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991 - 챕터 2000

2283 챕터

제1991화

그는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이거 봐, 이거. 인성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이래도 나랑 둘이서 안 도망칠래?” 한현진은 정명석의 말에 어이가 없어하며 입을 열었다. “네가 네 아빠한테 전화 못하게 하니까 그럼 우리는 상관 안할게. 너 혼자서 다른 사람에게 연락 해봐. 이렇게 개처럼 취해서 뭐하는 거야? 전에는 안 이랬잖아.” 정명석은 콧방귀를 치며 대답했다. “일부로 이러는 거지. 난 네 마음에 꼭 이렇게 가시 하나를 깊게 박아야겠어. 네가 너무 잘 살고 있으니까 질투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나도 아직 내 행복을 못 찾았는데 도대체 네가 왜 나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가 해서.” 한현진은 허허 웃으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그럼 네 생각이 틀렸겠네. 내 속에는 네가 가시를 박을 마음 따위 존재하지 않아. 네가 박는다고 해도 난 바로 꿀꺽하고 위장으로 삼켜버릴 거야.” 정명석은 한현진의 말에 짜증이 난 듯 이빨을 꽉 깨물고는 말했다. “그럼 난 위를 구멍 내주지.” 한현진을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 “유치하긴.” 정명석은 스스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고 그의 친구는 마침 이 부근에 있어 얼마 안 지나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각각 정명석의 팔 하나씩 잡고는 그와 함께 발길을 돌렸고 떠나기 전, 정명석은 강한서에게 몇 마디 말을 더 걸고는 그의 친구들에 의해 질질 끌려갔다.그들이 떠나자 한현진은 호기심을 참지 못해 강한서에게 다가가 물었다. “쟤가 뭐라고 했어요?” 강한서는 덤덤한 얼굴을 하고 답했다. “남자들 사이 일은 적당히 알려고 하는게 좋을 거야.”“치.” 한현진은 강한서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정명석이 무조건 자신이 학교 다닐 때 있었던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들을 말했을 것이라고 눈치를 챘다. 그녀는 속으로 묵묵히 나중에 정명석이 결혼을 한다면 그의 아내에게 다가가 정명석의 흑역사들을 다 말해줬노라고 다짐했다. 한편 강한서는 정명석이 말했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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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2화

유일하게 술을 마시지 않은 강민서가 운전대를 잡았고 강한서는 보조석에 앉았다. 한현진과 민경하는 중간에 송가람을 끼운 채로 뒷좌석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주량이 그다지 좋지 않은 송가람은 한현진이 시킨 도수가 높은 고량주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렸다. 정명석의 주량으로도 비틀거릴 정도로 취해버렸는데 송가람이 어찌 취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정명석이 한창 추억에 잠겨 말을 할 때, 한현진은 몇 번이나 송가람을 쿡쿡 찔러보았지만 이미 술에 잔뜩 취한 그녀는 자신의 이름마저 똑바르게 발음하지 못했다. 뒷좌석에 앉아 손가락으로 창문을 툭툭 치고 있던 한현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강한서에게 물었다. “송가람 씨가 전에 드리던 약은요?” 그녀의 말에 강한서는 순간 한현진이 무슨 꿍꿍이인지를 알아챘다. “그 약은 국내에서는 회색 지대야. 해외에서는 이미 금지되어 있는 제품이고.” 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며 낮은 소리로 대답해줬다. 정신병을 치유하는 약들은 거의 다 좋은 물건들은 아니었다. 그의 대답을 들은 한현진의 안색이 어두워져버렸다. ‘강한서 씨를 통제하고 손에 넣기 위해 그런 금지품을 먹이다니! 송가람 진짜 나쁜 *.’ “그래서 약은 어디 있는데요?” 한현진이 다시 물었다. “버렸어.” 강한서의 대답을 듣던 한현진은 무언가 이상한 듯 고개를 돌려 민경하에게 물었다. “약은요?” “창고에 몇 알 남아있어요. 강 대표님께서 검사를 하려고 보낼 때 남은 것이고요.” 강한서는 곧이곧대로 말을 해주는 민경하를 째려보며 말했다. “도대체 누구를 모시는 겁니까? 누가 월급을 주는 거죠?” 강민서는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오빠. 오빠 와이프가 물었잖아요. 왜 아무 죄 없는 경하 씨에게 소리 질러요? 그렇게 불만 있으면 와이프한테 소리 지르던가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강한서는 어리둥절해졌다. “강민서, 너 성이 뭐야?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지?” 진지해진 강한서가 그래도 조금은 두려운 강민서는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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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3화

