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1347 챕터

제291화

도예나의 아름다운 눈이 말하고 있는 기자의 얼굴에 떨어졌다.“왜요, 네티즌을 속이면 안되니까 굳이 내 아들 딸에게 강제로 아빠를 알려야 합니까?”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고 으스스했다.“내가 진톈건이 내 아이의 아빠라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네티즌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죠?”그리고 그녀는 팔을 들어 한 명 한 명을 가리켰다.“내 아이가 진톈건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걸 직접 듣기라도 했습니까?”“당신은, 친자 확인 보고서를 직접 봤어요?”“그리고 당신, 내가 진톈건의 부부 관계를 망치는 걸 봤어요? 내가 왜 그의 부인이 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죠?”“사진 한 장으로 진톈건과 나 사이의 관계를 단정지어 버리다니, 그 신문사는 기사거리가 그렇게 없나봐요?”그녀의 질문에 기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그 질문이 날카롭기도 했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사람들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진톈건과 아무 관계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업상의 파트너일 뿐이죠. 사진은 진톈건이 나를 찾아와 사업 상의 일을 의논한 겁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찾아온 건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몰랐네요.”그러자 한 기자가 물러서지 않고 다시 물었다.“톈건 그룹은 서울에서 유명한 기업입니다. 이번에 그 대표가 성남시까지 와서 계약을 하려고 했다고요? 많은 회사들이 톈건 그룹과 계약하고 싶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톈건 대표가 여러 번이나 당신을 찾아올 수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도예나 씨의 예성과학기술회사는 설립된 지 겨우 한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 규모도 작아서 톈건 그룹이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요.”“참새가 아무리 작아도 오장육부를 다 갖추고 있는 법입니다. 우리 회사는 확실히 작지만, 회사에서 생산한 칩은 어느 기업에 견주어도 손색없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도예나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두 직원이 즉시 앞으로 나왔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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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뭘 묻든 가치 있는 정보를 캐낼 수 없다는 걸 마음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이 여자는 그들을 계속 이용해 자기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그 시각, 강씨 그룹.강현석 앞에 놓인 태블릿 안에는 도예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웃는 얼굴이 있었다.그는 이 여자가 궁지에서 이렇게 살길을 찾아낼 줄 도무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 기자 회견을 여는 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일단 진톈건이 나서서 부인한다면 이번 기자회견은 우스갯소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가 어떻게 그녀를 도와 내막을 잘 파헤칠지 생각하던 차에 정 보좌관이 들어왔다.“대표님, 분부하신 대로 인터넷에서 도예나 씨에게 불리한 모든 댓글을 삭제했습니다.”비서도 뒤따라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톈건 그룹 법률팀에서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이 소문도 여기까지입니다. 네티즌들도 더는 아이의 일을 논의하지 않고 오히려 예성과학기술회사의 신제품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썹을 가라앉혔다.보아하니, 도예나는 진톈건과 협상한 후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아이가 진씨 가문 혈통이 아니라고 했으니, 진톈건도 더 이상 그녀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강현석은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대표님, 여기 전에 분부하신 피아노 연주회 입장권입니다. 시간은 이번 주 토요일 오후입니다.”비서가 금색 입장권 몇 장을 건네주었다. 이것은 강현석이 수아를 위해 특별히 예약한 피아노 연주회 입장권이다. 수아도 그를 좋아하니 함께 연주회에 가는 걸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기자 회견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끝났다.“도 대표님, 방금 10분만에 7개 회사에서 문의 전화가 왔어요!”박정연이 매우 흥분해서 말하자, 도예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더 많은 고객이 올 수도 있어요. 