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엄마가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세훈이 얌전하게 말했다.“요즘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그래요. 어제 신혼여행 추천지를 찾아봤는데, 발리가 좋은 것 같아요. 아빠랑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예나의 손이 멈칫했다.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들이 일정을 잡아줄 수 있을까?”“좋아요!”세훈이 깡충 뛰며 말했다.“신혼여행은 일반적으로 한 달은 잡던데, 발리 말고 다른 재밌는 곳도 있는지 찾아볼 게요.”아이는 노트북을 안아 들고 신이 나서 여행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열심히 메모하며 계획을 세웠다.예나는 창밖에서 천진하게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며 또 한숨을 내쉬었다.‘내 몸에 이상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여섯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사모님, 아침 준비되었습니다.”양 집사가 공손하게 아침밥을 차려주었다.현석이 직접 만든 아침밥에는 소고기 장조림, 계란 후라이, 시금치 무침이 있었다. 색과 향을 모두 갖춘 아침상이었다.예나는 밥 한술을 크게 뜨고 반찬과 함께 먹었다. 현석의 음식 솜씨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간단한 아침상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맛있었다.소고기 장조림을 한입에 넣는데, 갑자기 속이 메슥거렸다.예나는 입을 움켜쥐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사모님…….”양 집사가 그녀의 뒤를 따라가 화장실 앞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속이 안 좋으신 가요?”‘어젯밤 그 추운 날씨에 산책했으니, 몸이 추워서 그런 게 아닐까?’예나는 속이 메슥거렸지만, 아무것도 뱉어 내지 못했다.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식욕이 없어졌다.“사모님, 죽을 새로 만들어 올 게요.”“아니에요, 배 불렀어요. 그리고 방금 있은 일은 현석 씨한테 말하지 마세요. 괜히 걱정할 거예요.”아침부터 인터넷 여론을 처리하고, 아침밥도 차려주었는데, 고작 이런 작은 일로 또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예나는 두꺼운 외투로 갈아입고 세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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