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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비비안은 이토록 센 고집을 가진 사람을 만날 줄 미처 몰랐다.

그 느낌이 매우 별로였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약속을 먼저 어긴 사람은 그녀였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여형민 씨. 지금 바로 말씀 전하겠습니다.”

그녀는 허리 숙여 사과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그녀가 가자마자 누군가 노란색 커튼을 열고 나왔다.

심유진이 고개를 내민 채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비비안 씨~”

하지만 그녀는 소파에 앉아있는 허태준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비비안 씨는요?”

그녀는 의아한 말투로 허태준에게 물었다.

“조금 번 분명 비비안 씨 목소리가 들렸는데.”

“일 보러 잠깐 자리 비웠어.”

허태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무슨 일 있어?”

그는 그녀의 앞에 멈춰서더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메이크업 받으러 오기로 한 탓에 심유진은 아직 생얼 상태였다.

이토록 가까이 서 있으니 허태준은 그녀의 솜털과 오른쪽 귀 뒤에 있는 빨간색 점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심지어 귓불도 매혹적인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너무... 물어버리고 싶었다.

순간 떠오른 생각에 허태준은 저도 모르게 마른 입술을 핥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음...”

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자신의 생각을 말할지 말지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비비안 씨가 언제 올 거란 얘기는 했나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

허태준은 여전히 그녀의 귓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온갖 낯부끄러운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귓불을 깨문 채 계속 빨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호흡도 따라서 거칠어졌다.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심유진이 도로 커튼을 닫으려고 하는데 한 손이 나타나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마음은 복잡해도 허태준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비비안 씨가 언제 올지 아무도 몰라.”

“아...”

심유진은 입술을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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