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대표님 안목이 참 좋으시네요!”비비안은 진심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이 신발은 오해 JC에서 출시한 한정판 디자인이거든요. 전 세계에 이천 켤레밖에 없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리액션을 무시한 채 덤덤한 표정으로 심유진 앞으로 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어?심유진은 깜짝 놀라 허태준의 정수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비비안도 적잖이 깜짝 놀랐다.허태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발.”그가 손을 뻗었다.심유진은 한참 지나서야 자신의 발을 달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챘다.“... 제가 할게요!”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허태준은 그녀의 왼쪽 발목을 꽉 잡았다.“움직이지 마.”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은 순간 얼어붙어 얌전히 도로 자리에 앉았다.허태준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심유진의 살결에 닿자 마치 전율이 통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와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그녀의 신발을 벗긴 다음 앞으로 발을 당겼다.심유진은 키가 170센티미터를 넘겼기에 보통 여자들처럼 발사이즈가 아담하지 않았다. 이는 그녀의 콤플렉스 중 하나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을 움츠리려고 했지만 허태준이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움직이지 마.”그는 조금 전보다 더 사나워진 말투로 말을 번복했다.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행히도 파운데이션을 바른 덕에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허태준의 손이 아래로 향하더니 굳은살 박인 발뒤꿈치를 붙잡았다.심유진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고 체온도 따라서 급격히 상승하는 것 같았다.“허 대표님...”그녀는 모기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응?”허태준은 대답하는 동시에 그녀의 발을 자신의 무릎 위로 올렸다.심유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설마... 더럽다고 느끼시지 않는 건가?!’“더러워요.
구두 굽은 아주 높았는데 평소 심유진이 신던 힐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그녀는 컨트롤이 어려워 두어 걸음 내딛자마자 곧바로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다행히도 눈치 빠른 허태준이 그녀를 잡아주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힘을 빌려 자세를 바로 한 뒤 곧바로 그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또 넘어지고 싶어?”그가 싸늘한 말투로 되물었다.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동안 입을 꾹 닫고 있던 비비안이 입을 열었다.“심유진 씨 스타일링... 이 정도면 되나요?”“네.”허태준이 대답했다.“그럼 허 대표님은...”비비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다듬을 곳이 있는지 살펴보았다.“난 이 상태면 돼요.”허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단칼에 무시한 채 차갑게 거절했다.비비안은 단번에 어깨가 축 처졌다.“앉아.”허태준은 의자를 툭툭 치며 심유진에게 앉으라고 명령했다.심유진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명령대로 의자에 도로 앉았다.허태준은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구두를 벗긴 다음 도로 원래 신발을 신겨주었다.“파티장에 도착하면 다시 바꿔 신겨줄게.”심유진은 흠칫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평소보다 더욱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파티 장소는 한 개인 별장이었다.별장은 산 중턱에 있었는데 가는 길 내내 온통 무성한 나무들뿐이었다.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곳, 대구 시중심에 이처럼 자연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아마 이곳뿐일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별장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보통 재벌도 쉽사리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심유진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긴장감이 몰려왔다.그녀는 손에 땀을 쥔 채 안전벨트를 꽉 부여잡았다.허태준은 차를 한 마당에 주차했다.마당이라기보단 공원에 가까웠다.면적은 놀라울 정도로 드넓었고 각종 식물과 조각상들이 마당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넓은 큰길과 좁은 돌길도 있었다. 게다가 마당
여형민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경에 가려져 있던 눈빛이 순간 교활한 미소로 이어졌다.“허 대표?”그는 손을 거둬들이더니 미간을 치켜올리며 경고를 건넸다.“내 기억대로라면... 심 매니저는 내가 요청한 파트너인 것 같은데.”“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꽉 잡은 채 어두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량 하나를 바라보았다.“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흰색 람보르기니, 아무래도 나은희 차같은데...”그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여형민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심유진은 여형민의 도망치는 속도에 깜짝 놀랐다. 거의 슝 소리와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어안이 벙벙했다.“들어가자.”허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그의 부축하에 자리에서 일어선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흰색 람보르기니를 바라보았다.거센 엔진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몇초도 안 되는 사이에 번개처럼 드넓은 주차장에 들어섰다.예쁜 유턴에 이어 급브레이크와 함께 차는 완벽하게 주차되었다.심유진은 이토록 화려한 스킬을 텔레비전으로만 봤었다.하마터면 람보르기니 운전수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낼 뻔했다.람보르기니 문이 열리자 브라운톤의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채 베이지색 옷을 입은 여자가 느긋하게 차에서 내렸다.그녀의 메이크업은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확연히 보아낼 수 있었다.짙은 눈썹, 크고 맑은 눈, 높은 콧대, 날렵한 이목구비를 자랑하고 있었다.“허 대표.”그녀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불러세웠다.심유진은 그제야 최근 들어 많은 여자연예인들이 자신에게 남편 컨셉을 세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힐끗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단번에 보통 남자들보다 몇 배는 멋진 여자한테 반해버리고 말았다.“나 대표.”허태준도 미소로 회답했다.“여형민을 찾는 거면... 조금 전에 이미 갔어.”나은희의 표정에는
