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에워쌌다.그 속에는 남자와 여자,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있었고 각종 향수 냄새도 뒤섞여진 바람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재채기했다.그녀의 옆에 붙어 서 있던 두 젊은 아가씨가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더러워...”그녀들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심유진은 다급히 사과했다.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던 허태준은 휙 고개를 돌려 매우 예의 바른 말투로 두 아가씨에게 말했다.“좀 멀리 떨어져 있어 줄래요? 향수 냄새가 역겨워서요.”두 여자는 얼굴이 하얗고 파랗게 질린 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향수 냄새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역겨웠다.심유진은 최대한 입으로 숨을 쉬는 것으로 코에 주는 자극을 줄이려고 했다.허태준은 그녀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어르신들과 친구들을 제쳐두고 심유진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리 찾아 먼저 앉아있어. 금방 찾으러 갈게.”바로 심유진이 바라던 바였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가 허태준의 손을 놓고 떠나는 모습을 훤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녀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심유진은 인적이 드문 모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멍하니 창밖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어머, 허 대표님 파트너 아니세요?”조금 전 자리를 떴던 두 여자가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어머, 왜 혼자 앉아있어요? 허 대표님한테 쫓겨난 거예요?”그녀를 비웃는 두 여자의 표정은 매우 거슬렸다.“말했잖아, 허 대표님이 어떻게 이딴 여자를 좋아하겠어? 봐봐, 그새 허 대표님한테 버림받았잖아?”“쳇, 진짜 자기가 예쁜 줄 아는 거야? 거울 좀 보라 그래!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어!”그녀들이 하는 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심유진이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진 아니었다.왜냐하면 그녀는 허태준의 진짜 파트너가 아니었고 그녀들이 질투를 쏟아부은 곳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단지그녀들의 목소리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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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다가 그녀의 가슴골에 묻은 와인 자국을 발견했다.“이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그가 물었다.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치켜올리며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실수로 와인을 흘렸거든요.”“왜 이렇게 실수가 많은 거예요?”정재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 대신 화장실 문을 열어주었다.“빨리 들어가서 씻어요!”술 자국은 원래부터 지우기 힘들었다. 심유진은 물로 젖힌 뒤 한참 동안 비볐는데도 와인 자국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그녀는 진이 빠져 변기에 기댄 채 쑤신 어깨를 주물렀다. 발도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아프기 그지없었다.화장실에 들를 사람만 없었어도 그녀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이곳에 앉아있고 싶었다.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고요함을 꿰뚫고 들려왔다.심유진은 허태준이 그녀를 찾는 전화인 줄 알고 다급히 휴대폰을 꺼냈지만 스크린에 띈 번호는 낯선 익명의 번호였다.그녀는 맨 처음 광고 판매사에서 온 연락인 줄 알았다. 하지만 퇴근 시간까지 맞춰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광고 판매사는 없을 것 같았다.심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통화 수신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심유진 씨인가요?”“네.”확신에 찬 답을 들은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저는 S 대원병원 척추과 간호사입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남편분 병원비가 많이 밀린 상태라서요. 서둘러 와서 병원비를 지불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퇴원 수속을 밟을 수밖에 없어요.”심유진은 병원에 자신의 번호를 남긴 적이 없었다. 누가 봐도 조건웅 부모가 그녀에게 연락하라고 시킨 게 분명했다.“죄송합니다. 지금 조건웅 씨와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라서요. 병원비는 조건웅 씨 부모님한테 얘기해주세요.”그녀는 절대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그들한테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적금이 없다고 해도 조건웅이 그들에게 사준 집 한 채를 판다면 몇억 원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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