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961 - Chapter 970

1347 Chapters

제961화

“여지연은 네 아버지가 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어부들이 구했을 거야. 어쨌든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여지연과는 달리 너는…….”백소은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마침 너와 혈액형이 딱 맞는 여지연이 나타나, 혈액 교체 수술이 성공할 수 있었어. 여지연이 없었다면 넌 진작 죽을 목숨이었다고…….”“알았어요, 그만 해요!”여지수는 기분이 나빠졌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날 살렸다는 건 절대 여지연한테 알려주지 마요. 괜히 더 잘난 척할 거예요!”여지수는 백소은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백소은은 여지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여씨 가문은 여지수를 살리기 위해 정말 많은 애를 썼다.10년이 걸려 적합한 혈액을 가진 여지연을 만났고, 여지연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체 수술을 진행했다.심지어 그때, 여지연은 배 속에 아이를 배고 있는 상태였다.수술 후 점차 회복한 여지수와는 달리, 여지연은 1년이나 혼수상태에 빠졌고, 깨어난 후에는 모든 걸 잊어버렸다.이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여지연의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의 가문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들은 여지연을 양녀로 삼았다.여지수가 권석훈을 향해 걸어가자, 백소은이 바로 얼굴을 굳혔다.‘내가 수백 번 말했지, 권석훈은 여지연의 짝이라고, 지수는 왜 자꾸 말을 듣지 않은 걸까!’“석훈 오빠.”여지수가 배시시 웃으며 걸어갔다.“석훈 오빠 오늘 수트 차림이 너무 멋있어서 못 알아볼 뻔했지, 뭐에요.”권석훈이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지수야, 너희 집 양녀에게 남자 친구가 있어?”여지수의 얼굴이 굳어졌다.여씨 가문이 여지연을 양녀로 들이고 나서부터, 성수시 사람들은 여씨 가문 하면 여지연을 먼저 떠올렸다. 여지연, 그 다음으로 여지수를 생각해 냈다.권석훈과 여지수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죽마고우였지만, 권석훈조차 여지수를 보며 여지연을 떠올렸다.여지수는 분노가 치밀었다.“석훈 오빠, 엄마는 오빠랑 우리 가문 양녀랑 결혼시킬 거래요.”여지수가 손으로 입을
Read more

제962화

여지연은 화장실에서 화장을 수정했다.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무언가 떠오를 듯했지만, 더 자세히 생각해 보려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여러 번 의사를 만나 상담을 했지만 기억 상실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기억을 잃고 흐리멍덩한 의식으로 살아가든지, 아니면 어느 날인가 모든 기억이 갑작스레 돌아올 거라고 했다.여지연은 누군가가 자신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마지막으로 립스틱을 덧바르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샴페인을 들고 있는 권석훈이 보였다.여지연은 백소은과 함께 지내는 3년 동안 성남시의 온갖 호화로운 장소를 찾았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백소은이 자신과 함께 약속 자리에 나가는 이유를 모를 리가 없었다. 백소은은 여지연의 뛰어난 외모로 성남시 제일 잘나가는 가문에 시집을 보내, 더 큰 위망을 얻고자 했다.여씨 가문이 본인의 목숨을 구해줬지만, 여지연은 자신을 대가로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여지연 씨.”권석훈이 샴페인 잔을 그러쥐고 걸어왔다.“따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여지연이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말했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에서 하시죠.”권석훈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아이도 낳은 사람이 비싼 척은.’“여씨 가문 사모님이 저와 여지연 씨를 맺어줄 계획이라고 하던데, 여지연 씨 생각은 어떠세요?”권석훈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나 여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어머니가 저한테 물으셨을 때 저는 이미 거절했어요. 유서 깊은 권씨 가문에 저 같은 양녀는 어울리지 않아요.”“여지연 씨는 눈치가 빠른 편인가 봐요.”권석훈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외모가 너무 뛰어나셔서, 우리 한번 만나보는 건 어때요?”권석훈이 한 발 더 다가가 여지연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잡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정말 향기롭네요…….”여지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퍽!여지연은 권석훈의 손을 휙 쳐냈다.고생 한번 하지 않고, 곱게 큰 권씨 가문 도련님 권석훈의 흰 손등은 바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Read more

