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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조건웅의 병실에서 나온 심유진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저기요, 조건웅 씨 보호자분!”

심유진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여기 이거.”

심유진은 명세서라고 적힌 종이를 바라보았다.

“이거 납부하셔야 해요.”

“백 만원……?”

“예, 저기 코너 돌면 창구가 있는데 거기서 납부하시면 됩니다.”

“근데 간호사님.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랑 저 남자는 아무 관계가 아니에요. 이 돈은 저 남자 부모님한테 받으세요.”

“예? 환자 아내분 아니신가요? 전에 환자 보호자분께서 아내분이라고 하시던데?”

심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니까 저쪽가서 받으세요.”

간호사는 민망한 듯 명세서를 받아들고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민폐를 끼쳤네요.”

“충분히 오해 할만한 상황이었어요. 괜찮습니다. 근데 조건웅 왜 저러고 있는 거죠? 확실히 어디가 아픈거예요?”

“척추외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걸 보니 척추신경이 손상된 것 같아요. 회진 돌 때 의사선생님께서 어쩌면…… 못 걷게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

간호사는 조건웅이 있는 병실을 힐끔보더니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실 환자분도 불쌍해요. 결혼했다고 하던데 부인은 한번을 들여다 보지 않고, 부모라는 두 사람은 매일 저렇게 싸우고…… 같이 병실 못 쓰겠다고 다른 병실로 옮겨달라는 환자들이 많아서 저희도 엄청 고생했어요.”

“아, 예……”

심유진은 간호사의 말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못 걷는다라…… 설마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야? 평생 책임지라고?’

우정아를 언급했을 때 조씨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교통사고의 원인이 우정아이든지, 아니면 우정아가 조건웅이 평생 불구로 산다는 것을 듣고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던지 둘 중 하나가 분명했다.

‘평생 장애 안고 살아야 할 아들 불쌍해서 나를 갖다 붙이겠다…… 저것들을 사람이라고……’

**

조씨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고나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심유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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