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여형민에게 전화로 자세하게 상황 설명을 했다.“심 매니저, 깜짝 놀랐잖아요. 다짜고짜 전남편이 죽으면 내 집과 돈은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으면 어떡해요!”“아…… 제가 죽이겠다는 건 아니고, 지금 이런 상황이라. 놀라셨다면 미안해요.”“지금까지 맡은 이혼 소송 중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긴 한데…… 아직 재산 분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배우자 사망 시에 재산 분할에 관해서는 판례가 없는 거로 알고 있어서요. 일단 그 상황이 온다면 판사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죠. 하지만 확실히 불리할 겁니다.”심유진은 다소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변호사님 전 왜 이렇게 운이 없는 거죠? 똥 밟았네요.”“아무튼 전 남편이 죽지 않길 기도해야 겠네요. 전 남편 가족들이 심 매니저한테 하는 짓을 보면 사망 후에는 더 들러붙겠어요. 뻔뻔한 사람들이라면 자식이 죽었다며 어쩌면 심 매니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심유진은 여형민의 말에 100% 동의했다.**다음 날.조건웅의 어머니가 다시 로열 호텔로 심유진을 찾아왔다.경비원은 어제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심유진에게 인터폰을 통해 상황을 알렸고, 그녀는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조용히 호텔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생각보다 훨씬 더 끈질겼다. 그녀는 심유진을 만나지 못하자 매일 호텔 로비에 살다시피 했다.**태풍의 영향으로 도시는 물에 잠겼고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포기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어머니는 호텔 로비에 출석했다.그의 어머니는 호텔 로비 구석에 앉아 자신의 몸을 숨겼다. 혹시 자신이 밥을 먹는 시간에 심유진이 도망이라도 갈까봐 도시락까지 싸오는 정석을 보이며 심유진을 스토킹하다시피 했다.호텔 로비에서 늙은 노인이 구석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심유진은 경비원을 통해 구질구질한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기분이 무척 안좋았다.“심 매니저님, 그 나이드
조씨의 어머니의 상태를 본 의사는 감기 몸살같다며 해열제와 몸살 약을 처방했고, 영양제 링거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심유진이 약국에서 약을 받아 오자 간호사가 환자가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안된다며 옷을 갈아입히라고 했다. “보호자 분, 여기 환자복 드릴테니 이거로 갈아입히시면 됩니다.”“네? 제가요?”그녀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조건웅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꺼져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조건이에게 연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조건이가 자신의 번호를 차단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심유진은 환자복을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옆침대 환자의 간병인에게 2만원을 주고 옷을 갈아입혀달라고 했다.**링거를 세번이나 갈았고, 두 시간이나 흘렀지만 조씨의 어머니는 아직 깨지 않았다.마지막 링거를 맞고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뽑자 조씨의 어머니가 깨어났다.정신이 든 그녀는 다짜고짜 심유진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깜짝 놀란 간호사가 뒷걸음질 치며 선반에 놓인 보온병을 건들였고 보온병이 떨어지면서 뜨거운 물이 간호사의 몸에 튀었다.옆 침대의 환자는 그 상황을 보고 급히 호출 벨을 눌렀고, 간호사 한 명이 들어와 이 광경을 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병원에서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뜨거운 물에 데인 간호사는 황급히 병실을 나오며 들어온 간호사에게 자신의 임무를 넘겨주었다.“저기 두번째 침대 환자 바늘을 뽑는데 움직여서 제대로 처리를 못했으니, 나 대신 처리해주세요.”심유진은 민망함과 난처함 그리고 간호사와 다른 환자들에게 미안해서 얼굴이 붉어졌다.조씨의 어머니 손등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이 상황을 그녀는 모르는 듯 씩씩 거리며 심유진을 노려보았다.그녀는 간호사가 지혈을 하려고 했지만 피했다.“날 좀 내버려둬!”간호사는 빠르게 바늘을 제거하고 알코올 솜을 심유진에게 주었다.“보호자분, 여기 꼭 눌러 지혈해 주세요.”심유진이 알코올 솜을 건네받기도 전에 시어머니가 두 발을 침대 아래로
