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5화

작가: 조십일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님의 칠순 잔치는 둘째 집에서 했으니, 이치대로라면 팔순 잔치는 우리 차례야. 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어머님의 뜻에 달렸으니 내일 말조심하고 눈치껏 행동해."

"알겠어요."

신미정은 몇 마디 말을 더 한 뒤에 전화를 끊었다.

유현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한서에게 물었다. "눈치껏 행동하라는 건 무슨 뜻이지? 어머님께서 할머니 팔순 잔치 준비하시겠다는 뜻인가?"

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할머니 생신 잔치를 주최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난 싫어." 유현진은 이불을 덮으며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신 잔치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써야잖아. 주인공 컨디션도 생각해야지 손님들 기분도 체크해야지. 그렇다고 다들 잘했다 칭찬해 줄 것도 아니고. 고생을 사서 하는 거잖아?"

강한서도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할머니 칠순 잔치 때 들어온 축의금과 선물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돈 얘기가 나오니 유현진은 강한서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얼마나 들어왔는데?"

"열한자리 수, 너랑 결혼하는 데 쓴 돈보다 더 많아."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많으면 많았지, 왜 하필 그 말을 꺼내서는. 내가 싸구려라는 거야, 뭐야?'

강한서가 계속 말했다. "생신 잔치를 차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돈도 정력도 많이 들어가. 할머니도 잘 알고 계시니 매번 잔치를 열고 나면 손님들의 선물은 한두 가지만 고르고 나머지는 다 주최자에게 넘겼어. 삼촌네 서교에 별장 사셨잖아. 그거 할머니 칠순 잔치 끝나고 사신 거야."

유현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쩐지 어머니께서 연락까지 주시며 당부한다고 했어. 생신 잔치를 열어드리고 별장을 얻었으니, 누구라도 이 기회를 잡으려 할 거 아니야?'

"저번에 둘째 삼촌네 하셨으니, 이번에는 당신 어머니 차례지?"

"그건 모르지."

강한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환갑잔치는 엄마가 차렸지만, 할머니의 칠순 잔치는 둘째 삼촌 댁에서 차렸어."

그 말인즉슨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16화

    강한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회사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었습니다."신미정은 강한서를 흘겨봤다."현우의 말로는 네가 진작에 회사를 떠났다고 하던데?""걔랑 같은 층에서 일하는것도 아닌데 제가 언제 회사를 떠났는지를 어떻게 알죠?"신미정은 이에 말문이 막혀 화가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불쾌한 어조로"들어와, 너네 둘이 마지막이야."그들이 들어왔을땐 거실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강 할머니는 비록 올해에 일흔아홉번째 생신이셨지만 한주시에는 아홉수를 크게 치르는 풍습이 있었기에 여든잔치를 여는것과 비슷했다.강씨 가문은 이에 대해 엄청난 신경을 기울였다, 외국에 있어서 돌아오지 못하는 고모를 제외하면 집안의 큰 어르신들은 진작 모두 자리에 참석했다.강 할머니께서 상석에 앉으셨고, 왼쪽엔 신미정 강민서 모녀가 앉았고 오른쪽엔 둘째 삼촌 강단해와 둘째 작은 어머니 송민희가 있었으며 강현우는 할머니 반대편 소파에 앉아있었다. 회사에서 생긴 유쾌한 일들을 들려드리는것 같았다."너무 짖궂은거 아니니? 물에 후추를 타는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한거니?""그때는 고작 관리인따위가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걸 참을수 없었어요, 그래서 골탕먹일려고 물에 이상한 짓을 해놓았죠. 근데 그 물도 버리기 아까워할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물론 화장실청소를 한주일동안 더 했지만요."강현우는 한숨을 쉬었다."그래도 마지막까지 견디려고 생각했죠, 다 똑같은 사람이고 남도 하는데 내가 못할리 없잖아요."이에 할머니는"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구나."송민희는 웃으며 말했다."현우가 이번에 출장을 가면서 진짜로 철이 들었어요. 처음엔 거기서 맨날마다 돌아가게 해달라고 전화가 왔었어요, 시간이 지나더니 그 횟수는 점차 줄어들더니 거기에 적응하더니 그 후의 전화엔 돌아오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오늘 배웠던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게 아니겠어요? 돌아올때 그 곳의 동료들도 아쉬워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 그곳의 특산물도 몇 박스나 보내줬고요. 몇개월동안 몰라보게 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17화

