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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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조건웅은 우정아와 싸우지 않고 싶지 않았기에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 아직 회사야. 무슨 용건있어?”“건웅 씨,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죠? 방금 당신 직장동료에게 물어봤는데 한 시간 전에 회사에서 나갔다는데?”“……”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어디에 있는지 당장 사실대로 말하라고! 설마…… 그 여자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거라면……”“아니야. 너야말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냥 오늘 일이 좀 힘들어서 친구랑 술 한잔 하기로 한것 뿐이야.”“아? 그럼 왜 나한테는 회사라고 거짓말을 한거죠?”우정아는 조건웅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조건웅이 누구겠는가. 심유진 몰래 우정아와 만났던 조건웅 아니겠는가? “내가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다고 하면 네가 괜히 걱정할까봐 그런거야. 넌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 거야?”임기응변에 능한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정아의 물음에 답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조건웅이 뛰는 놈이면 우정아는 나는 놈이었다.그녀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하, 그래요? 그럼 같이 술 마신다는 친구 좀 바꿔줘봐요.”조건웅은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반응에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는 잠시 후 허공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정아가 너보고 전화 좀 받으래!”3초 후 그는 목소리를 변조해 답했다.“무슨 전화로 보고까지 해?”“에이, 그러지 말고 형님 좀 살려줘라!”“아 싫어! 나 이런거 싫어해.”“미안 정아야. 친구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전화는 힘들 것 같아.”우정아는 핸드폰 넘어로 들려오는 그의 발연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하…… 조건웅, 넌 지금 나를 심유진 취급 하는 거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지금 그 발연기를 믿을 것 같아?”“누가 연기를 한다고 그래?”“내가 30분 줄테니까 그 시간 안에 내 눈앞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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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심유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건웅에게 여러번 전화를 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됐고, 퇴근한 심유진이 아파트 대문을 지나가려던 찰나 어떤 사람이 그녀의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끽—“그녀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 헤드라이트에 비친 갸냘픈 두 팔이 뛰어든 사람의 성별을 알려주었다.심유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를 갓길에 세우고 고개를 돌려 여자가 있던 쪽을 보았다. “어라?”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헛것을 봤나?”그 순간 갑자기 조수석 문을 강하게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잠겨있자 여자는 더욱 흥분한듯 창문을 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문 열어! 문 열라고!” 여자는 목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로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가로등 빛도 어둡고 길게 풀어헤친 여자의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저거 뭐야…… 설마 귀신이야?’심유진은 섬뜩한 여자의 모습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도대체 누구세요!” 심유진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여자를 보았다.그 여자는 심유진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창문을 더욱 거세게 두드렸다.“문 열라고! 문 열어!”여자가 어찌나 힘이 좋은지 차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여자와 말이 통하지 않자 시동을 다시 걸고 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차가 움직이자 밖에 있던 여자는 더욱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끈질기게 그녀의 차를 쫓았다.“문 열어! 문 열라고! 내 말 안 들려?”심유진은 계속해서 따라오는 여자를 무시하며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대문이 열리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려 경비원을 보았다.“죄송합니다. 입주자님, 현재 차 옆에 서계신 여성분이 아파트 주민이 아니셔서 대문을 열 수 없습니다. 