마케팅팀 일손이 부족하면 책임지고 직원을 더 뽑으세요.”“네, 대표님!”박정연은 열의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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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도예나, 네티즌들이 이런 허튼 거짓말을 믿을 것 같아?!”도설혜가 이를 갈며 말했다.그녀가 정성껏 계획했던 연극이 뜻밖에도 기자회견 한 번에 끝나다니.게다가 도예나 이게 기자회견에 많은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자기 회사 광고까지 해버렸다.도설혜의 마음 속이 화로 가득 차 폐가 터질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때 도예나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죠?”“말을 잘 듣게 하는 약이요.”“…….”도설혜가 갑자기 멈추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도예나, 지금 나한테 따지려는 거야?”“똑똑히 말해,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따진다는 거야? 내 사생활을 폭로하고, 댓글알바까지 고용해서 화제거리로 만들고 결국 내 사생활을 성남시 뉴스 헤드라인에 올려놓고, 지금 성남시에 없으면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니?”그 말을 들은 도설혜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내가 폭로한 건 모두 사실이야. 그게 무슨 잘못이라는 거지?”“이 녹음도 다 사실이야.”도예나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5년 전 그 일은 나를 성남시의 가장 큰 가십거리로 만들어 내 인생을 망쳤어. 아직까지도 5년 전 일을 가지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지. 만약 내가 이 녹음을 공개한다면, 나를 공격하는 네티즌들이 뭐라고 할까? 말해봐.”도설혜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녹음이 공개되기만 하면, 도예나를 공격하던 사람들이 화살을 돌려 자신을 향해 온갖 더러운 말이 쏟아질 것이다.그때가 되면 자신은 네티즌들의 구설수에 올라 악랄하고 음침하고 교활하다는 각종 모함을…….그리고 결국 도덕의 십자가에 걸려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될 게 뻔한데!안 돼, 그럴 순 없지!“아무도 그 녹음을 믿지 않을 걸? 네티즌 속이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도설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래서 공개하지 않으려고. 어차피 나한테도 아무런 이득이 없거든.”도예나가 입을 열어 말하자, 도설혜는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그 위에 이어진 말에서 도예나는 화제를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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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아이들과 관련된 일은 잠시 인정하지 않았지만, 괜찮다. 이 위기가 지나면 두 아이를 다시 자식으로 인정할 방법을 생각해 보면 된다.바로 이때, 그의 휴대폰이 윙윙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일은 이미 해결됐어요. 서울 쪽 상황은 어때요?”“이 녀석, 그 여자와 연합해서 아이들의 일을 부인했다고 해서 내가 믿을 줄 알았어? 네티즌이 어리석다고 해서 내가 어리석은 건 아니야! 네 성격이 나를 닮았지만 나만큼 신중하지는 못해, 나는 진작 네가 밖에 사생아가 있다고 의심했어! 우리 진씨 가문의 혈통이 절대 밖에 있어서는 안 돼, 반드시 아이를 서울로 데려와!”그 호통에 진톈건은 관자놀이를 눌렀다.“아버지, 굳이 일을 크게 벌려야 해요? 아이를 서울로 데려오면 회사 주가가 또 영향을 받게 되는데…….”“역시, 내가 맞혔어! 그 두 아이는 역시 우리 진씨 가문 혈통이야!”진톈건이 주먹을 쥐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떠보다니…….“확실히 우리 집안 혈통인 이상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 내가 잘 계획해서 아이들을 데려와야겠어.”아버지의 말을 들은 진톈건은 침묵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선다면 분명히 두 아이를 그의 곁으로 돌아오게 할 텐데, 그저 이 일이 조용히 해결되고 오늘 같은 상황을 더 이상 겪지 않고 싶을 뿐이었다.어둠의 장막이 내릴 때, 성남시의 저녁은 갈수록 일찍 찾아왔고 오렌지색의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믈들였으며, 도시 전체가 점차 어두운 밤에 휩싸였다.강현석이 차를 몰고 저택으로 들어선 뒤 차문을 열고 내려왔다. 그는 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거실에서 나는 웃음소리를 들었다.그 소리는 강세윤의 웃음소리였다. 수아를 에워싸고 돌면서 손뼉을 치는 그 모습은 마치 흥분한 삽살개 같았다. 수아는 더 이상 세윤이를 멀리 하지 않았다. 맑고 투명한 큰 눈이 세윤이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고, 분홍색 입술이 약간 들떠있어 수아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걸 알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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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강현석이 주방 문을 열고, 한창 바쁘던 요리사들이 서둘러 하던 일을 놓더니 어색하게 “대표님.”