    신미정의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물었다."무슨 뜻이지?"이 말이 그녀의 아픈곳을 찌른게 분명했다.강한서가 얼마나 우수하든 결국엔 그녀의 뜻을 따르지 않고 벼락부자의 딸을 데려왔었으니.송민희는 이에 웃으면서"별 뜻 없어요, 그냥 한번 비유해본거예요, 아내를 찾을땐 현명한 사람을 골라라. 비록 현진이가 다른 방면에선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사람이 엄청 현명하고 눈치가 빠르잖아요? 어머님 말고 저도 보고만 있으면 웃음이 나는걸요."유현진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유현진은 이 싸움에 휘말리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신미정과 송민희는 모두 다 그녀로썬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였다, 이것은 그녀가 갓 시집왔을때부터 알고있었다.구체적인 원인이라하면 두 집안간의 상속권 전쟁이라고 할수 있겠다.한성 그룹은 강단한이 손수 일으켜세웠던 회사였고 만약 일찍이 세상을 떠나지만 않았더라면 한성 그룹은 틀림없이 장남한테로 돌아갈게 뻔했다.하지만 강단한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들 딸 모두 나이가 어렸었기에 한성 그룹은 한동안 강단해의 경영하에 있었다. 신미정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혼자였기에 비록 강씨 가문에서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었다 해도 회사에 대해서는 경영권이 없었기에 남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수밖에 없었다.강한서가 성인이 되기전 다른사람들로부터 사모님이라 불리던 사람도 송민희뿐이였다. 강단해가 회사를 더욱더 크게 만드는 동안 송민희의 지위도 점차 높아져만갔다.게다가 그녀의 본가도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집안이였기에 사교계에서는 그야말로 절대자였다, 그 당시 누가 신미정을 거들떠나 봤을까?사교계안의 룰은 간단했다, 누구의 집안이 더 대단한가였다.신미정은 남편을 보내고 그녀의 본가도 한주시에선 유명하지 않았기에 강씨 가문의 맏 며느리라는 칭호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신미정처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평소에 송민희한테 눌리우고 살았으니 얼마나 분했을까?회사에서 강한서의 지위가 높아지고 강단해와 서로 경쟁이 가능한 권력을 가지고 나서야 그나마 그녀는 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18화

    "나이도 젊은데 친구 몇명정도 더 아는것도 나쁘지 않죠."유현진은 숨을 말뜻을 모르는듯 고개를 돌려 강현우한테 말을 걸었다."도련님, 혹시 여자친구를 사귈 마음이 있으시면 형수한테 말해주세요, 제가 소개시켜드릴게요."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다."그럼 이제 형수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송민희는 불쾌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흘겨보았다. 예의를 차리는 말을 잘못 알아들은거에서 신미정이 왜서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신분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고.유현진은 당연히 바보가 아니였다, 그냥 둘째 작은 어머니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신미정과 송민희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그녀는 송민희가 자신을 끌어들이지만 않으면 됐었다."어렵게 모였는데 입 그만 놀리고 다들 자리 찾아서 앉게나."할머니께서 입을 열자 다들 조용해지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강한서가 앉기를 기다리고 할머니는 그의 이마의 푸른 상처를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이마의 상처는 뭐니?"유현진은 심장이 내려앉는듯 했다, 강한서의 이마의 상처는 몇일전 유람선우에서 폭풍우때문에 그녀와 부딪혔을때 생긴 상처였다.비록 상처가 유람선에서는 지금보다 더 심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많이 옅어진 상태였다.하지만 할머니께서 손자를 엄청 사랑하기에 한 눈에 이상함을 발견했다.강한서는 사건의 범인을 한번 바라보고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잘때 떨어졌어요.""그래도 너무 조심성이 없어, 내 방에 약이 있으니 좀 이따가 현진이보고 치료해달라고 해."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이 상처는 이마에 난거라 자기 손으로 충분히 할수 있는데 굳이 내가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손이 없는것도 아니고.)당연하게도 이건 속으로 말한거였다, 저번에 피임약 일로 할머니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었는데 어찌 감히 말대답을 할수 있겠을까, 얌전하게 말을 들을수밖에 없었다.강한서에게 물은후 할머니는 차례차례 다른 사람들의 근황을 묻기 시작했다.비록 그녀는 년세가 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19화