문을 열면 뛰어들어갈게 뻔하기에…… 정말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10분 전에 경찰을 불렀으니 금방 도착할 겁니다.”리친시아에는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 프라이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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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경비원의 완강한 태도에 우정아는 어쩔 수 없이 노선을 틀었다.“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제발 저를 들여보내 주세요! 정말 생사가 걸린 중대한 일이라니까요? 오늘 꼭 삼촌을 만나야 해요. 저 정말 죽어요!”우정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경비원에게 애원했다.경비원은 그런 우정아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은 규정이기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우정아는 들고 있던 가방을 경비실에 던져넣더니 경비원에게 다가와 큰 소리로 말했다.“정말 빡빡하게구네! 가방 안에 내 핸드폰, 지갑, 신분증이 다 들어있다고! 됐지? 나 진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니까?”경비원은 그녀의 가방을 집어와 다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죄송하지만, 규정은 어길 수 없습니다.”마침 심유진의 차 뒤로 다른 차가 왔다.“빵빵—”심유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숨만 푹 내쉬었다.심지어 경비원은 우정아에게 붙잡혀서 심유진 뒷차에게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잠시 후 심유진의 백미러에 한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그 남자는 경비실과 심유진의 차 사이에 멈춰 섰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냉담한 목소리에는 짜증이 많이 섞여 있었다.‘저 목소리는……’심유진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허 대표님, 오셨습니까!”경비원은 경직된 표정으로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우정아 역시 허태준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어떻게 당신이?!”“여기서 이렇게 뵙네요."허태준의 입꼬리가 한쪽만 싱긋 올라갔다.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경비원이 허태준에게 다가가 물었다.“두 분 서로 아는 사이십니까?”“그렇다고 볼 수 있죠.”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우정아는 이때다 싶어서 허태준의 팔에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여기 허 태표님하고 나하고는 잘 아는 사이라고! 이제 그만하고 대문을 열어주지?”허태준은 우정아의 태도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밀어냈다.경비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더니 허태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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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허태준의 단호한 거절에 우정아의 걸음이 멈췄다.‘저 남자 뭐야? 외투까지 벗어줘 놓고는?’우정아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허태준을 보았다.“왜 그러시는 거죠? 이 추운 날……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것도 아니…….”그러나 허태준의 눈에는 그의 앞에 서있던 차가 점점 멀어지는 것만 보였을뿐 우정아가 묻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심지어 여형민의 차가 그의 옆에 다가온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빵!빵!”여형민의 경적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는 뒷좌석의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고, 우정아는 여전히 차 밖에 홀로 서있었다.여형민은 우정아가 입은 외투를 힐끗 보고는 허태준에게 말했다“저거 엄청 비싼 코트 아닌가? 와~ 허 대표님은 저 정도 금액의 옷은 그냥 달라고 하면 주시나봐요~”“……”“대표님 역시 통이 크셔! 그럼 대표님, 연말 보너스 기대해봐도 되는건가?”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여형민을 보았다.“못 들어주겠네.”여형민은 멋쩍은 표정으로 허태준을 보았다.“에이, 허 대표 보너스는 됐고, 나중에 저런 옷들 좀 나눠줘~”“나중에 내가 내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몇 개 집어가시던가.”사실 허태준과 여형민은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여형민은 허태준이 심유진에게 감정이 있다는 약점을 내세워 항상 그를 자극했다.“그나저나 방금 앞에 있던 차는 심유진 씨 차 아닌가? 이야~ 대표님 심유진 씨 보는 앞에서 외투를 벗어주다니, 혹시 심유진 씨가 오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 안 되시나?”“……”허태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내가 왜 그래야 하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태준을 태운 차량이 대문을 지나 들어갔다.그는 창밖을 보며 심유진을 떠올렸다.