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011 - Chapt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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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1화

카톡을 한번 훑어보던 강한서는 한현진을 째려보며 말했다.“난 누구한테 이렇게 길게 문자를 보냈던 적이 없어. 들통날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한현진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한성우라면 의심하겠지만 송가람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네가 지금 시 한 편을 써서 보낸다 해도 자기 노력이 빛을 본 거라고 생각할 뿐이야.”강한서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한현진을 쳐다봤다.한현진은 말을 이어 나갔다.“강한서, 너한테 물어볼게. 내가 만약 영화제에 참석해서 너한테 데려다 달라고 한다면 그건 왜일까?”강한서는 눈을 흘겨 뜨며 느릿느릿 대답했다.“나한테 너의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니면 희열의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 아니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땡! 틀렸어. 왜냐하면, 네 차는 공짜니까.”강한서는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한현진은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다.“연애에 빠진 사람은 이성을 잃기 마련이지. 너 자신을 봐봐.”강한서...강한서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한현진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연결이 안 되던 송가람이 카톡을 보내왔다.[오빠, 우리 엄마가 원래 이것저것 참견하기 좋아하셔. 그러니까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나도 이젠 어른이야, 술을 마시고 취하던, 몇 시에 집에 들어가던, 그건 전부 내 자유야. 오빠 때문이 아니야.]강한서는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턱을 괴고 있던 한현진은 송가람의 말투를 따라 하며 말했다.“오빠아 말 좀 해봐아”강한서는 휴대폰을 침대에 던지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가로 안아 올렸다.한현진은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오빠아 왜 거칠게 굴엉”강한서는 한현진을 째려보며 말했다.“말 똑바로 안 해?!”한현진은 그의 귀에 살며시 숨을 불어 넣으며 말했다.“그럼 어떤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나 기술이 꽤 괜찮은데. 누구의 목소리도 다 모방할 수 있거든. 자극적인 목소리를 원해 아니면 소녀 같은 목소리를 원해? 아니면 당신 마음속의 누군가?”강한서는 품 안에 안겨 있는 매혹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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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2화

한성우는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이토록 큰 묘원에서 하현주 무덤 앞의 빨간 옷이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카메라가 멀리 떨어져 뒷모습만 찍혀 있어 한성우는 그게 강한서인 줄은 몰랐지만, 하현주를 묻을 때 한성우도 와 있던 터라 하현주의 묘소임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한현진은 강한서가 빨간 옷을 입고 묘소에 갔다는 걸 누군가가 보고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도 했었지만 설마 오늘이 전통적인 제삿날도 아니고, 볼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결국에는 설마가 사람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누군가가 묘소에서 이 광경을 보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었다.마당발에 가십거리를 즐기는 한성우는 마침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다가 빨간 옷 입은 사람이 춤추었다는 묘소가 한현진 어머니의 묘소임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단톡방에 전달했던 거였다.[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을 품었길래 새해에 저따위로 입고 묘소에 찾아가서 경축하는 거예요? 형수님, 제가 찾아 드려요? 우리 이 자식 잡아다 뚜드려 팰까요?]차미주도 세 사람의 단톡방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어떤 죽일 놈이야! 찾아서 목을 졸라 버릴 거야, 내가!]한현진은 메일을 보고 있는 강한서를 몰래 사진 찍어 단톡방에 보냈다.묘소에서 춤추던 놈을 패네 죽이네 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조용해 졌다.차미주가 감탄하며 말했다[와, 진짜 멋지네!]한성우는 어리둥절 해졌다.차미주는 절대 아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멋있어서 튀어나온 말이었다.그들은 한 번도 강한서가 빨간색을 입은 걸 본 적이 없었다.워낙에 어울리기 힘든 색이라 잘못 입으면 그야말로 재난이었다.그러나 하얗고 준수한 강한서한테는 빨간 정장이 난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려줬다.만약 검은색 정장이 차분한 느낌이라면 빨간색 정장은 냄 염함 그 자체였다. 거기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정 셔츠는 그의 관능미를 플러스 해줬다. 현진이 괜히 색욕에 눈이 먼 게 아니었다.한성우는 툴툴거리며 말했다.[아무리 멋있어도 머리에 구멍 뚫린 건 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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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3화