제963화

퍽!여지연은 발을 올려 권석훈을 날려 버렸다.“이, 이런 빌어먹을!”권석훈은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믿을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감히 겁도 없이…….”지연은 손을 툭툭 털고 어깨 위의 먼지도 털어내며 말했다.“난 분명히 기회를 줬지만, 당신이 기회를 날린 거예요.”“석훈 오빠! 무슨 일이에요?”지수가 복도 모퉁이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언니 어떻게 석훈 오빠한테 그럴 수 있어요? 석훈 오빠는 권씨 가문 미래 후계자인데, 석훈 오빠 부모님이 아시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지연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여씨 가문에 누가 되지 않을 테니 그냥 신고해. 할 말 있으면 법정에서 보자고.”“여씨 가문도 만만찮은 대가문인데 어떻게 이런 일로 신고를 해요!”지수는 석훈을 부축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언니, 석훈 오빠는 언니랑 얘기 나누고 싶은 마음뿐인데 어떻게 두말없이 주먹을 휘둘러요? 이 일은 언니가 알아서 우리 부모님께 말씀드려요!”지연은 클러치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석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쨌든 아이도 낳은 적이 있는 여지연 씨는 이런 수작 부리지 말고 저랑 얌전히 호텔로 가실까요?”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지은 죄가 없다면 법정에서도 떳떳한 것 아니겠어요? 무례하고 선을 넘는 행동을 했으니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네요.”지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 일로 여씨 가문에서의 지연의 입지를 떨어뜨리려고 했으나, 양녀 주제에 녹음했을 줄이야!’석훈의 표정도 많이 굳어버렸다.“녹음 따위로 당신이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막말로 내가 손을 댄 것도 아닌데 나를 다치게 했잖아요.”“그래요, 그럼, 일단 녹음부터 공개할 게요. 성수시 사람들이 권씨 가문 후계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지연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세상 그 어떤 일도 지연에게 타격을 줄 수 없었다.“무슨 일이 있은 거야?”백소은이 총총 달려왔다.“도련님 다치신
Read more

제964화

백소은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딸 여지수를 바라보았다.“엄마, 날 왜 그렇게 봐요?”지수는 조금 당황해 보였다.“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어요? 다른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처음부터 오만하고 거들먹거렸 잖아요.”“권석훈이 여지연에게 그런 말을 한 건, 네가 의도한 거니?”백소은이 소리를 낮춰 물었다.“아까 권석훈이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 여지연 씨라고 하던데, 그 사실을 설마 네가 알렸어?”지수는 속이 뜨끔했지만, 계속 목을 빳빳이 쳐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없는 말한 거 아니에요. 여지연이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고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잖아요.”짝!백소은이 손을 들어 지수의 뺨을 날렸다.“엄마, 지금 날 때린 거예요?”지수가 얼굴을 가리고 물었다.“석훈 오빠한테 사실을 알렸을 뿐인데 내가 뭘 잘못했어요? 엄마는 계속 나와 석훈 오빠 사이를 이간질 했잖아요, 그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이제는 어디에서 굴러온 양녀를 석훈 오빠와 맺어주려고 하다니! 저는 좋은 마음에서 석훈 오빠에게 알렸던 거예요.”“너 살리겠다고 여지연 배 속의 아이는 7달 만에 조산했어. 선천적으로 발육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두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지. 여지연이 널 살린 것도 중요하지만, 여지연은 우리 가문 때문에 아이를 잃었어!”백소은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뱉었다.“우리는 여지연에게 두 목숨을 빚졌어. 그래서 입양해야 했다고! 이 도리도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니?”지수는 이를 악물었다.매번 지연과의 다툼이 끝나면, 백소은은 이 이유로 지수를 다그쳤다.“아무리 여지연에게 미안한 일을 했다고 해도, 석훈 오빠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권석훈 같은 자식은 여지연에게 가당치 않은 사람이야.”백소은이 덤덤하게 말했다.“하지만 권씨 가문은 성수시에서 제일 큰 가문이기에 그 아이를 권석훈에게 시집을 보내려는 거야.”‘성수시 권력의 정점에 서야 본인의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테니.’ 여씨 가문이 지연에게 빚진 건 한 두 가지가 아니
Read more

