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준의 단호한 거절에 우정아의 걸음이 멈췄다.‘저 남자 뭐야? 외투까지 벗어줘 놓고는?’우정아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허태준을 보았다.“왜 그러시는 거죠? 이 추운 날……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것도 아니…….”그러나 허태준의 눈에는 그의 앞에 서있던 차가 점점 멀어지는 것만 보였을뿐 우정아가 묻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심지어 여형민의 차가 그의 옆에 다가온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빵!빵!”여형민의 경적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는 뒷좌석의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고, 우정아는 여전히 차 밖에 홀로 서있었다.여형민은 우정아가 입은 외투를 힐끗 보고는 허태준에게 말했다“저거 엄청 비싼 코트 아닌가? 와~ 허 대표님은 저 정도 금액의 옷은 그냥 달라고 하면 주시나봐요~”“……”“대표님 역시 통이 크셔! 그럼 대표님, 연말 보너스 기대해봐도 되는건가?”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여형민을 보았다.“못 들어주겠네.”여형민은 멋쩍은 표정으로 허태준을 보았다.“에이, 허 대표 보너스는 됐고, 나중에 저런 옷들 좀 나눠줘~”“나중에 내가 내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몇 개 집어가시던가.”사실 허태준과 여형민은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여형민은 허태준이 심유진에게 감정이 있다는 약점을 내세워 항상 그를 자극했다.“그나저나 방금 앞에 있던 차는 심유진 씨 차 아닌가? 이야~ 대표님 심유진 씨 보는 앞에서 외투를 벗어주다니, 혹시 심유진 씨가 오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 안 되시나?”“……”허태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내가 왜 그래야 하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태준을 태운 차량이 대문을 지나 들어갔다.그는 창밖을 보며 심유진을 떠올렸다.‘심유진, 어쩜 그렇게 눈길 한 번을 주지 않는 거니……’**허태준이 우정아를 도와주고 외투를 빌려준 장면을 본 심유진은 어딘가 모르게 답답했다.‘내가 허태준 씨랑 어쩌다 하룻밤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나와 그의 사이는 기껏해야 아는 사이일 뿐이니까…… 그가 무슨 일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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