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2299 챕터

제301화

유현진이 말을 끝낸 뒤에야 주강운은 물었다.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엄마 보러 간 거예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지금은 어때요?"머리를 젓는 유현진의 눈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냥 그래요. 숨만 쉬고 계셔요.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주강운은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했다. "여태 잘 버텨왔으니, 기적은 꼭 일어날 거예요."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은 반응이 있으세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좋은 징조래요."주강운은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나 해외에서 치료받을 때 알게 된 실력 좋은 의사 친구가 있어요. 필요하면 다리 놓을게요.""고마워요, 필요하면 얘기할게요."유현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주 변호사님, 소송 건은 어떻게 됐어요?""경고장은 다 완성했어요. 한번 보실래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주강운은 유현진의 휴대폰으로 경고장을 전송해 주었다.경고장의 내용은 유현진이 인터넷에서 봤듯이 구체적이었다.루머를 지우고 지속적인 가해를 멈출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맞아요." 주강운이 갑자기 물었다. "저번에 심리 치료 다닌다 그랬죠?"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유현진은 지난번에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제출할 때 대충 얘기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내 메일을 알아낸 건지 지속해 저주가 섞인 폭력적인 메일을 보내왔어요. 그때 좀 우울했거든요. 내 친구가 이상한 걸 느끼고 날 데리고 심리 클리닉으로 갔어요."병원에서는 그녀가 우울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확실히 유현진은 한동안 우울해 있었고 악몽에 시달렸다. 네티즌들은 그녀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고 유현진은 매일 밤 저주가 현실이 되는 악몽을 꾸었다.외출하는 날에는 지나가던 사람이 그녀를 힐끗 보기만 해도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면서 두려워졌다.다행히도 차미주가 일찍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두었다가는 의사의 말처럼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주강운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물었다. "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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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하지만 상대 기업과 강씨 집안은 절친한 사이였다. 유상수와의 협력 또한 강씨 집안의 신용을 바탕으로 진행했다.그런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자 이 불똥은 결국 한성 그룹으로 튀게 되었다.당시 강한서는 둘째 삼촌인 강단해와 제일 사이가 안 좋았을 때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강단해는 바로 이 일을 문제 삼아 강한서의 기세를 눌렀다.강한서는 이 일을 조사하던 과정에 유현진도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와 한바탕 다투었다.하지만 유현진은 정말 억울했다.유현진은 유상수가 자기의 명의로 계약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그날 유상수는 유현진에게 같이 외식도 할 겸 하현주에게 가자고 제안했다.유상수는 한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하현주와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하현주와 대화를 나누게 되면 회복에 도움이 있다고 했었다.그래서 유상수는 이 일을 핑계로 유현진을 속였다.도착하고 보니 두 사람뿐만 아니라 식사 자리에는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다. 유상수는 유현진은 말끝마다 강씨 집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유현진은 그 자리가 불편해 이내 자리를 떠났다.유현진은 자기의 등장이 유상수의 계약을 도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그 일로 인해 강한서는 강단해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되어 골머리를 앓다 보니 유현진의 해석이 머리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자발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어쨌든 유현진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니, 말이다.강한서는 회사 일로 바쁘다 보니 유현진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아이의 일로 다투기까지 하다 보니 강한서는 아예 안방에서 나가 서재에서 지냈다.유현진은 매일 루머와 악플에 시달려 불면증을 앓다가 그날은 수면제 여덟 알을 복용하고 오래간만에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잠에서 깬 유현진은 강한서의 한마디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이 상황에서 잠이 와?"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자기의 상황을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에 유현진은 마음을 접고 말았다.강한서가 그 사실을 안다 해도 그저 '투정 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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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강한서가 집에 들어왔을 때, 유현진은 이미 잠에 들고 오직 어두운 불빛만이 그를 맞이했다.강한서는 코트를 소파에 벗어 던지고는 침대에 앉았다.유현진은 강한서를 등지고 누워있었지만, 강한서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강한서의 몸에는 은은한 향이 풍겨왔다. 송민영에게서 나는 바로 그 향이었다.주강운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짜증이 몰려왔는데 강한서에게서 풍겨오는 향을 맡으니 더 짜증 났다.'개자식, 씻지도 않고 보긴 뭘 봐, 짜증 나게!'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유현진이 손을 빼려고 하는 순간, 강한서는 차가운 무언가를 그녀의 손목에 발라주었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다급히 손을 뺐다.