‘심유진, 어쩜 그렇게 눈길 한 번을 주지 않는 거니……’**허태준이 우정아를 도와주고 외투를 빌려준 장면을 본 심유진은 어딘가 모르게 답답했다.‘내가 허태준 씨랑 어쩌다 하룻밤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나와 그의 사이는 기껏해야 아는 사이일 뿐이니까…… 그가 무슨 일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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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심유진은 커튼을 걷어 바깥 동태를 살폈다.그녀의 눈에 경찰차 두 대가 들어왔고, 경찰차는 그녀가 살고 있는 동을 지나 뒷쪽으로 갔다.이십 분이나 지났을까 경찰차는 다시 그녀가 살고 있는 동 쪽으로 되돌아왔다.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핸드폰에 아파트 단체 톡방에서 어제 있었던 소란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지금 몇 시입니까? 지금 이 시간에 누가 소리를 지릅니까?][그러게요. 여자가 우는 것 같은데……][경찰 불렀습니다. 다들 조금만 참아봅시다.]심유진은 단체 톡방에 대화들을 읽다가 문득 우정아가 떠올랐다.“설마…… 우정아겠어?”그녀는 의심가득한 표정으로 단체 톡방의 대화를 천천히 읽어보았다.[아무래도 25층 사람을 찾는 것 같던데.][25층이면 YT그룹 우원정 대표?][우 대표 얼마 전에 여기 매매하고 이사를 갔잖아요? 누가 찾아온 거죠?][YT그룹 우 대표, 뇌물 수수 사건하고 횡령 건으로 감옥간 거 아니었나요?][200억 가까이 해먹었다고 하던데, 10년은 감옥에 있을 듯 하네요.][YT그룹 임원들도 싹 교체된다던데,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네요.]심유진은 톡방 내용을 가만 보다가 머리가 지끈거려 핸드폰을 잠시 탁자에 내려두었다.우원정 대표의 횡령 사건은 심유진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사실 YT그룹의 몰락을 전혀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심유진은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느끼고 헛웃음이 났다.십여 분 정도 흘렀을까. 그녀의 전 시어머니가 호텔로 그녀를 찾아왔다.전 시어머니는 전과는 다르게 호텔 로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심유진이 나오자마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심유진은 깜짝 놀라 뒷걸음을 치다가 회전문 양쪽에 놓여진 나무 화분을 쓰러뜨릴 뻔했다. 그녀의 전 시어머니는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손목을 꽉 움켜줘고는 놓지 않았다.“유진아! 우리 건웅이 좀 살려줘!”심유진은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있었다.“아프니까 이거 먼저 놓으세요!”조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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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조건웅의 어머니는 세번이나 머리를 조아렸고, 처음보는 광경에 심유진도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조건웅의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보았다.“유진아 건웅이 병원에 있어. 한 번만 가서 들여다 봐……”심유진은 팔에 닭살이 돋았다.‘결혼 생활 내내 이름 한 번 따듯하게 불러준 적이 없으면서 자기 필요할 때만 이러네.’그의 어머니가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을 보니 조건웅이 어떤 병에 걸렸든 큰병에 걸린 게 틀림없을 것이다. ‘설마 뭔 불치병에 걸린 거 아냐? 나보고 골수 이식같은 걸 부탁하려고?’심유진은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사람에게 선을 베풀고 싶지도 않았고 빨리 이 상황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게다가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을 힘들게 했던 전 시어머니의 부탁에 기가 차고 기분이 언짢았다.“제가 왜 거길 가요? 안 가요.”심유진이 거절하자 그의 어머니가 그녀의 허벅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매달렸다.“유진아! 제발 부탁이야! 이전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은 다 잊고 딱 한 번만 도와줘라……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빌게!”“지금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조건웅하고 저는 이미 끝났어요! 남이라니까요?”“살 맞대고 산 사이가 어떻게 남이 되니! 유진아 그렇게 모질게 굴지 말고…… 한 번만 딱 한 번만 부탁하마.”“조건웅 지금 우정아랑 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왜 저한테 이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우정아한테 가보세요.”“그 계집 이름은 꺼내지도 마!”우정아 얘기에 그녀의 안색이 바뀌더니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소란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인들은 자초지종을 모르고 심유진을 손가락질했다.“저 여자는 어떻게 된 거야? 노인더러 무릎을 꿇게 하다니.”“그러게! 딱 봐도 엄마 뻘인데 말이야.”“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쯧쯧.”