한성우는 가슴이 답답해 났다.[그럼 두 사람 같이 지금 내 성질을 돋우는데, 나는 화도 못내? 넌 누구 여자친구야?]차미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누가 뭐 어떻게 네 성질을 돋운 건데? 그냥 좋은 소식을 공유하는 거잖아. 속이 왜 그렇게 좁아!]한성우는 너무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이게 무슨 좋은 일 공유야? 응? 어느 누가 좋은 일 공유를 이렇게 뜸 들이면서 해, 말투는 왜 또 저렇게 깐족거리는 건데?’한성우가 강한서를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강한서가 손가락만 까딱거려도 뭘 할지 다 아는데, 한 이불 덮고 자는 한현진이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면 한성우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차미주는 오히려 신나서 말했다.[혹시 강한서가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니야? 전에 내가 강한서가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서 벽돌로 때리면 이독공독 식으로 기억을 되돌아오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강한서가 연기하는 중에 입이 가벼운 미주가 괜히 나서서 말실수라도 할까 걱정된 한현진은 잠시 강한서의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두 사람한테는 비밀로 하기로 하고 대답했다.[아니야,강한서는 아직 아무것도 기억 못 해. 그냥 내 배가 커져서 남들이 뭐라 할까 봐 먼저 증부터 발급받은 거야.]차미주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강한서 혹시 네가 쌍둥이를 빼앗아 도망이라도 칠까 봐 먼저 결혼 증으로 널 묶어둔 거 아니야! 잔머리 굴리는 거 봐!]한현진은 선심 쓰듯이 말했다.[휴, 기억 잃은 걸 뭐 어떡해, 져줘야지. 또 알아? 결혼 후에 차츰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을지. 필경 애까지 있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한성우는 한현진이 두서없고 앞뒤 없는 말로 그의 여자친구를 속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강한서가 기억을 잃었을 때와 잃지 않았을 때 한현진의 태도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강한서가 기억을 잃었을 때 한현진은 강한서가 나를 잊었더라도, 나는 강한서가 날 다시 사랑하게끔 만들겠어! 안 그러면 결혼 안 해! 라는 태도였고,강한서가 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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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4화

서해금은 송가람이 적을 얕잡아 보는 이런 태도가 매우 실망스러웠다.“한현진은 주얼리 디자인도 못 해. 그래도 내가 너한테 준 스트레인지를 자기 손에 있는 무기로 키웠어. 너를 봐봐, 지금 스트레인지를 언급하면 내가 너에게 준 혼수품 인 걸 누가 알겠니?”송가람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보석 파는 거랑 조향이 어떻게 같아? 운이 좋았을 뿐이야. 깔리느에서는 조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누구도 인정 안 해.”“그래, 운이 좋다고 쳐, 하지만 그것도 한현진의 능력이야. 네가 조향에 대해 더 잘 알면 또 어때? 깔린느에 그렇게 많은 조향사가 있는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멈출 것 같아? 회사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진짜 능력이야, 근본을 버리고, 지엽적인걸 추구하지마.”송가람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한현진 때문에 서해금의 걱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깔린느가 물론 아버지의 지분이 절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 전부 어머니의 노력이었고 많은 사람이 인정한 것도 그의 어머니였다. 한현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엔 고작 배당금을 받을 뿐이고 회사에서 핵심적인 팀들이 어머니한테 복종한다면 깔린느가 나누어져도 손해 보는 건 결국 한현진일 것이다.“내 말 들었지?”잠자코 아무 말도 않는 송가람을 보자 서해금은 언짢았다.근 몇 년 동안 위기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너무 버릇을 잘못 들였다.한현진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든 상관없었다.송병천 부자들은 깔린느에 별로 관여하지도 않았다.심지어 송병천은 몇 년간 그의 어머니를 돌본 서해금에게 보상금 대신 깔린느의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한현진이 돌아오자 송병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깔린느의 지분을 한현진에게 넘겼다.한현진의 두 눈은 한아람과 너무도 닮았다.그러나 조향을 좋아했던 한아람의 눈빛과는 달리 한현진의 눈에는 야심이 서려 있었다.스트레인지는 고작 그가 칼을 갈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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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5화