제965화

지연이 4년 전 착용한 장신구 가격을 계산하면, 여씨 가문의 총재산에 엇비슷했다.특히 에메랄드 목걸이는, 성수시 사람들은 들어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여지연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백소은이 말했다.“널 살리는 게 우선이라, 행여 그 아이의 가족이 찾을까 신분을 꽁꽁 숨겼어. 이젠 너도 건강해지고, 여지연의 가족을 찾아주고 싶어. 날 어머니라고 헛되게 부르게 하고 싶지 않아.”“엄마, 여지연이 그걸 훔쳐 왔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요?”“누가 훔친 걸 대범하게 몸에 하고 다니겠어?”백소은이 말했다.“그 아이의 기질만 보아도 평범한 가문의 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정말 그렇다면, 더더욱 여지연을 권씨 가문에 시집을 보내면 안 돼요.”지수가 힐긋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가족을 찾는다면, 4년 동안 있은 일이 모두 들통이 나게 될 거예요. 허락 없이 혈액 교체를 해 목숨을 위험하게 했고, 배 속의 아이마저 죽게 된 걸 다 알게 될 거라고요.”백소은이 입술을 매만졌다.“이 일은 우리 가족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없어.”3년 동안, 손에 쥔 모든 수술 증거를 깔끔히 지우고 백소은은 혼인 계획을 진행했다.백소은 역시 3년 내내 악몽에 시달렸다.제 딸의 목숨을 살리겠다고 여지연의 피를 빼내고, 배 속 아이도 죽인 사실은 백소은의 트라우마였다. 그래서 그녀의 악몽에는 늘 죽은 아이가 나왔다.여지연을 권씨 가문에 시집을 보내고, 권씨 가문을 통해 성남시 대 가문과 연락이 닿는다면, 여지연은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지연이 가족들과 만나게 되면, 내 트라우마도 끝이 나겠지.’“일단 이 액세서리는 잘 숨겨 둬요.”지수가 상자를 닫고 말했다.“결혼하는 날 선물로 주면 되잖아요.”지수의 눈빛이 흐릿했다.‘늘 거만하던 여지연이 진짜 가족까지 찾게 되면 평생 날 발바닥 아래로 짓밟을 거야.’지수는 고개를 들어, 막 샤워를 마치고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 지연을 확인했다.편안한 잠옷 차림의 지연은
Read more

제966화

여지연은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아주 건강하세요. 아무 이상 없습니다.”지연은 셔츠를 살짝 들어 옆구리에 있는 칼자국을 보여주며 물었다.“혹시 이건 맹장 수술 흔적일까요?”의사는 안경을 치켜 뜨고 수술 자국 주변을 만져보며 인상을 썼다.“맹장 수술 위치는 이곳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이 위치로 하긴 합니다만…….”지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내가 정말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니!’백소은은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지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이 수술 자국으로 제가 언제 아이를 낳았는지 추측하실 수 있으신가요?”의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지연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수상한 물음은 처음 받았다.“부탁드립니다.”지연은 가방에서 한 뭉텅이의 돈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지연은 여씨 가문에서 양녀로 살면서, 단지 여씨 가문에서 지냈을 뿐, 소비 돈은 모두 그녀 스스로 벌었다.의사는 돈을 받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일단 검사 비용을 지불하세요.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결과지를 들고 다시 오세요.”한 시간 후, 지연이 초음파 사진을 들고 다시 의사를 찾았다.“자궁 회복이 아주 잘 되어있어요. 일반적으로 수술 후 3~4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이 정도로 회복됩니다.”지연이 인상을 썼다.“그렇다면 제가 3,4년 전에 제왕절개 수술을 했단 말씀이시죠?”“네, 그렇습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지연은 초음파 사진을 가방 안으로 구겨 넣고 차가운 표정으로 병원을 떠났다.현재의 그녀에게는 지난 3년의 기억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눈을 떴을 때, 여씨 가문은 그녀가 파도에 휩쓸려 성수시 해안가로 떠내려왔고, 그들이 병원으로 데려가 목숨을 살렸다고 전했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지연을 양녀로 삼기까지 했다.‘내가 아이를 임신 중 이였다면, 어머니는 왜 한 번도 나한테 이런 얘기를 꺼낸 적이 없는 걸까?’‘만약 아이 출산 후 내게 그러한 사건
Read more