이라며 인사를 건네왔다.“모두 나가셔도 돼요.”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부엌에 울리자, 요리사 몇 명이 서로를 한 번 보고 눈치 있게 물러나며 주방의 미닫이문을 닫았다.환풍기 소리 때문에 그들이 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 도예나는 재료를 썰면서 말하고 있었다.“이제 파를 썰어야 되죠? 비스듬히 썰까요, 아니면…….”그녀가 말을 하면서 대파 한 줌을 내밀었을 때, 관절이 뚜렷하고 잘생긴 손이 파를 건네받았다.갑자기 뭔가 이상함을 느낀 도예나가 고개를 들었다.“강 대표님, 어떻게 들어오셨어요?”그 물음에 강현석이 담담하게 말했다.“같이 요리 배우려고요.”“요리를 배우신다고요? 집안에 이렇게 많은 요리사가 있는데, 직접 요리할 일이 있을까요?”“어제 저녁에 수아가 배가 고팠는데, 제가 국수를 끓였더니 당신 아들이 놀리더군요. 처음 끓여본 국수였지만, 수아가 다 먹었으니 제가 요리에 소질이 없는 건 아니겠죠?”강현석이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자, 도예나가 멍해졌다.이 남자가, 국수를 만들었다고? 뭔가 상상되지 않는 화면이다.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니 턱에 약간의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 손등에도… 아마 기름이 튀어서 다친 것 같다.어젯밤에도 알아차렸지만 당시에는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마 수아에게 국수를 만들어 주다가 다친 거겠지.“상처에 약은 좀 발랐어요?”“약도 발라야 하나요? 며칠 지나면 낫겠죠.”강현석은 개의치 않았다.“약을 안 바르면 흉터가 생길 수도 있어요.”이렇게 잘생긴 얼굴에서 턱에 흉터라니, 얼굴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도예나가 손을 닦고 물었다.“약 어딨어요?”그러자 강현석이 몸을 돌려 찬장 위쪽의 서랍을 열었다.“양집사가 주방에 화상약을 놔뒀다고 한 것 같은데…….”그가 작은 상자를 들고 와 열어 보니, 안에 각종 약이 있었고 알콜솜과 반창고도 있었다. 도예나가 화상약을 찾아 뚜껑을 열고 손끝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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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그녀의 부드럽고 맑은 향기가 갑자기 멀어지자, 마음이 텅 빈 듯 실의에 빠진 강현석이 손을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손에 안 발랐어요.”도예나는 그가 들어올린 오른손을 바라보며 눈꺼풀을 늘어뜨렸다.“그냥 스스로 바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요리를 해야 하니까…….”당황하여 얼굴을 돌린 그녀는 식칼을 들고 마구 채소를 썰었고, 그 모습을 본 강현석은 입꼬리를 올려 낮은 웃음을 지었다.원래 쓸쓸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풍기며 뼛속까지 성숙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소녀처럼 허둥대는 모습…….그의 웃음소리가 도예나의 귀에도 선명하게 전해졌다. 주방 환풍기 소리가 이렇게 큰 데도, 채소를 써는 소리가 이렇게 큰 데도 그 웃음소리가 크게 전해지는 듯했다.도예나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약간 괴로웠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용솟음치는 영문 모를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침착하게 말했다.“대표님, 전에 저에게 이 변호사를 추천해 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더라구요.”그녀는 화제를 돌린 후에야 비로소 당황했던 마음을 평온하게 돌릴 수 있었다.“전에 이 변호사님께서 방송에 출연하신 걸 본 적 있어요. 얼마나 대단하시던지, 직접 얘기를 나눠 보니까 방송보다 더 훌륭하신 분이시더라구요…….”그 이야기를 듣는 강현석의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졌다.이 여자가 그의 앞에서 다른 남자의 칭찬을 끊임없이 하는 게, 어째서 이렇게 불편한 걸까?“여효는 입만 살았지 다른 건… 쯧쯧쯧.”그가 누가 들어도 비꼬는 듯한 소리를 내자, 도예나가 그를 힐끗 보았다.“대표님과 이 변호사님은 동창이잖아요?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전에 외국에서 유학할 때, 그 친구가 뻔뻔스럽게 우리 집에서 2년을 살았어요. 차마 쫓아낼 수가 없었죠.”강현석이 차갑게 입을 열며 말했다. 그는 원래 전혀 뒤에서 다른 사람을 흉보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도예나가 여효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 걸 듣고 참지 못한 것이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유치하다고 느꼈지만, 통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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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밤하늘의 어둠이 짙게 캄캄해졌고, 식사를 하는 집주인과 손님들이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도예나는 아이를 끌고 문어귀로 걸어갔다.“제훈아, 수아야, 양집사님과 삼촌에게 안녕히 계세요 해야지.”그러자 도제훈이 영리하게 인사했다.