심유진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몇 사람은 핸드폰을 들어 두 사람을 촬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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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심유진은 조건웅의 어머니 손에 든 수십 장의 종이를 보았다.맨위에 적힌 금액만 200만원이 넘었다.‘저 수많은 종이를 다 합치면……’심유진의 굳은 표정을 본 그의 어머니는 큰 소리로 또 울부짖기 시작했다.“간호사가 하는 말이 이 돈을 안 내면 퇴원해야 한다고 하더라, 아픈 사람을 어떻게 그냥 집으로 데려가…… 옛정이 있기도 하고 너희는 부부였잖아. 남편이 죽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볼 거야?”그의 어머니가 울며불며 심유진에게 매달리자 수납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심유진에게 꽂혔다.심유진은 민망함과 불쾌함에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랐다.‘이 집안 사람들하고 얽히는 게 아니었어. 어쩜 이렇게 뻔뻔하지?’그녀는 그의 어머니 손에 쥐어진 종이를 낚아채 총 금액을 확인했다.대충 계산을 해보니 700만원 정도였다. 심유진에게 700만원은 그렇게 큰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건웅에게 쓰이는 돈이라고 생각하니 아까워서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불우한 곳에 기부를 하고 말지 조건웅에게 700만원을 쓰다니.’그녀는 이 돈을 꼭 돌려받아야만 했다.“700만원 빌려드릴게요. 대신에 차용증을 하나 쓰죠.”그의 어머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나보고 차용증을 쓰라고?”심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는 눈빛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건데 당연히 차용증을 써야죠.”“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누가 떼먹는다고 해?”“싫으세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전에 조건웅이 저한테 사기쳐서 집 가져간 것도 모르세요? 아 잘 됐네. 그 집 팔아서 갚으면 되겠네요.”그녀는 남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다 들리게 일부러 성량을 높였다.“네가 감히……”“그럼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네요. 가볼게요.”심유진이 휙 몸을 돌리자 그의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코트 가락을 잡았다.“기다려! 그래 써줄게 차용증 써준다고!”**심유진은 항상 가방에 메모지와 펜을 지니고 다녔다.그의 어머니가 차용증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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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심유진은 여형민에게 전화로 자세하게 상황 설명을 했다.“심 매니저, 깜짝 놀랐잖아요. 다짜고짜 전남편이 죽으면 내 집과 돈은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으면 어떡해요!”“아…… 제가 죽이겠다는 건 아니고, 지금 이런 상황이라. 놀라셨다면 미안해요.”“지금까지 맡은 이혼 소송 중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긴 한데…… 아직 재산 분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배우자 사망 시에 재산 분할에 관해서는 판례가 없는 거로 알고 있어서요. 일단 그 상황이 온다면 판사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죠. 하지만 확실히 불리할 겁니다.”심유진은 다소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변호사님 전 왜 이렇게 운이 없는 거죠? 똥 밟았네요.”“아무튼 전 남편이 죽지 않길 기도해야 겠네요. 전 남편 가족들이 심 매니저한테 하는 짓을 보면 사망 후에는 더 들러붙겠어요. 뻔뻔한 사람들이라면 자식이 죽었다며 어쩌면 심 매니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심유진은 여형민의 말에 100% 동의했다.**다음 날.조건웅의 어머니가 다시 로열 호텔로 심유진을 찾아왔다.경비원은 어제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심유진에게 인터폰을 통해 상황을 알렸고, 그녀는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조용히 호텔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생각보다 훨씬 더 끈질겼다. 그녀는 심유진을 만나지 못하자 매일 호텔 로비에 살다시피 했다.**태풍의 영향으로 도시는 물에 잠겼고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포기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어머니는 호텔 로비에 출석했다.그의 어머니는 호텔 로비 구석에 앉아 자신의 몸을 숨겼다. 혹시 자신이 밥을 먹는 시간에 심유진이 도망이라도 갈까봐 도시락까지 싸오는 정석을 보이며 심유진을 스토킹하다시피 했다.호텔 로비에서 늙은 노인이 구석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심유진은 경비원을 통해 구질구질한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기분이 무척 안좋았다.“심 매니저님, 그 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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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조씨의 어머니의 상태를 본 의사는 감기 몸살같다며 해열제와 몸살 약을 처방했고, 영양제 링거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심유진이 약국에서 약을 받아 오자 간호사가 환자가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안된다며 옷을 갈아입히라고 했다. “보호자 분, 여기 환자복 드릴테니 이거로 갈아입히시면 됩니다.”