    은영선생님은 지금 시대의 국악의 대가로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고 그의 대표곡은 "백화정" 이였다.유현진도 이 사람을 아주 잘 알고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어머니 하현주가 은영의 광팬이였었고 집안에 은영선생님의 앨범이 잔뜩 보관되여있었다.게다가 그녀는 어릴때 하현주를 따라서 몇번이나 콘서트장에 간적이 있었다, 콘서트장에 울려퍼지는 그의 곡조는 과연 최고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였다.은영선생님은 그녀가 성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그녀는 은영선생님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목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성우의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녀도 자신의 목소리로 남한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은영선생님께서 나이가 50이 되던 해에 은퇴를 선언하고 이후부터 교육사업에 매진할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때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은영선생님은 한번도 무대에 선적이 없었다. 이 기간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에게 초청을 보냈었지만 하나도 예외없이 모두 다 거절을 당했다.(송민희가 그 사람의 제자를 안다 한들 무슨 방법이 있어? 당시에 은영선생님의 가족들과도 친한 사람도 결국엔 실패했잖아.)송민희는 아마도 직접 가보진 않은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주 자신 있는 목소리로"비록 은퇴하셨지만 친구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시진 않겠지요? 원래 제가 바로 친구를 찾아가서 초청하려고 했는데 아직 형수님이랑 상의해보진 않았고 또 형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아직까지 미뤘어요."송민희는 숨을 고른후 말을 계속해 이어갔다."듣기론 형수님께서 최근에 미용원에 투자를 하셨다고, 방금 개업해서 신경써야 될 일이 많으시죠? 형수님 번거로울까봐 어머님 팔순잔치는 제가 맡을게요.신미정은 그녀를 흘겨보며"동서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 팔순잔치보다 더 중요한게 어디 있겠어? 그 미용원은 그냥 심심풀이로 투자 조금 한 것 뿐이야, 대주주도 아니고, 그냥 연말에 보너스 타가는 정도지. 그래서 평일엔 한가해. 그리고 팔순잔치는 당연히 맏며느리가 도맡아 해야지 않겠어? 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20화

    강민서도 동참하며 한마디 거들었다."할머니, 제 오빠 생일준비도 제대로 못하는데, 팔순잔치라는 큰 일을 해낼수 있을까요? 무조건 망신을 당할거예요."강한서의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어른들이 말하시는데 어딜 감히 끼어들어? 예절 못 배웠어?"이에 강민서는 입을 다물고는 말 없이 유현진을 째려봤다.유현진은 감히 찍소리도 낼수 없었다.이건 그녀한테 청천벽력같은 일이였고 결코 좋은 일이 아니였다.지혜로운 할머니는 분명 둘중에 한 명을 선택한다면 다른 한쪽에게 원한을 살 수 있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그래서 이 뜨거운 감자는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너희들도 다 젊었을 때가 있었잖니? 젊은 사람은 많이 경험해 봐야해, 누구나 태여날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어. 현진아, 네 생각은 어떻니?"할머니는 유현진을 바라봤다.비록 할머니는 의사를 물어보는듯이 질문을 건넸지만 그 눈빛은 마치"감히 안 한다고 말 할수 있을까?"라고 말하는것 같았다.유현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서 반나절이 지나서야 대답했다."할머니, 저는 제가 실수라도 할까봐 두려워요.""젊은 사람은 실패하는걸 두려워해선 안된단다, 계속되는 실패속에서 교훈을 얻는거야. 할 줄 모르면 옆에서 배우고 모르는게 있으면 너의 시어머니랑 작은 어머니한테 물어보거라, 모두 흔쾌히 알려줄거다."송민희는 할머니의 태도에서 이번 팔순잔치에서 그녀의 역할은 없다는걸 보아냈다.그녀는 신미정을 흘겨보았다. 상대방의 안색은 그녀보다 더욱 안 좋았다.그녀는 이를 보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가 못 한걸 신미정도 못했으니, 심지어 맏며느리에게 유현진에게 맡길 정도면 할머니의 맘속에서는 그녀가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그리고 이 일이 유현진에게 돌아간 이상, 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신미정이 알아서 그녀를 방해할것이라고 생각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송민희는 입을 열었다."이렇게 까지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어쩔 도리가 있나요? 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21화