“양집사님 안녕히 계세요, 삼촌도 안녕히 계세요, 세윤이 안녕.”그리고 수아는 분홍색 입술을 오므리고 손을 흔들었다.“예나 아줌마, 내일 저녁에는 일찍 오세요. 저녁 먹기 전에 일단 좀 놀게요! 수아야, 내가 내일 새로운 퍼즐을 살 테니까 우리 같이 맞추고 놀래?”강세윤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수아는 그를 몇 초 동안 쳐다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선 강현석이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데려다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정말 괜찮아요. 제가 차를 몰고 왔으니 혼자 돌아가면 돼요, 그냥 집에 계세요.”도예나가 고개를 가로젓고 아이들을 끌고 나와 차문을 열고 수아를 안은 채 차에 태웠다. 그리고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매줄 때, 뒤에서 뜨거운 시선이 자신을 주시하는 걸 느꼈다.방금 저녁을 먹을 때도 이 남자는 줄곧 매우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까만 눈동자는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재빨리 차에 올라탄 도예나는 시동을 켜고 떠났다.강씨 가문 저택은 산 중턱이 있는데, 앞에는 양방향 도로가 있었고 모두 강씨 가문 소유였기에 지나다니는 차가 많지 않다. 계속 질주하며 산을 내려가던 도예나는 산기슭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길가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차의 속도를 늦춘 그녀는 그림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 아이였다!그 아이, 자신을 한 번 구하고, 또 자신을 떠봤던, 도설혜의 아들!도예나가 천천히 차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제훈아, 동생 잘 챙겨. 금방 올게.”도제훈도 강세훈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몸 옆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수아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졸려서 바깥에 사람이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강현석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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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도예나는 자신의 오른팔이 싸늘함을 느꼈다. 돌아보니 옷이 찢어진 구멍으로 찬바람이 불어와 몸서리치는 한기가 느껴졌다.“도련님, 괜찮으세요?!”차를 수리하고 있던 오연희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강세훈을 부축하더니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강세훈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괜찮아요.”그리고는 복잡한 눈빛으로 도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구해줘서 감사해요.”만약 도예나가 빠르게 반응하지 않았다면 그는 틀림없이 오토바이에 치여 날아갔을 것이다.“괜찮으면 됐어.”도예나가 담담하게 한 마디 하고는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방금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도설혜의 아들을 살렸다고? 자신이 언제부터 그렇게 자비심 넘치는 사람이었던가?“엄마, 팔 다쳤어요?”도제훈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옷은 찢어졌지만 다치지 않았어. 안에 옷을 몇 벌 더 입고 있었으니 다행이지.”웃으며 답한 도예나는 안전벨트를 매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가 천천히 도로를 떠나자, 도제훈은 백미러에 비친 강세훈을 바라보았다. 강세훈은 그들의 차가 도로에서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이 주시했다.도제훈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강세훈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예요. 앞으로 좀 거리를 유지하면 좋을 것 같아요.”그러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도예나가 놀라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엄마가 강세훈이랑 거리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구요. 쟤는 너무 똑똑해요. 세윤이랑 달라요. 쟤는…….”“쟤가 강세훈이라고?”차의 속도를 늦추며 도예나가 다시 한 번 물었다.“방금 그 아이가, 강세훈이라고?”반복되는 물음에 도제훈이 멍하니 도예나를 바라보았다. 엄마와 강현석이 이렇게 가까워질 동안, 지금까지 강세훈은 본 적이 없단 말인가? 그런데 엄마의 방금 그 행동은 분명히 강세훈을 아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 걸까?“엄마, 쟤는 확실히 강세훈이 맞아요. 강세윤의 친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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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밤 아홉 시가 넘은 시각.