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971 - Chapter 980

1347 Chapters

제971화

대략 8~9살 되는 앳된 얼굴, 검은 긴 생머리 위의 핑크색 리본, 포도알 같이 큰 눈동자는 아주 차분해 보였다.주변의 수군거림은 소녀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여전히 차분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나이는 겨우 여덟 살이라고 해도, 성숙한 마인드는 열여덟 살 같아 보였다.지연은 수아를 발견하고 자꾸 아이에게로 시선이 갔다.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피아노 연주곡을 즐겨 듣지도 않고, 최근에 연주회를 간 적도 없으며, 이 소녀를 본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걸까?’“아가씨, 차에 타시죠.”경호원이 차 문을 열고 공손하게 말했다.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라타려 는데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수아는 한참 전부터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던 수아는 시선 집중에 익숙했지만, 이번만큼은 시선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천천히 고개를 돌린 수아는 사람들 사이를 꿰뚫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향했다.수아의 눈은 그 순간 동그랗게 커졌다.갑자기 몸을 돌린 아이는,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아가씨!”경호원은 깜짝 놀라 빠르게 뒤쫓으며, 사인을 받으려고 달려드는 행인들을 차단했다.지연은 먼 곳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처음에는 자신의 뒤편에 볼일이 있나 싶어, 자리를 살짝 비켜주었지만, 수아는 지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무표정이던 얼굴에 슬픈 표정이 번지고, 차갑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렀다.“엄마!”아이가 울먹이며 말했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지연은 빠르게 아이를 부축했다.“꼬마야, 사람 잘못 봤어. 난 네 엄마가 아니야.”‘내 아이가 살아 있다면 겨우 3~4살일 텐데, 이렇게 큰 아이일 리가 없어.’수아는 가득 고인 눈물 너머로 지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가까이에서 보니, 어쩐지 기억 속 엄마의 얼굴과 조금 달라 보였다.‘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비슷한 얼굴을 보고 엄마라고 착각한 걸까?’아이는 옷소매
Read more

제972화

수아의 울먹이는 소리가 지연의 귓가에 윙윙 울렸다.주변에 둘러싸였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천재 피아니스트 소녀가 저 여자를 엄마라고 부른 거지?”“전에 강수아의 연주회에서 ‘어머니께’라는 연주곡을 들어 봤어. 그 곡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어.”“설마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옆에 없었던 거야?”“그래도 모르는 여자를 엄마라고 부를 리가 없잖아. 저 여자가 얼마나 당황해하는지 봐 봐.”“깜짝 놀랐을 거야. 갑자기 저렇게 큰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니.”“강수아가 날 엄마라고 부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예쁘고 똑똑한 아이가 내 딸이면 좋겠어.”“꿈 깨는 게 좋을 거야.”“…….”수아의 울음소리와 주변의 수군거리는 소리는 지연에게 윙윙거리는 소음으로 들렸다.긴 한숨을 내쉰 지연이 입을 열었다.“꼬마야, 난 정말 네 엄마가 아니야. 하지만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 잠시 옆에 있어 줄 수는 있어.”수아가 코를 훌쩍거렸다.아이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는 끈질기게 지연을 쫓았고, 두 손은 지연의 옷소매를 지그시 잡고 있었다. 마치 지연이 어디 론가 도망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배고 파요. 같이 밥 먹어줄 수 있어요?”지연은 시간을 힐긋 확인했다. 오후 3시인 시간에, 점심이라면 너무 늦고, 저녁이라면 너무 일찍 한 시간이었다.하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가 마음에 걸린 지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래, 밥 먹으러 가자.”수아는 눈물을 닦고 다시 차분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경호원분들은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 밥만 먹고 돌아올 게요.”가장 앞에 선 경호원은 김정하, 양 집사의 친척 조카였다. 수아가 전국 순회를 돌게 되면서 김정하는 수아의 경호원 겸 매니저로 되었다.김정하는 고개를 숙여 공손하게 말했다.“아가씨, 제가 같이 갈 수 있게 해주세요.”아가씨의 안전을 지키는 게 그의 가장 큰 임무였고, 낯선 여자와 단둘이 밥을 먹는 걸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수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오
Read more