“네? 제가요?”그녀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조건웅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꺼져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조건이에게 연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조건이가 자신의 번호를 차단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심유진은 환자복을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옆침대 환자의 간병인에게 2만원을 주고 옷을 갈아입혀달라고 했다.**링거를 세번이나 갈았고, 두 시간이나 흘렀지만 조씨의 어머니는 아직 깨지 않았다.마지막 링거를 맞고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뽑자 조씨의 어머니가 깨어났다.정신이 든 그녀는 다짜고짜 심유진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깜짝 놀란 간호사가 뒷걸음질 치며 선반에 놓인 보온병을 건들였고 보온병이 떨어지면서 뜨거운 물이 간호사의 몸에 튀었다.옆 침대의 환자는 그 상황을 보고 급히 호출 벨을 눌렀고, 간호사 한 명이 들어와 이 광경을 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병원에서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뜨거운 물에 데인 간호사는 황급히 병실을 나오며 들어온 간호사에게 자신의 임무를 넘겨주었다.“저기 두번째 침대 환자 바늘을 뽑는데 움직여서 제대로 처리를 못했으니, 나 대신 처리해주세요.”심유진은 민망함과 난처함 그리고 간호사와 다른 환자들에게 미안해서 얼굴이 붉어졌다.조씨의 어머니 손등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이 상황을 그녀는 모르는 듯 씩씩 거리며 심유진을 노려보았다.그녀는 간호사가 지혈을 하려고 했지만 피했다.“날 좀 내버려둬!”간호사는 빠르게 바늘을 제거하고 알코올 솜을 심유진에게 주었다.“보호자분, 여기 꼭 눌러 지혈해 주세요.”심유진이 알코올 솜을 건네받기도 전에 시어머니가 두 발을 침대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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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소리를 지른 것은 옆 침대의 환자였다.그녀는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며 부들부들 떨면서 조씨의 어머니에게 말했다.“아주머니, 그거 내려놓으세요!”조씨의 어머니은 보온병이 깨지면서 생긴 유리병 조각을 쥐어 자신에 목에 갖다대고 있었다.“건웅이를 만나주지 않으면, 여기서 콱 죽어버릴 거야! 넌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살게 되겠지?”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심유진을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은 유난히 결연한 표정이었다.심유진은 그의 어머니의 충동적인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침착해졌다.‘저러는 거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자기 필요할 때마다 저렇게 목숨걸고 협박하는 건 변하지 않았군. 그래…… 속는셈치고 한 번 가주자.’**조건웅은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 현재 척추외과 일반 병실에 입원 중이었다.3인실이었지만, 조건웅을 포함한 두 명만 있었다.심유진이 들어섰을 때 조건웅의 아버지는 빈 침대에서 큰소리로 코를 골고 있었고, 조건웅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드르륵-”문 열리는 소리에 조건웅은 문 쪽을 보았다.“심유진……?”조건웅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했다.박박 민 머리에 칭칭 감겨있는 붕대, 창백한 얼굴색 그리고 흐린 두 눈.보아하니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조건웅의 눈에는 곧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는 심유진이 여기까지 와준 것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유진아……”그는 잠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심유진은 병실 문 앞에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있었다.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뒤돌아 나가고 싶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하니?”그녀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조건웅의 어머니가 그녀의 등을 떠밀어 병실로 몰아넣었다.조씨의 어머니는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 병실 문을 잠갔다.“아들 목 안 말라?”“조금……”조건웅은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이 심유진에게 꽂혀있었다.심유진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언제라도 도망가기 위해 가방을 꼭 움켜쥐었다.그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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