강민서는 강한서가 기억을 잃게 된 원인이 다 송가람의 짓이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강한서에게 먹여서는 안 될 금지품을 먹였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오빠가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거야?’ 강민서는 백미러로 민경하를 슥 쳐다보았지만 민경하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다 알고 있었던 건가?’ 강민서는 그들이 지금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자신에게 숨기지 않으려는 건지를 몰랐다. 빠르게 달리는 차의 시속이 불편한지 송가람은 미간을 찌푸렸다. 민경하는 행여나 그녀가 차에 구토를 할까 두려워 얼른 비닐봉투 하나를 꺼내 손에 들었고 송가람은 그런 민경하를 꼭 안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한서 오빠.” 민경하는 갑작스러운 송가람의 스킨십에 당황해 몸이 굳었고 이내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 “송가람 씨,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송가람은 그의 대답을 아랑곳하지도 않으며 계속 중얼댔다. “한서 오빠, 저 오빠를 진짜 많이 좋아해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오빠는요? 저 좋아하세요?” 민경하는 송가람을 힘껏 밀어낼 수가 없었고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응, 싫어하지는 않아.” 송가람은 강한서가 대답한 줄 알고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인데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겠어요. 한현진 그 사람은 그냥 나보다 먼저 오빠를 가로챈 것뿐이죠. 그렇죠?” “응...” 민경하는 혹시라도 송가람이 갑자기 소리를 지를까 두려워 그냥 그녀의 말에 강한서인 척 하며 대충 대답해주고 있었다. 강민서는 운전대를 꼭 잡고 있었지만 시선은 백미러에서 떼지를 못했다. “한서 오빠, 오빠.” 송가람은 갑자기 민경하의 목을 꼭 끌어안더니 그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그 모습을 본 강민서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하였다. 송가람의 뽀뽀에 빠르게 반응을 한 민경하는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나다가 머리가 유리에 세게 부딪혔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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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4화

지현성은 강한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저랑 같은 연도에 대학에 들어선 최면술사, 특히는 박사 학위까지 딴 최면술사는 몇 없어서 제가 다 알고 있는데... 제 기억 속에 황 씨 성을 가진 한국인인 없었습니다.” 강한서는 핸드폰을 열어 사진 한 장을 지현성에게 보여주었다. “이 사람입니다. 아세요?” 지현성은 사진 속 남자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 해지더니 말했다. “야마다 쇼타?” 강한서는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일본말에 당황하며 물었다. “일본인입니까?” 지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희 학교 학생 아닙니다. 저랑 같은 연도에 대학에 붙은 같은 학번학생도 아니고요. 근데 이 사람 매일이다시피 저희 교수님 수업을 들으러 왔었습니다.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머리도 총명해서 교수님도 이 사람을 좋아했고요. 하지만 저희 업계에서 이 사람 명성이 아주 안 좋습니다. 전에 불법으로 어떤 여자에게 최면을 걸어 소송을 걸라고 협박했었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부족해 그냥 풀려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산다고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혼자 사무실을 열어 자신이 우리 학교에서 들은 지식을 이용해 천천히 이름을 알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사람은 쉽게 안 변하는지 하는 수법도 아주 차하고 악질이라고 합니다. 돈을 벌어서는 다 유흥에 쓰고 술에 찌들어 살면서 알코올중독까지 걸릴 뻔했다고 하고 실력은 그 자리 그대로 발전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후에 고객에게 금지된 제품을 사용한 일이 밝혀지고 나서는 자격증도 다 회수되고 감옥에서 몇 년 살았습니다.” “그리고나서는 더는 저 사람 소식을 못 들었는데... 여기서 들을 줄이야.” 강한서는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어 지현성에게 물었다. “황닥터와 교수님은 아직 연락을 하는 가요?”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현성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어갔다. “아마 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 교수님 따님분이 결혼할 때 식장에서 야마다 쇼타 씨를 마주친 적 있습니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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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5화

