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희의 옆에 마르고 키가 작은 남자 두 명이 서있었다. 유명 브랜드의 후드티를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손질한 모습이 심유진이 상상하고 있던 남자 bj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구부정한 자세와 조금 경박해 보이는 웃음소리가 왠지 상상하고 있던 모습과 비슷했다. 이율은 제로를 보며 말했다. “우리 조금 기다렸다가 가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고, 제로 형님 아니십니까!” 그중 한 남자애가 제로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기고만장해 보이는 모습에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거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오늘 라이브 랭킹 3위로 밀려나셨던데 저희를 원망하시는 건 아니죠?” 이율과 김이현 모두 불쾌해 보이는듯했다. 심유진마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제로는 차분했다. “잘하시던데 당연한 성과죠.” 타격감이 전혀 없는듯한 답변에 그 둘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하자 내내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심연희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급히 재촉하기만 했다. “빨리 가기나 해, 뭔 말이 이렇게 많아.” 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둘은 심연희의 말 한마디에 순한 양이 돼서 엘리베이터에 따라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도 심유진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그렇게 강압적인 태도의 심연희를 처음 봤다. 자신의 앞에서는 항상 애교 많고 연약한 모습만 보였기에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심유진은 이거야말로 심연희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저 둘 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제로를 얼마나 따랐어. 맨날 제로한테 게임 한수만 가르쳐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근데 지금 봐, 기세등등해서는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잖아.” 이율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제로가 그런 이율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언니, 참아. 그래도 나 아직 3위안에는 들잖아.” “그래도 화가 나는 걸 어떡해. 실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편법을 써서 올라온 주제에 널 비웃잖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