소리를 지른 것은 옆 침대의 환자였다.그녀는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며 부들부들 떨면서 조씨의 어머니에게 말했다.“아주머니, 그거 내려놓으세요!”조씨의 어머니은 보온병이 깨지면서 생긴 유리병 조각을 쥐어 자신에 목에 갖다대고 있었다.“건웅이를 만나주지 않으면, 여기서 콱 죽어버릴 거야! 넌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살게 되겠지?”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심유진을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은 유난히 결연한 표정이었다.심유진은 그의 어머니의 충동적인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침착해졌다.‘저러는 거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자기 필요할 때마다 저렇게 목숨걸고 협박하는 건 변하지 않았군. 그래…… 속는셈치고 한 번 가주자.’**조건웅은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 현재 척추외과 일반 병실에 입원 중이었다.3인실이었지만, 조건웅을 포함한 두 명만 있었다.심유진이 들어섰을 때 조건웅의 아버지는 빈 침대에서 큰소리로 코를 골고 있었고, 조건웅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드르륵-”문 열리는 소리에 조건웅은 문 쪽을 보았다.“심유진……?”조건웅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했다.박박 민 머리에 칭칭 감겨있는 붕대, 창백한 얼굴색 그리고 흐린 두 눈.보아하니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조건웅의 눈에는 곧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는 심유진이 여기까지 와준 것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유진아……”그는 잠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심유진은 병실 문 앞에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있었다.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뒤돌아 나가고 싶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하니?”그녀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조건웅의 어머니가 그녀의 등을 떠밀어 병실로 몰아넣었다.조씨의 어머니는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 병실 문을 잠갔다.“아들 목 안 말라?”“조금……”조건웅은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이 심유진에게 꽂혀있었다.심유진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언제라도 도망가기 위해 가방을 꼭 움켜쥐었다.그의 어머니
“그만해! 받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왜 이렇게 사람을 다그치는 거야?”심유진은 이러다는 큰일날 것 같다는 생각에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말렸지만 조씨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게 거세게 그녀를 밀쳤다.“나와!”병실 안에 있던 다른 환자는 이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커튼을 쳤다.“아버지! 어머니! 제발 그만 좀 싸우세요!”조건웅은 심유진 앞에서 자신의 부모가 싸우자 부끄러워 얼굴이 시뻘게졌다.아들의 제지에 아버지는 폭력을 멈추었고, 그제야 어머니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의 이마에는 상처가 생겨있었고 아직 그 상처를 당사자는 모르는 듯 했다.“유진아, 간호사를 불러줄래? 아니면 여기 벨 좀 눌러줘.”조건웅의 말을 듣고 심유진이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조건웅의 아버지가 그녀를 가로막았다.“넌 병실에 있어, 아무데도 못 가!”그는 자신의 아내가 며칠간 심유진을 여기로 끌어오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병실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간호사!”곧 간호사가 뛰어왔다.땅바닥에 누워 있는 여성을 보고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보호자분 왜 이러고 계세요?”간호사는 바닥에 앉아있는 그녀를 일으키려고 했다.조씨의 아버지는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간호사를 보았다.“몰라, 갑자기 쓰러지더니 이러네.”심유진은 간호사를 도와 그녀를 일으켰다. 조씨의 어머니는 방금 전에 있던 격렬한 다툼으로 다시 열이 났다.“열을 다시 재야겠네요.”“아무래도 몸이 뜨겁죠?”간호사는 체온계로 열을 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39.5도까지 올라갔네요. 일단 열을 내리는게 급선무이니, 얼음주머니를 여기 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링거도 다시 맞아야겠어요.”’간호사가 얼음주머니를 가져왔지만 조씨 아버지는 받지 않았다.“난 담배 하나 태우고 와야겠어.”조씨 아버지는 자기 아내가 아프다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그의 무책임한 행동에 심유진도 그냥 가버리고 싶