    송민희는 신미정이 반나절동안 말을 하지 않는걸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형수님, 왜 아무말도 하지 않으세요? 혹시 이 처사에 대해서 맘에 들지 않으시는건 아니죠? 현진이가 준비하는거랑 형수님께서 준비하는게 뭐가 다릅니까, 모두 큰집에서 하는건데. 준비 잘하면 모두한테 좋을거예요."이와 같이 만약 준비를 잘 못한다면 큰집 모두의 체면을 잃게 될게 뻔했다.신미정은 마음속의 울분을 억누르고 태연하게 송민희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어머니가 현진이한테 시킨것에 대해선 아무런 의견도 없어, 그냥 걱정이 들 뿐이야."말을 마치고 유현진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현진아, 끝난후에 집에 잠깐 들르거라, 내가 전체 순서를 한 번 알려주마, 모르는게 있으면 맘껏 물어봐도 된단다, 돈 아끼지 말고 되도록 완벽하게 준비해야 돼."유현진은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어머니."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할머니는 아주 기뻐보였다. 공적인 대화가 끝나고 할머니는 배가 고프다고 일찍 식사를 하자고 했다.강씨 가문의 규칙을 비록 많진 않지만 모두가 할 일이 명확히 정해져 있었다.예를 들면 할머니께서 공적인 일에 대해서 말할때 강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말을 끼어들어선 안되고 사적인 일을 말할땐 남자들이 말해선 안 되였다. 마치 방금 팔순잔치에 대해서 토론할때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서와 둘째 삼촌은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지 않았다.밥상위에서 할머니가 회사에 대한 일들을 묻자 둘째 삼촌과 강한서가 주로 이에 대답했고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이 말들을 듣고 있었다.식사가 끝나고 모두들 거실에서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유현진은 식사가 끝나고 주방정리를 도우고 있었다.진씨 아주머니는 눈치가 빨랐기에 낮은 목소리로 유현진에게 말을 걸었다."사모님, 이런건 제가 할테니 거실에서 모두와 함께 티타임을 즐기시는게 어떤가요?""괜찮아요, 방금 먹은걸 소화시킬겸 하고 있는거예요."그녀가 신미정이 바라는걸 빼앗았기에 만약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22화

    주얼리 전시회에서 주제넘게 나섰고, 그녀의 사람을 짤랐고, 그리고 전화통화에서 아주 건방지게 말했었던 일로 하여금 두사람의 관계는 표면상의 평온함만 간간히 유지하고 있었다.그녀가 만약 잔치준비를 신미정한테 넘긴다 하더라도 신미정은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게 뻔했다.어쨌든 미움을 살 만큼 샀으니 기회가 손에 들어온 이상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잔치준비에 대한 사례금이라던가.(10년전에 사례금이 아홉자리수나 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보단 적지 않겠지?)유현진은 과일접시를 들고 주방에서 나오는 도중에 강현우와 맞닥뜨렸다.강현우는 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아직 불붙지 않은 담배가 떨어졌고 눈을 조용히 감고있었다.유현진은 그를 발견하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고개를 돌리고는 거실로 향했다.강현우는 담배를 귀에 걸고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접시위의 딸기를 손에 쥐였다."형수님, 오래간만에 뵙는데, 어째서 이렇게 매정하신가요?"유현진은 차갑게 바라보며"비켜."라고 외마디를 뱉었다.강현우는 그녀 손안의 과일접시를 힐끔 보고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손가락으로 유현진의 손끝을 스치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차가운데 제가 들어드리죠."유현진은 그의 터치를 피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강현우, 역시 사람성격은 안 변한다더니, 밖에서 충분히 놀만큼 놀지 않았어? 이젠 나한테 까지 손을 대? 미쳤어?"강현우는 입술을 만지며 말을 계속해 이어나갔다."형수님, 그게 아니죠. 처음부터 저를 꼬신건 형수님이 아니십니까? 결혼첫날밤도 저랑 함께 하셨으면서 너무 매정한거 아닌가요?"유현진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를 노려봤다."강현우, 그 말을 어디 한번 강한서 앞에서 지껄이지그래? 그 사람이 널 어떻게 대할까?"강현우는 이에 아무렇지도 않은듯"말하라면 말하죠, 이 일에 대해선 제가 피해잔데요?"유현진은 갑자기"여보 다 들었죠?"강현우는 이를 듣고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등에선 식은 땀이 나고 있었다.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23화