제967화

김성희가 돈을 마련했을 때, 에메랄드 목걸이는 더 이상 경매에 나오지 않았다.솔직히 말한다면, 시가 100억도 너무 낮게 잡은 것이었다. 200억을 제시해도 살 수 없는 게 에메랄드 목걸이였다.“그렇다면, 여씨 가문의 양녀가 이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말씀인가요?”김성희가 목걸이를 집어 들며 물었다.백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아이의 신분이 범상치 않아 권씨 가문에 시집을 보내려는 겁니다. 성수시에서 그 아이에게 걸맞은 신분은 오직 권씨 가문뿐이라고 생각됩니다.”김성희는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다.처음부터 김성희는 제 아들과 성남시 가문의 딸을 맺어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성남시 가문들은 성수시 가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그래서 권씨 가문은 아무리 애를 써도 성남시 명문가에 녹아들지 못했다.성남시 가문의 딸과 맺어줄 수 없다면, 성수시에서 제일 대단한 가문을 골라 혼인을 맺어야 했다.여씨 가문의 양녀라는 신분은 살짝 실망스럽지만, 에메랄드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여지연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날 속이는 게 아닌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어요?”김성희가 덤덤하게 물었다.백소은은 나무 상자를 다시 덮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저는 지연의 친부모를 찾아주고 싶어 권씨 가문과 혼인을 시키려는 겁니다. 사모님이 내키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성남시에서 가서 어울리는 짝을 찾아주면 돼요…….”김성희가 침묵했다.“이 일은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을 주세요.”“고민할 필요 없으세요. 제가 싫습니다.”그때, 문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연은 또각또각 걸어와 두 사모님의 앞으로 섰다.“기억을 찾기 전에는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어머님도 이 일로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김성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연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여씨 저택을 자주 오가며 양녀를 몇 번 만나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겨우 양녀 신분의 그녀를 김성희는 눈에 담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보니 정말
Read more

제968화

김성희의 노골적인 말에 백소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말했다 시피 저는 이 결혼 반대입니다.”지연이 한층 더 차가워진 얼굴로 말했다.“사모님께서도 이만 돌아가시죠. 앞으로 이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김성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지금 네가 뭘 거절했는지 알기나 하는 것이냐?”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오만하고 거들먹거리긴, 정말 모든 사람이 권씨 가문을 대단하다고 여기고, 들러붙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지연은 김성희와 말다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으며,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도 않았다.가방에서 진단서를 꺼낸 지연이 김성희에게 내밀었다.“사모님, 이 진단서를 확인해 주세요. 그래도 저를 권씨 가문의 며느리로 삼고 싶다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김성희는 진단서를 확인하고 바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게 사실이니?”“누가 본인 스스로 거짓 소문을 내겠어요?”지연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자, 아직도 저한테 볼일이 남으셨나요?”김성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백소은을 한번 흘겨보고 발길을 옮겼다.백소은이 빠르게 김성희를 뒤쫓았다.“사모님,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방금까지는 얘기가 잘 흘러가지 않았나요?”백소은은 양녀인 지연이 점점 두려워졌고, 더 이상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을 느꼈기에, 자신의 최선을 다해 좋은 짝을 찾아주려는 것인데, 거의 다 된 일이 뒤엎게 되었다.“백소은, 당신은 날 너무 얕잡아 봤어요.”김성희가 화를 냈다.“양녀가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우리 석훈이가 아쉬워도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 여자와는 결혼시키지 않을 겁니다!”그 말을 끝으로 김성희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백소은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날카로운 지연의 눈빛과 마주했다.“지연아, 지금…….”“어머니, 병원 다녀오는 길이에요.”지연이 진단서를 넘겼다.“의사는 제가 3~4년 전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고 했어요.”
Read more