조건웅의 병실에서 나온 심유진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저기요, 조건웅 씨 보호자분!”심유진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여기 이거.”심유진은 명세서라고 적힌 종이를 바라보았다.“이거 납부하셔야 해요.”“백 만원……?”“예, 저기 코너 돌면 창구가 있는데 거기서 납부하시면 됩니다.”“근데 간호사님.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랑 저 남자는 아무 관계가 아니에요. 이 돈은 저 남자 부모님한테 받으세요.”“예? 환자 아내분 아니신가요? 전에 환자 보호자분께서 아내분이라고 하시던데?”심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아니니까 저쪽가서 받으세요.”간호사는 민망한 듯 명세서를 받아들고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죄송해요. 민폐를 끼쳤네요.”“충분히 오해 할만한 상황이었어요. 괜찮습니다. 근데 조건웅 왜 저러고 있는 거죠? 확실히 어디가 아픈거예요?”“척추외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걸 보니 척추신경이 손상된 것 같아요. 회진 돌 때 의사선생님께서 어쩌면…… 못 걷게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아……”간호사는 조건웅이 있는 병실을 힐끔보더니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사실 환자분도 불쌍해요. 결혼했다고 하던데 부인은 한번을 들여다 보지 않고, 부모라는 두 사람은 매일 저렇게 싸우고…… 같이 병실 못 쓰겠다고 다른 병실로 옮겨달라는 환자들이 많아서 저희도 엄청 고생했어요.”“아, 예……”심유진은 간호사의 말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못 걷는다라…… 설마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야? 평생 책임지라고?’우정아를 언급했을 때 조씨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교통사고의 원인이 우정아이든지, 아니면 우정아가 조건웅이 평생 불구로 산다는 것을 듣고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던지 둘 중 하나가 분명했다.‘평생 장애 안고 살아야 할 아들 불쌍해서 나를 갖다 붙이겠다…… 저것들을 사람이라고……’**조씨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고나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심유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조씨
[네. 있어요.]심유진은 문자를 보고 갸우뚱했지만 이내 알겠다고 대답했다.목요일은 그녀가 당직을 서는 날이었는데 그 때문에 금요일 아침부터 토요일까지 연이어 쉴 수 있었다.[다행이네요. 그럼 금요일에 나랑 저녁 파티 좀 같이 가시죠.][대구로 와서 친구도 없고, 이번에도 혼자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저 좀 살려줘요 심 매니저!]심유진은 그의 문자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여형민는 그저 평범한 변호사였더라면 심유진도 별 생각없이 파티에 같이 가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CY 그룹의 대주주다. 그가 말한 파티는 보통의 파티가 아닐 것이 분명했다.[근데 제가 괜히 가서 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요?][다들 내가 아는 사람이라 괜찮아요.][그래도 부담스러운 자리라……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다들 안경 쓴 너드남이니까 걱정말아요. 게다가 내 파트너로 가면 술 마실 필요도 없고 그냥 파티만 즐기다가 오면 돼요.]여형민은 심유진이 걱정하지 않도록 여러번 문자를 했다.심유진은 고민 끝에 그를 돕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녀도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요. 그럼 드레스코드가 따로 있나요?][걱정말아요. 파티 전에 드레스랑 헤어 메이크업도 다 예약했으니 시간만 비워둬요.][네. 알겠어요.]심유진은 답장을 마친 후 핸드폰을 내려두고 일을 하기 위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조건웅이 부모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건지, 조건웅의 어머니가 호텔 로비에 이틀 내내 나타나지 않았다. 심유진은 이제부터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홀가분했다.목요일 당직을 선 심유진은 아침에 집으로 돌아와 오후 3시까지 잠을 잤다.잠을 자고 일어난 심유진은 여형민의 문자를 확인했다.[파티에 음식이 있긴한데, 나랑 같이 다니느라 못먹을 수도 있으니 일단 배를 채워둬요.]그녀는 그의 문자를 보고 라면을 끓였다.‘이따가 드레스를 입을 텐데 라면은 좀 과한가……’그녀는 라면을