제973화

지연은 수아의 가족 성원을 묻고 싶었지만, 아까 행인들이 엄마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떠들어대던 것을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수아는 이런 지연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엄마는 성수시 사람이에요?”지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대답했다.“엄마 말고, 지연 이모라고 불러 줘. 난 너처럼 큰딸이 없거든.”그 말에 수아는 하마터면 눈물을 쏟아낼 뻔했다.‘분명히 엄마가 맞는데, 또 자세히 보면 왠지 낯설어.’‘정말 내가 착각한 걸까?’‘아니, 난 엄마를 착각할 리가 없어.’“당신은 제 엄마가 맞아요.”수아가 뜻을 굽히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아빠가 엄마를 4년 동안 찾아다녔어요.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지연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수아 엄마는 4년 전 실종 되었어?”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는 새벽에 집을 나서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날 일이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밤이었을 테지만, 그날은 강씨 가족 5명에게는 악몽 같은 하루였다.“난 3년 전 일만 기억이 나. 그전에 있었던 일은 하나도 기억에 없어.”지연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나한테 이렇게 큰딸이 없을 거라고 확신해.”‘내 아이는 아마도 3,4살일 거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거야.’아이 생각에 지연은 눈가가 촉촉해졌다.그 모습에 수아는 자리에 얼어붙었다.‘엄마가 기억을 잃었어!’‘예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해!’‘그래서 날 알아보지 못했던 거야!’수아는 지연의 손을 꽉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엄마가 맞아요. 당신이 바로 제 엄마예요.”지연은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아이의 호칭을 다시 고쳐주는 대신, 지연이 물었다.“올해 몇 살이야?”“몇 달 뒤면 9살이에요.”수아는 여전히 지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엄마, 나랑 돌아가면 안 돼요?”지연은 수아에게 잡혔던 손을 살며시 빼냈다.그러자 수아는 지연이 떠나려는 줄 알고, 허둥지둥 다시
Read more

제974화

수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마지막 기억 속의 엄마는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이었지만, 수아는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왜 그래 수아야? 입맛에 안 맞아?”지연이 입꼬리를 올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수아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우리 엄마는 이렇게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였어…… 정말 내가 잘못 찾은 걸까…….’“왜 울고 그래?”지연이 빠르게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날 엄마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면, 계속 엄마라고 불러도 돼. 난 괜찮아.”수아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참았다.“한번 안아봐도 돼요?”“당연하지.”지연이 두 손을 뻗어 수아를 품에 안았다.9살이 되는 아이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지만, 지연의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김정하는 빠르게 사진을 찍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3년 동안 수아를 경호하면서 이렇게 무너진 아가씨의 모습은 처음이었다.많은 사람 기억 속 천재 피아니스트 강수아는 침착하고 차분한 아이였다. 울지도, 보채지도 않았으며 대부분 상황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했다.수아는 아빠와 세 오빠 앞에서만 가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 역시 길지 않았다.하지만 김정하는 오늘, 수아가 진심으로 미소를 짓는 모습과, 온 힘을 다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모두 보았다.‘정말 저 사람이 실종된 지 4년 된 강씨 가문 사모인 건가?’김정하가 인터넷에서 도예나의 사진을 찾아보려고 하던 찰나, 지연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울고 있던 수아가 울음을 그쳤다. 차가운 눈동자는 지연의 등으로 향했고, 바로 슬그머니 손을 뻗어 머리카락 한 가닥을 쥐어 소맷자락에 넣었다.김정하는 마음속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역시 수아 아가씨는 똑똑해. 머리카락만 가지고 가면 친자 확인 검사를 받을 수 있어.’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확신을 할 수 없지만, 친자 확인만 된다면 모든 게 확실해졌다.“아이고, 눈두덩이가 빨갛게 됐네.”지연이 물 티슈로
Read more