“적게 연락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강한서는 한현진의 약혼자야, 가깝게 지내서 뭐 할 건데?”송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예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신미정 이모한테 우리를 주선해 달라고 했었잖아, 왜...”“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서해금은 송가람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그때 한현진은 송씨가문에 인정받지 못했을 때고 이혼까지 했었잖아. 네가 강한서를 좋아한다 해서 지지했었지만, 지금은 어때? 한현진은 너의 의붓동생이고 강한서랑 약혼까지 했어. 그 두 사람 사이에 왜 끼어들어. 남들이 뭐라 하는지 알아? 이 세상에 무슨 남자가 없다고 하필 제삼자가 되려고 그러는 거야?”말이 귀에 거슬린 송가람은 창피하면서도 짜증 나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만약 한서 오빠가 날 좋아하면?”서해금은 차갑게 대답했다.“기억을 잃고 네가 며칠을 돌봐 줬다고 너한테 마음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그런 거면 그를 돌봤던 의사며 간호사며 강한서를 생사의 길에서 살려준 사람들인데 돌아가면서 다 좋아해야겠네?”“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한들 큰 사모님 관문은 어떻게 넘을 건데? 큰 사모님은 가문의 명예를 가장 중요시하시는데 강한서가 너랑 결혼하게 놓아둘 거 같아? 강한서는 큰 사모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어. 강씨 가문에 들어도 못 갈 텐데 그럼 뭐 강한서의 숨겨놓은 여자라도 할래? 만 보를 물러서서 이 모든 걸 다 극복했다고 쳐, 강한서가 기억력을 회복한다면?”“송가람, 너와 강한서의 시간은 훔친 거에 불과해. 일단 강한서가 한현진을 떠올리고 그들 사이의 모든 것을 전부 기억해 내면 네가 한현진을 이길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강한서 몸의 상처는 전부 한현진을 위한 거야. 유언장마저 한현진의 이름이고. 강한서 마음속에 있는 한현진이라는 무게는 고작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때 되면 넌 어떡할래?”송가람은 먼 훗날의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강한서를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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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6화

송가람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해금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가람아. 넌 어릴 때부터 말 잘 듣고, 엄마가 시키는 건 다 잘 해왔잖아. 엄마가 너를 위해 애쓴 건 네가 나중에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 거지, 누군가의 아내로 살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강한서가 설령 마음이 바뀌어 너를 좋아한다고 해도 생각해 봐. 오늘은 너를 위해 한현진을 버릴 수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너를 버리지 않겠니?”서해금은 이를 악물고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넌 송씨 성을 가졌지만, 송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야. 네 아빠와 오빠가 너를 아무리 사랑해도, 사람은 결국 자기 피붙이를 더 챙기기 마련이야. 그러니 송씨 가문은 네 평생의 뒷배가 될 수 없다고. 넌 반드시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해. 깔린느에서 중요한 자리에 오르면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내가 한현진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렇게 짜증 내지 마. 한현진은 네 아빠에게 인정받아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또 강한서와 다시 잘되고 있으니, 그녀의 인생은 대박 난 거야. 근데 그녀가 멈춘 적 있어? 네 아빠가 준 가게든 스트레인지든 심지어는 본인이 연기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하나도 소홀히 한 적 없잖아.”“걔는 너만큼 스타트가 좋지 않았지만 네가 여기서 멈춰 있으면 걔가 널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야. 일단 걔가 깔린느에서 자리를 잡으면 넌 평생 걔한테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송가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서해금은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강한서가 내 말 한마디에 너와 연락을 줄였다는 건, 네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빨리 포기하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대보름이 지나면 정식으로 입사해. 그때 성월을 붙여줄게.”서해금의 쓴소리가 이제야 가슴에 와닿은 듯 송가람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응수했다. 서해금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른이니 뭐가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할 나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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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7화

