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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허태준을 제외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그의 심장은 돌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나한테 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다고?”

허태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

“하긴. 전에 당신과 함께 잠자리를 가진 남자만 봐도 알 수 있어. 당신 사람 보는 눈 별로야.”

사정없이 까인 서우연은 맨 숨을 들이키다가 침이 기관지로 들어가는 바람에 정신없이 기침했다.

허태준은 더욱 꺼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서서 뭐 하고 있어요?”

그는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안 끌어내요?”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 차리고 재빨리 달려가 서우연을 끌어냈다.

서우연은 힘 있게 발버둥 치며 기침하는 동시에 큰 소리로 외쳤다.

“내려줘!”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의 부름 소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계속 이어졌고 한참 지나서야 완전히 사라졌다.

3층에는 드디어 허태준, 심유진과 비비안 단 세 사람만이 남겨져있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을 놓아준 뒤 고개 숙여 자신의 겉옷 단추를 풀었다.

“남자 예복은 있어요?”

그가 비비안에게 물었다.

“있어요!”

비비안이 다급히 대답했다.

“이쪽에 있어요. 안내해 드릴게요.”

“잠시만요.”

허태준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이윽고 넥타이를 풀어 셔츠를 벗었다.

“그전에... 샤워 좀 하고 싶은데요.”

그는 윗옷을 벗어 단단한 복근을 드러냈다.

비비안은 순간 넋을 잃었다가 한참 지나서야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옮겼다.

“욕실은 2층에 있습니다.”

“안내해 줘요.”

허태준이 말했다.

“네, 네.”

조금 전 목격한 그림에 적잖이 충격받은 비비안은 말을 더듬었다.

허태준은 또 심유진에게 당부했다.

“예복 한 벌 골라줘.”

“네?”

심유진은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름 불려 의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그녀의 놀란 표정을 불쾌함으로 받아들였다.

“왜, 싫어?”

그는 일부러 말끝을 길게 놀려 불쾌함을 잔뜩 드러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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