제975화

박정순(지수의 할머니)은 큰아버지 댁에서 함께 지냈고, 1년에 많아서 두세 번 정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여지연은 박정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지연아 빨리 여기로 와봐. 너에게 선물을 준비했어.”백소은이 손을 저으며 재촉했다.“흰 진주 귀걸이인데, 고급 진주라 네 피부 색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지연은 귀걸이를 힐긋 바라보았다. 비록 진주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니었으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값비싼 액세서리임이 틀림없었다.“고마워요, 어머니.”지연이 귀걸이를 건네받으며, 살며시 물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큰 선물을 하시는 거예요?”그리고 천천히 지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좋은 선물은 모두 지수의 것이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온 건지?’지수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오른손으로 숨긴 목걸이를 매만졌다.‘그깟 진주 귀걸이가 뭐라고, 기껏해야 2억이나 할까 말까 하겠지.’‘내 손에 있는 에메랄드 목걸이야 말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최고급 사치품이야.’지수는 가품을 상자 안에 넣고 진품을 빼돌렸다. 앞으로 이 에메랄드 목걸이는 지수의 것이 되었다.조금 마음이 불편해진 지수는 빠르게 방으로 피했다.“내일 할머니 팔순 생신에 이 귀걸이를 하고 가거라.”백소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네 할머니는 원래 그런 성격 이셔. 말에 가시가 돋친 분 이신데, 하시는 말씀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 거라.”지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씨 가문의 친손녀가 아니니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 게요.”백소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연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얼굴의 미소를 완전히 지웠다.백소은이 갑자기 귀걸이 선물을 한 건, 내일 지연이 화려한 차림으로 파티에 나타나, 단번에 여민우(지수의 사촌 오빠)의 눈에 들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백소은도 한 수고를 덜 수 있었다.백소은은 정말 더 이상 지연과 함께 지내고 싶지 않았다.
Read more

제976화

“아빠, 내가 엄마를 봤어요. 엄마는 성수시에 있어요!”수아는 울음을 그치고,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그렇게 현석은 사진 속 예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서둘러 핸드폰을 받아 쥔 현석은 사진을 확대했다. 확대하자 더 선명하게 보이는 이목구비는 너무 익숙했다. 부드러운 예나의 시선을 확인한 현석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기쁨을 겨우 억누른 현석이 천천히 물었다.“수아야, 이 사진은 언제 찍은 거야?”“아빠, 내가 엄마 품에 안긴 거 안 보여요?”수아가 입을 삐죽였다.“오늘 입은 옷이랑 똑같잖아요. 오늘 찍은 거예요.”현석은 그제야 예나의 품에 안긴 제 딸을 발견했다.마른기침을 몇 번 하고 현석이 입을 열었다.“수아야 미안해. 아빠가 지금 너무 흥분해서 그래. 어디에서 엄마를 만났다고?”“성수시요.”수아가 입을 매만졌다.“엄마 지금의 이름은 여지연이에요.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해요. 아마도 기억상실인 것 같아요.”수아는 또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이건 엄마의 어깨에서 주운 머리카락이에요. 아빠가 친자확인 해주세요. 친자 확인만 되면 엄마도 내 엄마라고 인정할 거예요.”현석이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받아 쥐었다. 방금까지 흥분에 겨운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다.“엄마가 4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게 있었어?”“엄마가 실종되기 전 2달 동안, 자주 화를 내고 그랬잖아요. 지금도 화를 내던 엄마의 모습이 생생해요.”수아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오늘의 엄마는 아주 상냥하고 말도 부드럽게 했어요. 엄마 치마를 더럽혔는데도 화내지 않고, 괜찮다고 날 위로했어요.”현석의 시선이 핸드폰에 찍힌 얼굴로 향했다.4년 전과 조금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현석은 확신할 수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현석이 찾아 헤맨 예나가 맞았다!‘예나 씨는 왜 기억을 잃은 걸까?’‘왜 다른 사람이 되어 성수시에서 4년이나 지낸 걸까?’‘왜 4년 동안 연락 한번 없었던 걸까?’‘
Read more