민경하는 강민서의 성격이 참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자주 바뀐다고 생각을 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강민서의 옆으로 다가갔다. 민경하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 강민서는 물티슈를 꺼내들더니 발뒤꿈치를 조금 든 채로 민경하의 얼굴을 벅벅 닦았다. 강민서가 민경하의 얼굴을 닦아주는 그 힘은 마치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것 같았기에 아픔을 느낀 민경하는 인상을 쓴 채로 피해버렸다. 그러자 강민서는 짜증이 잔뜩 난 얼굴을 하고 그에게 물었다. “왜 피해요? 얼굴에 립스틱 자국 묻은게 아주 자랑인가 봐요?” 민경하는 강민서의 말에 얼굴을 어루만지던 행동을 멈추고는 되물었다. “립스틱 자국이요?” 강민서는 그를 째려보며 대답했다. “송가람 씨가 차에서 뽀뽀했잖아요. 기분 좋았나 봐요? 송가람 씨는 송 씨 삼촌 딸이 아니니까 이 틈을 타 재벌 집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아요.” “...” 침묵하던 민경하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뜻은 우리도 가능성이 없다는 건가요?” “네? 뭐라고요?” 민경하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가씨께서 재벌 집안에 들어갈 제 꿈의 불길을 꺼버렸잖아요.” 강민서는 그의 말에 이빨을 꽉 깨물며 반박했다. “전 지금 송가람 씨 말을 하는 건데요? 누가 지금 이 말 하라고 했어요?”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제 고작 얼마나 만나봤다고 뭘 그렇게 아는 척 해요? 아니면 여기서 끝을 내고 싶은 건가? 뭐 하나 알려줄게요. 만약 정말 끝을 내고 싶은 거라면 가서 할머니께 말씀드려요. 저는 절대로 민경하 씨랑 같이 혼날 생각은 없으니까!” 민경하는 화가 나 씩씩 거리며 서있는 강민서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재벌 집안에 들어갈 꿈은 다시 꿔도 된다는 거죠?”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민경하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강민서는 물티슈를 그에게 툭 던져주며 말했다. “혼자 닦아요. 난 더러워 죽겠으니까.” ‘이래서 아까 차에 올라 탈 때 한현진 씨가 우리 오빠를 기어코 조수석에 앉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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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6화

“강한서?”서해금은 확실치가 않았다.‘가람이한테 관심도 없는 강한서가 이런 늦은 시간에 함께 있다고?’“가람이 핸드폰이 왜 너한테 있어?”한현진은 강한서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말했다.“가람이가 취해서 잠깐 저희 집에 데려왔어요. 숙취해소제를 먹였는데 조금 정신이 돌아오면 보내려고요. 가람이가 이 상태로 집에 돌아가면 아줌마가 화낼 거라고 해서요.”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한서야. 가람이가 취했으면 집으로 보내면 되지. 너희 집으로 데려갔다가 이상한 소문이 돌면 어떡해? 아무리 그래도 현진이 약혼자인데 이러면 안 되잖아.”한현진이 일부러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가람이가 말리더라고요. 취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면 아줌마가 화낼 거라면서...”그러고 잠깐 멈칫하고는 계속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비서님이랑 함께 온 거니까 이상한 소문은 돌지 않을 거예요.”서해금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이 상황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때,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영상통화로 가람이를 보여줘.”당황한 한현진은 애써 침착하면서 말했다.“네.”음성통화를 끊은 지 몇 초 뒤, 서해금이 바로 송가람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한현진은 받지도, 끊지도 못하고 송가람의 핸드폰 화면 밝기를 가장 밝게 만들었다. 공포스러운 벨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강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아줌마가 가람 언니 상태를 확인하겠다면서 영상통화를 보내왔어. 얼른 끝내야 할것 같아.”얼마 후, 강한서한테서 알겠다는 답장이 돌아왔다.영상통화를 받지 않자 서해금은 끊고 또다시 걸었다.한현진은 평소에 익숙하게 들었던 통화연결음이 재촉하는 것만 같아 불안했다.이때, 강한서가 방 안에서 나오면서 2층으로 올라오라고 했다.한현진은 송가람의 핸드폰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 강한서에게 아까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이때 강한서의 핸드폰이 울렸고, 이번에는 서해금이 강한서에게 전화한 것이다.강한서는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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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7화

