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 2층과 3층의 구조는 완전히 달랐다. 인테리어와 세팅 스타일은 고급 클로즈샵에 더욱 가까웠다.심유진은 직원의 리드하에 건물을 한참 돌아서 겨우 맨 끝에 있는 욕실을 찾아냈다.직원의 소개에 따르면 이 욕실은 샵을 운영한 지 1년이 되던 해에 급한 스케줄 때문에 찾아온 연예인들이 잠깐 샤워하는 용으로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데다 비관계자들은 찾아올 일도 없었으니 프라이빗 수준이 아주 높았다.심유진이 두어 번 노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허태준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시죠?”심유진이 대답했다.“허 대표님, 옷 가져왔습니다.”“혼자?”“저 혼자예요.”허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뜨거운 수증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심유진은 고개를 들자마자 알몸에 넓고 단단한 데다 물방울까지 흐르고 있는 가슴팍을 발견했다.수도 없이 많은 물방울들이 가슴골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물방울을 따라 아래로 옮겨졌다.심유진은 그제야 허태준이...한 쌍의 긴 다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쌍의 눈동자는 자신의 치맛자락밖에 보려고 들지 못했다.그녀와 달리 허태준은 아주 덤덤했다.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옷.”심유진은 재빨리 손에 든 옷을 그에게 건넸다.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한번 봐봐요.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비비안 씨가 바꿔준다고 했어요.”“잠시만 기다려.”허태준은 문을 닫았다.다시 문이 열렸을 때는 그가 이미 자신의 몸을 꽁꽁 싸맨 뒤였다.가장 심플한 검은색 예복에 가장 심플한 흰 셔츠를 매치하니 우아한 카리스마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온몸으로 섹시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심유진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안 올라가?”허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올라가요!”그녀가 다급히 대답했다.허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
서우연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시간은 이미 5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그는 비비안에게 경고했다.“심유진 메이크업...”비비안은 곧바로 심유진을 자리에 앉혔다.“지금 바로 시작할게요!”비비안은 심유진에게 가벼운 메이크업을 해주었다.그러면서 그녀가 말했다.“심유진 씨는 원래 예쁘게 생기셨기에 별로 손을 댈 필요가 없어요. 가볍게 톤만 입혀주면 딱 좋아요.”허태준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심유진의 얼굴은 또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바꾸어 말하면 그가 그녀를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비비안은 심유진의 머리를 가르마로 나눈 뒤 모두 뒤로 넘겨 포니테일로 묶었다.그녀가 말했다.“이렇게 하면 목선과 어깨선이 드러나거든요. 심유진 씨는 목선과 어깨선이 예뻐서 별다른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줄 필요가 없어요. 사실상 제가 느끼기에 액세서리를 하면 더 별로일 것 같거든요.”허태준이 말했다.“그럼 그냥 이렇게 해요. 액세서리는 필요 없어요.”심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호두까기 인형에 불과했다.어차피 마지막 결과물이 허태준의 마음에 들면 그만이었다.비비안은 손에 든 도구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맞아요!”그녀는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심유진 씨한테 어울리는 하이힐도 준비해 드려야겠네요!”심유진이 입은 옷은 우아한 반면 신발은 아주 캐주얼했기에 파티에 참석할 때 신고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예쁜 드레스와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신발은 모두 2층에 있었다. 심유진이 자신의 신발사이즈를 알려주자 비비안이 달려가 그녀 대신 신발을 골라주려고 했다.“내가 갈게요.”허태준이 긴 팔을 뻗어 비비안을 붙잡았다.비비안과 심유진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비비안은 재빨리 눈치채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허 대표님 안목이 저보다 나으실 거예요.”반면 심유진은 발언할 자격도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이 자리를 뜨자 비비안과 심유진이 간단한 토크를 시작했다.
“허 대표님 안목이 참 좋으시네요!”비비안은 진심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이 신발은 오해 JC에서 출시한 한정판 디자인이거든요. 전 세계에 이천 켤레밖에 없어요!”허태준은 그녀의 리액션을 무시한 채 덤덤한 표정으로 심유진 앞으로 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어?심유진은 깜짝 놀라 허태준의 정수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비비안도 적잖이 깜짝 놀랐다.허태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발.”그가 손을 뻗었다.심유진은 한참 지나서야 자신의 발을 달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챘다.“... 제가 할게요!”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허태준은 그녀의 왼쪽 발목을 꽉 잡았다.“움직이지 마.”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심유진은 순간 얼어붙어 얌전히 도로 자리에 앉았다.허태준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심유진의 살결에 닿자 마치 전율이 통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와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그녀의 신발을 벗긴 다음 앞으로 발을 당겼다.심유진은 키가 170센티미터를 넘겼기에 보통 여자들처럼 발사이즈가 아담하지 않았다. 이는 그녀의 콤플렉스 중 하나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을 움츠리려고 했지만 허태준이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움직이지 마.”그는 조금 전보다 더 사나워진 말투로 말을 번복했다.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행히도 파운데이션을 바른 덕에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허태준의 손이 아래로 향하더니 굳은살 박인 발뒤꿈치를 붙잡았다.심유진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고 체온도 따라서 급격히 상승하는 것 같았다.“허 대표님...”그녀는 모기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응?”허태준은 대답하는 동시에 그녀의 발을 자신의 무릎 위로 올렸다.심유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설마... 더럽다고 느끼시지 않는 건가?!’“더러워요.