    계단을 오르고 있을때에서야 강한서는 방금 일에 대해 물어보고있었다.그는 강현우와 유현진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몰랐다.할머니와 둘째 삼촌은 공적인 일로 대화하러 서재에 들어갔고 송민희는 팔순잔치의 일로 아직까지도 불만을 토로했고 신미정도 이에 대해서 결코 가만히 있지 않고 있었다. 강한서는 옆에서 들어주기 귀찮아서 구실을 찾아서 거실에서 빠져나와 유현진한테 갔었다.도착하자마자 강현우가 유현진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진 몰랐지만 유현진은 인상을 쓰고 있었고 표정도 아주 좋치 못했다.저번에 회사에서의 상황과 똑같았다.유현진은 강현우에 대한 혐오감을 하나도 감추지 않았다."별 거 아니야, 그냥 농담 몇마디 주고받았어."유현진은 몇마디로 얼버무리며 넘어가려 하였다.사실 이 일에 대해선 그녀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잘 몰랐다, 이 일을 자세히 말하기 시작한다면 강민서와 신미정도 서로 연관되여 있다는걸 알수있기 때문이였다.당시 결혼식장에서 강한서가 그녀를 내버려두고 떠난후에 그녀가 술대접을 하는 도중 비록 신학의 도움으로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그래도 많은 술을 마신 상태였다.집에 돌아가고 있을땐 이미 휘청거리고 있었다.강민서와 집안의 가정부가 그녀를 도와서 방안에 데려다 주었다.당시 그녀는 스무살 남짓이였기에 신혼 첫날밤에 그녀를 내팽겨치고 다른 여자와 함께 떠났다는 사실에 대해서 속상하고 억울한 감정을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수 없었다.방안에 돌아오자 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서 눈물을 훔쳤다.시간이 지나고 우는것에 지친 그녀는 정신이 희미한 채로 잠에 들었다.잠결에 누군가가 그녀의 위에 올라타서 그녀를 만지고 있었고 그 힘이 너무도 쎄서 아파서 깨났다.방안은 어두컴컴했고 술도 적잖히 마셨었고 눈 앞에 광경이 뚜렷하게 보이지않았기에 강한서로 착각했었다.오늘 하루의 억울함이 물밀듯 몰려와서 그녀는 상대방의 어깨를 안고 낮은 소리로 그를 원망했다.상대방은 그녀의 턱을 잡고 낮은 숨소리를 내며"얼굴만 예쁘게 생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3화

    송가람의 목소리가 비통함에 잠기기 시작했다. “엄마, 설마 아빠 아직도 나한테 화 난 거야?”송가람이 이윤하에게 맞아 입원했을 당시 송병천은 매일 같이 병원에 왔었다. 하지만 송가람을 마주한 송병천은 어린 시절 한없이 다정다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색함과 냉담함만이 더해졌다. 신미정에게 속은 건 결국 송가람이 아직도 강한서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송병천이 그런 송가람의 마음을 눈치 채고 이미 한 번의 주의를 주었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니 송병천은 그녀에게 철저히 실망했을 것이다. 강한서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송가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모든 잘못은 한현진이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20여년이 지난 일인데, 왜 그대로 흘려버리지 않은 걸까? 왜 굳이 돌아와 그녀의 아빠와 오빠를 빼앗으려 하는 걸까?한현진이 없던 송가람의 네 식구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가족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이라는 존재가 나타남으로 인해 부모님은 전처럼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빠의 마음은 완전히 친동생에게 기울었다. 아빠는 더 이상 전처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엄마는 그저 지분과 재산 생각으로 가득 차 전보다 더 계산적으로 굴었다. 그 혈연관계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현진이 등장한 후 그녀의 가족을 갈라놓았다. 송가람은 반항이라도 하듯 강한서를 좋아하면서도 송병천과 송민준이 전처럼 예뻐해 주길 발랐다. 서해금이 시선을 올려 송가람을 바라보았다. “네가 한현진에게서 강한서를 빼앗으려고 결정했을 때부터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네 아빠가 마음을 대해 널 20여년 간 키워주고 진심으로 예뻐한 건 사실이지만 한현진은 친딸이야. 게다가 간절히 바랐었지만 결국 잃어버렸던 아이야. 그런 애가 유씨 가문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며 살아왔어. 네 아빠가 조금만 조사하면 한현진이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금방 알 수 있어. 그럼 네 아빠가 모든 걸 걸고 한현진에게 보상해주려고 하지 않겠어?”“피로연에서 그저 조금 떠봤을 뿐인데 네 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2화