서해금이 강한서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물었다.“가람이랑 함께 밥 먹으면서 너는 술 안 마셨어?”강한서가 대답했다.“저는 약을 먹어서 마시지 않았어요.”“가람이 말리지 좀 그랬어. 여자애가 밖에서 술 마시면 어떡해.”한현진은 움찔하고 말았다.‘정말 엄마 딸이 똑같네. 무슨 일이 있으면 맨날 남 탓하기 바빠.’강한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줌마, 저도 말려보긴 했는데 가람이도 이젠 성인이잖아요. 자기만의 선택의 자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시면 가람이한테 전해주세요. 저도 곤란하니까 저한테서 이만 멀리 떨어지라고요.”서해금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다.더 말하기 싫은 강한서는 아예 카메라를 돌려 송가람을 비췄다.옷을 단정하게 입은 송가람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협탁에는 숙취해소제로 보이는 병 하나가 놓여있었다.서해금은 화면에 대고 송가람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지만 그녀는 취기가 올라 일어나지도 못했다.이때, 송가람의 핸드폰이 또 한 번 울렸다. 이번 발신인은 다름아닌 그녀의 아버지인 송병천이었다.한현진은 멈칫하고 말았다.‘아줌마가 집에 없나? 왜 아빠는 아줌마가 한서한테 전화하는 걸 모르고 있는 거지?’한현진은 곧바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떠보려고 전화한 것이 틀림없어. 아까 가람 언니 핸드폰이 어디 갔냐고 물어봤잖아. 이런 젠장. 눈치가 참 빨라.’그나마 아까 2층으로 올라갈 때 송가람의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았기 다행이었다. 강한서가 통화하고 있을 때 송가람의 핸드폰이 울리면 무조건 무슨 일이 있다고 의심할 것이 뻔했다.한현진은 폐를 끼칠까 봐 핸드폰을 들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이때 강한서가 말했다.“가람이 핸드폰은 민 실장님이 지금 1층에 충전하고 있어요.”서해금이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충전은 됐고, 가람이 얼른 보내.”“저는 지금 바빠서 그러는데 아줌마가 사람을 보내서 데려가시죠? 처음부터 가람이가 우리집에 오는 게 싫었는데 아줌마가 데리러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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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8화

그것보다도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핸드폰이 잠겨있다는 것이다.강한서가 송가람의 핸드폰을 가져가 잠깐 생각하고는 자기 생일 날짜를 입력하니 바로 풀렸다.한현진이 질투하면서 말했다.“가람 언니가 꽤 순정파네.”강한서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고는 핸드폰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을 켜고 자신의 핸드폰을 송가람 핸드폰 뒷면에 갖다 댔다.한현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말했다.“이럴 수도 있었어?”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핸드폰을 살 때 카메라 화질만 신경 쓰지 않으면 다른 기능도 발견할 수 있을 거야.”한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강한서는 또 배터리 사용량이 많은 앱까지 전부 다 켜놓고는 밖에 나가 지현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가람의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한현진은 참지 못하고 강한서의 카톡을 검색했다.그러다 결국 침묵하고 말았다. 강한서는‘한서 오빠’라고 적혀있었고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대화 배경 화면도 강한서의 사진인 것이다.사진 속 여윈 모습의 강한서는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옆모습으로 창가에 기대어 앉은 강한서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캐시미어 가디건에 햇살이 비쳐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딱 봐도 강한서가 기억 상실되었을 때의 모습이었다. 사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기도 했다.[10년을 기다린다고 해도 상관없어.]주인공이 오랜만에 상봉한 소설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면 감동에 겨워 울면서 보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한현진은 송가람 핸드폰 속 강한서의 카톡과 사진을 삭제하려다 겨우 참았다.그녀는 두 번이나 한숨을 내쉬어서야 평온을 되찾았고 송가람의 갤러리를 들춰보다 강한서가 실종되었던 동안에 찍은 사진이 전혀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이럴 수가.’한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들춰보다가 비밀번호가 설정되어있는 앨범을 확인하게 되었다.그녀는 멈칫도 잠시 전혀 망설임 없이 강한서의 생일 날짜를 입력했다. 역시나 앨범은 바로 열렸고 그 안에는 수백 장의 강한서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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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9화