구두 굽은 아주 높았는데 평소 심유진이 신던 힐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그녀는 컨트롤이 어려워 두어 걸음 내딛자마자 곧바로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다행히도 눈치 빠른 허태준이 그녀를 잡아주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힘을 빌려 자세를 바로 한 뒤 곧바로 그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또 넘어지고 싶어?”그가 싸늘한 말투로 되물었다.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동안 입을 꾹 닫고 있던 비비안이 입을 열었다.“심유진 씨 스타일링... 이 정도면 되나요?”“네.”허태준이 대답했다.“그럼 허 대표님은...”비비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다듬을 곳이 있는지 살펴보았다.“난 이 상태면 돼요.”허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단칼에 무시한 채 차갑게 거절했다.비비안은 단번에 어깨가 축 처졌다.“앉아.”허태준은 의자를 툭툭 치며 심유진에게 앉으라고 명령했다.심유진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명령대로 의자에 도로 앉았다.허태준은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구두를 벗긴 다음 도로 원래 신발을 신겨주었다.“파티장에 도착하면 다시 바꿔 신겨줄게.”심유진은 흠칫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평소보다 더욱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파티 장소는 한 개인 별장이었다.별장은 산 중턱에 있었는데 가는 길 내내 온통 무성한 나무들뿐이었다.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곳, 대구 시중심에 이처럼 자연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아마 이곳뿐일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별장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보통 재벌도 쉽사리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심유진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긴장감이 몰려왔다.그녀는 손에 땀을 쥔 채 안전벨트를 꽉 부여잡았다.허태준은 차를 한 마당에 주차했다.마당이라기보단 공원에 가까웠다.면적은 놀라울 정도로 드넓었고 각종 식물과 조각상들이 마당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넓은 큰길과 좁은 돌길도 있었다. 게다가 마당
여형민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경에 가려져 있던 눈빛이 순간 교활한 미소로 이어졌다.“허 대표?”그는 손을 거둬들이더니 미간을 치켜올리며 경고를 건넸다.“내 기억대로라면... 심 매니저는 내가 요청한 파트너인 것 같은데.”“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꽉 잡은 채 어두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량 하나를 바라보았다.“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흰색 람보르기니, 아무래도 나은희 차같은데...”그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여형민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심유진은 여형민의 도망치는 속도에 깜짝 놀랐다. 거의 슝 소리와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어안이 벙벙했다.“들어가자.”허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그의 부축하에 자리에서 일어선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흰색 람보르기니를 바라보았다.거센 엔진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몇초도 안 되는 사이에 번개처럼 드넓은 주차장에 들어섰다.예쁜 유턴에 이어 급브레이크와 함께 차는 완벽하게 주차되었다.심유진은 이토록 화려한 스킬을 텔레비전으로만 봤었다.하마터면 람보르기니 운전수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낼 뻔했다.람보르기니 문이 열리자 브라운톤의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채 베이지색 옷을 입은 여자가 느긋하게 차에서 내렸다.그녀의 메이크업은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확연히 보아낼 수 있었다.짙은 눈썹, 크고 맑은 눈, 높은 콧대, 날렵한 이목구비를 자랑하고 있었다.“허 대표.”그녀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불러세웠다.심유진은 그제야 최근 들어 많은 여자연예인들이 자신에게 남편 컨셉을 세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힐끗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단번에 보통 남자들보다 몇 배는 멋진 여자한테 반해버리고 말았다.“나 대표.”허태준도 미소로 회답했다.“여형민을 찾는 거면... 조금 전에 이미 갔어.”나은희의 표정에는
“허태준 씨!”한 무리의 사람들이 허태준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에워쌌다.그 속에는 남자와 여자,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있었고 각종 향수 냄새도 뒤섞여진 바람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재채기했다.그녀의 옆에 붙어 서 있던 두 젊은 아가씨가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더러워...”그녀들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심유진은 다급히 사과했다.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던 허태준은 휙 고개를 돌려 매우 예의 바른 말투로 두 아가씨에게 말했다.“좀 멀리 떨어져 있어 줄래요? 향수 냄새가 역겨워서요.”두 여자는 얼굴이 하얗고 파랗게 질린 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향수 냄새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역겨웠다.심유진은 최대한 입으로 숨을 쉬는 것으로 코에 주는 자극을 줄이려고 했다.허태준은 그녀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어르신들과 친구들을 제쳐두고 심유진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리 찾아 먼저 앉아있어. 금방 찾으러 갈게.”