도예나는 두 아이를 재운 후 방으로 돌아와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아 매일 늦게 자는 편이고, 그녀가 전화를 걸었을 때 마침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예나야, 왜 이런 시간에 전화한 거야?”할머니의 목소리 속에 의심이 깃들어 있다.“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그리고는 잠시 멈추었다가 천천히 말했다.“설혜한테 아들이 둘 있죠?”그러자 할머니가 한바탕 한숨을 내쉬었다.“맞아, 5년 전에 혼전임신으로 쌍둥이를 낳았어… 당시에 네 일 때문에 떠들썩해서 설혜 일은 네 아버지가 숨겼지. 우리 집안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몰라…….”손가락을 꽉 쥔 도예나가 계속 물었다.“그 두 아이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강씨네 두 도련님인데 하나는 강세훈, 하나는 강세윤이야.”그 말을 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유난히 늙어 보였다.“설혜가 강씨 가문 아이 둘을 낳았는데, 태어난 첫날에 그 집안으로 보내졌어. 지금 4살이 넘었지만 내가 그 아이들을 본 건 손에 꼽을 만큼 적지… 그 두 아이는 우리 가문과 친하지 않아. 예나야, 시간 될 때 네 아이들 좀 데리고 와서 할머니한테 보여줘.”할머니의 말을 듣는 도예나의 마음이 조금씩 골짜기로 가라앉았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베란다로 천천히 걸어가 커튼을 열고 차가운 눈동자로 캄캄한 별하늘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강세훈이 도설혜의 아들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다.하지만 강세훈이 도설혜와 강현석 아이의 아들이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왜일까?강현석과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괜한 마음이 생긴 걸까?도설혜와 잠자리를 가졌던 남자에게, 자신이 환상을 품고 있었다니…….미친 게 분명해.손을 들어 커튼을 친 도예나는 밤새 몸을 뒤척이며 날이 밝아올 때가 돼서야 얕게 잠들었다. 알람이 울릴 때 피곤하게 침대에서 일어났고, 예민한 도제훈이 그녀의 상태가 평소 같지 않다는 걸 느끼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엄마, 어제 밤에 잘 못 잤어요?”“새벽 3시까지 일하느라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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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그림에는 두 아이가 있었다.분홍색 치마를 입은 소녀와, 청바지를 입은 남자아이.그림을 본 도예나는 바로 그 둘이 수아와 강세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이건 수아가 세윤이에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예요.”옆에서 도제훈이 설명했다. 비록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여동생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면서 아직 선물을 받은 적이 없는데, 강세윤 그 녀석이 여동생이 직접 그린 그림을 받을 수 있다니…….한편, 도예나의 얼굴도 복잡해졌다.만약 강세윤이 도설혜의 아들이라는 걸 진작 알았다면 절대 수아와 강세윤을 이렇게 가까워지게 두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두 아이는 이미 친해졌다. 만약 이 우정을 강제로 파괴한다면 틀림없이 수아의 정서를 다치게 할 것이다.“이걸 받으면 세윤이가 아주 기뻐하겠네!”이렇게 말한 도예나는 시동을 걸어 강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어른들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든, 아이는 죄가 없다. 세윤이가 자신과 수아를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도설혜 때문에 그 아이를 밀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큰 길을 천천히 달리던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 입구에 멈추었고, 강세윤이 마치 즐거운 새처럼 별장에서 뛰쳐나왔다.“예나 아줌마, 보고 싶었어요! 와, 수아야, 이 그림은 날 그린 거야? 네가 직접 그린 거야? 와! 너무 좋아 너무 행복해! 수아가 직접 준비한 선물을 받다니!”강세윤이 그림을 들고 환호를 멈추지 않았고, 수아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옅은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그 무뚝뚝하고 말도 없고 정서의 변화도 없던 자폐증 소녀가 마침내 서서히 닫히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이다.도제훈이 수아의 손을 잡고 저택으로 들어가자, 강세윤도 따라 달려왔다.“수아야, 나도 선물을 준비했어! 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자!”수아가 얌전하게 그를 따라 위층으로 가자, 도제훈은 왠지 질투가 나서 입술을 오므리고 따라 올라갔다.신발을 갈아신은 도예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했다. 그 전에는 요리를 할 때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지만, 오늘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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