    서해금 사무실. “내가 널 어쩌면 좋겠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널 지켜보고 있는데 고작 은서하가 한현진 옷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너스를 삭감해?”밖에선 꾹 참고 있던 서해금은 사무실에 도착하자 더는 화를 감추지 못했다. 송가람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엄마. 은서하는 재무팀 직원이야. 감히 내 앞에서 한현진의 선물을 받았어. 그건 엄마에게 창피를 주는 것과 다를 거 없잖아.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다른 직원들도 은서하와 똑같이 했을 거야. 난 그저 엄마 대신 주의를 준 것뿐이야.”“주의?”서해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고작 옷 한 벌로 주의? 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애야? 은서하가 한현진 옷 선물을 받았을 때, 왜 그 이유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 은서하는 가족 병원비 때문에 충분히 힘들게 살고 있어. 만약 이런 타이밍에 네가 은서하를 도와줬다면 걔가 그 은혜를 평생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네가 얼마나 아량이 넓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거야.”“하지만 네가 한 짓을 봐! 보너스를 삭감으로 은서하 상황만 더 안 좋게 했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네 곁에 있던 멍청이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어. 그런 식으로 은서하를 조롱하면 네가 뭐라도 돼 보일 것 같아? 멍청한 것! 네가 그럴수록 사람들은 네가 속이 좁다고 생각할 뿐이야. 고작 그런 일로 복수나 하는 아량이라고는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겠지. 누가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을 것 같아?”멍해졌던 송가람은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고집스레 말했다. “그땐... 그땐 그런 건 생각도 안 했어. 그렇게 멍청하게 한 번도 인사팀에 묻지 않을 줄은 몰랐지. 그리고 내가 걔 집안 사정을 어떻게 알아...”변명을 늘어놓던 송가람은 조금 전 한현진이 대신 나서줬음에도 끝내 한현진 편에 서지 않던 은서하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자신 있게 말했다. “엄마, 조금 전 한현진이 도와주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 봤잖아. 엄마는 어떻게 은서하가 배은망덕한 머리 검은 짐승이 아닐 거라 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1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부업으로 회사 청소를 하시면서 실수가 있으셨고 그걸 바로 저에게 보고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덜미를 잡혔어요. 만약 오늘 세은이가 오일 제조에 실패했다면 기사님이 얼마나 큰 책임을 떠안아야 했는지 알고는 계세요?”“마지막 이유는, 제 사무실 앞에 꿇어앉아 용서를 구하지는 않았어야 하셨어요. 무릎을 꿇는 이유가 사과든 반성이든,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어서든 그건 제가 싫어하는 방식이거든요.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자존심도 전부 내려놓는 행위이니까요. 부모님과 은인 앞이 아닌 이상,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고용관계잖아요. 게다가 기사님은 저보다 한참 연장자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기사님이 무릎을 꿇고 사죄를 바라는 행동을 전 용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주혁은 차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도 조금씩 하얗게 질려갔다. 한현진의 논리정연한 말에 주혁은 반박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창백해진 얼굴로 겨우 죄송하다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입술을 짓이기며 말이 없던 한현진은 잠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선택해요. 월급은 제가 최대한 인사팀과 협의해 볼게요.”한참을 잠자코 있던 주혁이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제가 다시 대표님 운전기사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한현진은 이번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현진은 진심으로 주혁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가 부업을 하려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틈만 나면 사고를 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등에 칼을 꽂을지도 몰랐다. 한현진에게는 다른 사람을 동정할 여유가 없었다. 면접을 봤던 그날 주혁이 구해준 은혜는 다른 방식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다. 무릎을 꿇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현진은 그런 이유로 더 참아줄 생각이 없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0화

    꿇어앉은 주혁은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가뜩이나 앙상한 몸이 유난히 허약해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그의 눈이 반짝이며 생기가 감돌았다. 무릎을 꿇은 채 한현진 앞으로 다가간 주혁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벌해 주세요.”한현진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조금 굳은 표정을 한 그녀는 곧바로 주혁을 일으키는 대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님, 일어나세요.”주혁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왔고 목소리도 조금 갈라졌다. “대표님, 제가 이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도 절 감싸주시고 정말 대표님을 볼 낯이 없어요. 벌해 주세요. 어떤 벌이든 받을게요.”두 눈을 꼭 감은 한현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어나라고 말씀 드렸어요. 다른 사람들 웃음거리나 되라고 제 사무실 앞에 무릎 꿇고 계신 거예요?”주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전 그게 아니라...”“그게 아니면 일어나요!”한현진은 연장자인 주혁에게 말 할 때도 늘 예의를 다했었다. 심지어 조금 전 오일 저장실에서도 최대한 그를 감싸주려 했었다. 그랬기에 주혁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한현진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손가락을 문지르던 주혁은 문득 자신이 없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던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다들 안 바빠요?”화를 내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박력 있는 목소리였다. 그 카리스마는 전혀 서해금 못지않았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현진의 말에 곧 흩어졌다. 주혁을 쳐다보던 한현진이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 “들어와요.”깊은 숨을 들이쉰 주혁이 입술을 꾹 오므리며 한현진의 뒤를 따랐다. 조용히 사무실 책상으로 걸어간 한현진이 의자에 앉았다. 주혁은 그 순간 미세하게 나온 한현진의 아랫배를 보고는 당황했다. 다시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한현진이 의자를 책상 쪽으로 끈 덕에 책상에 시야가 막혔다. 시선을 올린 한현진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주혁이 긴장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서 있으면 돼요.”그러자 한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9화

