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배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강한서의 체온에 유현진은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흔들림 속에서 저도 몰래 잠이 들었다.폭풍우는 새벽에야 서서히 멈추었다. 유현진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유현진은 몸을 움직이다가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강한서의 팔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함께 침대 시트에 묶여있었다.아마 그녀가 잠들었을 때, 강한서가 불가피한 사고를 막기 위해 묶어놓은 듯싶다.유현진은 강한서를 깨우지 않고 침대 시트를 풀었다. 간단히 씻고 나서 유현진은 선실을 나갔다.갑판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파도로 여러 가지 해산물들이 배로 들어왔고 선원들은 갑판을 정리하고 있었다.유현진은 어르신의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선실에 어르신은 보이지 않고 민경하만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증조할아버지는요?"민경하가 말했다. "어르신은 갑판에 해산물 주우시러 갔어요. 집에 가서 해물탕 끓여 드실 거래요."…...'증조할아버지 거이 아흔 살 되시는 거 맞지? 컨디션이 어쩜 젊은이들보다 좋네.'유현진은 갑판을 둘러보다 겨우 어르신을 찾았다. 어르신 옆에는 주강운도 보였다. 두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유현진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바다 거북이가 있었다.어르신은 턱을 만지며 말했다. "내 경험상 이건 아마 암컷 거북이 같네."주강운은 휴대폰을 뒤지며 말했다. "갑각이 길쭉하고 꼬리 홈이 펼쳐진 거로 보아서는 수컷으로 보이는데요.""그럴 리가! 수컷 거북이가 이렇게 작다고?"주강운이 말했다. "혹시 아직 덜 자란 거 아닐까요?""이렇게 큰데 덜 자랐다고?""청 바다거북은 20년이라야 성년이 되죠. 성년이 되면 체구가 80~150센티미터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거북이는 보기에도 대략 40센티미터 정도이니 아직 덜 자란 거 맞아요.""아기 거북이였군." 어르신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몸보신용으로 딱인데."유현진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증조할
"얼굴도 강한서 그놈보다 잘났더구먼.""현진이 너는 왜 주강운을 안 만난 거야."…...'증조할아버지 왜 이래?'"주 변호사님은 강한서 친구예요. 아무 말이나 하지 마세요. 누가 들으면 오해해요.""그냥 말해본 거야." 어르신은 느긋하게 말했다. "강한서도 괜찮아. 어제 나랑 장기도 몇 판 뒀어. 그러다가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니 바로 달려 나가더군. 쓸 만은 해."…...'쓸만은 하다고? 이게 무슨…'그들이 돌아갔을 때 강한서는 이미 준비를 끝내고 나왔다.몇 시간 뒤면 배는 선착장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유람선에서의 시간을 즐겼다.송민영은 어제 일을 설욕하기 위해 식당에서 노래를 불렀다.송민영은 비록 연기는 안 되지만 앨범도 내었던 적이 있는지라 가창력은 좋았다.하지만 노래하는 와중에도 이따금 강한서에게 눈길을 돌리는 모습은 정말 꼴 보기 싫었다.다행히도 강한서는 메일을 확인하느라 송민영의 뜨거운 눈길을 느끼지 못했다.유현진은 감귤을 발라 강한서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강한서는 깜짝 놀라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타박상에 최고래."…...말을 끝낸 유현진은 이내 감귤을 강한서의 입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달콤하지?"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맛이 강한서의 혀끝을 자극했다.하지만 강한서는 뱉어내지 않았다.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지켜보던 송민영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유현진은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이때 세프처럼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앞에 디저트를 가져다 놓았다.유현진이 말했다. "주문 안 했는데요?"상대는 스페인어로 유현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솰라솰라거렸다. 하지만 이를 알아들은 강한서는 금세 얼굴색이 변했다.말을 끝낸 상대는 마지막으로 어정쩡한 영어로 말했다. "즐거운 식사 하세요."유현진은 그제야 물었다. "저 사람 뭐래?"강한서는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강운이가 만든 스파게티 맛있었어?""