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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심유진은 어렴풋이 수화기 반대 켠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지 마세요.”

정재하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심유진이 물었다.

“정재하 씨는요? 같이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마!”

심연희는 정재하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듯 그 이름만 들어도 목소리를 높였다.

“언니, 빨리 데리러 와줘. 너무 춥고 힘들어.”

심연희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매우 가련하고 힘들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심유진은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정재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시 심연희를 들이는 건 자신에게 귀찮은 일만 더하는 짓이라며 한소리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심연희를 혼자 돌려보내는 것도 알맞지 않았다. 결국 심유진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급히 문 앞으로 뛰여갔다. 하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심연희가 기다리다 못해 먼저 가버린 건가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경비실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경비는 심연희에게 휴지를 건네며 뭐라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입모양만 보일뿐 뭐라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심연희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억지로 웃으며 고맙다고 하는 것 같았다. 우정아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대우였다. 경비실의 창문이 다 닫혀있었기에 심유진이 다가가서 가볍게 창문을 두드리니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심연희가 경비에게 뭐라 얘기하다 그가 한시름 놓았다는 듯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어줬다. 심연희는 곧장 달려 나와 심유진의 품에 안겼다.

“언니, 나 정재하랑 헤어질 거야!”

심연희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심유진은 같은 여자로서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하는 말은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유진은 심연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채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했다.

“화내지 마.”

경비가 따라 나와 큰 캐리어 두 개를 건넸다.

“이 아가씨 겁니다.”

그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낄 타이밍을 잡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었다. 심유진은 그를 보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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