강한서는 일을 하면서도 그녀의 행동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그녀가 소파에서 다리를 찢으려는 걸 보자 결국 참다못해 말했다.“가만히 좀 앉아 있으면 안 돼?”한현진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앉아 있어도 나랑 말 걸어주는 사람 없으니 심심하잖아. 움직이면 덜 심심해.”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차라리 내가 성우를 불러줄까? 수다나 떨게?”“아니, 민 실장님이랑 얘기하면 돼. 민 실장님, 바빠요?”한현진은 순진한 눈빛으로 물었다.민경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제 일은 거의 다 마쳤고, 이제 대표님께서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한현진은 바로 자리에 앉아 물었다.“민 실장님, 요즘 민서랑은 어떻게 된 거예요?”민경하...강한서...그녀가 심심한 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실은 가십거리에 대한 궁금증을 더 이상 참지 못해 속이 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당사자에게 직접 돌직구를 날려버렸다.민경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다른 얘기 하면 안 될까요?”한현진: “한서 씨가 민 실장님을 협박해서 이렇게 참고 있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 얘기해 봐요. 내가 실장님 편 들어줄게요. 그딴 억지 결혼 절대 못 하게 할 테니까.”강한서: “?”‘그가 그런 사람이었나?’민경하: “정말 그런 일 없어요. 대표님은 그런 분 아니에요.”“그럼, 실장님은 민서를 좋아하는 거예요?”질문이 너무 직설적이라 민경하는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해하며 강한서의 눈치를 살폈다.강한서는 그를 흘겨보았다. 마치 ‘아까 내 아내한테 아부할 때는 왜 그렇게 용감했냐?’는 듯한 눈빛이었다.농담은 농담이고, 그래도 강한서가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왜 그렇게 민 실장의 연애에 관심이 많아?”한현진은 금세 강한서에게 말려들어 생각이 딴 데로 갔다.“당신 동생이 민 실장님을 괴롭힐까 봐 그러지. 걔가 전에 사람들 괴롭힌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민 실장이 그렇게 만만해? 예전에 민서가 회사에 왔을 때도 민 실장이 데리고 다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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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8화