맛…" 하마터면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정식 입장을 기준으로 하며 정식 입장을 내 놓기 전에는 타인의 이용 거리가 되지 않게 아무런 추측을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타인의 이용 거리라는 말은 무언가를 암시하기에 충분했다.송민영이 '봄의 연인'에 출연한다는 말은 몇 달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송민영은 '봄의 연인'이라는 타이틀로 실검에도 몇 번 올랐다.차이현의 명성과 송민영의 인기가 한데 어우러져 매번 기사가 나갔다 하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당시 송민영은 이러한 기사에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촬영이 시작되었는데 송민영은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내 이런 입장을 내 놓았으니, 팬들은 제작진에서 송민영을 이용해 관심을 끌려는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했다.입장 발표가 나간 뒤, 송민영의 팬들은 분분히 '봄의 연인' 계정에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봄의 연인' 계정에는 제작진과 스텝을 향한 악플이 수두룩하게 달렸다.다행히 차이현의 선견지명으로 촬영에 참여하는 배우들을 공개하지 않았으니 말이지 하마터면 배우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뻔했다.송민영은 워낙에 관종이라 관심을 끄는 일을 잘했다. 팬들은 그녀에게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송민영을 위로했다.차미주가 단체톡방에서 말했다. "촬영이 시작되었을 때도 실검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무 해명도 없다가 왜 하필 지금 이런 입장 발표를 했을까요?"유현진도 이상했다. 갑자기 이런 입장 발표를 한다는 건 욕 먹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차이현은 이런 방식을 제일 질색하는 사람이다. 일을 이렇게 키우다니, 송민영은 아마도 앞으로도 차이현의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진희연이 말했다. "혹시 새 작품 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일부러 시선 끌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요?"처음에 사람들은 진희연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송민영이 '평화의 세상'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찌라시가 올라왔다.'평화의 세상'은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인기 있는 작품이다.이 소설은 독
사실 송민영의 매니저인 시우진도 송민영이 '평화의 세상'에 출연하는 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어제 송민영이 물에 빠진 뒤, 강한서는 대본 하나를 들고 송민영에게 찾아왔었다.하지만 그 대본은 '평화의 세상'이 아니라 '차상'의 대본이다. 비록 이 작품은 차이현의 '봄의 연인'보다 뒤쳐지지만, 전형적인 여주 원탑의 작품이다. '봄의 연인'은 궁중 세력 싸움을 기반으로 두었지만 '차상'은 말 그대도 찻잎 장사를 하는 세가의 이야기다.여주는 아무것도 모르던 말괄량이로부터 집안의 주인이 되고 나중에 찻잎으로 큰 사업가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사실 이 작품의 여주는 '봄의 연인'의 여주보다 더 몰입감을 주는 성장형 여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하지만 송민영은 제작 회사가 작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작품의 감독은 예술 영화로 많은 상을 받았었지만, 작품성이 너무 뛰어난 탓에 관중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작품마다 흥행에 실패했다.송민영은 화제성을 중요시하다 보니 차이현의 명성과 퀄리티를 믿고 '봄의 연인'에 출연하고 싶었다.하지만 '차상'은 아무런 배경도 없고 기껏해야 상이나 하나 받고 끝날 작품이라 생각되어 굳이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차상'은 연말에야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 빨라야 내년 여름에야 방송에 나갈 수 있었다. 섬블 컴퍼니와의 계약도 거의 만료되는 데다 차기 작품이 없으니 만약 '차상'에 출연하게 되면 공백기가 생기게 된다.그렇게 되면 대중들의 눈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니 송민영 같은 관종에게는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신인들도 끊임없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 상황에 송민영은 공백기가 두려웠다.하지만 '평화의 세계'는 달랐다. 제작진과 촬영 규모는 '봄의 연인'과도 겨눌 수 있을 만큼 강대했다. 게다가 촬영 전부터 수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촬영도 이번 달에 시작해 3월이면 크랭크업으로 연말이면 상영할 수 있었으며 출연료도 '차상'의 세배보다 더 높았다.제일 중요한 건 방송 시간대가 '봄의 연인'