제977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달려가는 사람은 아빠잖아요.’현석이 빠르게 별장을 벗어나는 모습을 본 수아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4년 동안 제일 힘들어 한 사람이 바로 아빠였다.네 아이는 서로를 껴안고, 함께 울고 위로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빠는 절대로 그들 앞에서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거대한 산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현석 덕분에, 아이들은 언젠간 엄마가 꼭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성수시.동이 트고, 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성수시는 여씨 가문 노부인의 팔순 잔치로 시끌벅적했다. 수많은 고급 인사들이 참여한 팔순 잔치는 성수시의 5성급 호텔에서 열렸다.지연은 백소은과 함께 아침 일찍 연회장을 찾았다. 박정순은 연회장의 휴게실에서 친척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어머님, 지연이 왔어요.”백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휴게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박정순은 백소은을 반갑게 맞았지만, 지연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너는 무슨 일로 온 거니?”지연은 퉁명스러운 박정순의 태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손에 쥔 백자 다도 세트를 건넸다.“할머니께서 요즘 다도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해서, 지인을 통해 구해온 백자 다도 세트에요. 최고급 자기로 만든 다도라 차향이 더 좋을 거예요.”박정순은 콧방귀를 뀌었다.“예나야, 자기는 청화백자가 제일 좋은 거란다. 내가 전에 쓰던 자기는 이천의 명장이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든 거야. 색감과 질감에서 대대손손 전통으로 이어온 명장이 만든 게 티가 나지. 이 백자 다기가 뭐라고, 지인에게까지 부탁해서 가져온 건지 모르겠구나.”박정순의 말은 평범한 백자 다도는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그러자 지연이 백자 주전자의 뚜껑을 열었고, 은은한 차향이 휴게실 안으로 퍼졌다.미소를 지은 지연이 말을 이었다.“조선 왕실에서부터 이어 내려온 최고급 자기입니다. 사용된 지는 벌써 100년이 넘었으며, 차 벽에 남은 차향은 뚜껑만 열어도 맡을 수 있습니다.
Read more

제978화

연회장을 찾는 손님이 점점 늘어나고, 더욱 시끌벅적 해졌다.여씨 가문 가족들은 모두 손님 접대로 바삐 돌아다녔다.“언니는 우리 가문 진짜 후손도 아니고, 옆에서 쉬고 있어요.”지수가 웃을 듯 말 듯 한표정으로 말했다.지연은 지수의 속마음을 바로 알아차렸다.‘아마도 양녀가 여씨 명문가 아가씨의 명성을 뺏어갈 까, 걱정이 된 것이겠지.’지연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연회장 옆 베란다로 향했다.그곳에 있은 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큰아버지 아들인 여민우가 지연에게 다가왔다.박정순은 두 아들을 두었다. 첫째 아들은 여씨 그룹 대표였고, 둘째 아들은 그룹의 부대표였다.첫째 아들 여진태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의 첫째 아들은 여민우로 올해 29살, 미혼이었다. 손자가 여태껏 결혼을 하지 못한 게 박정순의 가장 큰 골치였다.“예나야, 왜 여기에 혼자 있어?”여민우는 그녀의 샴페인 잔에 가볍게 짠하며 물었다.지연아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는 오빠는 왜 여기에 있어요?”여민우가 고개를 저었다.“이 연회는 정말 별로야. 겉으로는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러 왔다고 하면서, 사실은 비즈니스 하기 최적인 장소인 거지.”지연이 여민우를 힐끗 살폈다.여진태의 첫째 아들로, 여민우는 여씨 그룹의 미래 후계자였다.‘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얼굴도장을 박아야 할 텐데, 왜 이곳으로 도망을 온 거지?’“그런 눈길로 날 보지 마. 난 후계자에 관심 없어.”여민우가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여씨 그룹 후계자가 된다면, 내 혼인은 그룹의 성장을 위해 계약 결혼이 될 거야. 난 자유 결혼할 권리를 잃고 싶지 않아.”그 말에 지연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여씨 가문에는 총 세 명의 후손이 있었다. 여민우가 사업에 관심이 없다면, 둘째 아들 여민기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유일한 아가씨인 여지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였으니…… 여씨 가문이 이 후손들에게 넘어간다면 겨우 몇 년 사이에, 업계에서 사라질 게 뻔했다.하지만 이건 지연과는 별로 큰 연관이
Read more

