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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조수석 창문이 내려오자 심유진은 허리를 굽혀 안쪽을 보았다.

“어…… 허 대표님?”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허 대표님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

“여형민, 그 사람이 잠시 일이 생겼다고 해서 내가 대신 왔어.”

“아……”

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랐다.

허태준의 옆에 앉자니 민망하고, 뒷자리에 앉자니 그를 기사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가 불쾌할까 걱정이 됐다.

“뭘 기다리는 거야?”

허태준은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고 짜증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에요!”

심유진은 하는 수 없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다행히 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형민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분위기가 좀 괜찮았을 텐데, 조용한 차에 둘 만있으니 민망해 죽을 지경이었다.

30분이 지날 무렵. 차는 파르비엥 백화점 앞에서 멈추었다.

“내려.”

허태준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파르비엥 백화점은 젊은이들이 많은 곳으로 프랑스 풍의 독특한 건물 형태를 지녔으며, 그 때문에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웨딩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붐볐다. 그래서 각종 사진관, 조형작업실, 헤어메이크업 샵 등이 즐비했으며 아티스트들이 많이 탄생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허태준은 그녀를 데리고 ‘V 스타일’이라는 샵에 도착했다.

‘여기는 비비안 왕이라는 유명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는 곳 아닌가?’

그녀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동경의 눈빛으로 V스타일을 지나쳤다.

옷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만큼 사악한 가격으로 그녀는 엄두도 못내는 샵 중에 하나였다.

“어서오십시오. 두 분 예약은 하셨겠지요?”

“여형민.”

두 사람을 맞이하던 사람이 여형민이라는 이름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여기로 오십시오!”

두 사람은 중앙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비비드한 색상의 옷들이 가득했다.

“비비안이 두 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샵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의 뒤에 섰다.

심유진은 허태준 뒤에서 걸으며 샵 여기저기를 관찰했다.

3층은 통유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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