    돈 얘기에 한현진이 잔뜩 신난 말투로 말했다. “그 돈은 내기에서 이겨서 받은 거야. 그 중 2천만 원 정도는 송가람이 베팅한 거야. 송가람 돈을 땄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잖아. 딴 돈을 혼자 가질 수는 없으니까 너에게 절반 줄게.”“감사합니다, 사모님.”강한서가 씩 미소 짓더니 거래 기록을 캡처해 저장하고는 돈을 다시 한현진에게 송금했다. “네가 일단 관리해줘. 나중에 필요하면 너에게 다시 얘기할게.”“그럼 내가 다 써버릴 거야.”강한서가 입꼬리를 예쁘게 올렸다. “그럼 너로 배상해줘.”한현진이 멈칫했다. “강한서. 그런 오글거리는 말은 하지 마.”“...”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민경하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민경하를 째려보았다. 한현진이 말했다. “거 봐. 민 실장님도 그 말은 느끼하다고 생각하잖아.”민경하가 곧바로 해명하듯 말했다. “아뇨. 전 대표님께서 저런 말씀하시는 거 보기 좋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이 하신 말씀은 전부 진심이세요.”한현진이 말했다. “알아요. 절 보면서 말하는 건 괜찮아요. 얼굴을 보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얼굴을 못 보는 상황에 저런 말을 들으면 신고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니까요. 괜히 희롱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민경하는 이번엔 그만 폭소를 터뜨렸다. 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재밌어요? 민 실장이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지금부터 웃으면서 운전해요.”“민 실장님 괴롭히지 마.”한현진이 당당하게 말했다. ‘사모님 라인을 탄 보람이 있네. 역시 사모님은 본인 사람은 끔찍하게 아낀다니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민경하의 귓가로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이따 민 실장님이 데이트하러 가서 강민서에게 이르면 네 동생은 돌아와 너한테 복수할 거야.”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줄을 잘못 선 것 같아.’강민서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민경하를 쳐다보며 한현진에게 물었다. “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8화

    놀란 은서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성 비서님, 전 괜찮아...”“받아요!”성월이 차가운 말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받아요. 이건 서 대표님 마음이에요. 대표님의 호의를 거절하지 말아요.”은서하의 눈초리가 파르르 진동했다. 떨리는 손으로 돈다발을 받은 은서하가 허리를 숙였다.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인사 전해주세요.”성월이 멸시가 담긴 눈빛으로 은서하를 쳐다보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성월이 말했다. “한 대표님이 서하 씨를 대신해 나서신 건 서하 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고마운 건 고맙다고 인사 드려요. 한 대표님 실망하게 하지 말고.”‘내가 한 대표님과 사이가 멀어지는 건 원치 않는 거네...’고개를 푹 숙인 은서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당시 돈이 급한 저에게 일자리를 주신 건 서 대표님이셨어요. 성 비서님, 벼랑 앞에 서 있는 저에게 손 내밀어 주신 은혜는 그 어떤 도움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성월은 의외라는 듯 은서하를 쳐다보더니 곧이어 말했다. “알면 됐어요. 돈 받아요. 들키지 말고.”재킷을 벗은 은서하는 돈다발을 옷 속에 넣었다.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던 성월은 은서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자리를 벗어났다. 잔뜩 긴장되어 있던 은서하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편안해졌다. 아무리 한현진이 지지해 준다고 해도 서해금에게 밉보일 수는 없었다. 아직 이곳에 남아 있어야 했다. 아직 알아내지 못한 일이 있었다...한현진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뒤이어 따라온 주혁이 노크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였기에 한현진은 주혁을 들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 주혁이 들어온다면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혁은 한현진보다 20살이나 더 많은 연장자였다. 한참 어른인 그를 도무지 혼낼 수가 없었다. ‘돈이 부족해 회사 청소 일을 하고 싶다고 왜 얘기를 하지 않는 거야. 만약 오늘 이 일이 아니었다면 대체 언제까지 숨기려던 거냐고.’한현진이 주혁을 고용한 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7화

    “넘버 S 오일이 저장되어 있던 곳은 잠겨 있었어요. 잠금장치가 있었으니 기사님은 오일을 건드릴 수 없었어야 해요. 하지만 기사님이 오일을 꺼낼 수 있었다는 건 그 당시엔 잠겨있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게다가 기사님은 저장실의 규정에 관해선 전혀 모르고 계세요. 책임자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 업무 중 실수로 오일을 깨뜨린 건 고의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러니 이 일에 관한 책임을 논한다면 두 사람이 똑같이 감당해야 해요.”“하지만 주세은 씨가 넘버 S 오일의 제조에 성공했고 이 일은 사실상 저희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진 않았어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퇴사 처리는 너무 심한 처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오늘 내린 이 징계를 전례로 따른다면 업무 중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해고 당하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숨겨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 상황을 피면할 수 있을 거예요. 처벌이라는 건 실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수단이잖아요.”서해금이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송가람이 냉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예쁘게 포장하건 기사님을 감싸주려고 그러는 거죠?”한현진이 쿨하게 인정했다. “내 사람은 당연히 내가 감싸야죠. 송 팀장님도 홍혜림 씨에게 실수를 하셨지만 그저 감봉을 조금 당한게 전부였잖아요.”그 말은 송가람뿐만 아니라 서해금을 저격하는 것이기도 했다. 주혁이 해고를 당할 땐 당하더라도 한현진은 부하 직원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줄곧 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3개월 감봉, 보너스 삭감. 이 정도면 되겠니?”조금 더 말다툼을 해야 할 것이라는 한현진의 예상과는 달리 서해금은 빠른 결정을 내렸다. 서해금을 힐끗 훑어보던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말씀대로 하죠.”송가람이 불퉁하게 말했다. “이 처벌은 너무 가볍잖아요.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고도 고작 이정도 처벌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다른 직원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한현진이 송가람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6화