강한서는 그녀가 잠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연기 끝났어?"유현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뭐가 연기야? 당신이 여기서 부스럭거리는데 내가 잠이 오기나 하겠어?"강한서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약 발라주고 있잖아."유현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미 다 나았거든."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그제야 침대 머리에 있는 자기의 손에 들려있는 것과 똑같은 약을 보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의사한테 갔었어?""아니." 유현진은 이불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주 변호사님이 가져왔어."강한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주강운이 왜 너한테 약을 가져다줘?"유현진은 이 말에 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당신도 송민영한테 간 거 아니야? 왜, 당신은 되고 다른 사람은 안 돼?"강한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을 물에 밀어버리고 뭘 잘했다고 그래?"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강한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송민영이 그래? 내가 밀었다고?"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민영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전 여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유현진이 송민영을 미는 모습을 보았다.강한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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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손전등으로 선실을 비추던 강한서는 주저앉은 유현진을 발견했다. 유현진은 빨개진 눈으로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강한서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이내 선실 문을 닫고 큰 걸음으로 유현진을 향해 다가와 그녀의 손을 당겨 안전 시트에 앉히려고 했다.하지만 유현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화난 말투로 말했다. "지금이 성질부릴 때야?"유현진은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언제 성질부렸다고 그래. 나 다리 아파서 못 움직이겠어."강한서는 손전등으로 그녀의 다리를 비추어 보았다. 유현진의 다리에는 타박상으로 인한 크고 작은 멍이 가득했다.'어쩐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다 했어. 다리를 다쳤네.'"이거 들어."강한서는 손전등을 유현진에게 넘겨주었다. 유현진은 언제 싸웠냐는 듯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을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서러운 표정을 보고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다시 삼켰다.그는 몸을 낮추고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유현진은 강한서의 목을 두 팔로 감싸더니 이내 멍해졌다.강한서의 등은 다 젖어있었다.강한서는 멍해 있는 그녀를 안전 시트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주었다.바로 이때, 선체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한서는 넘어지고 말았다. 어둠 속에서 강한서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유현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강한서를 불렀다. "강한서!""움직이지 마!" 강한서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괜찮아.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는 게 나 도와주는 거야."유현진은 손전등을 켰다. 강한서는 침대 옆에 넘어져 있었다.다행히도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빨리 앉아."유현진이 다급하게 말했다.강한서가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는 순간 선체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침대 다리를 더 힘주어 잡았다.선체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유현진은 안전 시트에서도 멀미가 났다. 강한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몇 미터 안 되는 거리였지만 강한서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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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강한서는 유현진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우습기도 해서 한참 뒤에야 답했다. "한마디도 지는 법이 없지. 이 상황에 왜 왔냐고? 내가 안 오면 당신 이리저리 부딪혀서 바보라도 되면 어떡하려고. 나 바보랑 살기 싫어.강한서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계속 말했다. "뭐 부딪히기 전에도 이미 바보였지만.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안전 시트에 가만히 앉아있었겠지."유현진은 기가 막혔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증조할아버지 걱정돼서 나가려고 한 것뿐이야. 이렇게 흔들릴 줄 내가 알았겠어?""네 걱정이나 해. 증조할아버지는 제일 빠른 시간에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 시트에 앉아계시더라.""당신이 어떻게 알아?"강한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나 거기서 오는 길이야."유현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증조할아버지한테 갔었던 거야?"유현진의 반응에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나 어디가?"유현진은 입을 삐죽였다. '송민영한테 간 거 아니었어?'여기까지 생각한 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송민영 씨는 어때?"강한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처럼 바보는 아니겠지."…...'송민영한테 간 거 아니었네.'유현진은 점점 궁금해졌다. 강한서는 대체 송민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현진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물에 빠졌으니 저번 자선 파티에서보다 더 많이 다쳤을 텐데… 저번에는 바로 송민영을 안고 나가더니 왜 오늘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더군다나 편애받는 사람은 더 제멋대로 행동할 텐데, 왜 강한서를 쳐다보는 송민영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느껴지는 걸까?