강한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한현진이 먼저 말했다.“그 약을 사용하지 않게 허락한 것도 이미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거야. 날 말릴 거면 내일 바로 이혼해! 너랑 더 이상 살기 싫어!”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데이터를 다 써버리면 어떡해.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더 빠를 수도 있잖아.”‘눈치라도 있으니 다행이야.’한현진이 와이파이를 연결한 순간, 아래층에서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커튼 사이를 통해 밖을 내다보니 다름아닌 서해금의 차량이 도착한 것이다.한현진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배터리도 아직 남아있고 사진도 다 보내지 못했단 말이야.”강한서가 그녀를 달래면서 말했다.“일단 당황하지 말고 옆방에 가서 조용히 있어봐. 내가 시간 끌어볼게.”그러고는 한현진에게 옷을 걸쳐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긴장하지도 말고. 사진 다 보냈으면 대화 기록도 지우고 와이파이도 끊는 걸 잊지 마. 배터리가 다 되지 않아도 괜찮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절대 소리 내지 말고.”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한서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이마에 뽀뽀했다.“가봐.”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강한서는 방안에 아직 한현진의 향기가 남아있다는 것은 확인하고 송가람의 핸드백 속에 있는 향수를 사방에 뿌리고는 서서히 향기가 퍼져나갈 수 있게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민경하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혀 조급함 없이 1층으로 내려갔다.문이 열리고,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왜 이제야 문을 여는 거야. 가람이는?”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숙취해소제를 마시고 2층에서 쉬고 있어요.”“어느 방에 있는 거야? 안내해 봐.”강한서가 말했다.“아줌마, 잠깐만요. 가람이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숙취해소제가 소용없었는지 계속 머리가 아프다길래 민 실장님더러 약을 사 오라고 했어요. 약 먹고 데려가시죠.”“아니야. 됐어.”서해금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바로 데려갈 거야. 집에 약 있어.”‘차라리 아직 안 깨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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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0화

강한서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한현진한테서 핸드폰을 빼앗았다.“보지 마. 이제 집에 가.”한현진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다시 줘.”강한서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집에 가자고.”한현진이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주라고.”강한서가 아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자 한현진은 일어나 빼앗으려고 했고, 강한서는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보지 마. 듣고 싶은 거 내가 얼마든지 듣게 해줄게.”한현진은 강한서가 피투성이인 상태로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이 떠올라 심장이 미어지게 아파져 왔다.“도대체 얼마나 고생한 거야.”한현진은 울먹거리기 시작하더니 떨리는 손으로 강한서의 허리를 안았다.“주삿바늘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마취도 없이 13바늘이나 꿰맸는데 아프지 않았어?”품속에 안겨있는 한현진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송가람이 강한서를 구해준 이유는 바라는 것이 있어서였다. 보상받으려고 일부러 병간호했던 모습을 찍어놓은 것이고, 이것을 핑계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서였다.그래도 다행히 이 동영상들로 인해 그때 당시의 상태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강한서가 구조되었을 때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장시간 동안 찬물에 잠겨있어 심각한 호흡기감염 증상이 있었고 의사 선생님은 그 증상이 악화되어 경련을 일으킬까 봐 차마 마취를 진행하지 못했다.그때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 아팠는지도 몰랐다. 수술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통증완화 연고를 발라주었고 송가람에게 아프다고 할 때마다 발라주라고 했다. 아프다는 말이 없으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라고 신신당부했다.강한서가 아프다고 한 적은 없었지만 한현진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다정하게 한현진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이 싫은 송가람은 계속 연고를 발라주었고, 그러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다.그래서 한현진이 아프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안 아팠어. 그리고 나 바늘 무서워하지 않아.”한현진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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