“허태준 씨!”한 무리의 사람들이 허태준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에워쌌다.그 속에는 남자와 여자,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있었고 각종 향수 냄새도 뒤섞여진 바람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재채기했다.그녀의 옆에 붙어 서 있던 두 젊은 아가씨가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더러워...”그녀들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심유진은 다급히 사과했다.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던 허태준은 휙 고개를 돌려 매우 예의 바른 말투로 두 아가씨에게 말했다.“좀 멀리 떨어져 있어 줄래요? 향수 냄새가 역겨워서요.”두 여자는 얼굴이 하얗고 파랗게 질린 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향수 냄새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역겨웠다.심유진은 최대한 입으로 숨을 쉬는 것으로 코에 주는 자극을 줄이려고 했다.허태준은 그녀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어르신들과 친구들을 제쳐두고 심유진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리 찾아 먼저 앉아있어. 금방 찾으러 갈게.”바로 심유진이 바라던 바였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가 허태준의 손을 놓고 떠나는 모습을 훤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녀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심유진은 인적이 드문 모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멍하니 창밖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어머, 허 대표님 파트너 아니세요?”조금 전 자리를 떴던 두 여자가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어머, 왜 혼자 앉아있어요? 허 대표님한테 쫓겨난 거예요?”그녀를 비웃는 두 여자의 표정은 매우 거슬렸다.“말했잖아, 허 대표님이 어떻게 이딴 여자를 좋아하겠어? 봐봐, 그새 허 대표님한테 버림받았잖아?”“쳇, 진짜 자기가 예쁜 줄 아는 거야? 거울 좀 보라 그래!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어!”그녀들이 하는 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심유진이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진 아니었다.왜냐하면 그녀는 허태준의 진짜 파트너가 아니었고 그녀들이 질투를 쏟아부은 곳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단지그녀들의 목소리가 너
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다가 그녀의 가슴골에 묻은 와인 자국을 발견했다.“이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그가 물었다.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치켜올리며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실수로 와인을 흘렸거든요.”“왜 이렇게 실수가 많은 거예요?”정재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 대신 화장실 문을 열어주었다.“빨리 들어가서 씻어요!”술 자국은 원래부터 지우기 힘들었다. 심유진은 물로 젖힌 뒤 한참 동안 비볐는데도 와인 자국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그녀는 진이 빠져 변기에 기댄 채 쑤신 어깨를 주물렀다. 발도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아프기 그지없었다.화장실에 들를 사람만 없었어도 그녀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이곳에 앉아있고 싶었다.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고요함을 꿰뚫고 들려왔다.심유진은 허태준이 그녀를 찾는 전화인 줄 알고 다급히 휴대폰을 꺼냈지만 스크린에 띈 번호는 낯선 익명의 번호였다.그녀는 맨 처음 광고 판매사에서 온 연락인 줄 알았다. 하지만 퇴근 시간까지 맞춰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광고 판매사는 없을 것 같았다.심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통화 수신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심유진 씨인가요?”“네.”확신에 찬 답을 들은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저는 S 대원병원 척추과 간호사입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남편분 병원비가 많이 밀린 상태라서요. 서둘러 와서 병원비를 지불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퇴원 수속을 밟을 수밖에 없어요.”심유진은 병원에 자신의 번호를 남긴 적이 없었다. 누가 봐도 조건웅 부모가 그녀에게 연락하라고 시킨 게 분명했다.“죄송합니다. 지금 조건웅 씨와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라서요. 병원비는 조건웅 씨 부모님한테 얘기해주세요.”그녀는 절대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그들한테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적금이 없다고 해도 조건웅이 그들에게 사준 집 한 채를 판다면 몇억 원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에 우정아가 떠올랐다.그녀는 비록 조건웅과 우정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자신보다는 훨씬 가까울 것이 분명했다.“간호사님, 잠시만요. 제가 조건웅 주변 사람에게 전화를 해볼테니까 기다려주세요. 금방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예, 되도록 빨리 부탁드려요.”심유진은 우정아의 연락처가 없기에 조건웅의 친한 지인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여보세요? 오랜만이네요.” “어, 오랜만이네요. 근데 유진 씨 무슨 일이죠?”“다름아니라 혹시 우정아 핸드폰 번호 알아요? 좀 보내줄 수 있나요?”“드릴 수는 있는데……”“그럼 빨리 좀 보내주세요.”“근데 그 사람 지금 감옥에 있는 거 아니에요?”