제979화

“그럼…….”백소은이 목소리를 낮췄다.“지연이랑 결혼은…….”“작은어머니!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세요!”여민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비록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촌 동생이지만, 사촌 동생이랑 결혼이라니,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가요! 그리고 작은어머니도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요. 부모님이 간섭만 하지 않았어도 이미 결혼했을 거예요.”“그래 그래, 작은엄마가 농담한 거야.”백소은이 여민우의 어깨를 토닥이고 연회장으로 돌아갔다.여민우와 여민기, 두 사람 중 더 나은 건 여민우였다. 하지만 여민우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으니, 그렇게 쉽게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남은 건 여민기였다.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지연을 바라보며 백소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지연아, 날 원망하지 말 거라. 나도 여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단다.’지연이 영원히 과거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면, 백소은은 지연을 평생 품어줄 생각이 있었다.하지만 어느 날인가 과거를 되찾게 된다면, 여씨 가문에 한을 품지 못하게 할 방법은 여씨 가문의 후대를 낳는 것뿐이었다.“어머니, 하실 말씀이 뭐예요?”지연이 걸어와 물었다.“네 할머니가 몸이 조금 불편하시대. 네가 마사지를 참 잘하지 않느냐? 할머니 어깨 좀 주물러 드려.”백소은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네가 선물한 백자 다기가 퍽 마음에 드신 모양이야. 그리고 네가 마사지까지 해준다면 앞으로 할머니 눈칫밥을 먹지 않아도 될 거야.”지연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박정순이 아무리 눈치를 줘도 지연은 대수롭지 않았다.하지만 백소은이 애써 챙겨준 것으로 생각한 지연은 별말 없이 휴게실로 걸어갔다.휴게실 문은 닫혀 있었고, 지연이 노크하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요.”지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여민기가 나른한 모습으로 소파에 누워있는 게 보였다. 지연의 등장에 여민기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쪽이 들어오는 거예요?”지연이 입구에
Read more

제980화

여민기는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었으므로, 두 잔은 그에게 있어 별일이 아니었다.탁자 위로 놓인 두 잔의 술을 여민기는 바로 고개를 젖혀 마셔버렸다.지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살폈다.‘왜 탁자 위에 술 두 잔이 있는 거지?’‘전에 휴게실을 사용한 사람이 남긴 걸까, 아니면 누가 따로 주문한 걸까?’‘어떻게 딱 두 잔이 있는 거지.’지연은 계속해서 여민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는데, 여민기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게 보였다.“지연 누나,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네요.”여민기는 갑자기 지연에게 다가갔고, 알콜 냄새가 지연에게까지 훅 전해졌다.가까운 곳에서 보니, 지연의 아름다운 미모는 더 대단했다.비록 소문난 플레이보이라고 할지라도, 여민기는 여자에게 강압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지연 누나, 이 술 이상해요!”여민기가 힘겹게 말을 뱉었다.지연은 처음부터 두 잔만 남겨진 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빈 술잔을 들고 지연은 가볍게 향을 맡았다.알콜 향 외에도 진한 꽃 향이 느껴졌다.이건 바로 범죄에 이용되는 약물이었다!지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려는데, 여민기가 단번에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쥐었다.“이 손 놔요!”지연이 차갑게 말했다.“누나, 저, 저도 그러고 싶은데……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아요.”지연의 말에 손을 거두었지만 여민기는 바로 다시 손을 올렸다.“누나, 누나는 빨리 나가요. 가능하다면 다른 여자를 이곳으로 보내줘요.”“…….”“주씨 가문 둘째 딸이 제 전 여자 친구예요.”여민기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힘겹게 말했다.“오늘 재결합하고 싶다고 날 찾아왔었는데, 그 사람이라면 날 도울 수 있을 거예요.”지연이 입꼬리를 매만졌다.“주씨 가문 둘째 아가씨는 아직 학생인데요.”“오늘, 이 연회장에서 나와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요. 또 누굴 찾을 수 있겠어요!”여민기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지연 누나, 혹시 누나가 약을 탄 건 아니에요? 설마, 누나가 나한테…….
Read more
PREV
1
...
96979899100
...
13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