조수석 창문이 내려오자 심유진은 허리를 굽혀 안쪽을 보았다.“어…… 허 대표님?”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허 대표님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여형민, 그 사람이 잠시 일이 생겼다고 해서 내가 대신 왔어.”“아……”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랐다.허태준의 옆에 앉자니 민망하고, 뒷자리에 앉자니 그를 기사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가 불쾌할까 걱정이 됐다.“뭘 기다리는 거야?”허태준은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고 짜증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아니에요!”심유진은 하는 수 없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다행히 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형민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분위기가 좀 괜찮았을 텐데, 조용한 차에 둘 만있으니 민망해 죽을 지경이었다.30분이 지날 무렵. 차는 파르비엥 백화점 앞에서 멈추었다.“내려.”허태준이 안전벨트를 풀었다.파르비엥 백화점은 젊은이들이 많은 곳으로 프랑스 풍의 독특한 건물 형태를 지녔으며, 그 때문에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웨딩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붐볐다. 그래서 각종 사진관, 조형작업실, 헤어메이크업 샵 등이 즐비했으며 아티스트들이 많이 탄생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허태준은 그녀를 데리고 ‘V 스타일’이라는 샵에 도착했다.‘여기는 비비안 왕이라는 유명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는 곳 아닌가?’그녀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동경의 눈빛으로 V스타일을 지나쳤다.옷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만큼 사악한 가격으로 그녀는 엄두도 못내는 샵 중에 하나였다.“어서오십시오. 두 분 예약은 하셨겠지요?”“여형민.”두 사람을 맞이하던 사람이 여형민이라는 이름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여기로 오십시오!”두 사람은 중앙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비비드한 색상의 옷들이 가득했다. “비비안이 두 분을 기다리고 있어요.”샵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의 뒤에 섰다.심유진은 허태준 뒤에서 걸으며 샵 여기저기를 관찰했다.3층은 통유리로
허태준의 말에 비비안과 심유진 모두 당황했지만, 비비안이 심유진보다 빠르게 반응했다.그녀는 심유진을 아래위로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제가 엄선해서 고른 드레스들부터 보러갈까요? 그래야 헤어나 메이크업하기 편할 테니까요. 드레스들은 자체 제작한 것도 있고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브랜드 제품도 있어요. 다들 한정판 드레스니 파티에서 주목받기 딱 좋아요. 마음대로 골라보세요.”“네……. 좋아요.”심유진은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스타들도 입기 힘든 V스타일의 드레스. 심지어 탑 중에서도 가장 탑급의 연예인들만 이곳에서 헤어메이크업을 받는다는데…… 이곳에서 자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을 하게 될 줄 알았겠는가.“저기…… 비비안 씨”“네?”“정말로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 건가요?”“물론이죠!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은 고전이고 오른쪽은 신상품이에요.”“아 그렇군요.”심유진은 웃음이 세어나올까봐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여형민 씨는 여기 앉아 기다리시겠어요? 아니면……”허태준은 비비안의 말을 가로챘다.“같이 고르죠.”심유진은 몸을 흠칫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의 미적감각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심유진은 허태준의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났다.그녀는 허태준에게 ‘방금 안 예쁘게 꾸며달라고 한 사람이 제 미적감각을 의심한다고요? 이상한 옷을 골라주려고 그러는 거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그럼…… 좀 도와주세요.”심유진은 여러 옷들을 몸에 대보고 거울에 비춰보았다. 다들 고급스럽고 예뻤지만 평소 이런 드레스를 잘 입지 않는 심유진은 어떤 스타일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허태준은 달랐다.그는 드레스를 쭉 보더니 딱 한 개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우선 이것부터 입어보지 그래.”심유진이 피팅룸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서우연 씨, 지금 3층은 올라가실 수 없어요. 2층에서 옷을 고르시는 게 어떠세요? 모두 신상품에 협찬도 안나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