“네? 감옥이요? 무슨 이유로……”“몰랐어요? 우정아 씨가 유산 후에 우울증이 심해져서 조건웅 씨랑 매일 다퉜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매일 싸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사건 당일에는 엄청 크게 싸웠대요. 그러더니 우정아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차로 그를 받았다고 해요.”“세상에!”“원래 이 사실을 유진 씨한테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 죄송스럽기도하고, 차마 제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유진 씨가 전화를 주시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번 일은 참 유진 씨한테 죄송하게 됐습니다.”“아, 어쩔 수 없죠.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심유진은 사건의 진상을 듣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지독하게도 나를 힘들게 했던 조건웅과 우정아. 마지막이 좋지는 않구나. 이게 바로 인과응보인가? 이런 걸 보면 신이 있긴 한 것 같기도하네.’심유진은 조건웅의 병원비를 내줘야 하는 건지 아닌지 머리가 아팠다. 지금 그의 부모는 도망갔고, 동생은 연락두절에 우정아는 감옥살이까지……그녀는 그의 직장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릴까 고민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때마침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 당장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바로 퇴원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조건웅 저 상태로 퇴원을 하면 그냥
정재하는 조각상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는 문밖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심유진이 물었다.그녀는 그가 벌써 갔다고 생각했다.정재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 옷 잘 안 닦일 것 같은데요. 여기 집주인이랑 잘 아는 사이라 옷 정도 빌려줄 수 있어요.”“아,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제가 좀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아? 혹시 허 대표님하고요?”정재하는 심유진에게 옷을 빌려준다는 핑계로 허태준과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아뇨. 정재하 씨, 저 혼자 갈 겁니다.”엄밀히 말하면 심유진은 허태준의 파트너로 파티에 온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허태준과 같이 다녀야 할 이유도 없고, 더더욱 그에게 바래다 달라고 할 권리도 없었다. 게다가 이 파티의 분위를 보아하니 허태준이 주인공임에 틀림없었다. 그녀가 그를 데리고 나간다면 파티의 흥이 깨질 것이 분명했다.“유진 씨, 혼자 간다고요? 차 가지고 왔나요? 이곳은 좀 구석진 곳이라 차가 잘 다니지 않아요. 만약 괜찮다면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는 허태준과 말을 몇마디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옆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기에 심유진의 도움없이는 말은 커녕 눈인사도 못할 것 같았다. 정재하는 파티에 남아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심유진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정재하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는 걸 지난번에 병원부터 느꼈다.그러나 그녀는 안면도 몇 번 트지 않은 그를 너무 성가시게하고 싶지 않았다.“택시 부르면 금방 와요. 괜찮아요.”그녀는 콜택시 앱을 키자마자 휴대폰을 정재하에게 빼앗겼다.“최근에 뉴스 못 봤어요? 콜택시 앱으로 예약한 차량에서 난 살인사건이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이렇게 외진 곳으로 콜택시를 불러요?”심유진도 정재하가 말하는 내용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제가 데려다 드릴 테니 걱정마세요!”정재하는 성큼성큼 앞장섰다.그녀의 휴대폰이
“두 분 어디가시는데요?”“일이 좀 있어서요. 나 대표님 그럼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허태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1층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흩어졌던 사람들이 또 다시 그를 에워쌌다.그는 기분이 언짢다는 듯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들을 막았다.“허 대표!”창가에 앉아 있던 나은희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 파티에 온 모든 사람들이 허태준과 안면을 트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나은희는 원래부터 허태준과 잘 아는 사이었고, 그에게 아부를 할 이유가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나 대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나은희는 그의 질문에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와인 한 잔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혹시 나하고 술이라도 한 잔 할까?”그녀의 의미심장한 표정에 허태준은 경계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허태준은 나은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무뚝뚝하고 공과 사가 뚜렷한 여성이었다.“허 대표 내 선의를 너무 의심하는 거 아냐? 난 그저 거래를 하자는 건데?”“무슨 거래?”“심유진 씨에 관해서.”심유진이라는 이름을 듣자 허태준은 주저하지 않았다.“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데, 당장 말해봐.”나은희는 허태준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 크게 웃었다.“일단 나한테 여형민 씨 개인 핸드폰 번호를 줘. 그럼 내가 유진 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줄게.”나은희의 말을 듣고 허태준은 술잔을 내려놓았다.“좀 곤란한데……. 심유진을 찾는데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할 이유는 없지.”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직접 심유진 씨에게 전화해보던가.”그녀의 태도에 허태준은 이상함을 느꼈다.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전화가 끊어졌다. 허태준은 고개를 갸우뚱하면 몇 번 더 전화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그 모습을 본 나은희는 술을 한 모금 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