한현진...그녀가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한 번 더 말해봐!”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얹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내가 여기 있는데, 남의 연애사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도 되는 거야?”“그럼, 우리 둘 얘기나 해볼까?”강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한현진은 여러 번 말을 꺼내려 했지만, 끝내 멈췄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망했다. 느낌이 안 와.”남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현진은 그의 눈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그렇게 달콤하게 쳐다보지 마. 난 아직 당신이 기억을 되찾은 게 적응이 안 되거든. 아니면 예전처럼 내가 살짝만 건드려도 꼭 순결한 여인인 것처럼 펄쩍 뛰어봐.”그러고는 수줍게 말을 이었다.“그게 나름 설렜었거든.”강한서...그는 그녀를 감싸던 팔을 풀고 살짝 옆으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앉았다. 곧 그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고 턱에도 힘이 바짝 들어갔다.한현진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바로 이거야, 이 느낌!’그녀는 강한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강한서는 몸을 약간 뒤로 빼며 말했다.“현진 씨, 자중하세요.”한현진은 웃으며 다가가 그의 셔츠를 덥석 잡았다.강한서는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아니, 여자가 어떻게 남자 옷을 막 벗겨요? 부끄러운 줄도 몰라요?”한현진은 장난스럽게 그의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부끄럽긴? 마침, 내 남편이 기억을 잃었잖아. 평소에는 감히 바람도 못 피웠는데 지금 기억이 없을 때 빨리 서둘러!”강한서??그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도도한 걸 원하는 거 아니었어? 왜 중간에 대본을 바꿔?”그것도 불륜 대본이라니!한현진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웃으며 한참을 있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코끝을 그의 코에 살짝 맞대고는 그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내 말이면 뭐든 다 들어주네? 당신도 참, 너무 원칙이 없어.”강한서의 귀는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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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9화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강한서는 올려다보며 눈빛에 미소를 띄웠다.“그날 내가 계속 당신 짐이 됐다면 우리 둘 다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이 아이들도 없었겠지.”그는 손을 천천히 그녀의 배 위에 얹으며 말했다.“하나 대신 셋을 얻었으니, 충분히 값진 거야.”한현진은 화가 난 듯 말했다.“아니야! 당신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어! 당신이 죽었는데 내가 애를 낳을 거라고 생각해? 꿈도 꾸지 마! 당신이 안 돌아오면 난 바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서 매일 빨간 옷 입고 당신 무덤 앞에서 돌아다녔을 거야. 영웅이 된들 어떡하겠어? 아내가 다른 놈이랑 살게 될 텐데.”강한서는 그녀의 화난 말에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네 그런 '배은망덕'한 잔소리가 들려서, 못 떠나고 다시 돌아온 거잖아.”한현진은 그를 꼭 안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내가 도시락 싸줄까? 다친 뒤로 근육이 빠져서 안으니까 느낌이 별로야.”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임신 중인데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고? 민준이가 알면 내 목을 몇 바퀴는 비틀려고 할 걸.”한현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당해도 싸지. 네가 예전에 못된 짓을 많이 했잖아.”“아, 맞다. 송가람한테 최면 걸어서 뭔가 알아낸 거 있어?”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물에서 구해준 사람은 송가람이 아니었어. 다른 사람이 나를 구해서 병원에 두고 송가람의 연락처를 남긴 거야.”“그럼, 송가람이 당신을 강가에서 발견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강한서가 대답했다.“그날, 물속에서 의식을 잃기 직전에 누군가 날 붙잡았어. 그때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 힘은 여자 같지 않았어.”물속에서 의식을 잃은 성인 남자를 한 손으로 끌어올리는 건 웬만한 여성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사실 성인 남성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사람은 분명 엄청난 체력과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그 사람은 그를 구했지만,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송가람의 연락처를 남겼다. 그 사람은 그를 죽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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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0화

한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 집에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봐.”강한서는 평소에 입이 정말 무겁기로 유명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비밀을 지켰다는 건 거의 아무도 몰랐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이미 양시은한테서 들었을 것이다.강한서는 뜸을 들이며 얘기했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한현진은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그도 그들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버지의 장례식 때, 그는 강단해와 신미정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어떤 일은 일단 의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신경을 쓰게 마련이었고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었다. 그 당시 신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꽤 잘나가는 집안이었고 신미정과 남동생 신표는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미남미녀로 유명했다.하지만 신씨 가문은 자식들을 지나치게 감싸줬다. 자식을 버릇없게 키우는 건 자식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속담은 신씨 가문에는 딱 맞는 말이었다.신표는 어린 나이에 이미 도박에 빠져 있었고, 신씨 가문의 재산은 신미정이 결혼하기 전에 거의 바닥났기에 신미정은 결혼 후에도 자주 동생에게 돈을 보태주었다.강한서의 아버지는 도박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에 신미정은 감히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증표가 도박에서 지고 돈을 갚지 못할 때마다 신미정은 강단해에게 부탁했다.강한서는 처음에 이 사실을 몰랐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한 증표가 그의 어깨를 감싸안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누나는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어. 네 아빠랑 결혼해서 크게 성공하려 했는데, 결국 네 아빠는 우리 누나를 지지하지도 않고 일찍 죽어버렸잖아. 차라리 그때 네 둘째 삼촌이랑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네 아빠가 죽어도 그녀는 여전히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건데. 그때가 되면 누가 감히 나를 쫓아낼 수 있겠어?”이 말에 열몇 살이었던 강한서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때부터 그는 강단해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자신뿐만 아니라 강민서도 그와 멀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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