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웅의 병실에서 나온 심유진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저기요, 조건웅 씨 보호자분!”심유진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여기 이거.”심유진은 명세서라고 적힌 종이를 바라보았다.“이거 납부하셔야 해요.”“백 만원……?”“예, 저기 코너 돌면 창구가 있는데 거기서 납부하시면 됩니다.”“근데 간호사님.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랑 저 남자는 아무 관계가 아니에요. 이 돈은 저 남자 부모님한테 받으세요.”“예? 환자 아내분 아니신가요? 전에 환자 보호자분께서 아내분이라고 하시던데?”심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아니니까 저쪽가서 받으세요.”간호사는 민망한 듯 명세서를 받아들고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죄송해요. 민폐를 끼쳤네요.”“충분히 오해 할만한 상황이었어요. 괜찮습니다. 근데 조건웅 왜 저러고 있는 거죠? 확실히 어디가 아픈거예요?”“척추외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걸 보니 척추신경이 손상된 것 같아요. 회진 돌 때 의사선생님께서 어쩌면…… 못 걷게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아……”간호사는 조건웅이 있는 병실을 힐끔보더니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사실 환자분도 불쌍해요. 결혼했다고 하던데 부인은 한번을 들여다 보지 않고, 부모라는 두 사람은 매일 저렇게 싸우고…… 같이 병실 못 쓰겠다고 다른 병실로 옮겨달라는 환자들이 많아서 저희도 엄청 고생했어요.”“아, 예……”심유진은 간호사의 말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못 걷는다라…… 설마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야? 평생 책임지라고?’우정아를 언급했을 때 조씨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교통사고의 원인이 우정아이든지, 아니면 우정아가 조건웅이 평생 불구로 산다는 것을 듣고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던지 둘 중 하나가 분명했다.‘평생 장애 안고 살아야 할 아들 불쌍해서 나를 갖다 붙이겠다…… 저것들을 사람이라고……’**조씨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고나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심유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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