강한서는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 "내가 오해했었네."민경하가 말했다. "사모님 뒤끝 없잖아요. 사과하고 잘 달래주면 용서하실 거예요."…...뒤끝이 없어? 어제도 이불 한 번 당겼다고 내 팔을 바로 물어버리더구먼. 이빨 자국이 아직도 그대로라고.'이 세상에 유현진보다 더 뒤끝 있는 여자는 없을 거야.'강한서는 휴대폰을 다시 민경하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송민영 잘 지켜봐요. 약속한 시간 안에는 절대 다쳐서 일내면 안 돼요. 만약 또 한 번 계약 위반하면 내가 준 것들 그대로 돌려받을 거예요.""그럴게요."민경하가 나가자마자 유현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증조할아버지가 당신 저녁에 집에 와서 밥 먹을 거냐고 물으셔."강한서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서류들을 힐끔 보더니 서류 봉투를 닫아버리고 답장을 보냈다. "갈게."강한서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르신은 예전과 달리 열정적으로 반겨주었다. "강한서 왔어?"어르신은 활짝 웃었다. 깊게 파인 주름들은 한데 모여 한결 인자해 보였다.강한서는 갑자기 변한 어르신의 태도에 당황해서 그저 간단하게 대답한 뒤에 식탁을 바라보았다. 식탁에는 건드리지 않은 음식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강한서는 미안한 마음에 다급히 해석했다. "길이 좀 막혀서요.""큰 도시가 그렇지 뭐, 길 막히는 건 정상이지.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 빨리 손 씻고 같이 밥 먹자고."이번에는 강한서뿐만 아니라 유현진도 의아했다.유현진이 집에 돌아오니 어르신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어르신은 도움을 주려는 유현진을 주방에서 내쫓고는 기어코 그녀에게 강한서한테 연락해 집에 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라고 했다. 식사를 다 차린 뒤에도 유현진은 손도 못 대게 하고는 강한서를 기다렸다.어르신은 여태 강한서를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을까?어르신은 손을 씻고 나온 강한서를 빨리 앉으라면서 직접 강한서에게 뜨끈한 국을 떠주었다."뜨거울 때 먹어."유현진도 자연스럽게 국자를 들어 국을 뜨려고 했지만, 어르신은 다급
강한서는 멈칫하며 물었다. "무슨 효과요?""정자를 생산하고 보신하는 효과지.""풉-" 유현진은 마시던 국물을 내뿜었다.강한서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어르신이 말했다. "황 씨한테서 들었는데 자네 집에서 아이를 원한다더니만? 하긴 가질 때도 되었지. 우리 현진이는 나이가 어리니 아무 문제 없어. 근데 자네는 다르지 않나. 나이 30대에 매일 사무실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데다 운동도 안 하니 몸이 안 돼. 몸이 약하면 이제 아이를 낳아도 튼튼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해. 그러면 우리 현진이가 고생할까 봐 내가 특별히 위해 준비했어."어르신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이 닭은 내가 직접 잡은 산닭이야. 그리고 약재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데. 오래된 인삼에 복령, 백작, 익지인, 회산약, 당귀, 토사자, 회우 무릎, 음양곽… 아무튼 다 좋은 거야. 일주일에 두세 번만 마시면 아주 소처럼 튼실해질 것이니 애 둘도 낳을 수 있어."유현진은 놀라웠던 데로부터 나중에는 웃음이 터져 나와 도무지 참기 힘들었다.'증조할아버지 생각이 정상이지. 왜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여자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게다가 난 출산이 한창인 20대인데. 강한서는 30대 초반이 되었으니, 문제가 있어도 당연히 강한서에게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야?'강한서는 굳은 얼굴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필요 없어요!""에잇, 그러지 마." 유현진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증조할아버지 성의를 봐서라도 여보 몸보신 좀 해야지. 이제 30대인데 한밤중에 화장실 세 번씩 가잖아. 그러다 나이 들면 어떡하려고?"어르신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뭐? 한밤중에 세 번을 간다고?"강한서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생글거리는 유현진을 노려보았다. "그건 배탈 나서 그런 거예요. 나 아주 건강해요!"며칠 전에 증조할아버지가 끓인 해물탕을 먹고 장이 약한 강한서는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었다. 아마 해물이 잘 익지 않은 듯싶었다.유현진도 이 사실을 알지만 자기가 그동안 불임으로 낙인찍혔었던 것이 분