    멈칫하던 한현진이 홱 고개를 돌렸다. 입을 연 사람은 다름이 아닌 한현진의 운전기사인 주혁이었다. 안색이 어두워진 한현진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주혁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져 있었다. 깡마르고 잔뜩 움츠러든 그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가 입술을 달싹여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표님, 오일은 제가 깨뜨린 거예요. 오늘 안에서 청소를 하다 그만 실수로 떨어뜨렸어요. 이곳엔 값비싼 물건들만 저장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무서워... 무서워서 말씀을 못 드렸어요.”말하며 그는 한현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죄했다. “죄송해요.”미간을 찌푸린 한현진이 낮게 깔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회사엔 청소 도우미를 따로 고용하고 있는데 왜 기사님이 청소하신 거예요?”주혁이 고개를 숙이고 차마 한현진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제가 신청했어요. 시급으로 150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아들에게 인공 달팽이관이라도 해주려고...”주혁이 청소를 하게 된 이유를 들은 한현진은 화조차도 낼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송가람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녀는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한 대표님이 고르고 고른 사람이 고작 이 정도였어요? 넘버 S 오일을 얼마나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실수로 깨뜨려요? 오일을 깨뜨리고 무서워서 감히 인정을 못 한 게 아니라 어쩌면 애초부터 손버릇이 나쁜 사람인 걸지도 몰라요. 청소를 핑계로 훔치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깨뜨린 거죠.”당황하던 주혁이 창백해진 얼굴로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충격을 받은 듯한 그의 눈빛엔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소매에 감춰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주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전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그저 먼지를 닦으려고 오일병을 꺼낸 거였어요. 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5화

    송민준은 매주 서너 번씩 주승관을 찾아왔다. 말도 많고 멍청한 데다 시끄럽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매번 재미없는 얘기만 늘어놓다 마지막은 꼭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내 동생도 이렇게 컸으면 세은이만큼 귀여웠을 거예요.”그 후 여동생이 아파서 송민준은 두 달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주승관은 주세은과 함께 송민준을 만나러 갔고 그곳에서 그의 여동생인 송가람을 만났다. 송민준의 말과 달리 주세은은 그의 여동생이 귀엽기는커녕 오히려 멍청하다고 느꼈다. 송민준과 비슷한 구석이 조금도 없었다. 주세은과 주승관을 배웅하며 송민준은 주세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장난스레 말했다. “양심도 없는 꼬맹아. 의사에겐 오빠라고 하면서 우리 알고 지낸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왜 오빠라고 안 불러?”주세은이 대답했다. “멍청하니까요.”그 말에 송민주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마치 못 들을 충격적인 말을 듣기라도 한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세은은 자신이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멍청한 거 맞잖아. 6개월 동안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 하나 따지 못하다니. 대체 뭘 배운 거야.’주세은의 말에 자극을 받은 송민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내가 너보다 똑똑하다는 걸 증명하면 날 오빠라고 부를 거야?”주세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저 인간이 어떻게 나보다 똑똑하겠어? 아빠가 가르쳐준 건 이젠 나도 거꾸로 외울 수 있는 수준인데도 아직 기억하지 못하잖아.’송민준이 말했다. “그럼 내가 문제 낼게. 네가 정답을 맞힐 수 있으면 난 네가 나보다 똑똑하다는 걸 인정할게. 하지만 만약 네가 틀리면 앞으론 날 볼 때마다 얌전히 오빠라고 불러.”주세은이 송민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송민준이 말했다. “내 머리카락이 얼마나 있을까?”“...”“모르겠어?”빨갛게 얼굴을 붉히던 주세은이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얼마나 있는데요?”송민준이 씩 눈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내 머리에 붙어 있는 만큼.”“...”자신에게 농락당해 얼굴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