난 강한서를 막 대하는데 말이야.'이때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강한서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저편에서 한성우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한서야, 두 사람 괜찮은 거지?""괜찮아, 넌 어때?""나 괜찮아. 나 강운이랑 같이 있어. 강운이가 구명조끼 가져왔어. 구명조끼 안 부족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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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나 부동산 계약서 본 적 있어. 당신 그 집 77억에 샀던데 지금은 아마 시세가 올라서 120억은 됐을 거야. 인테리어랑 두루두루 해서 6억은 들었을 거 아니야? 그럼 이렇게 하자. 집 명의 나한테 넘겨주고 위자료 2,000억에서 140억은 빼고 줘. 부부로 지낸 정도 있고 하니 나 너무 독하게는 안 할게."강한서는 기가 막혔다.나쁜 년, 매번 이런 식으로 나한테 서프라이즈를 준단 말이야.이혼도 안 했는데 벌써 나 내쫓을 궁리나 하고!140억이라니. 뻔뻔스럽기는!'강한서는 확실히 77억에 집을 구매했지만 때는 8년 전의 가격이다.지역 개발이 잘 되다 보니 가격도 미친 듯이 올라 지금의 시세로는 250억도 훨씬 넘었는데 유현진은 가격을 절반이나 잘라먹고는 착한 척 행동했다.'이 여자 계산 잘하네.'유현진은 확실히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때렸다. 한 방면으로는 그 집에 적응되기도 했고 집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뒤에 유현진은 자기의 취향대로 리모델링을 했었다.강한서는 업무가 바쁘기도 했고 귀찮기도 해서 유현진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그녀의 취향대로 바뀌었다.유현진은 다른 집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하면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간혹 구조도 좋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집이 있긴 했지만,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보아도 지금의 집처럼 편한 곳이 없었다. 그리고 남산 병원과도 20분 거리에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이 집을 고집하는 두 번째 원인이다.이 집의 1층에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안방이 있고 2층에는 헬스 방도 있어서 노인이 살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다. 혹시라도 하현주가 회복되면 유현진은 헬스 방을 재활 방으로 개조해 하현주의 재활을 도울 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더군다나 강한서의 명의로 된 부동산은 수두룩하니 하나 적어져도 그만이다. 그래서 유현진은 요즘 이 말을 꺼낼 기회를 찾고 있었다.강한서가 아무 대답이 없자 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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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유현진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지금 눈앞의 강한서는 마치 어린애처럼 삐쳐있었다.그렇지만 유현진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입 밖에 냈다가 강한서가 화날 게 뻔하니 말이다.유현진은 나지막한 소리로 강한서를 다독였다. "강 대표. 미안해, 삐치지 마. 당신 돈 많이 벌어서 나 먹여 살려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이 죽길 바라겠어? 당신 조금만 다쳐도 내 마음이 아프단 말이야. 내가 잡아줄 테니 이리로 와. 일단 안전 시트에 앉고 나서 삐쳐도 돼."유현진의 사과에는 영혼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물론 강한서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달콤한 말에 혹하고 넘어가 버렸다."강 대표, 침대 시트 이리 넘겨줘. 내가 당길 테니까."강한서는 그녀의 가는 팔다리를 보며 말했다. "당길 수나 있겠어?""나 만만하게 보지 마. 내가 얼마나 힘이 센데."강한서는 유현진의 하얗고 가는 다리를 훑어보며 생각했다. '다리 힘은 좋긴 하지.'강한서는 손잡이에 묶었던 침대 시트를 풀어 유현진이 있는 방향으로 힘껏 던지며 말했다. "이거 안전 시트에 묶어."유현진은 강한서가 시키는 대로 했다.강한서는 침대 시트를 당겨보며 안전성을 체크한 뒤 천천히 유현진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모든 게 순리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안전 시트에 도달했을 때, 선체는 또다시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침대 시트를 꽉 당겼다.유현진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 손 잡아."강한서는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유현진의 손이 닿지 않았다. 유현진도 아무리 몸을 앞으로 기울여 보아도 강한서에게 닿지 않았다. 계속되는 흔들림에 강한서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급해진 유현진은 안전 벨트를 풀어버리고 강한서의 손을 덥석 잡았다.하지만 그녀가 기뻐하기도 전에, 파도는 두 사람을 겨냥한 듯 배는 더 격하게 흔들렸다. 유현진은 안전 시트에서 튕겨 나가 강한서의 품에 엎어졌다.강한서는 유현진에게 치여 바닥에 넘어졌지만,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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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유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배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강한서의 체온에 유현진은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흔들림 속에서 저도 몰래 잠이 들었다.폭풍우는 새벽에야 서서히 멈추었다. 유현진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유현진은 몸을 움직이다가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강한서의 팔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함께 침대 시트에 묶여있었다.아마 그녀가 잠들었을 때, 강한서가 불가피한 사고를 막기 위해 묶어놓은 듯싶다.유현진은 강한서를 깨우지 않고 침대 시트를 풀었다. 간단히 씻고 나서 유현진은 선실을 나갔다.갑판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파도로 여러 가지 해산물들이 배로 들어왔고 선원들은 갑판을 정리하고 있었다.