바로 심유진이 바라던 바였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가 허태준의 손을 놓고 떠나는 모습을 훤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녀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심유진은 인적이 드문 모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멍하니 창밖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어머, 허 대표님 파트너 아니세요?”조금 전 자리를 떴던 두 여자가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어머, 왜 혼자 앉아있어요? 허 대표님한테 쫓겨난 거예요?”그녀를 비웃는 두 여자의 표정은 매우 거슬렸다.“말했잖아, 허 대표님이 어떻게 이딴 여자를 좋아하겠어? 봐봐, 그새 허 대표님한테 버림받았잖아?”“쳇, 진짜 자기가 예쁜 줄 아는 거야? 거울 좀 보라 그래!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어!”그녀들이 하는 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심유진이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진 아니었다.왜냐하면 그녀는 허태준의 진짜 파트너가 아니었고 그녀들이 질투를 쏟아부은 곳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단지그녀들의 목소리가 너
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다가 그녀의 가슴골에 묻은 와인 자국을 발견했다.“이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그가 물었다.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치켜올리며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실수로 와인을 흘렸거든요.”“왜 이렇게 실수가 많은 거예요?”정재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 대신 화장실 문을 열어주었다.“빨리 들어가서 씻어요!”술 자국은 원래부터 지우기 힘들었다. 심유진은 물로 젖힌 뒤 한참 동안 비볐는데도 와인 자국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그녀는 진이 빠져 변기에 기댄 채 쑤신 어깨를 주물렀다. 발도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아프기 그지없었다.화장실에 들를 사람만 없었어도 그녀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이곳에 앉아있고 싶었다.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고요함을 꿰뚫고 들려왔다.심유진은 허태준이 그녀를 찾는 전화인 줄 알고 다급히 휴대폰을 꺼냈지만 스크린에 띈 번호는 낯선 익명의 번호였다.그녀는 맨 처음 광고 판매사에서 온 연락인 줄 알았다. 하지만 퇴근 시간까지 맞춰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광고 판매사는 없을 것 같았다.심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통화 수신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심유진 씨인가요?”“네.”확신에 찬 답을 들은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저는 S 대원병원 척추과 간호사입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남편분 병원비가 많이 밀린 상태라서요. 서둘러 와서 병원비를 지불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퇴원 수속을 밟을 수밖에 없어요.”심유진은 병원에 자신의 번호를 남긴 적이 없었다. 누가 봐도 조건웅 부모가 그녀에게 연락하라고 시킨 게 분명했다.“죄송합니다. 지금 조건웅 씨와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라서요. 병원비는 조건웅 씨 부모님한테 얘기해주세요.”그녀는 절대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그들한테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적금이 없다고 해도 조건웅이 그들에게 사준 집 한 채를 판다면 몇억 원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에 우정아가 떠올랐다.그녀는 비록 조건웅과 우정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자신보다는 훨씬 가까울 것이 분명했다.“간호사님, 잠시만요. 제가 조건웅 주변 사람에게 전화를 해볼테니까 기다려주세요. 금방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예, 되도록 빨리 부탁드려요.”심유진은 우정아의 연락처가 없기에 조건웅의 친한 지인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여보세요? 오랜만이네요.” “어, 오랜만이네요. 근데 유진 씨 무슨 일이죠?”“다름아니라 혹시 우정아 핸드폰 번호 알아요? 좀 보내줄 수 있나요?”“드릴 수는 있는데……”“그럼 빨리 좀 보내주세요.”“근데 그 사람 지금 감옥에 있는 거 아니에요?”“네? 감옥이요? 무슨 이유로……”“몰랐어요? 우정아 씨가 유산 후에 우울증이 심해져서 조건웅 씨랑 매일 다퉜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매일 싸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사건 당일에는 엄청 크게 싸웠대요. 그러더니 우정아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차로 그를 받았다고 해요.”“세상에!”“원래 이 사실을 유진 씨한테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 죄송스럽기도하고, 차마 제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유진 씨가 전화를 주시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번 일은 참 유진 씨한테 죄송하게 됐습니다.”“아, 어쩔 수 없죠.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심유진은 사건의 진상을 듣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지독하게도 나를 힘들게 했던 조건웅과 우정아. 마지막이 좋지는 않구나. 이게 바로 인과응보인가? 이런 걸 보면 신이 있긴 한 것 같기도하네.’심유진은 조건웅의 병원비를 내줘야 하는 건지 아닌지 머리가 아팠다. 지금 그의 부모는 도망갔고, 동생은 연락두절에 우정아는 감옥살이까지……그녀는 그의 직장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릴까 고민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때마침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 당장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바로 퇴원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조건웅 저 상태로 퇴원을 하면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