유현진은 흠칫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강한서의 목과 얼굴을 바라보던 유현진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유현진은 웃음을 참으며 놀려줬다. "좋은 거 맞네. 증조할아버지 말씀하시는 거 못 들었어? 한 그릇만 마셔도 쌩쌩해지고 두 그릇 마시면 소도 때려잡는다잖아."강한서는 땀을 흘리며 얼굴을 굳힌 채로 이불을 덮고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유현진은 강한서의 보기 힘든 모습에 이때다 싶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가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강 대표. 삼계탕 마시고 나니 어때? 드라마에서 말한 대로 막 온몸이 불에 타는 것 같고 그래? 당신 땀나는 것 좀 봐, 덥지? 내가 부채질 좀 해줘?"그녀는 고의로 강한서에게 더 바싹 다가가 작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부채질했다.유현진의 몸에서 바시워시의 향기가 상큼하게 풍겨왔다. 분명 자기 몸에서 나는 향과 같은 향인데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향은 강한서의 몸과 마음을 자극했다.강한서의 눈길은 그녀의 얼굴로부터 그녀의 입술, 그리고 쇄골로 향했다.투명하다시피 하얀 그녀의 피부는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붉게 피어올라 밤새 내려가지 않았다. 마치 강한서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표기처럼 말이다.강한서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이를 악물었다. "멀리 떨어져!""그건 안되지. 당신이 이렇게 괴로운데 내가 옆에 꼭 붙어있어야지. 아니면 나 위자료 어떻게 편히 받겠어?"강한서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이 가증스러운 표정 좀 봐, 내가 확신하는데. 속으로 아마 재밌어 죽겠지!'유현진은 확실히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걱정해 주는 척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몇 달 동안 이런 적 없었잖아. 삼계탕이 효력이 이렇게 강하다고? 당신 혹시 연기하는 거 아니야?"강한서는 그녀의 말에 열 받아 몸을 홱 뒤집으며 유현진에게 올라타서 그녀의 턱을 잡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지금도 연기하는 거 같아?"유현진은 몸이 굳어졌다. 얇은 잠옷을 입은 그녀는 강한서의 몸에 눌려 그의 단단한 곳을 느꼈다.'내가… 장난이 심했네.'유현진은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님의 칠순 잔치는 둘째 집에서 했으니, 이치대로라면 팔순 잔치는 우리 차례야. 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어머님의 뜻에 달렸으니 내일 말조심하고 눈치껏 행동해.""알겠어요."신미정은 몇 마디 말을 더 한 뒤에 전화를 끊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한서에게 물었다. "눈치껏 행동하라는 건 무슨 뜻이지? 어머님께서 할머니 팔순 잔치 준비하시겠다는 뜻인가?"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할머니 생신 잔치를 주최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난 싫어." 유현진은 이불을 덮으며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신 잔치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써야잖아. 주인공 컨디션도 생각해야지 손님들 기분도 체크해야지. 그렇다고 다들 잘했다 칭찬해 줄 것도 아니고. 고생을 사서 하는 거잖아?"강한서도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할머니 칠순 잔치 때 들어온 축의금과 선물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돈 얘기가 나오니 유현진은 강한서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얼마나 들어왔는데?""열한자리 수, 너랑 결혼하는 데 쓴 돈보다 더 많아."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많으면 많았지, 왜 하필 그 말을 꺼내서는. 내가 싸구려라는 거야, 뭐야?'강한서가 계속 말했다. "생신 잔치를 차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돈도 정력도 많이 들어가. 할머니도 잘 알고 계시니 매번 잔치를 열고 나면 손님들의 선물은 한두 가지만 고르고 나머지는 다 주최자에게 넘겼어. 삼촌네 서교에 별장 사셨잖아. 그거 할머니 칠순 잔치 끝나고 사신 거야."유현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쩐지 어머니께서 연락까지 주시며 당부한다고 했어. 생신 잔치를 열어드리고 별장을 얻었으니, 누구라도 이 기회를 잡으려 할 거 아니야?'"저번에 둘째 삼촌네 하셨으니, 이번에는 당신 어머니 차례지?""그건 모르지."강한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환갑잔치는 엄마가 차렸지만, 할머니의 칠순 잔치는 둘째 삼촌 댁에서 차렸어."그 말인즉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