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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샵 2층과 3층의 구조는 완전히 달랐다. 인테리어와 세팅 스타일은 고급 클로즈샵에 더욱 가까웠다.

심유진은 직원의 리드하에 건물을 한참 돌아서 겨우 맨 끝에 있는 욕실을 찾아냈다.

직원의 소개에 따르면 이 욕실은 샵을 운영한 지 1년이 되던 해에 급한 스케줄 때문에 찾아온 연예인들이 잠깐 샤워하는 용으로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데다 비관계자들은 찾아올 일도 없었으니 프라이빗 수준이 아주 높았다.

심유진이 두어 번 노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태준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심유진이 대답했다.

“허 대표님, 옷 가져왔습니다.”

“혼자?”

“저 혼자예요.”

허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뜨거운 수증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

심유진은 고개를 들자마자 알몸에 넓고 단단한 데다 물방울까지 흐르고 있는 가슴팍을 발견했다.

수도 없이 많은 물방울들이 가슴골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물방울을 따라 아래로 옮겨졌다.

심유진은 그제야 허태준이...

한 쌍의 긴 다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심유진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쌍의 눈동자는 자신의 치맛자락밖에 보려고 들지 못했다.

그녀와 달리 허태준은 아주 덤덤했다.

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옷.”

심유진은 재빨리 손에 든 옷을 그에게 건넸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한번 봐봐요.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비비안 씨가 바꿔준다고 했어요.”

“잠시만 기다려.”

허태준은 문을 닫았다.

다시 문이 열렸을 때는 그가 이미 자신의 몸을 꽁꽁 싸맨 뒤였다.

가장 심플한 검은색 예복에 가장 심플한 흰 셔츠를 매치하니 우아한 카리스마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온몸으로 섹시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심유진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안 올라가?”

허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올라가요!”

그녀가 다급히 대답했다.

허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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