제969화

“왜 이 사실을 저한테 숨겼어요?”지연이 점점 화를 누르지 못하고 백소은을 다그쳤다.이 말에 백소은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네가 여씨 가문에서 처음 지내던 몇 달 동안, 넌 매일 같이 악몽에 시달렸 단다. 계속 잠꼬대로 ‘내 아이를 해치지 말라’고 중얼거렸지…… 그래서 나는 네가 아이와 함께 도망을 가다가 결국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추측을 했어. 넌 파도에 휩쓸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아이는 아마도 운이 좋지 못했을 거야. 네가 너무 슬퍼할까 걱정이 되어 숨겨왔어.”지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두 눈을 지그시 감고, 주먹을 꽉 쥐었다.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지연은 수많은 상상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죽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지연아, 너무 속상해하지 말 거라. 아이는 앞으로도 또 생길 수 있을 거야.”백소은이 긴장한 표정으로 지연을 살폈다.“엄마가 좋은 짝을 찾아 줄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앞으로 아이가 또 찾아올 거야.”“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어머니가 계속해서 혼사를 알아본다면, 저는 집을 나갈 수밖에 없어요.”백소은의 얼굴이 살짝 굳었고,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지연아, 혼기가 차면 결혼해야 해.”“내 기억과 신분을 되찾고 생각해 볼 게요.”지연이 대답했다.“그리고 내가 누구한테 쫓겨 아이를 잃게 되었는지도 알아봐야 겠어요. 그 사람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침착한 말투였지만 무게가 담겨있었고, 그 말은 백소은의 가슴에 콕 박혔다.“지연아…….”백소은은 식은땀이 흘렀다.“네 아이를 해친 사람을 찾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 사람 역시 동등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지연이 입술을 매만졌다.“나와 내 아이가 동시에 바다에 빠졌다면, 그 아이도 저처럼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요. 어느 날인가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지연은 마지막으로 백소은을 힐긋 살피고, 가방을 들고 여씨 저택을 떠났다.지연이 떠나자, 백소은은 마음이 가벼워진 듯, 편
Read more

제970화

여진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정원의 등나무 덩굴을 바라보았다.처음에는 여지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백소은이 여지연을 입양하겠다고 했을 때, 말없이 승낙했었다.그러나 함께 지내는 3년 동안, 여진석은 여지연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느꼈다.가족회의에서 지연과 시선을 마주하면, 의자에 가시가 돋친 것처럼 안절부절못해졌다.“이미 죽은 아이는 우리가 되돌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하루빨리 지연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를 기도해야 해요. 현실을 직면한다면 죽은 아이는 빠르게 잊어버릴 거예요.”백소은의 말에 여진석이 차갑게 대답했다.“지수의 두 사촌 오빠도 지금 선 자리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어? 둘 중 아무나 지연과 맺어주는 게 어때?”백소은은 말문이 막혔다.“그게…….”“지연이 여씨 가문을 위해 아이를 낳는다면, 앞으로 우리 가문에 해를 입히지 못할 거야.”여진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일은 당신이 잘 생각해 봐.”백소은은 할 말을 잃었다.‘여씨 가문의 두 철없는 도련님이 어떻게 지연이랑 어울리겠어.’성수시에서 유일하게 어울리는 짝인 권석훈은, 이미 지연이 건넨 진단서 하나로 모든 가능성이 파멸되었다.“지연이 진상을 알아버린다면, 제일 큰 해를 입는 건 지수일 테니, 잘 생각해 봐!”여진석은 마지막으로 이 말만 남기고 서재로 돌아갔다.백소은은 두 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끙끙 앓았다.……지연은 바닷가로 운전했다.성수시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너무 작은 도시인 탓에 해안선도 개발되지 않았다.지연은 자갈이 깔린 모래사장 위를 걸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지도를 통해, 이 바다의 맞은편은 국제도시인 성남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소은은 본인이 성남시 사람일 가능성이 크며, 파도에 휩쓸려 성수시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성남시에서 성수시까지, 비록 바다 하나가 떨어진 거리였으나, 파도에 휩쓸려 이곳까지 살아서 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거리였다.‘나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내 아이는…….’‘그
Read more
PREV
1
...
9596979899
...
13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