유현진은 어르신의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선실에 어르신은 보이지 않고 민경하만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증조할아버지는요?"민경하가 말했다. "어르신은 갑판에 해산물 주우시러 갔어요. 집에 가서 해물탕 끓여 드실 거래요."…...'증조할아버지 거이 아흔 살 되시는 거 맞지? 컨디션이 어쩜 젊은이들보다 좋네.'유현진은 갑판을 둘러보다 겨우 어르신을 찾았다. 어르신 옆에는 주강운도 보였다. 두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유현진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바다 거북이가 있었다.어르신은 턱을 만지며 말했다. "내 경험상 이건 아마 암컷 거북이 같네."주강운은 휴대폰을 뒤지며 말했다. "갑각이 길쭉하고 꼬리 홈이 펼쳐진 거로 보아서는 수컷으로 보이는데요.""그럴 리가! 수컷 거북이가 이렇게 작다고?"주강운이 말했다. "혹시 아직 덜 자란 거 아닐까요?""이렇게 큰데 덜 자랐다고?""청 바다거북은 20년이라야 성년이 되죠. 성년이 되면 체구가 80~150센티미터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거북이는 보기에도 대략 40센티미터 정도이니 아직 덜 자란 거 맞아요.""아기 거북이였군." 어르신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몸보신용으로 딱인데."유현진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증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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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얼굴도 강한서 그놈보다 잘났더구먼.""현진이 너는 왜 주강운을 안 만난 거야."…...'증조할아버지 왜 이래?'"주 변호사님은 강한서 친구예요. 아무 말이나 하지 마세요. 누가 들으면 오해해요.""그냥 말해본 거야." 어르신은 느긋하게 말했다. "강한서도 괜찮아. 어제 나랑 장기도 몇 판 뒀어. 그러다가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니 바로 달려 나가더군. 쓸 만은 해."…...'쓸만은 하다고? 이게 무슨…'그들이 돌아갔을 때 강한서는 이미 준비를 끝내고 나왔다.몇 시간 뒤면 배는 선착장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유람선에서의 시간을 즐겼다.송민영은 어제 일을 설욕하기 위해 식당에서 노래를 불렀다.송민영은 비록 연기는 안 되지만 앨범도 내었던 적이 있는지라 가창력은 좋았다.하지만 노래하는 와중에도 이따금 강한서에게 눈길을 돌리는 모습은 정말 꼴 보기 싫었다.다행히도 강한서는 메일을 확인하느라 송민영의 뜨거운 눈길을 느끼지 못했다.유현진은 감귤을 발라 강한서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강한서는 깜짝 놀라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타박상에 최고래."…...말을 끝낸 유현진은 이내 감귤을 강한서의 입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달콤하지?"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맛이 강한서의 혀끝을 자극했다.하지만 강한서는 뱉어내지 않았다.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지켜보던 송민영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유현진은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이때 세프처럼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앞에 디저트를 가져다 놓았다.유현진이 말했다. "주문 안 했는데요?"상대는 스페인어로 유현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솰라솰라거렸다. 하지만 이를 알아들은 강한서는 금세 얼굴색이 변했다.말을 끝낸 상대는 마지막으로 어정쩡한 영어로 말했다. "즐거운 식사 하세요."유현진은 그제야 물었다. "저 사람 뭐래?"강한서는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강운이가 만든 스파게티 맛있었어?""맛…" 하마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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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정식 입장을 기준으로 하며 정식 입장을 내 놓기 전에는 타인의 이용 거리가 되지 않게 아무런 추측을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타인의 이용 거리라는 말은 무언가를 암시하기에 충분했다.송민영이 '봄의 연인'에 출연한다는 말은 몇 달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송민영은 '봄의 연인'이라는 타이틀로 실검에도 몇 번 올랐다.차이현의 명성과 송민영의 인기가 한데 어우러져 매번 기사가 나갔다 하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당시 송민영은 이러한 기사에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촬영이 시작되었는데 송민영은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내 이런 입장을 내 놓았으니, 팬들은 제작진에서 송민영을 이용해 관심을 끌려는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했다.입장 발표가 나간 뒤, 송민영의 팬들은 분분히 '봄의 연인' 계정에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봄의 연인' 계정에는 제작진과 스텝을 향한 악플이 수두룩하게 달렸다.다행히 차이현의 선견지명으로 촬영에 참여하는 배우들을 공개하지 않았으니 말이지 하마터면 배우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뻔했다.송민영은 워낙에 관종이라 관심을 끄는 일을 잘했다. 팬들은 그녀에게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송민영을 위로했다.차미주가 단체톡방에서 말했다. "촬영이 시작되었을 때도 실검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무 해명도 없다가 왜 하필 지금 이런 입장 발표를 했을까요?"유현진도 이상했다. 갑자기 이런 입장 발표를 한다는 건 욕 먹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차이현은 이런 방식을 제일 질색하는 사람이다. 일을 이렇게 키우다니, 송민영은 아마도 앞으로도 차이현의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진희연이 말했다. "혹시 새 작품 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일부러 시선 끌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요?"처음에 사람들은 진희연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송민영이 '평화의 세상'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찌라시가 올라왔다.'평화의 세상'은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인기 있는 작품이다.이 소설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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